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운 에세이 정도로 생각했지만, D. A. 카슨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잠시 깜빡했다. 책의 후반부는 하나님의 공의, 주권, 심판, 징계 같은 주제와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교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관한 탐구다. 주된 논지는 앞서 언급한 하나님의 사랑으로 표현되는 대한 성경의 다섯 가지 유형에 따른 적절한 구분과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타락한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절절한 사랑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초반에 언급한 “결국 나를 사랑하시는 것 외에 다른 걸 할 수 없는 하나님”이라는 생뚱맞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저자가 학창시절 함께 했던 아프리카계 프랑스인 동료의 이중적 사고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고향에 아내가 있지만, 공부를 하러 온 독일에 와서 주말마다 매음굴을 찾아나섰다. 그게 과연 그의 기독교 신앙에 합당하느냐는 카슨의 질문에, 그가 한 대답은 “용서하시는 게 하나님의 일인 걸”이었다.
탁월한 복음주의 신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 결국 하나님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제대로 짚어낸다. 특히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칼뱅주의와 아르미니우스주의 사이의 속죄의 범위에 대한 차이 역시 나름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까지 제안된다. 그리스도의 속죄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했고, 선택된 사람들에게 효과적”이었다는 것인데, 양측의 강경파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썩 나쁘지 않은 조화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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