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답답했던 시기.
십대. 사춘기를 지나고 자의식이 강해지고, 주변 사람들(특히 어른들)이 하는 말이 다 귀찮고, 하찮게 느껴지는 시기, 자신이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이 언제나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 그런 시기.
이 영화의 주인공 “레이디 버드”는 그런 고등학생이다.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은 그녀의 본명은 아니고, 부모님이 지어주신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을 “레이디 버드”라고 할 거라고 선언한다. 뭔가 잔뜩 불만이 있는 것 같은 그녀의 표정과 말투는 앞으로 진행될 영화가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지 살짝 보여준다.
영화 내내 주인공은 주변의 어른들(부모와 교사)에게 틱틱대고 불만을 터트린다. 하지만 또 그게 아주 엇나가겠다는 건 아니라서, 또 안심이 되긴 한다. 비록 금사빠라서 만나는 남자애마다 평생의 사랑을 만난 것처럼 다 줄 듯 연애를 하고, 그 나이 또래가 그렇듯 조금은 허영심도 가지고 있지만, “우리 애가 착하긴 해요.”
그리고 틱틱 댄다지만 은근 부모와의 관계도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으니, 이 정도면 우당탕탕 그 답답했던 시기를 잘 넘어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