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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팝니다
켄 실버스타인 지음, 정인환 옮김 / 이후 / 2007년 2월
평점 :
1. 요약 。。。。。。。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냉전을 빌미로 미소 양국이 엄청나게 늘려 놓은 대규모의 군사집단도 서서히 감축되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하던가, 이 와중에 군에서 전역한 많은 전쟁기술자들은 졸지에 직장을 잃은 꼴이 되었고, 그들이 민간인으로써 군대와 관련된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른바 전쟁을 세일즈 하는 집단들이 나타나기에 이른다(1장). 책의 2장과 3장은 유명한 무기판매상들의 행적을 추적하며(심지어 그들 중엔 나치 출신도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부를 쌓았는지, 그 과정에서 벌어진 사적 인맥을 동원한 로비와 불법, 탈법의 수법을 탐사보도의 형식으로 기록한다.
4장부터는 미국 전체에 전쟁의 위기를 고조시켜 막대한 세금을 군사비에 쏟아 넣도록 조종하고 있는 막강한 군산복합체들과 그들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의 형태로 돈을 대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이라면 정보의 조작이나 왜곡, 나아가 악의적인 선동질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탐욕스러운 모습에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2. 감상평 。。。。。。。
21세기가 시작된 지도 언 십 수 년이 지났다. 지난 세기 말 소련이 붕괴된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세계 어딘가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그리고 실제로 일으키고 있는 유일한 나라도 역시 미국이이고.(여기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건 단지 선제공격의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승산 있는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차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그것도 2위의 몇 배나 되는) 나라다. 마치 건강염려증에 걸린 환자처럼.
이 책은 미국의 그런 강박증세가 특정한 세력에 의해 조장되고 있으며, 그 결과 실제로 필요한 것 이상의 과도한 지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물론 그 지출은 상황을 몰아가고 있는 일부 집단들에 의해 독점되고 있고. 저자가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 단순히 음모론이 아닌 것은, 그가 철저하게 기록(연방정부에서 정보공개법에 따라 발급한 내용들 같이)과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로 책의 내용을 기록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군을 대신해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용병들만이 아니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서 각종 미군의 후방지원을 하고 있는 것도 민간기업이고, 무기 개발과 제작, 판매를 하는 것도 그들이다. 이른바 더 많은 전쟁과 분쟁들이 일어나야 좋아할 회사들이니, 그들이 국가의사결정 과정에 어떤 방향으로 끼어들지는 너무나 명확하고, 실제로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안보팔이들, 어용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단지 국방 분야만이 아니라 국회에 앉아서 잊을 만하면 전쟁을 무슨 놀이처럼 여기며 위기를 조성하려는 양아치들, 정작 자기 자식들은 병역면제 시켜 놓고 (종종 자기들도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 면제를 받기도 하고) 자기 혼자 나라는 다 지키는 것처럼 깝죽대는 가소로운 집단이 어디 한 두 군데여야지. 물론 그 뒤에는 이 일로 돈을 버는 세력이 있고, 그 돈의 일부는 앞에서 춤추는 광대들에게 제공되리라는 건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바다.
문제는 누구도 이런 현실을 쉽게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에게서 권력이 나온다는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나치게 큰일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관심조차 없으니까. (시민운동으로 어디 이런 주제가 어울리기나 하던가.) 그렇다면 선의를 가진 일부 대표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건데, 불행히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은 인간 세계의 거의 모든 부분에 타당성을 지니는 격언이니..
문득 우석훈 교수가 자신의 책에 썼던 평화를 위해 돈을 버는 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어쩌면 이게 가장 실현 가능한 대안이 아닐까도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큰 틀을 잡아가며 읽어본다면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