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사법고시며 연수원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변호사 제칠. 그는 여자를 꼬시느라 사법고시를 여덟 번째 보고 있는 죽마고우 현구와 함께 살고 있다. 제칠에게는 심각한 콤플렉스가 있었으니, 바로 여자 앞에만 서면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친다는 사실. 결국 여검사나 여판사 앞에서의 재판은 제대로 치러내지 못해 연패를 거듭하던 중이었다(사실 좀 억지스러운 설정이지만 뒤에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억지가 등장하니..). 일하고 있는 법무법인에는 10년간 짝사랑 해 온 수현이 함께 일하고 있었지만, 당연히 고백은커녕 제대로 말조차 해 본 적 없었다.

 

     어느 날 퇴근을 하던 중 집 앞에 웬 여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급히 데리고 들어온 제칠. 하지만 그녀는 숨을 쉬지 않았다. 깜짝 놀란 제칠은 쓰러지는 그녀를 받다가 함께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 보니 제칠과 그 여자의 몸이 서로 바뀌어 있었다. 여자와의 키스를 통해 서로 몸이 바뀔 수 있음을 알게 된 제칠과 현구. 둘은 이를 기회로 오랫동안 바랐던 일들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한다.

 

 

 

2. 감상평    

 

     그냥 3류 영화다. 무엇이 이류, 삼류를 가르는 선(線)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기준이 좀 다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단순한 영상물이 아니라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면 최소한 인간에 대한 존중이 그 저변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바로 그게 없다. 갑자기 나타난 한 여자(이수정)는 영화 속 인물들에게 그저 자기들의 욕구를 채우는 데 사용하는 한낮 도구로밖에 여겨지지 않고, 심지어 주인공 제칠은 여자 앞에서 쑥맥이라는 이미지를 뒤집어 쓴 채, 짝사랑 하던 수현과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친구인 현구와 몸을 바꾸기까지 한다.

 

     조금 더 들어가 보면, 결국 영화 속에서 인간의 ‘몸’은 단지 ‘도구’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 몸의 해체라고나 할까. 이건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식의 전통적인 교훈과도 사뭇 다르다. 오히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니 살아 있는 동안 마음 놓고 즐기라는 극단적 유흥주의, 쾌락주의의 자국이 더 깊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 현구의 몸으로 수현과 섹스를 하고 난 다음 날 제칠이 느꼈던 것처럼, 이런 극단적인 쾌락주의의 결말은 허무함 뿐이다. 그 뒤 감독이 아무리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끝내려고 버둥거려도, 이미 이 영화는 그곳에서 완전히 허무해져버렸다. 남은 건 여배우들의 노출 뿐?

 

 

 

 

     단언컨대 올해 본 최악의 영화 중 하나. 그나마 1점이라도 준 건 배우들과 스탭들의 고생을 생각해서다. 적당히 스폰서 받고, 스스로는 기가 막히다고 생각하는(하지만 그냥 얼토당토 않은) 아이디어 하나 떠올랐다고 함부로 영화 같은 거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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