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말 2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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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삶을 재구성한 역사소설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여섯 번째 시리즈인 ‘시월의 말’ 두 번째 이야기다. 이번 편에서 마침내 카이사르의 암살이 벌어진다. 폼페이우스파와의 내전에서 승리한 후 독재관이 되어 로마의 일인자로 활동하던 카이사르는 점차 피곤함을 표현하는 장면을 자주 보인다. 모든 것을 손에 쥔 최고 권력자의 삶이란 의외로 피로를 요하는 것이기도 했다.


작가는 카이사르의 공식적인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의 등장을 꽤 공을 들여 묘사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옥타비아누스가 그야말로 깜짝 등장하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콜린 매컬로는 그가 일찌감치 카이사르 옆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물론 아직은 그저 수습군관 정도였지만), 카이사르가 그를 총애했다고 설명한다. 확실히 좀 더 주목을 받게 하려는 장치.


여기에 카이사르 사후 옥타비아누스의 가장 큰 정적이었던 안토니우스에 관한 악평도 계속 이어진다. 그는 자신이 진 엄청난 빚을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인 카이사르 암살을 시도하러 관저의 담을 넘으려 하기도 했고(그가 죽으면 자신이 상속자가 될 거라고 착각), 카시우스와 브루투스 등의 암살 일당들과도 사전에 분명한 교감이 있었다. 이 책에서 그는 그냥 말 그대로 멍청하고 감각도 없는 인물로 그려질 뿐.


암살과 관련해서 카이사르가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알려져 있는 “브루투스 너 마저”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이 표현은 훗날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작품에서 사용한 표현이고, 고대에 관련 자료는 따로 없었다고 한다. 대신 작가는 그의 죽음을 아주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식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꽤나 리얼하게 신체의 이곳저곳(특히 얼굴, 눈 부위)이 흉기에 찔려 손상되는 장면도 보이니 조심.





그리고 역시 3.15 사건(카이사르 암살)을 이야기하자면 암살의 주모자들의 동기가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연구자들의 대략적인 합의는, 그들 사이에 무슨 대단한 공화정에 관한 이상 추구와 합의가 있었다기보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얼기설기 엮여 벌어진 우발적인 사건이라는 식이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한다.


대부분은 종신 독재관이 된 카이사르의 의사에 의해 집정관을 비롯한 고위 정무관들이 정해지는 상황을 불쾌해 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카이사르의 눈 밖에 난 인물들이 자신들에게 더 이상 명예로운 관직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을 우려해 일을 저질렀다는 식이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의 후계자가 되어 상속받은 돈으로 막대한 빚을 해결하려는 꿍꿍이가 있었다.


역시나 가장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은 마르쿠스 브루투스인데, 흔히 몽상가 정도로 그래도 나름 공화정에 대한 대의에 집중했던 몇 안 되는 인물로 묘사되던 그를, 작가는 탐욕스럽고 줏대 없는 인물로 평가절하해 버린다. 사실 이 빌드업을 위해 몇 권을 할애해 왔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읽다 보면 퍽 한숨이 나오는 인물. 앞서 반쯤 미치광이처럼 묘사된 카토의 딸과 결혼까지 하면서 이번에는 자기 부인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뭐 하나 제대로 준비한 것 없이, 카이사르를 죽이면 단번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던 음모자들이 초래한 위기는 곧 또 다른 충돌과 혼란으로 로마를 몰아넣는다. 물론 혼란을 피하기 위해 부당한 권력구조를 유지시켜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타당하지만, 카이사르의 정치가 제1계급의 최고위층 이외의 다른 계층에게는 퍽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소위 “해방자들”의 살인은 역사상 수없이 등장했던 기득권층의 반동적 만행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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