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은 더 이상 평범한 사람들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버렸다. 대부분은 그 정확한 매커니즘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 결과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 기술을 이용해 엄청난 힘을 획득한 사람들/조직(기업)이 생겨났다는 점이고, 그들은 제대로 된 견제 없이 자신의 힘을 키워가기 위한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개인적 권리와 사생활 침해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인데, 기업들은 이런 정보를 더 많은 이윤을 얻는 데 사용하고 있다. 책에서는 특정한 콘텐츠나 상품을 우리 눈앞에 들이미는 알고리즘의 구조 문제, 그리고 눈에 잘 띠지 않게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거나 기업에 양도하게 만드는 약관 동의 버튼, 자동화 기계의 확산으로 인한 실업문제,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할 지도 모르는 사상과 발언들의 확산을 방조하는 문제 등이 지적된다.
사실 배경이 달라졌을 뿐이지, 이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 자체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던 것들이다. 개인정보의 소유권,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개인의 권리, 인간 생명의 중요성, 모든 사람들이 받아야 할 공정한 대우, 또 인간적인 삶을 지탱시켜주는 사회의 책임 같은 주제들이 그것이다. 다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것들을 보장하기 위한 상황이 크게 변했고, 달라진 상황에서 어떻게 인간다움을 보전할 수 있을까에 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결국 이런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늘날 기술발전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전문적이어서, 입법을 담당하는 의원들조차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규제에 대한 노이로제적 반응을 보이는 반규제맹신도들도 적잖게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