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오래 참기 대회가 아니다.

세상에는 읽는 이의 근성을 시험하기 위해 쓰였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난해한 책이 있다.

그런 황당무계한 책은 손에서 되도록 빨리 떠나보내야 한다.


- 가마타 히로키, 『책 읽기가 만만해지는 이과식 독서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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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8-27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그런 책 한 권을 떠나보냈습니다.

노란가방 2022-08-27 13:22   좋아요 0 | URL
ㅋㅋㅋ 잘하셨습니다
 
술웨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ㅣ 도토리숲 그림책 7
루피타 뇽오 지음, 바시티 해리슨 그림, 김선희 옮김 / 도토리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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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본 그림책이다. 표지에 통통하면서 귀여운 흑인 어린이가 뭔가를 찾는 듯한 표정으로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어서 호기심을 자아낸다. 전반적으로 보랏빛 바탕에 별들로 쓰인 ‘술웨’라는 제목도 썩 멋있다. 전반적인 그림체는 일러스트 느낌이라 이전에 봤던 책들과는 차이가 있다.


또 하나 본문으로 넘어가기 전에 언급해야 할 요소가 남아있다. 바로 저자인 루피타 뇽오다. 이 이름이 익숙한 사람은 아마 헐리우드 영화를 꽤나 좋아하는 분일 듯한데, “노예 12년”을 시작으로, 좀 더 유명하게는 마블의 “블랙팬서”에 여전사 나키아 역으로 출연했던 바로 그 배우다.



작품은 주인공 술웨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른 아침 해가 뜰 때의 하늘같은 어머니와 해가 질 무렵의 노을 같은 아버지의 피부색, 그리고 한낮처럼 환한 언니까지, 술웨는 자신이 누구와 닮지 않은 짙은 검은색 피부를 가지고 있음을 속상해 하고 있다.


그날 밤, 별똥별을 타고 밤과 낮이라는 자매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를 듣게 된 술웨는 비로소 자신의 이름처럼(스와힐리어로 술웨는 ‘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자신을 어둠게만 보지 않고 빛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이야기는 인종차별과는 또 다른 차원의 차별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애초에 모두 흑인이었으니까. 여기서 제시되는 건 이른바 ‘색차별’이라고 불리는 차별이다. 오랜 유럽의 식민지 시절을 거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백인들의 피부색을 미인의 그것으로 여기는 문화가 많이 남아있다. 따지고 보면 이 또한 제국주의의 유산인 셈이다.


동화는 다름의 이해, 그리고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담고 있다. 한 때 세계화 시대가 온 세상을 한 가족으로 만들어 줄 거라는 순진한 기대를 하기도 했었지만, 오늘 우리는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자국이기주의가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자유무역의 이상은 점차 희미해지고 자국우선주의가 외교와 경제의 영역에서 점점 주가 되고 있고, 한 나라 안에서 민족 간, 인종간 갈등은 그치지 않고 있다.


낮도, 밤도 모두 필요한 것이라는 동화 속 메시지는 오늘 우리 사회에 얼마나 울림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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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영성 - 공간, 공동체, 실천, 환대
필립 셸드레이크 지음, 김경은 옮김 / IVP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물론 세계라는 스케일로 보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 살고 있지만, 산업화된 국가의 경우 적지 않은 비율로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서울과 그 주변의 경기도, 인천을 합쳐서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은 도시 거주민이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도 군대에 있었던 36개월을 제외하고는 이제까지 도시에서만 살아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도시생활이지만, 편리함이라는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흔히 “도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 삭막하고, 정이 없고, 개인주의가 심하고, 다른 사람의 삶에 별 관심이 없으며, 상업적이고 하는 것들이다. 요컨대 도시는 물질적이다.


현대의 새롭게 만들어지는 도시들은 물질성(혹은 경제성이나 효율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고 계획되어 있다. 사람들은 오직 소비할 때만 모이고, 원하는 것을 구입한 후에는 흩어져서 각자의 둥지에 들어가 개인적인 삶을 이어간다. 각 구획으로 나뉜 도시의 구조는, 사람들의 삶을(그리고 삶에 대한 감각을) 분열시켰다. 아마 이게 도시에 관한 전형적인 이미지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이미지에 조금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정말로 도시가 그런 곳일까, 처음부터 도시는 그런 곳이었을까. 저자는 서양을 배경으로, 특별히 기독교 전통 속에서 도시에 관한 좀 더 적극적이고 참여적인 태도가 일찍부터 발견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부터 수도원 전통이라는 조금은 의아한 예를 끄집어 든다. 하나님의 도성과 세상의 도시를 완전히 분리시키고,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그들만의 공간인 수도원을 만드는 전통과 세속 도시에로의 참여라는 주제가 어떻게 연결된다는 걸까? 저자는 언뜻 이런 전통들이 신앙과 세상의 완전한 분리를 말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세속 사회에 대한 강력한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런데 이 부분에 썩 크게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기독교의 사회 참여, 그리고 도시라는 상징적인 공간이 성경과 기독교 전통 안에서 결코 소외되지 않는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고대와 중세 수도원 전통을 도시로의 참여와 연결 짓거나, 아우구스티누스의 “두 도시(도성)”를 반어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과연 그 좋은 해석일까? 그저 현대의 관점을 지나치게 고대에 이입시키는 시대착오적 이론은 아닐까도 싶고.


물론 앞선 시대의 기독교인들이 도시나 세상에 관해 그런 약간은 분리적인 생각을 했다고 해서 그들이 실제로 완전히 분리된 삶을 살 수 있었다거나, 오늘 우리도 그런 고립주의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또, 근대에 이르러 새롭게 강조되어 왔던 것처럼 사실 성경 속 다양한 이야기들은 세상에로의 적극적인 차며를 독려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그걸 너무 억지로 작업하지는 말자는 것.



책의 2부는 약간 어렵다. 주로 철학이 물씬 묻어나오는 신학적 고찰들인데, 장소, 공간, 공동체 같은 주제들에 대한 검토다. 이런 검토를 마친 뒤 결국 저자가 하려는 말은 ‘공동선’에 대한 강조, 기독교인들 또한 이를 위해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인 듯하다.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고 따로 부정할 만한 게 없는 이야기.


다만 이런 당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맥락에서 좀 더 설명해 주기를 바랐는데, 책은 거기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살짝 아쉬운 부분. 그리고 기독교의 사회 참여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는 하려는데 이 책은 지나치게 어렵다. 그게 어디 소수의 엘리트 학자들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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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8-24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해 주셨네요.
대화 참여자들이 학력들이 다 빵빵하네요.
공부도 많이했으니 고민도 많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공예배 참가자로서 반주자들이 그런 고민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알바 개념으로 약간의 페이를 받고 있을 뿐 과연 교회에서 직원으로
뽑아 줄 생각이나 할까 싶습니다.
교회의 직원은 교역자와 사찰 집사, 간사 정도 아닐까 합니다.
전 반주자는 아니지만 한때 특수한 분야에서 열심히 봉사했던 사람으로서
공감도 가고 암튼 예전에 고민했던 것들이 스멀스멀 깨어나는 느낌입니다.ㅋ
저도 이 책 기억하겠습니다.

아, 근데 오늘 새삼스럽게 목사님의 알지 사랑이 배경에서 팍 느껴지네요.ㅎㅎ


노란가방 2022-08-24 14:43   좋아요 1 | URL
네 교회가.. 아직 인식이 사회를 못 따라가는 부분이 한참 많지요..
괜찮은 책입니다. ^^
 
다시 말해 줄래요? - 청각을 잃자 비로소 들리기 시작한 차별의 소리들
황승택 지음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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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복을 입고 우주를 유영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크게 그려있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우주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정확히는 많은 소음들이 발생하긴 하지만, 그걸 우리 귀에까지 전달해줄 매질이 없기 때문에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덕분에 완전한 고요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런데 굳이 우주까지 나가지 않아도 이런 경험을 일상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청각장애인들이다. 이 책의 표지 그림도 사실 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작가는 갑작스럽게 귀에 생긴 염증으로 결국 청력을 상실해 버렸고, 한동안 아무 것도 들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나오는 이야기지만, 다행이 얼마 후에는 인공장치를 통해 어느 정도 소리를 들을 수 있게는 되었다니 다행.


하지만 작가의 고생은 단지 이것만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이미 혈액암에 걸려 3년 동안 투병생활을 했다고 한다. 암이 완치된 후 다시 찾아온 청력의 상실, 그 절망적이고 답답한 상황에서 오히려 새로운 게 보였다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그런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다.





역시 작가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 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장애인들에게 불편한 상황인가 하는 점이다. 귀에 이상이 생기면 단지 듣지만 못하는 게 아니다. 귀에는 몸의 평형을 잡아주는 기관이 있는데, 이 부분까지 망가져버리면 그냥 서있는 것, 짧은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휠체어를 위해 만들어 놓은 야트막한 경사로조차 무지막지한 비탈길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이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사소한 ARS 인증절차도 청각장애인에게는 큰 벽이다. 할부 렌탈을 하려면 들을 수 있는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속사포 약관 설명은 거의 암호 수준이다. 아마 작가 자신도 알지 못했을 이런 일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배려라는 말을 떠올린다.


장애, 혹은 병을 오래 앓아온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주눅이 드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사람에 비해 제한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필연적으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도 처음에는 건강했을 때의 자신을 떠올리며 이제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도리어 그런 마음을 감추기 위해 애써 더 많은 것들을 하려고 오버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국 작가가 깨달은 건,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구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물론 일부에서 여전히 차별적 조치들을 애써 정당화하는 일베류들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들은 기꺼이 작은 양보와 배려를 아까워하지 않고 있으니까. 책 제목이기도 한 ‘다시 말해 줄래요’라는 말은 부끄러운 것도, 이기적인 것도 아니다.



확실히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애초에 우리는 누구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공감이라는 게 영영 불가능한가 싶지만 또 그렇지는 않다. 당장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사람들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현상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질 수 있었고, 이런 인식의 변화는 분명 상황을 좀 더 낫게 만들 것이다. 이런 책도 그런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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