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공급 살인사건 소설로 읽는 경제학 1
마샬 제번스 지음, 형선호 옮김 / 북앤월드(EYE)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줄거리                                    

        아내와 함께 휴가를 떠나온 한 경제학자. 살인사건과 같은 살벌한 일들이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평화로운 휴양지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늘 고압적인 자세로 함께 하던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했던 데커 장군이 죽은 것이다. 놀러 왔던 사람들은 일순간 모두 긴장에 빠질 법도 한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 아니다. 매일매일 사람들이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는 미국적인 분위기라서 그런가.

        하지만 이어지는 푸트 판사의 죽음에는 사람들도 슬슬 걱정이 시작되나 보다. 섬에 있는 유일한 경찰인 빈센트 형사가 수사에 뛰어 들지만, 생각만큼 진전을 보지는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간다.



        한편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나선 사람이 있었으니 처음 말했던 경제학자, 스피어맨이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경제적인 원칙에 따라서 행동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경제이론으로 살인사건을 해결해보고자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이번 사건에서 그가 가장 자주 언급하는 것은 수요공급의 법칙.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질이라면 값이 더 싼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소보다 절반 가격에 음료를 파는 ‘드링크 타임’이 되면 사람들은 다른 시간대보다 더 많은 음료를 주문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수요공급 법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고 그런 이유들을 추적해가다보면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맥락이다.

        과연 이 흥미로운 작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범인은 누구일까. 스피어맨은 어떤 단서를 가지고 범인을 찾아낼까. 소설의 나머지 부분은 이런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 감상평                                    

        경제학과 추리소설의 만남. 시도 자체가 흥미롭다. 저자가 단지 경제학을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대학에서 실제로 경제학 강의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이 책에 대한 기대를 더욱 갖도록 만든다.

        하지만 내용은 실제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치는 듯 하다. 생각만큼 정교한 논리적 추론 과정은 보이지 않고, 일반인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수준의 내용들만 등장한다. 소설 상의 탐정 격인 스피어맨에게서 나타나는 ‘뛰어남’이란, 냉철한 논리적 추론 과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섬세한 ‘관찰력’ 뿐이다. 사실 이런 정도 수준의 관찰력은 이미 애드가 앨런 포우 이래의 모든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다.

        
소설의 형태로만 보자면, ‘본격추리소설’에 해당하는데(추리소설은 크게 본격추리소설과 도치추리소설로 나뉜다) 본격추리소설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긴장감 조성‘에 실패를 하고 말았다. 사건의 전개가 매우 느슨하고, 주인공인 스피어맨의 추적과정도 슬슬 집 주변을 산책하듯 너무나 여유롭다.



        일반적으로 추리소설 작가와 독자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하나 있는데, 소설 상 등장하는 탐정이 접하는 모든 정보를 독자에게도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는 완전히 속아버리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래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매우 충실하게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추리소설작가로서의 가망이 영 없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라리 저자들의 전공을 살려서, 약간은 전문적인 내용들이나 경제학과 관련된 금언이나 과거의 실제적인 사건들의 예를 좀 더 넣어서 소설을 구성했다면, 훨씬 더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좀 아쉬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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