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에 불이 붙듯 - 말씀으로 형성된 하나님의 길에 관한 대화
유진 피터슨 지음, 양혜원 옮김 / 복있는사람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유진 피터슨이 그가 시무하던 그리스도 우리 왕 장로교회에서 29년 간 강론했던 내용들 중 마흔아홉 편의 원고를 책으로 엮었다. 책은 저자(혹은 헌정 대상자)에 따라 일곱 개의 그룹으로 묶여 있는데, 각각 모세, 다윗, 이사야, 솔로몬, 베드로, 바울, 요한이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오경, 역사서, 시가서, 예언서, 복음서, 서신서 등의 각 장르를 모두 섭렵하면서, 다양한 주제와 방식의 강론을 보여준다.

 

  

2. 감상평 。。。。。。。

 

     강론집, 소위 설교집은 보통 때라면 잘 보지 않는다. 일단 굳이 책으로 읽어야 할 만큼 탁월한 설교집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다가, 설교의 특성상 적시성과 현장성이 생명인데,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난 후에야 접하게 되는 설교집을 통해서는 그 부분이 많이 깎여 나간 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깎여 나가고 남은 것으로도 충분히 탁월함을 보일 수 있다면, 그 땐 좀 계산이 달라질 수밖에. 수십 년 동안 한 교회에서 최선을 다해 설교사역을 해 왔던 내공에다가, 성경 본문과 현실의 접합점을 찾아내는 독보적인 능력, 그리고 저술가로서의 재능이 더해지면 어지간히 파도에 쓸려 나가도 여전히 반짝이는 금빛 모래가 넉넉히 남아 있게 된다.

 

     물론 마흔 아홉 편의 원고 모두가 그런 탁월함을 경험할 수 있는 문장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다. 어떤 부분은 익숙함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지고, 충분히 다듬어지지 못해서 여전히 남아 있는 모호함도 보인다. 하지만 밀려왔다 물러가기를 반복하는 파도처럼, 잠시 지루해질라 치면 금세 또 깊은 데로 들어가게 만드는 장들이 나타난다. 적지 않은 페이지지만(대충 640페이지) 끝까지 읽어나가게 하는 힘이 있다.

 

     유진 피터슨은 독자를 수천 년 전 성경이 기록될 자리로 데려가는 데 능숙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피터슨이 서 있던 자리를 한 번 지나야만 한다는 점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와 지역은 오늘 우리의 그것과는 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먼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선 조금 불편한 휴게소를 몇 번 거치는 게 그리 큰일은 아니지 않은가. 저자를 따라 모세의 옆에, 다윗의 뒤에, 베드로와 요한의 앞에 서 보는 경험은 (약간 과장을 더하면) 황홀할 지경이다.

 

 

     두께가 좀 겁을 내게 만들지만, 좋은 책은 달려들지 말고 여유롭게 감상하면서 즐겨야 하는 법. 한편 씩 끝까지 읽어보면 만족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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