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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타이타닉, 그리스도인 - 기독교 세계관으로 대중문화 읽기
윌리엄 로마노프스키 지음, 정혁현 옮김 / IVP / 2004년 8월
평점 :
1. 요약 。。。。。。。
이 책은 기독교계의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비평하고, 나아가 대안을 제시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대중문화에 대한 기독교의 일반적인 관점은, 그것을 소위 ‘반 문화적’이라고 할 수 있는(혹은 적어도 경계의 대상으로 여기는) 입장이다. 책에서는 미국의 예를 주로 인용하고 있지만, 일종의 ‘검열’을 거친 작품만을 허용한다든지, 애초에 특정한 주제들만을 다룬 작품을 만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대중문화/예술은 고급문화에 비해 하위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저자는 대중예술 자체로도 “삶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에(20), “그리스도인들이 주류 대중 예술의 지배적인 세계관을 이해하고 비평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 중요”(43)하다고 말한다. “교양 있는 예술과 교양 없는 예술의 구별은 예술 자체보다는 계급과 관련 있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104).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대중예술/문화에 대해 진지한 접근 자세로 공부하고, 그것이 담고 있는 세계관이 적절한 지를 비판/분석할 능력을 길러 적절하게 수용하거나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문화를 창조하는 일은 “창조 세계에 대한 청지기직을 수행하는 우리의 수많은 방식 중 하나”(123)이기도 하니까. 물론 이 과정은 단지 교리를 반복해서 외치는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그랬다간 대화의 여지자체가 사라져 버릴 테니까).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본격적으로 대중문화를 대할 때 필요한 몇 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먼저는 엄밀한 분석적 도구를 마련해 작품의 주제, 사상, 경향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하고, 기독교적으로 의도된 작품들을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능력을 갖춰야 하며, 나아가 기독교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비평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210-211)
그리고 실제로 장르에 대한 분석, 또 개별 작품(이 책에서는 주로 영화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을 어떤 식으로 분석해야 할지 실제 예를 보여준다.
2. 감상평 。。。。。。。
책은 미국적의 상황을 바탕으로 했지만, 우리의 현실과도 깊이 겹쳐져 있는 게 느껴진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기독교계에서는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제한적이다. 물론 이제는 아주 적대적인 입장까지는 취하지는 않지만, 문화를 분석하는 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에 특정한 연예인이 기독교인이라는 데서 감동을 받거나 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정말로 중요한 건 그래서 그 연예 관계자의 작품에 어떤 식으로 기독교적 시각을 녹여냈는지, 기독교인이 참여한 대중예술이 어떤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이는지 하는 것일 텐데 말이다.
또 한 편으로는 아예 그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없는 기독교인들도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즐기는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기독교적 배경이 없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베스트셀러는 교회 안이나 밖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팔리고, 문제 또한 안과 밖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요컨대 우리는 문화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시각을 잃어버렸고, 그렇게 눈을 뜨지 못한 채 이리 저리 끌려 다니고 있다.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고, 대개 그런 곳들은 접근하기가 어렵다. 모두가 눈을 감은 채로 데려가고 데려가지다가 둘 다 구덩이에 빠진다.
기독교적 문화접근이 무엇인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실제로 어떤 식으로 진행될 수 있는 지까지(책을 어느 정도 읽다 보면 바로 이 부분이 궁금해진다)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물론 그 분석이 아주 쉽지는 않다. 충분한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 일부 보여주었던 대중예술 읽기의 실제적인 예를 제시하는 책이나 자리가 좀 더 많이 나타난다면 유익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