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요약 。。。。。。。

     장년을 넘어 노년으로 향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차곡차곡 쓴 에세이집. 에세이답게 너무 무거운 주제나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은데,(더구나 제목을 보라) 작가는 세상 모든 일을 조금 떨어져서 보면 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책 표지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끌린다. 원피스형 수영복을 입은 여성이 실내수영장을 천천히 걷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내딛는 모습. 뭔가 조심스러워 보이면서도, (물의) 저항을 감수한 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이 책의 주제를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2. 감상평 。。。。。。。

     책을 읽는 동안, 재작년 읽었던 미움 받을 용기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결과적으로 불행을 스스로 찾아 가는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와 격려라는 점에서 특히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만 이 책은 작가 자신의 경험이 좀 더 많이 반영된지라, 특별히 신앙적인 이해가(작가는 가톨릭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좀 더 전면에 드러난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다.

 

     작가는 회피대신 직면을 선택하라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아무리 나쁜 일이라고 하더라도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경험에서 나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모든 일이 다 잘 풀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행한 일은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46), 인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으며(67),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해받는 일은 어렵다(96). 심지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반드시 결과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152).

     하지만 좌절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불행을 재산으로 여기고, 인생의 무게를 개성을 발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면 된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면, 또 못할 것은 뭐란 말인가. 이 때 중요한 것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거리두기이다. 지나치게 밀착되면 자세가 흐트러진다. 불행은 훨씬 더 커 보이고, 희망의 빛은 실제보다 더 멀어 보인다.

 

     다만 이런 모든 조언들이, 막상 절망의 골짜기를 걷고 있는 사람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 하지만 그 또한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는가. 전시야전교범은 실제로 싸움이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읽는 게 아니라, 전쟁에 나서기 전에 보는 것이니까. 책의 크기도 작은 것이 딱 임무수행수첩을 보는 느낌. 모두가 처음 가보는 인생이라는 힘겨운 전쟁터에 챙겨 갈만 한 작은 노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