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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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연히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시골빵집, 쉬는 날도 많고, 한달의 장기 휴가도 있는 빵집.

그렇게 빵집을 운영하는데도 망하지 않았다는 게 신기했었다.

큰아이와 함께 찾은 도서관에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찾았다.

지난해 읽어 보고 싶었던 기억이 떠올라 대출을 했다.

다른 책들을 보면서 틈틈히 책장을 넘겼다.

처음엔 한 두 장 넘겼던 책장이 손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대학에 입학하고 방학 때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여름의 제과점은 정말 힘들었다.

내가 직접 빵을 만들고, 굽는 게 아니었음에도,

구워져 나온 빵을 포장하느라 드나드는 주방의 열기는 여름을 더 덥게 만들기에 충분했었다.

그 후로 빵을 잘 먹지 않았던 것 같다.

엄마를 닮지 않은 것인지 우리 아이들은 빵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종종 빵집에 들러 빵을 산다.

동네에 있는 빵집 사장님의 인터뷰 기사를 마을 신문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밀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빵을 한동안 만들지 못해 빵집 문을 닫았었다고.

그 때는 그저 밀가루 때문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책을 보다보니, 단순 밀가루가 아닌 밀가루 유통과정에서 뿌리는 살충제 때문이었구나 싶었다.

 

언뜻, 빵과 마르크스는 관계가 없는 듯 여겨졌는데,

빵을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노동력과 이윤증대,

기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자본론이 새롭게 와 닿았다.

 

식재료를 살 때마다 고민을 하게 된다. 저렴한 것들을 살까? 아니면 조금 비싸더라도 유기농을 살까?

늘 고민을 하게 되지만, 늘 좋은 것만 먹을 수 없다는 것을 핑계삼아 비싸고 좋은 것보다는 저렴한 것에 손이 먼저 가기도 했다.

어쩌면, 나도 자본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런지..

어찌보면, 유기농이 비싼 게 정당한 가격일 것인데..

더 싼 것을 찾으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데 일조를 한 것은 아닐까?

 

자연에서 균을 찾기 위한 노력,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를 이용해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의도,

정당한 가격을 당당하게 요구하기 위한 노력이 '시골 빵집'을 존속하게 하는 것 같다.

 

귀농을 한 지인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말을 했었다.

예전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었던 시기도 있었는데...

이젠 농업도 1차 산업이 아닌 4차 산업으로 분류되기도 하던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사꾼은 땅을 만들지. 산과 들에 식물이 뿌리를 내린 경우를 보면 그 땅은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그래서 부드럽고 따뜻하다네. 그런 땅을 만들어 주면 식물은 자연히 자기 힘으로 자라게 되지. '자란다'는 게 포인트야. 비료를 줘서 키우는 게 아니고 자라게 하기 위한 땅을 만드는 것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작업, 그게 자연재배의 핵심적인 일이야."

-P. 132 <부패하는 경제_균의 목소리를 들어라> 중에서 -

키운다고 생각했던 농산물을 키우는 것이 아닌 자라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 농사를 업으로 하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보면, 지금 우리는 상품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그래서 그런것일까? 국내산보다 수입산이 더 많이 눈에 띄는 것 같다.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종업원, 생산자, 자연, 소비자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 착위 없는 경영이야말로 돈이 새끼를 치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P. 196 <부패하는 경제 _ 착취하지 않는 경영형태> 중에서 -

경영을 하면 '이윤'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내는 '시골빵집'

그들의 건강한 경영신조 덕분에 '시골빵집'이 건재한 건 아닐까?

'다루마리'빵집의 빵을 먹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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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6-0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고민예요..노동력착취에 대한 ...이야기.
유기농과 수입산에 대한시선요~!^^

햇살한줌 2016-06-07 00:16   좋아요 1 | URL
노동력 착취.. 오랫만에 적어 보는 글이네요..ㅎㅎ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면 유기농과 수입산에 대한 고민이 없으려나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6-06-07 00:26   좋아요 0 | URL
선택의 문제로만 치부할순 없을것 같아요 .
삶의 균형도 그렇고 ... 경제적 지수가 도움은 되도 ..또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차이가 그밥에 그나물 ..과 일지도..모르겠단 생각 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