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어둠.
영화의 스토리 자체는 단순한 편이다. 계엄령이 아직 서슬이 퍼렇게 살아있던 당시, 펑루이신이라는 한 여학생이 장선생을 마음에 품게 된다. 하지만 장선생의 옆에는 역시 비밀독서회에 속한 인선생이 있었다. 펑루이신이 연적으로 여기는 인선생을 제거하기 위해, 독서회에 속한 후배 웨이중팅에게 받은 금서를 당국에 신고하면서 학교는 풍비박산이 난다.
영화는 펑루이신의 죄책감이 형상화된 현재의 음침하고 폐허로 변한 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펑루이신은 학교에서 잠들었다가 후배인 웨이중팅과 함께 깨어나고, 이미 기괴하게 변해버린 학교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녀의 죄책감이 만든 원령과 귀신들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한다는 것.
사실 그 나이 또래 선생님에게 짝사랑의 감정을 품고(영화 속 장선생의 마음은 없었을까?) 하는 것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다. 문제는 그런 어린 학생의 마음을 이용해 사회를 통제하는 기회로 삼은 독재자와 그 부역자들이 아니겠는가. 학생들마저 감시의 도구로 만든 사회는 건강할리 없다. 그건 영화 속 펑루이신의 깊은 죄책감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어둠의 시대는 무엇보다 이런 평범한 시민들의 마음 속에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다.
우리에게도 이런 어두운 시절이 있었다. 꼭 계엄령이 지속된 것은 아니었지만, 군부의 독재가 수십 년이었고, 그 기간 수많은 시민들이 자유를 제한받았다. 그래서 영화 속 이야기가 남일 같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이제 우리도 대만도 민주화를 이루긴 했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권력자에 마음에 들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한 사람들은 연이어 고발을 당하고, 이제 국가기관이 시민들의 시력과 청력을, 그리고 사고마저 통제하려는 분위기가 이미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다시 어둠이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