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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색칠 - 명화에 숨은 감정 읽기
김유진 그림, 지경화 글 / 상상의집 / 2015년 1월
평점 :
지난해부터였던가요? 유독 힐링을 위한 책들이 눈에 띄였던 거 같아요. 요즘 그런 책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제가 힐링이 필요해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루에도 수십번씩 변하는 감정들을 다독이는 게 쉽지 않을 때가 많아요. 요즘 특히 그랬던 거 같아요.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아이를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일을 시작으로,
둘째도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짧은 시간만이라도 둘만의 시간을 갖으려는 마음으로 어린이집도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날이 좋은 날은 그나마 조금 덜한데, 바람불고 비오고 하면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도 일처럼 느껴지더라고요.
환경이 바뀌면서 저도, 아이들도 바뀐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죠..
한달 지났으면 적응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또 다른 변동되는 일정이 생기더라고요..
큰아이의 꿈이 화가에요. 그래서 그림과 관련 된 것들...
책, 미술관 관람, 미술용품, 미술도구 등을 다양하게 많이 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린이집 다닐 때는 그래도 명화를 접하면서 미술활동도 했던 거 같은데, 초등학생이 된 큰아이 학교 생활은 도통 알 수가 없네요..
화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보면, 평온했던 화가들보다는 삶의 굴곡이 많은 화가들이 더 많은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들 그림속엔 화가들의 감정이 들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미술심리치료를 잠깐 공부하면서 명화를 접했던 짧은 경험으로 말이죠..
'마음색칠' 처음 제목만 접했을 때는 요즘 자주 볼 수 있던 컬러링 북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명화에 숨은 감정 읽기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명화에 어떤 감정들이 있을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 책은 감정을 표현하는데 미숙한 친구들의 창문을 두드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저도 감정표현이 조금 미숙한 편이어서..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더불어 우리 큰아이도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감정 표현을 조금 더 해 주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아트 테라피'는 내 안의 감정을 잘 알고 그것을 충분히 느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요즘 내 안의 감정들을 살펴 보니,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더 많았던 거 같아요.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들고.. 그러다보니 예민해지고..
그런 엄마의 영향으로 아이들도 하나씩 문제 행동들이 나타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정신을 바짝 차려보기로 했답니다.
차례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이 너무 예뻐요..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그림을 차례에 넣을 생각을 하셨을까 감탄해 보네요.
내 안에 있는 감정들을 참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정말 많은 감정들이 있어요.
감격, 감사, 기쁨, 고요한, 짜릿한, 허탈한, 고통, 무서운, 배신감, 질투,애통, 엄격, 고독, 고민스러운, 부끄러운, 불안한, 비탄스러운, 절망적인, 황량한, 명랑한, 천진한, 유쾌한, 활기찬, 희망찬, 그리운, 다정한, 사랑스러운, 순수한, 절박한, 상실감, 분노, 죄책감, 간절한, 끔찍한, 권태로운, 포근한, 풍요로운, 소망하는, 자유로운...
요즘 제가 아이들에게 주로 느끼는 감정들은
분노, 죄책감, 사랑스러운, 소망하는..
내 삶에서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네요..
엄마가 딸에게 편지를 썼어요.
불의의 사고가 일어난 이후, 입을 꾹 다물고, 기분을 표현하지 않게 된 딸인가봐요.
엄마가 말하는 불의의 사고가 뭘까?
이 궁금증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궁금하더라고요.
고통..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무엇일까요??
친정엄마께서 돌아가시기 전 참 많은 고통에 시달리셨어요.
그 모습이 참 안쓰러우면서도 왜 그렇게 매번 아프다고만 하실까 싶어 속상하기도 했죠..
막상 돌아가시도 나니까, 엄마가 그렇게 고통에 힘들어 하실 때 살가운 말 한마디라도 해 드릴껄 후회가 되더랍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포이자 고통이지만, 삶은 그런 죽음을 끌어안을 수 있다고 간절히 외치고 있는 것!
이라는 이 문구를 보면서 전 돌아가신 저희 엄마를 떠올렸어요.
에곤 실레 <죽음과 연인>은 처음 접해 보는 그림이었네요.
이번에 편지를 쓴 주인공은 달라요.
항공우편을 연상케하는 테두리..
그리고, 정말 행복했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그림..
그 달콤함이 전해지는 거 같아요.
진정한 용기는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요.
요즘 제가 딸 때문에 민망하기도 하고, 부끄러운 감정을 접한 적이 있어요.
생각해 보면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느낄 때는 안 그러는데,
왠지 엄마의 사랑이 고프면 나타나는 증상인 거 같더라고요..
울 딸이 엄마의 사랑이 많이 그립구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의 문제 행동을 창피하게 생각하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아이의 마음읽기를 해 보면서 아이를 조금더 안아주고, 제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더해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구나 싶었어요.
이 그림이 전 참 보기 좋더라고요.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있는 손녀..
너무나 행복한 장면인 거 같아요.
물론,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들도 행복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가 더 많다는 것은 아이에게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우울하건, 짜증을 내건, 귀찮아하건 너는 나에게 선물이다.
정말 우리 아이들도 저에겐 소중한 선물인데, 늘 함께 있어서 그런지 그 선물의 소중함을 자주 잊는 거 같아요.
다독다독 다독여주는 할아버지의 손길이 느껴지네요.
연지는 어떤 사고로 동생 연수를 잃었을까요??
전 천진하다는 말은 정말 어린 아이들에게나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에서 나온다네요.
저도 지금보더 더 나이가 들어야 감정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않을까 싶어요.
원피스를 입고 있는 두 소녀라고 생각을 했는데, 한 명은 남자아이라고 하네요.
아이들과 그림을 보면서 도대체 누가 남자 아이일까?하면서 그림을 들여다 보았는데도 전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떤 아이가 남자아이일까요??
이번엔 연지가 연수에게 쓴 편지 중에 있던 부분이에요.
요한 하인리히 휘슬리 <죄책감에 시달리는 크림힐트>라는 작품이랍니다.
아이의 꿈이 화가이다 보니 요즘은 그림을 볼 때, 그림을 어디에 그렸는지, 무엇으로 그렸는지, 그림의 크기는 어느정도인지에 대한 정보,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릴 무렵 환경과 화가의 상황 등도 보게 되더라고요.
죄책감 부분을 보면
불의의 사고로 동생을 잃은 연지와 부모님..
아빠는 왜 미안하다는 쪽지를 남겼을까요??
이 부분을 보면서 설마 세월호??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을 가져다 준 사건이었던 게 벌써 일 년 전 일이 되었네요.
노란 리본은 기다림을 상징한다고 하죠..
희망의 메세지가 되는 기다림..
나뭇가지의 노란 메세지들이 제 눈엔 노란 리본으로 보였어요.
그리고,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있는 이의 표정이 앞에서 봤던 표정들과 너무 달라 숙연해지더랍니다.
연수가 연지 언니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가장 슬픈 삶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삶이라고 생각해. 언니 기억 속에 내가 웃는 날, 옛날처럼 밤새 얘기 나누자.
전에도 얼핏 들은 적이 있어요.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순간이 진짜 죽는 순간이라고..
세상이 이렇게 다채로운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문득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어요.
엄마는 지금 다채로운 삶은 경험하고 계시는 걸까??
난 내 죄책감에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놓을 수 없었는데,
엄마도 연수처럼 엄마와의 기분좋은 추억들만을 기억하길 바라실까??
문득, 엄마가 그리워지는 날이면 이제 엄마와의 행복했던 소중한 추억들만을 떠올려 보고 싶네요.
작은 소망들이 하나하나 모여..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