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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신부의 동심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5
G. K. 체스터튼 지음, 박용숙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사람이란 선량한 생활이라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쁜 짓으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무리한 이야기야.
악의 길은 오로지 떨어져 내릴 뿐이지.
1. 줄거리 。。。。。。。
셜록 홈즈와 함께 고전 탐정 소설 시대를 풍미했던 브라운 신부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집이다.(요새는 도서관에서 이 시리즈의 책을 골라 보는 데 아주 맛이 들었다.)
브라운 신부가 등장한 대표작 ‘푸른 십자가’,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의 절묘한 조화를 잘 보여주는 ‘기묘한 발자국 소리’, 인간의 고정관념을 절묘하게 뒤집어 버리는 ‘보이지 않는 남자’, 사건을 애매하게 만드는 트릭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맛이 있는 ‘이즈레일 가우의 명예’와 ‘아폴론의 눈’ 등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2. 감상평 。。。。。。。
개인적으로는 홈즈나 뤼팽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아가사 크리스티 류의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읽지 못했던 작품들이다. 그래도 퍽이나 유명한 작가라서, 요약본 형태로나마 몇 개의 작품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작품의 특징이라면 역시나 작고 통통한 체형을 가진 그가 거구의 전직 도둑인 프랑보우와 함께 다니는 설정상의 아이러니다. 정 반대의 체구에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 뭐가 그리 마음이 잘 맞는지 늘 함께 다닌다. 더구나 브라운 신부는 본업(?)은 뒷전인지 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굳이 남들이 의뢰하지도 않은 사건들에 끼어들어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는, 또 그렇게 조용히 사라져버린다. 영국식 젠틀맨의 전통일까?(작가가 영국인이다.)
체스터튼의 대에 이르면 추리소설도 나름대로의 전통이 확립된다. 뒤팽의 앨런 포가 자신만의 환상적 세계에 빠져서 혼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작품들에서는 이제 어느 정도 독자들이 추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던져 주는 데까지 이른다. 이 책에 실려 있는 ‘푸른 십자가’와 같은 작품에 그런 면이 잘 드러난다. 독자는 두 명의 신부들을 쫓아가는 형사의 입장이 되어서 시내에서 일어난 각종 이상한 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나름대로 추적을 할 수 있다. 보기만 하는 소설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소설로 전환되는 중인 것이다.
마지막 하나. 이 책의 제목인 ‘브라운 신부의 동심’은 참 어색하다. ‘동심’으로 번역된 단어는 'innocence'인데, 'The innocence of Father Brown'을 꼭 그렇게 번역해야 했을까.. 그냥 ‘브라운 신부의 순수함’ 정도로 번역했으면 좋았을 것을.. ‘동심’이라니.. 애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