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의 빽빽한 민박집들을 빠져나와 시멘트 길을 밟으며 천천히 산을 오르는 남자가 여기 ‘내 사랑 닭갈비’집에서도 보인다. 저 부근은 경사도가 사십도 쯤 된다. 시멘트 길이 휘지 않고 곧게 났기 때문에, 여기서 바라보기에는 남자가 조금씩 위로 이동하며 작아지는 전자게임의 사람처럼 보인다.

저 남자가 절에 가나? 시멘트 길은 백여 미터쯤 나아가다가 오른편으로 꺾이면서 절로 들어간다. 절은 여기서 보이지 않는다. 소나무나 향나무들을 울타리 삼아 가득 심어놓아서, 여기서는 검푸른 색깔뭉치로 보이는 데에 절이 있다. 그 곳을 빼놓고 일대는 낙엽송들뿐이다. 잎들을 다 떨기고 선 낙엽송들 풍경이, 산에 긴 꼬챙이들이 꽂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낙엽송들 사이로 난 시멘트 길에서 우회전하지 않고 그대로 사라지는 남자. 시멘트 길을 벗어나서 그대로 산으로 오르려는 모양이다. 거 참, 눈도 있고 얼음도 깔렸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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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텍스의 우리말 이름이 한국국제전시장이라더니 과연 시설이 넓고 쾌적했다. 지인이‘견문을 넓힐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면서 건넨‘오초페스티벌 초대권’은 나의 2018년 2월 2일 하루를 오로지 일산 킨텍스에서 보내도록 만들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포착되는 데 5초 걸린다는 뜻으로 ‘오초 페스티벌’이라 명명했다는데…… 문제는 그런 디자인들이 너무 많아서 관람하기 벅찼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을 행복한 비명이라 하나?

살아오면서 수많은 안내장들을 받아봤지만 오초페스티벌 전시장의 안내장만큼 내용이 깨알같이 적힌 안내장은 없었다. 관람이 끝난 뒤 안내장을 내버리기 아까워서 기념 삼아 보관하기로 했다.

아쉬운 것은 행사 첫날이라 그런지, 찾은 관람객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까닭에 편히 둘러볼 수는 있었다. (3일, 4일에 걸쳐 관람객들이 밀려들었다는 소문을 나중에 들었다.)

디자인은 이미 우리 생활의 필수요소다. 결코 선택요소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옷 하나를 사도 기능은 기본이고 모양(디자인)도 반드시 따진다. 디자인이야말로 생활과 예술을 아우르는 미(美)의 화신이다.

2018년 2월 2일, 킨텍스의 오초페스티벌 현장에는 생활과 예술을 아우르는 멋진 아티스트들이 많았다. 그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제 2회 오초페스티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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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민박집 앞에 다다랐다. 허연 눈매로 자기를 지켜볼 그 개를 예감하고서 앞만 보며 지나치려다가 언뜻 눈에 들어온 마당 풍경이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철망 안이 텅 비어 있고 마당에 세워 두던 ‘민박’이라고 먹물로 굵게 쓴 목재 입간판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지난 가을부터 산에서 날아들어 자리 잡았을 낙엽들이 즐비하다. 낙엽들만도 아니다. 과자 봉지들,‘단체 오락에 쓰이는 플라스틱 막대’, 터진 빨간 풍선 조각, 검은 비닐봉지 따위도 널려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물론 김 과장은 이 집 주인이나 가족들을 알지 못한다. 다른 민박집과는 다르게‘담장이나 대문도 없이 마당 한가운데에 민박이란 입간판 하나 세워 놓는 풍경’으로 골목의 끝자락을 점하고 있어서 기억할 뿐이다. 게다가, 사납게 생긴 시베리안 허스키까지 있으니까.

일 년 사이에 이 집이 망했나?

그런 생각을 하며 골목을 빠져나왔는데 그러고 보면 좀 이해가 안 되는 마을 풍경이었다. 작년 이맘때―눈 한 번 내리지 않은 겨울이었다.―도 혼자 이 마을로 등산을 왔었는데 그 때는 대학생들이 넘쳐나서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기가 변비 걸린 것처럼 여간 힘들던 게 아니었다.

북적대던 이 마을에도 불경기가 찾아들었나? 김 과장은, 길게 산 위 쪽으로 난 시멘트 포장길로 들어서면서 불경기 걱정도 해 보았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그렇게 쓸데없이 남의 걱정을 하며 산기슭을 오르던 게, 벌써부터 흔들리는 ‘결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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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은 오늘 이 산을 찾은 ‘음울한 목적’에 어울리지 않게 과학적인 추리도 해 보며 골목길을 오르는데 “봑! 봑!”어느 집에서 종이봉지를 찢는 소리로 개가 짖기 시작했다. 다른 집의 개까지 합세해서 짖는다. 민박집들이니까 사나운 개는 없다. 대부분 복날에 잡을 수 있는 종류들인 데다가 찾아들 민박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서 목에 줄까지 매어 놓았으니까 전혀 걱정할 게 없다. 작년까지 여기를 자주 지나다닌 김 과장이었으므로 그런 개들의 처지까지 잘 알고 있다. 괘념치 않고 골목길을 가면 되는데 다만 한 군데 신경 쓰이는 데가 있다. 골목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민박집의 개다. 그 놈은 얼토당토않게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고급 견종이다. 그 놈은 별로 짖지도 않고 허연 눈길로 지켜보는데 그게 여간 무서운 게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각 철장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다.

겁먹을 필요도 없이 그 앞을 그냥 지나가면 될 텐데 김 과장은 그러질 못한다. 바닥을 탁 탁 찍던 지팡이까지 들어 올려 두 손으로 쥐고는 조심스런 걸음으로 골목을 올라간다.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험한 겨울 산을 올라가서 음울한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이 그깟 철망에 들어 있을 개 한 마리에 신경이 쓰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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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월이 되면 우리 동네 공원 담장은 철쭉꽃들이 만발한다. 극성맞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만발한다. 이 겨울에 그 까닭을 깨달았다. 종일 햇볕 잘 드는 남향의 담장이어서----- 겨우내 받은 은총의 기쁨을 봄이 되자 온몸으로 되갚는 광경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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