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경 시인이 소주잔을 쥐고 생각에 잠겨 있는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본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그의 머리가 지구처럼 23.5로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각도기로 재 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23.5도라고 직감했다. 왜 그런 직감을 했는지 까닭은 모르겠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기운 그의 머리 쪽 방향에 놓인 빈 병들. 거나하게 취한 최 시인의 불안한 기울기를 떠받쳐주는 역할처럼 보인다. 소주잔을 든, 취한 사내 모습 사진으로 이처럼 구도(構圖)가 잘 잡힌 사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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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했던 작품속 올훼다방,
그곳에서는 이연실의 '새색시 시집가네', '목로주점'이 흘러나오고 당대 쎄시봉 문화의 주역이었던 트윈폴리오의 번안곡 '하얀 손수건'도 몇 안돼는 테이블 손님들의 대화에 분위기를 돋웁니다.

미쿡에서 60년대 초부터 우드 거스리, 피트 시거를 필두로 밥 딜런과 존 바에즈, 피터 폴 앤 매리등에 의해 주도됐던 반전운동 사조에 맥을 같이했던 포크음악이 국내에도 전파되어 저항가수로 불리는 한대수, 김민기, 양병집 등의 출현과 이연실, 양희은 등이 번안곡을 내면서 국내에서도 정체성이 불분명한 포크음악의 시대가 도래하게 됩니다.

그 중 양병집에 의해 번안됐던 '떠나지 말아요'(One More Cup Of Coffee), '역'(Don't Think Twice It's Allright)-후에 김광석이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로 제목을 바꿔 리메이크 함-등이 있었고, 이연실의 '소낙비'(A Hardrain's A Gonna Fall),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Mary Hamilton) 등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죠.

이병욱 작품 'K의 고개'에는 이러한 당시 사조가 반영되듯 존 바에즈의 '솔밭사이로 강물은 흐르고'(The River In The Pines ), 프로콜 해럼의 '창백한 하얀 그림자'(A Whiter Shade Of Pale)도 등장합니다.

작품안에 늘 BGM이 흐르는 것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연상시킬만큼 이병욱 작가의 글 안에도 음악이 공존한다는 사실에 즐거워하며 다음 페이지를 궁금해합니다.

미국에서 시작됐던 반전운동은 월남전이 절정에 달했던 70년대에 우방국인 미국에 안보와 경제를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박정희가 미국과 모종의 딜을 통해 월남참전을 선언하고 파병을 하게 되지요. 가난했던 나라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세계평화에 일조하고 6.25동란 때 받았던 유엔 원조에 대한 답례(?)를 빌미로 목숨을 담보하고 파월장병에 몸을 맡깁니다.

이병욱 작가의 작품 '숨죽이는 갈대밭'....

한쪽 눈과 다리 하나를 함석쪼가리 훈장과 맞바꾼 상의용사를 통해 그 어두웠던 기억을 소환합니다.

상의용사의 엽총탄환이 갈대밭을 가르고 갈대의 흔들림이 잔잔해졌을 때 제 숨도 멎는것 같았습니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렇게 이병욱 작가와의 만남은 코로나여파로 인적이 뜸한 화양연화에서 제게 잠시나마 음악이상의 행복감과 위안을 주었습니다.~~^^ (화양연가 최대식 사장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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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look so sad'하며 시작되던 알그린의 For the good times. 요절한 우리나라 가수 배호처럼 창자를 쥐어짜는 듯한 창법과 목소리에 나는 단번에 반했다. 태백산맥 너머 바닷가 작은 읍에서 시작한 객지 하숙생활의 외로움을 그렇게 달랬다.

제가 너무 좋아서 가사를 번역해 봤다는 게 아닙니까? 그랬더니 마지막으로 침대에 함께 누운 연인을 달래는 새벽녘의 이야기이더라고요. 창 밖에 내리는 빗방울 소리를 언급하는 가사 내용이란!”

내 회고에 사내가 첨언했다.

사실, 팝송 가사는 한 편의 시()인 경우가 많습니다. 삶의 애환과 사랑이 절절이 담겨 있는 거죠. 사실 알그린의 For The Good Times

하면서 당시 미국 내 음악평론가들이 평한 내용을 해박하게 해설해주었다. 그뿐 아니다. 어느 새 그 곡을 찾아 틀어주었다. 花樣年華 실내 공간을 꽉 채운 흑인 소울(SOUL) 가수의 애절한 음색.

당시에는 우리나라 가수도 좋았지요. 이장희. 얼마나 노래를 잘 만들고 잘 불렀습니까? ‘그 애와 나랑은’‘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등은, 명곡입니다.”

김정호도 좋았지요. ‘하얀 나비’‘이름 모를 소녀.”

송창식도 좋았지요. ‘창 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

저는 그분들이 천재라는 생각입니다. 정작 우리나라 가수라서 잘 모르고들 있는데 그분들은 세계 어디다 내놓아도 뒤지지 않습니다.”

“‘아침이슬을 만든 김민기도 천재이지요.”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가 앰프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새 밤 9시가 가까워졌다. 사내가 말했다.

손님이 없어도 저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지내니까 행복합니다. 오늘처럼 음악도 좋아하고 얘기도 나눌 수 있는 분이 오면 더 행복하지요.”

사내의 배웅을 받으며 花樣年華를 나섰다. 다시 쌀쌀한 전염병의 밤거리에 들어섰다. 음악처럼 우리 마음을 쉽고 편하게 달래주는 예술이 있을까. 영혼까지 쉬 다가오는 음악들. 사내의 花樣年華 카페는, 쌀쌀한 밤거리 같은 세상에서 따듯한 영혼을 고수(固守)하는 곳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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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자리에 앉은 내게 물었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저는 커피 마시면 밤잠을 못 이루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걸로 주시죠.”

사내가 얼마 후 유자차를 끓여 내왔다. 나는 내 책들(‘숨죽이는 갈대밭 ‘K의 고개’)을 건네며 말했다.

제가 드리려고 갖고 왔습니다.” 사내가 책들을 받으며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말에 나는 내가 소설 쓰게 된 내력을 털어놓았다. ‘젊은 시절의 꿈인 소설을 쓰고 싶은 갈망에 30년 교직을 명퇴했다는 것과 그에 얽힌 얘기다. 얘기는 자연히 먹고 사는 일과 예술을 조화시키는 문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예술에 꿈을 갖는 이들이면 숙명적으로 겪어야 하는 문제다. 쉬운 답은 없다. 얘기 끝에 사내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 카페의 실내 색이 강렬해서 놀라지 않았습니까?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하는 아들 녀석이 직접 구상하고 직접 페인팅 한 거죠. 여기 건물주가 와서 보고는 놀라서 이러지 뭡니까? ‘아니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그래요?’하하하.”

함께 웃다가 내가 의견을 말했다.

괜찮아 보입니다. 뭐라 그럴까, 야수파 그림 속 같다고 할까요?”

저도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마음 편해지는 색들입니다. 아들 녀석이 화양연화라는 상호도 작명했지요.”

두 시간 가까이,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우선은 음악 얘기다. 사내의 수십 년 음악 사랑을 보여주듯 벽을 가득 채운 LP 나는 음악의 홍수 속에 빠져서 주체하기 힘들어졌다. 간신히 내가 좋아하는 팝송의 제목 하나를 기억해 냈다.

제가 젊은 시절, 그러니까 70년대 중반쯤 알그린의 For the good times을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고는 흠뻑 빠지지 않았겠습니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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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있는 음악카페라, 나는 길에서 그대로 문을  들어섰다. 바짝 마른 사내가 음악 속에 있었다. 세상에, 음악소리 못지않게 강렬한 실내 색채라니! 천장, 바닥 , 벽까지 초록색과 주황색이 주조를 이뤘는데 의외로 어지럽지는 않았다. 그 까닭이 뭘까? 나는 야수파(野獸派) 그림 속에 들어서서 재즈를 듣는 낯선 경험부터 하였다.

사내가 잠시 머뭇하다가 나를 알아보았다. 사실 우리는 처음 만난다. 내가 페북 친구인 정재식 씨한테 ‘최대식’이란 이름의 동기동창이 춘천에서 음악카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시작이다. 음악처럼 쉽게 마음을 달래주는 예술이 어디 있던가. 더구나 그 옛날(70년대)처럼 DJ가 손님이 청하는 음악을 틀어주기까지 한다니. 나는 불현 듯 밀려오는 70년대 음악다방의 향수에, 용기 내어 최대식이란 이름의 DJ 사내한테 먼저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 화양연화 음악카페에 가보고 싶은데 위치가 어떻게 됩니까?”

“석사동 행정복지센터 아십니까?”

“네, 그 자리에 건물을 새로 짓고 있는 동사무소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 건물과 농협 사이로 5분 거리에 화양연화 카페가 있습니다.”

“몇 시까지 하나요?”

“원래는 밤 10시까지인데 요즈음 전염병 때문에 손님들이 많지 않아 9시까지로 줄였지요.”

“그럼, 제가 밤 7시부터 8시 사이에 찾아가겠습니다.”

그런 사전 통화가 있은 뒤 얼마 후 집을 나선 것이다. (계속)


참조1. 정재식: 교통 오지인 북산면 삼막골에서 살다가 얼마 전 비교적 교통 좋은 고탄으로 이사한 금속공예가. 이사하면서 반려견의 집까지 새로 지어 사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멍첨지가 안락한 새 개집 속에 누워 밖을 내다보는 흐뭇한 표정(?)이라니! 한 편 작년에 ‘삼막골 사내 정재식’이란 제목의 연재수필을 페이스북에 게재한 바 있다. (블로그‘무심 이병욱의 문학산책’에도 동시 게재.)

참조2. 야수파: 20세기 초 유럽에 나타난 전위적 경향의 하나로 강렬한 원색과 거친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 미술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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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20-03-0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건강하시죠? 감사의 인사 드리려고요. 선생님 블로그에 서평을 써 주셨더군요. 그것도 8월에. 전 정말(!) 까마득히 몰랐습니다. 진즉에 알았으면 감사의 말씀 드렸을텐데...(저도 선생님 못지 않게 무심합니다 ㅠ ㅠ). 세심한 세가지 평가는 앞으로 글을 쓰는데 많은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국어 선생님이 해주신 평이라 더더욱 의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무심 선생님. 꾸벅.

무심이병욱 2020-03-07 19:18   좋아요 0 | URL
대체로 남자들은 무심한 편입니다. 하하하
저는 찔레꽃 님의 성실한 ‘책 만들기‘에 감명 받은 바 큽니다. 국어선생 못지 않게 맞춤법 문맥 등이 정확해서 감탄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성실하게 좋은 책을 계속 내리라 믿습니다. 문운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