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길지 않은 정치인 안철수의 첫 번째 도전은 이렇게 일단 막을 내렸다.
언론을 통해 밝힌 바를 통해 추정하자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정치라는 쉽지 않은 분야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후보 사퇴 이후 당분간은 달아올랐던 자신을 냉각시킬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대선이 끝나고 나면 어느 식으로든 활동을 재개해야 할 것이다.
그럼, 그는 이제 뭘 해야 할까?
전문적인 정치평론가나, 정치학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사실 요샌 이 단어가 그냥 '돈 받고 어떤 일을 하는'이란 뜻일 뿐이라..
나같은 보통 사람도 한 마디쯤 덧붙이는 게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난 30대 초반의, 경기도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살아왔고,
종교는 기독교, 굳이 따지자면 야당쪽에 가까운 남성 유권자다.
정치인 안철수에게 내가 바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단계는
'가치 중심의 정치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다.
물론 이 때의 '가치'는 착한 가치여야 함은 당연하다.
특권의 확산을 막고,
사람을 물건이나 숫자가 아닌 인간으로 볼 수 있는,
진짜 사람을 위한 가치를 지향하는 공동체말이다.
정치에 있어서 어떤 이념이나 사상이 개입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겠지만,
정치란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지 특정한 사상이나 이념을 증명하기 위해,
혹은 그것을 절대적인 원리로 세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소위 사회주의 계열의 정당들을 위험스럽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권력을 현재의 특권의 유지와 확대를 위한 도구로 보는
우리나라의 소위 보수정당들도 마찬가지다.
이 둘은 서로는 매우 다른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실은 거의 동일하게 전제적이고,
인간을 도구로 전락시키는 위험스러운 면을 가지고 있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인간을 사상의 도구로, 후자는 권력의 도구로 본다는 것 뿐.
단순히 양비론에 근거한 중도가 되라는 주문이 아니다.
좌파니 우파니 하는 낡은 이념적 전선(戰線)의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좀 새로운 정치 결사체가 보고싶다는 것이다.
안철수 본인도 이번 도전을 통해 깊이 느꼈겠지만,
오늘날처럼 형식적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갖춰진 상황에서는
정치적 영웅 한 명이 나타나서 뭔가를 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좀 더 실제적이고 유효한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사실 지금의 우리나라 정당구조는,
외적으로는 이념대결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고,
내부적으로는 현재의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모두 그 비율의 차이만 있지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에 근거한 사회구조를 옹호하는 건 마찬가지다.
한쪽이 좀 더 노골적으로, 그리고 좀 더 많은 구성원들이 동조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반대쪽 역시 그 핵심부에는 만만찮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니,
현재로서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하는 건 최선의 방안은 아니다.
어쩌면 정당 내 개혁을 시도하다가 연달아 실패를 경험하고는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가 정말로 새로운 정치를 할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대선이 끝나고 나면 정당을 만들 필요가 있다.
단순히 세를 불리기 위해 어중이 떠중이를 다 끌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빌붙으려는 '꾼'들을 배제하고,
앞서 말한 좋은 가치를 위해 뜻을 둔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아마도 이 작업 자체가 그가 대통령 감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시험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원래 직접 일을 하는 자리라기 보다는
사람을 모아 쓰는 자리이니 말이다.
올초 총선이 끝났기 때문에 다음 선거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다.
이점은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될수도 있지만,
당장 정국에 영향력을 발휘할수 있는 국회의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은
신생정당에 불리한 점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
기존 정당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함께 하는 방안도 있지만,
자칫 참신성이라는 최고의 무기가 퇴색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할 일이다.
시작은 조금 허둥대고, 미숙할 수도 있지만,
좀 다른 정치결사체를 만들어 볼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물론 이런 말들은 그가 정말로 선의를 가지고 있고,
그 의도를 실현시킬 의지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할 때나 의미가 있을 터.
그가 이 나라 정치를 구해낼 구원자나,
도적적으로 완전무결한 존재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가 지난 수십 일 동안 보여왔던 행보나 쏟아낸 말들을 보면
배신과 저열한 욕설, 얕은 수작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금의 정치판과는 좀 다른
새로운 정치에 대한 조그만 기대 정도는 가져봄직 할 것 같은데...
뭐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