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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ㅣ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평점 :
“우리는 열둘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쿠바의 독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하고도 남는 수이다.”
. 줄거리 。。。。。。。
아르헨티나 사람이면서 쿠바의 자유를 위해 거의 무모할 정도의 투쟁에 뛰어들었고, 결국 그것을 얻어낸 인물. 하지만 그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전선에 나섰다가 결국 목숨을 잃은 인물. 간단히 몇 줄을 썼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그가 했던 일들이 떠올라 약간의 흥분이 느껴진다. 이 책은 이런 열정적인 사업을 했던 체 게바라라는 인물에 관한 평전이다.
다른 평전들처럼 이 책도,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생애를, 주요한 사건들 위주로 적어 넣고 있다. 특별히 체가 카스트로와 함께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주의(이 용어가 엄청난 힘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이익들을 탈취해 가는 국가를 가리키는 것이라면)국가의 침탈로부터, 쿠바의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무장투쟁을 벌인 인물이기에, 저자는 그의 무장투쟁의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전투일지나 전사(戰史)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간적인 착각이 들 정도이다.
고작 예순 두 명의 사람들로 한 나라를 바꾼 인물. 그의 ‘위대한 혁명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그리고 그의 어떤 면모가 이런 일을 이루게 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의 방법론을 따라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말고.
. 감상평 。。。。。。。
책의 제목과 빨간 표지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마치 오래 전에 사둔 책처럼 익숙했다. 아직 책을 채 읽어보지도 못했으면서 나름대로 책에 대해 갖고 있던 그림이 있었으니, 체 게바라라는 제법 과격한 투쟁을 벌였던 어떤 사람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혹시 어려운 사상적 내용들이 잔뜩 등장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겁을 먹고 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없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저자는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일생에 관한 여러 사건들을 시간의 순서대로 보여주고 있다. 체와 가까운 여러 인사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체가 투쟁했던 장소들을 직접 둘러보고, 그가 남긴 기록들을 참고하면서, 저자는 매우 사실적인 전기를 구성해냈다. 이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장점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다. 저자는 가능한 한 객관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체 게바라의 솔직한 모습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면은 역으로 보면 이 책의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체 게바라라는 사람의 사상의 깊은 면을 읽어내기란 꽤 어렵다. 우선 체 자신이 남긴 글이 워낙에 간결하게 작성되어 있기 때문이고, 저자 자신도 그에 대한 평가를 깊게 하고 있지는 않다. 이래서야 ‘평전’이라고 하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체 게바라의 무장투쟁과 관련된 부분이다. 지금은 쿠바의 독재자로 알려져 있는(이건 누구 관점에서 그런 건지)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겨우 예순 두 명의 사람들이 탄 보트로 쿠바에 상륙해, 몇 년간의 게릴라 투쟁으로 결국 정권을 교체했던 그의 업적은 거의 경이적이다.
하지만 그의 투쟁이 근본적으로 옳았느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쉽게 긍정적으로 대답을 할 수 없지 않을까. 그와 함께 ‘혁명’을 일으킨 피델 카스트로는 수 십 년을 장기집권하며 지나치게 완고한 ‘우리식 사회주의’(이 용어를 김일성이 만들어 낸 게 아니었나보다)를 고수해 쿠바의 국민들의 삶의 질이 더 향상되는 것을 막고 있다. 체의 사상과 활동은 무엇인가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바꾼 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발전시키는 데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또, 체가 신봉했던 사회주의에 입각한 공산주의는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욕심의 지배를 받는 인간들에게 적용되기란 매우 지난(至難)한 일이다. 사람에 대해 너무나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체는 인간의 타락이라는 면을 바로 읽어내지 못했고, 결국 그 때문에 죽게 되었다. 그리고 무장을 이용한 혁명이라는 그의 방법론도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시대도 변했고, 사람들도 달라졌다. 하지만 인간을 억압하는 잘못된 권위와 폭정으로부터 사람들을 보고하고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그의 정신만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특별히 게릴라 전술에 대한 선이해가 거의 없었던 나로서는, 이 부분에 대해 약간이나마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좋았다. 요체는 적은 숫자로도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그리고 체는 이 부분에 있어서 매우 뛰어난 전술가이자 전략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큰 꿈을 가진 젊은이라면, 체의 이 부분에 관한 뛰어난 면모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너무 적다고 해서, 가진 힘이 약하다고 해서 꿈을 이룰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삶으로 보여준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