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역시 3.15 사건(카이사르 암살)을 이야기하자면 암살의 주모자들의 동기가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연구자들의 대략적인 합의는, 그들 사이에 무슨 대단한 공화정에 관한 이상 추구와 합의가 있었다기보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얼기설기 엮여 벌어진 우발적인 사건이라는 식이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한다.
대부분은 종신 독재관이 된 카이사르의 의사에 의해 집정관을 비롯한 고위 정무관들이 정해지는 상황을 불쾌해 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카이사르의 눈 밖에 난 인물들이 자신들에게 더 이상 명예로운 관직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을 우려해 일을 저질렀다는 식이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의 후계자가 되어 상속받은 돈으로 막대한 빚을 해결하려는 꿍꿍이가 있었다.
역시나 가장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은 마르쿠스 브루투스인데, 흔히 몽상가 정도로 그래도 나름 공화정에 대한 대의에 집중했던 몇 안 되는 인물로 묘사되던 그를, 작가는 탐욕스럽고 줏대 없는 인물로 평가절하해 버린다. 사실 이 빌드업을 위해 몇 권을 할애해 왔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읽다 보면 퍽 한숨이 나오는 인물. 앞서 반쯤 미치광이처럼 묘사된 카토의 딸과 결혼까지 하면서 이번에는 자기 부인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뭐 하나 제대로 준비한 것 없이, 카이사르를 죽이면 단번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던 음모자들이 초래한 위기는 곧 또 다른 충돌과 혼란으로 로마를 몰아넣는다. 물론 혼란을 피하기 위해 부당한 권력구조를 유지시켜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타당하지만, 카이사르의 정치가 제1계급의 최고위층 이외의 다른 계층에게는 퍽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소위 “해방자들”의 살인은 역사상 수없이 등장했던 기득권층의 반동적 만행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