수련 :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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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는 해당 언어를 쓰는 사람끼리 합의된 개념이다. 맥락이 더해져 단어가 속한 개념을 사회전체가 받아들인다.  사과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면 여러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먼저 누군가에게 실수를 한 후에 잘 못했다고 용서를 비는 사과. 배가 고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사과.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와 연관된 사과. 이처럼 사과라는 단어를 이야기했을 때 여러가지 의미를 갖게 된다. 그렇다해도 대표적인 이미지가 있기 마련이다.


맥락도 없이 사과라는 단어를 외친다. 대체적으로 이럴 때는 먹는 사과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건 공통적인 일반 사람들이 떠올리는 개념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먹는 사과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이를 테면 IT계열에 있는 사람은 애플을 떠올리게 된다. 현재 누군가에게 잘 못해서 안절부절했던 사람이 생각하는 사과가 있다. 단어가 생기며 사람들은 공통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글자가 더해져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는 개념이 생겼다.


철학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이 들 책은 다양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여기서 상당히 많은 책에서 표현을 특정 단어에 대한 정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단어에 대해 서로 합의된 개념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주구장창 무엇인가를 설파해도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헛소리에 가깝다. 이렇기에 특정 단어를 제목으로 한 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해당 단어에 대한 개념 설명이다.


개념 설명을 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은 먼저 한자를 써 왔던 역사에 맞게 단어 뜻을 한자로 풀어 알려준다. 다음으로는 외국 말을 풀어주며 알려준다. 외국 말은 요상하게도 영어를 알려주지만 그 단어의 뿌리인 라틴어로 올라가서 알려준다. 거의 대부분 그런 식으로 단어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을 설명한 후에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형식의 책이 참 많다. 가장 확실하고도 머릿속에 잘 넣어주는 방법이 아닐까한다.


사실 이 책 <수련>은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철학을 논하는 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제목처럼 '수련'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알아야 할 것은 설명한다. 자신을 수련하는 방법에 대해 말이다. 무척이나 다양한 방법이 각자마다 다르다. 흔히 말하는 루틴이 있다. 어떤 상황에 사색하는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방석으로 이를 만든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 살며 방석을 놓고 그 위에 앉아 사색한다고 알려준다.

자신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건 생각을 해야한다. 고통스럽게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남들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바라보는 나는 절대로 일치하지 않는다. 대부분 남들이 바라보는 것보단 내가 바라보는 내가 더 뛰어나다. 이건 아무리 스스로 부정해도 본심이다. 더 문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피상적으로 나는 이럴 것이라는 단계에 머물게 된다.


태어나 자라며 살다보면 나란 존재에 대해 딱히 생각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사회 시스템 안에서 규칙적인 생활패턴대로 살아가면 된다. 나란 개인보다는 하나의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걸 발견할 수도 있다.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고 깨닫기 위해 수련해야 한다. 수련이라는 거창하기보다는 나와 오롯이 만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수련은 미래의 나를 그리며, 오늘의 나를 전폭적으로 변화시키는 훈련이다.

이 훈련은 무엇을 더하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불필요한 생각과 말, 행동 등 '오늘 하루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쌓인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연습이다.


어찌보면 약간 자기계발 같은 느낌도 든다. 결국에는 과거보다 더 발전한 내가 되고 현재보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내가 되기 위한 노력이다. 이런 것도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느껴진다. 현대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며 휴식과 자아를 제대로 찾고 싶은 사람에게 또 다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상황이 말이다. 다행히도 책은 어려운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다양한 단어를 보여주고 개념을 설명하며 인도한다.


여러 가지 개념에 대해 알게되고 그에 대한 생각을 하며 하나씩 깨닫고 알아가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이 쌓여 나라는 존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든다. 남과 다른 나란 존재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 우리 모두는 전부 다른 사람이다. 단 한 명도 똑같은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획일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수련을 그다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는 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써서 민망하다.


수련은 하루 이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평생을 해도 부족하다. 더구나 무엇인가를 알았다고 끝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무엇인가를 알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더 많은 것들을 모른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무엇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우리 삶이 원래 그렇다. 욕심으로 다 가지려 하기보다는 적당히 덜어내는 삶이 더 즐겁고 행복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라는 자아와 정체성을 그래도 어느 정도 알게 된다면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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