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홍성사에서 처음으로 낸 이 책은 제목에 실려 있는 유명한 영국의 한 정치인의 생애를 정리한 전기다. 18세기 후반 시작된 노예무역폐지 운동의 기수였던 윌리엄 윌버포스의 이야기다. 부유한 상인 가문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게 살던 그는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면서 인생의 항로를 결정적으로 수정하기로 마음먹는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기관인 의회에서 일하기로 결심한 그는 하원의원에 출마해 당선되어 의원직을 시작한다. 그의 의원직 수행 방식은 매우 독특했는데, 휘그당과 토리당이 맞서는 의회 구도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파로서 직무를 수행했고, 심지어 대학 동기이자 절친인 피트가 수상이 되었을 시절에도 내각에 들어가지 않은 채 때로는 정부를 견제하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 협력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했다.
윌버포스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업적인 노예무역금지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의 주도로 제출한 열한 번의 법안이 상원 또는 하원에서 부결되었고, 개인적인 음해와 물리적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 기간이 거의 20년이었으니, 하나의 선을 이루기 위한 한 사람의 열정에 자연히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수없는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윌버포스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신앙 때문이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따라간다고 여겼기에, 그 과정에서 겪는 방해와 공격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는 단순히 기독교인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국가의 도덕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 왔던 인물이고, 이 과정에서 사용한 수단도 그 이상에 부합하는 방식을 취하려고 애써왔다. 오늘 우리에게 이런 정치인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싶지만 현실은...
물론 윌버포스가 살았던 시대와 오늘은 분명 다르고, 당시의 정치적 제도나 관행, 의회의 운영 방식 또한 오늘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시대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야 한다는 건 무리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참된 정치인의 모습은, 정치에 대한 환멸이 선을 넘을 것 같은 이 즈음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한 권씩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물론 태반은 읽어보지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