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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마음 여행
장선숙 지음, 권기연 그림 / 예미 / 2021년 6월
평점 :
한 해 전에 의성어, 의태어 관련 책을 보고 재미있겠다 싶어 구입한 책이 있는데, 몇 장 넘겨 보고 난 후 책장 한켠에 고스란히 꽂아 놓기만 하고 거들떠보지도 못하고 있던 게 생각이 났다. 내가 알고 있는 의성어, 의태어도 몇 가지 있겠지만 모르는 의성어, 의태어가 재미있었던 기억만 있다. 그럼에도 그 책은 이상하리만큼 책장을 다시 넘기는 게 쉽지 않았다.
<꿈틀꿈틀 마음여행>의 목차를 모는데, 의태어로 되어 있는 목차가 재미있었다. 또 캘리그라피로 쓰여져 있는 글귀들도 참 예쁘구나 싶은 생각에 책을 보게 되었다. <꿈틀꿈틀 마음여행> 의태어 해설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랐으며, 저자가 쓴 글에 어울리는 뜻을 적었다고 한다.
1장은 겨울, 2장은 봄, 3장은 여름, 4장은 가을, 5장은 환절기를 떠올리는 제목이었고, 그에 맞는 재미있는 의태어를 만날 수 있다.
보통 사계절하면 봄부터 시작을 하는데, 겨울부터 시작을 하는 게 신선했다.
어떤 일들은
능숙한이에겐
일상이지만
처음시작한
누군가에겐
아주특별하고
어려운일일수도
있습니다
'아장아장' 중에서
아장아장 : 키가 작은 사람이나 짐승이 이리저리 찬찬히 걷는 모양
-p. 21~22 1장 추운 겨울에 나를 만났습니다. '아장아장'중에서 -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는 의태어 '아장아장'을 떠오르게 하는 글과 함께 적힌 켈리그라피 문구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쉬엄쉬엄, 아장아장, 무럭무럭, 넘실넘실...'
정확한 뜻을 아는 것은 아닌데, 의태어를 들으면 그려지는 모습들이 있다. 종종 쓰던 의태어도 있고, 들어는 본 것 같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의태어들도 눈에 띈다. 그리고 '다보록다보록, 벼름벼름, 봉실봉실, 워럭워럭, 문치적문치적, 배슥배슥, 다물다물, 어루렁더우렁, 아슴아슴, 더더귀더더귀, 휘뚝휘뚝, 홈착홈착'처럼 처음 접하는 의태어들도 눈에 띄였다.
'나울나울, 포근포근, 포닥포닥, 산들산들, 몽글몽글'처럼 예쁜 소리가 나는 의태어들도 소리내어 읽어 보니 마음이 절로 포근해져 온다.
'발밤발밤'이라는 의태어도 처음 들어 봤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이라는 뜻을 가진 '발밤발밤'이라는 의태어가 자꾸 되뇌이게 된다.
'걸어온 길'
'걷지 못한 길'
앞으로
'어떤 길'을
걷고 싶으신지요?
'발밤발밤' 중에서
-p. 160~161 4장 가을 햇살과 함께 익어갑니다. '발밤발밤' 중에서 -
가끔 속상할 때 떠오르는 말 중 '지긋지긋하다'라는 말이 있다. '지긋지긋하다'는 '진저리가 나도록 몹시 싫고 괴롭다', ' 몸에 소름이 끼치도록 몹시 잔인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긋지긋'이라는 의태어를 봤을 때도 '지긋지긋하다'가 떠올라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일거라고 생각을 했다. '지긋지긋'은 '계속하여 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양'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보고는 '지긋하다'가 떠올랐다. '지긋하다'는 '나이가 비교적 많아 듬직하다', '참을성 있게 끈지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형용사라고 한다.
'지긋하다'와 '지긋지긋하다'는 느낌상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꿈틀꿈틀 마음여행> 제목을 접했을 때는 책과 함께 내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짧은 글 한 편 한 편을 보다 보니 낯섦이 느껴지는 글들이 눈에 많이 띄여, 작가가 궁금해졌다. '장선숙' 작가는 교도관이 된 지 30년이 넘었고, 교도관, 수용자, 출소자, 그리고 비행청소년의 행복한 진로 연구 경험으로 직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다.
<꿈틀꿈틀 마음여행>을 보다 보면 어느 글에서는 교도관인 저자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또 어는 글에서는 수용자를, 비행청소년을 만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무래도 작가의 직업이 글 곳곳에 묻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태어남의 순간과
행복한 지금
이순간입니다
'으쓱으쓱' 중에서
-p. 173 4장 가을 햇살과 함께 익어갑니다. '으쓱으쓱' 중에서 -
언제라도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글귀도 만나게 되어 넘 넘 반가웠다.
힘이 되어 주고 싶었던 글귀도, 힘이 되어 주는 글귀도, 그리고 내 마음의 편안함을 갖게 해 주는 글귀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