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1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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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줄거리 。。。。。。。

     알프스 북부의 아주작은 나라 그랜드 펜윅 공국. 15세기 말, 어느 용병대장이 세웠다고 알려진 이 나라는, 너무 작아서 지도에 표기되지 않을 때도 많다는 (당연히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은) 그런 나라다. 오랫동안 자급자족을 하면서 평온하게 살아오던 이 나라에 문제가 생겼으니, 자연적인 인구증가로 국가적 재정수지에 문제가 생겨버린 것.

     고민 끝에 그랜드 펜윅의 지도부가 결정한 것은 세계 최 강대국 미국과 전쟁을 벌여서 재빨리 항복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 미국에서 패전국인 자기들에게 원조를 해 줄 것이라는 이상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십여 명의 궁수와 세 명의 중기병이 범선(!)’을 타고 뉴욕에 도착했고, 어이없게도 미국이 발명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탄인 Q폭탄과 그 개발자를 포로로 잡아오는 데 상공한다.

     단숨에 세계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갖게 된 (직전) 최약소국 그랜드 펜윅. 그들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 감상평 。。。。。。。

     20세기의 한 가운데에, 그것도 유럽 한 가운데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작은 나라가 있다는 설정. 그리고 그 나라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을 먼저 벌이기로 했다는 어이없음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기대감을 갖고 넘기기 시작한 책장 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풍자가 가득했다.

 

     ​적당히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함을 잊지 않는 작가는, 이 작은 나라의 활약을 통해, 소위 강대국들의 행위를 유쾌하게 비웃는다. 평화를 위해 ()무기를 개발하지만, 스스로 만들어 낸 무기에 도리어 위협을 당하는 모습은, 마치 커다란 덩치이지만 번번이 당하기만 하는 만화영화 톰과 제리속 톰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랜드 펜윅의 행위가 꼭 긍정적으로만 보이는 건 아니라는 게 재미있는 점이다. 어쨌든 그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외국을 침공’(물론 이 말은 약간 어폐가 있긴 하지만)한 나라고, 일종의 계략을 사용해 다른 사람의 돈을 ()강제로 뺏으려 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강자와 약자가 부딪힐 때, 약자 쪽을 응원하는 기분이 들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작품은 미국과 소련이 아직 냉전을 벌이고 있던 당시를 배경으로 한다.(실제 그 시대쯤 쓰였다) 이 꽉 막힌 상황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당대의 지성인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문제. 더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상당히 위기감도 고조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작가는 문제의 해결을 힘을 가진 이들에게 맡기지 않는다. 힘을 의지하는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도리어 서로를 멸망시킬 정도로 위기를 고조할 뿐이라는 건 역사가 보여주는 사실이니까. 오히려 문제는 힘을 가지 못한 이들을 통해서 선의를 가진 작은 자들의 연합을 통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힘 있는 자들이 이익의 나눠먹기를 통한 계산적 균형을 추구하는 반면, 이들 약한 자들은 선의에 근거한 연합을 추구한다. 힘이 아닌 선의와 믿음을 통한 평화... 이상적이지만 매력적인 대안.

     물론 약한 자라고 해서 늘 선하거나 옳은 건 아니라는 점이 고려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 역사에서는 국가 정도의 큰 체제와 시스템을 순전히 선의에 근거해 세우려는 시도는 대개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래도 좀 새로운 대안이었던 것은 사실. 그리고 그 약소국 20개국 연합에 레바논, 이스라엘 정도의 서아시아 국가를 빼면, 아시아 국가가 전혀 없다는 부분은 좀 아쉽다.

 

     재미있는 설정. 후속편도 있다던데 도서관에서 발견하면 꼭 빼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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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7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란가방 2017-07-18 16:00   좋아요 0 | URL
기프티북으로, 서재주소로 해서 보내드렸습니다.
이건 주문취소도 안 된다네요..;;;
다시 한 번 살펴봐 주세요. (아니면 알라딘 고객센터 전화 콜.. ㅠ)

2017-07-18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어머니와 산다
한기호 지음 / 어른의시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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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중년의 출판평론가이자 독서운동가인 작가가 노년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소소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원래는 블로그에 올렸던 일기 형식의 글인데, 어머니와 관련된 내용을 뽑았다.

 

      아내와 이혼을 하고, 두 딸은 프랑스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있는 상황.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급격히 쇠약해진 노모를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니라 직접 모시기로 한 결심이 쉬운 것은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책속에는 그 부담선물로 변하는 상황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출판평론가답게, 일상의 여러 경험들을 설명하는 과정에 수많은 책들이 아울러 소개된다. 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그의 삶이기 때문에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부모님을 모시는 일에 관한 내용도 있고, 50대 남성이 살아가면서 자주 겪을 수밖에 없는, 죽음의 경험에 관한 책들도 여럿 소개되고 있다.

 

2. 감상평 。。。。。。。

     국이나 찌개가 없으면 식사를 못하시는 노모를 위해 국과 찌개를 끓이고, 어머니의 약한 치아를 위해 과일을 일일이 갈아서 드리는 일을 매일 같이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하지만 작가는 어머니를 모시는 일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잘 한 것 중 하나라고 말한다. 어머니를 모시는 일에 진지하게 나섬으로써 인생의 지혜를 배웠기 때문이다.(사실 이건 모든 일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작가는 어느 순간 자신이 어머니를 모시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어머니가 자신을 챙기고 계신다는 것을 깨닫는다. 부모라는 존재는 자식의 나이가 얼마이든 늘 그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곤 하니까. 비록 근력은 떨어졌을지언정, 정신만은 그렇게 살아서 자식들을 돌보기 마련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수 년이 지난 나도, 언젠가는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다보니, 한 쪽 한 쪽에서 깊은 향이 나는 듯한 느낌이다.

 

     책 속에 소개되는 다양한 또 다른 책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 뒤편에는 이제까지 언급되었던 책의 목록이 한 눈에 잘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정리가 되어 있어서 실용적인 면도 갖췄다.(이런 데를 보면 천상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소개되는 책들도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물씬 생겨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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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이 소중하다 - 한 뉴요커의 일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서동수 옮김 / 세미콜론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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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는 대니는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듣게 된다. 아내인 패티가 지하철역에서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는 것. 둘 사이에는 이제 겨우 10개월 된 아들 잭이 있었다. (이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지...)

     사고를 당한 지 2년 후, 대니는 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냥 아무 거나. 눈에 보이는 것은 뭐든 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이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냥지나쳐버렸는지를 새롭게 깨닫게 된다. 일상적으로 보던 것들의 소중함을 그림으로 표현해 낸, 일상 드로잉 에세이.

 

 

 

2. 감상평 。。。。。。。

     이 선물 받은 책을 딱 펴 보는 순간 하는 소리를 냈다. 선물한 사람의 마음이 느껴져서다. 얼마 전부터 펜 그림 연습을 시작한 나에게, 첫 장부터 수많은 펜 그림들로 채워진 이 책은 마치 보물상자 같은 느낌이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에 담겨 있는 그림들은 한 번쯤 따라 그리고 싶은 충동이 잔뜩 차오른다.

     일상 속 평범해 보이는 것들을 그리는 작가는 그것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긴 그렇다. 무슨 대단한 예술가들이 그리는 것들도 결국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이 아니던가? ‘모나리자는 옆집 아주머니고, ‘별이 빛나는 밤은 어느 도시의 많고 많은 밤 풍경들 중 하나다. 그 평범한 것들에서 특별함을 발견한 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그 특별함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설득에 성공한 것이 예술이다.

     만물을 경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그래서 특별함이 느껴진다. 그가 그림을 그리거나 무슨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해도, 그냥 삶 자체에서 예술적 기품을 흘러나온 달까.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모든 것에서 소중함을 발견하게 된다면, 지금 보단 서른 배 쯤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어쩌다 보니 매력적인 그림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책 속에 담긴 글도 제법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깊이가 있다. “사람들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이유가, 실제로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 것을 그리기 때문이라는 부분은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다. 직접 작은 그림들을 그려보고 있는 나로서는, ‘눈에 보이는 대로그리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절감하고 있는 차였다.

     그런데 어디 그림만 그럴까. 인간을 대하는 데에도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생각을 먼저 꺼내 대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선입관을 갖고 사람을 대하고, 선입관을 갖고 일을 대하고, 선입관을 갖고 책을 대하고... 예수께서는 천국은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세상을 본다. (물론 뱀처럼 지혜로워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볼 때, 그 안에 담긴 섭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꽤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 책의 글자가 마치 손으로 쓴 것처럼 제각각이다. 펜그림과 함께 특별한 느낌을 주니, 눈은 좀 아파도 괜찮게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책장에 페이지가 표시되지 않을 것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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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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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장년을 넘어 노년으로 향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차곡차곡 쓴 에세이집. 에세이답게 너무 무거운 주제나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은데,(더구나 제목을 보라) 작가는 세상 모든 일을 조금 떨어져서 보면 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책 표지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끌린다. 원피스형 수영복을 입은 여성이 실내수영장을 천천히 걷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내딛는 모습. 뭔가 조심스러워 보이면서도, (물의) 저항을 감수한 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이 책의 주제를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2. 감상평 。。。。。。。

     책을 읽는 동안, 재작년 읽었던 미움 받을 용기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결과적으로 불행을 스스로 찾아 가는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와 격려라는 점에서 특히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만 이 책은 작가 자신의 경험이 좀 더 많이 반영된지라, 특별히 신앙적인 이해가(작가는 가톨릭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좀 더 전면에 드러난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다.

 

     작가는 회피대신 직면을 선택하라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아무리 나쁜 일이라고 하더라도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경험에서 나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모든 일이 다 잘 풀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행한 일은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46), 인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으며(67),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해받는 일은 어렵다(96). 심지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반드시 결과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152).

     하지만 좌절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불행을 재산으로 여기고, 인생의 무게를 개성을 발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면 된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면, 또 못할 것은 뭐란 말인가. 이 때 중요한 것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거리두기이다. 지나치게 밀착되면 자세가 흐트러진다. 불행은 훨씬 더 커 보이고, 희망의 빛은 실제보다 더 멀어 보인다.

 

     다만 이런 모든 조언들이, 막상 절망의 골짜기를 걷고 있는 사람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 하지만 그 또한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는가. 전시야전교범은 실제로 싸움이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읽는 게 아니라, 전쟁에 나서기 전에 보는 것이니까. 책의 크기도 작은 것이 딱 임무수행수첩을 보는 느낌. 모두가 처음 가보는 인생이라는 힘겨운 전쟁터에 챙겨 갈만 한 작은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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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 신은 혼자서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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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줄거리 。。。。。。。

     어느 날 바다에서 컨테이너 하나가 건져진다. 그 안에는 참혹하게 죽은 여러 소녀들이 있었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던 릴리는 차원 사이의 또 다른 세계에서 존을 만난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했던 릴리는 존의 헌신적인 간호로 조금씩 회복되어 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녀를 자꾸 증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릴리가 깊은 잠에 빠질 때마다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여인. 그녀는 에덴동산의 이브(하와)’였다. 릴리는 그녀와 함께 오래 전 창조의 그 날을 목격했고, 이어서 인간의 창조와 범죄의 결과그 모든 과정 속에서 시종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의 증인이 된다. 그리고 점차 상처를 딛고 회복되어 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깨어난릴리.

 

   

 

 

2. 감상평 。。。。。。。

     『오두막, 갈림길의 작가 윌리엄 폴 영의 신작이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었던 비참함을 겪은 주인공 소녀가 치유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전형적인 성장소설인데, 역시 관건은 어떤 계기로 이런 치유와 성장을 이뤄내느냐 하는 부분일 것이다.

 

     작가는 소녀를 증인으로 불리게 함으로써 그녀가 뭔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임을 시작부터 암시한다. 그녀가 본 것은 창세기의 처음 몇 장에 실려 있는 사건들이었다. 릴리가 처음에 만난 사람은 아담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이브였는데(이 부분에서 작가는 창세기의 설명에 대한 좀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여섯 살 때 엄마에 의해 팔려가 수많은 성적 학대를 받다가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어져 버림을 받은 릴리는 그런 이브에게 곧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배신의 경험을 한 이브의 선택(그녀는 아담을 만나기 위해 스스로 동산을 걸어 나온다)을 보며,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깨달음과 힘을 얻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은, 아담이 이브의 권유에 의해 선악과를 따먹게 되었다는 성경의 원래의 기록과는 좀 어긋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후 기록들에서는 이브의 잘못보다는 아담 쪽에 거의 모든 책임을 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에, 작가의 이런 해석은 또 아주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릴리가 목격한, 그리고 그녀가 증언하게 될 보다 핵심적인 가치는, 아담을 만들고, 그를 사랑했으며, 그가 자신을 떠난 후에도 여전히 그를 포기하지 않는 하나님의 모습이다. 사실 릴리를 자신의 아픔을 극복해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브의 앞선 선택도, 바로 이 하나님의 사랑에 근거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상처받은 영혼은, 그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분에게 돌아갈 때에 온전한 치유를 받을 수 있다는, 기독교의 전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상처받은 두 여자가 만나 이루는 회복의 이야기는 따뜻하다. 그리고 여기에 곁들어진 헌신적인 조력자들은 상처받은 이들을 대하는 참된 기독교 공동체가 보여주어야 할 모습을 잘 보여준다. , 그냥 적당히 읽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익숙한 이야기를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되살려낸 것도 인상적이다.

     다만 작가의 전작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신선함은 좀 덜한 감이다. 우선은 작가의 책을 벌써 세 권이나 보면서 작가 자체에 익숙해진 것도 있고, 작품마다 거의 비슷한 얼개(상처받은 주인공, 혹은 깨어진 자아가 어떤 만남을 통해 치유된다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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