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자본주의.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포인트는 회상 장면에 나온다. 정이가 심각한 부상을 당해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자, 그녀의 뇌를 복제 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부분이다. 영화 속에는 A, B, C 타입이 나오는데, A는 새로운 육체에서 자유롭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고, B는 결혼, 출산, 이동 같은 영역에서 제한이 있고, 뇌 데이터를 정부가 가져가고, C는 민간기업에서 데이터를 소유하게 된다는 것.
당연히 A는 가장 비용이 들고, C는 기업에 뇌 데이터를 파는 것이니 무료다. 대신 현실에서는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육신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기업에서 대준다. 딸의 병원비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투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정이의 가족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개인적으론 뇌사를 선택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선택지도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역시 보이지 않는다.)
죽음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써 뇌 데이터 이식이라는 소재가 등장한 건 오래됐고, 수명을 늘려가는 일이 결국 돈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이미 부자일수록 건강관리와 유지에 더 많은 돈을 사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장수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의 경제력이 전반적으로 성장하다보면 언젠가 낙수효과로 이런 것들이 저소득층에까지 혜택을 줄지도 모른다는 낙관적인 전망은 좀처럼 현실이 될 것 같지 않다. 역사적으로 성장하는 모든 나라는 내부든 외부든 식민지 정책을 펴왔고, 따라서 부는 결코 평등하게 나눠진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