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look so sad'하며 시작되던 알그린의 For the good times. 요절한 우리나라 가수 배호처럼 창자를 쥐어짜는 듯한 창법과 목소리에 나는 단번에 반했다. 태백산맥 너머 바닷가 작은 읍에서 시작한 객지 하숙생활의 외로움을 그렇게 달랬다.

제가 너무 좋아서 가사를 번역해 봤다는 게 아닙니까? 그랬더니 마지막으로 침대에 함께 누운 연인을 달래는 새벽녘의 이야기이더라고요. 창 밖에 내리는 빗방울 소리를 언급하는 가사 내용이란!”

내 회고에 사내가 첨언했다.

사실, 팝송 가사는 한 편의 시()인 경우가 많습니다. 삶의 애환과 사랑이 절절이 담겨 있는 거죠. 사실 알그린의 For The Good Times

하면서 당시 미국 내 음악평론가들이 평한 내용을 해박하게 해설해주었다. 그뿐 아니다. 어느 새 그 곡을 찾아 틀어주었다. 花樣年華 실내 공간을 꽉 채운 흑인 소울(SOUL) 가수의 애절한 음색.

당시에는 우리나라 가수도 좋았지요. 이장희. 얼마나 노래를 잘 만들고 잘 불렀습니까? ‘그 애와 나랑은’‘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등은, 명곡입니다.”

김정호도 좋았지요. ‘하얀 나비’‘이름 모를 소녀.”

송창식도 좋았지요. ‘창 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

저는 그분들이 천재라는 생각입니다. 정작 우리나라 가수라서 잘 모르고들 있는데 그분들은 세계 어디다 내놓아도 뒤지지 않습니다.”

“‘아침이슬을 만든 김민기도 천재이지요.”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가 앰프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새 밤 9시가 가까워졌다. 사내가 말했다.

손님이 없어도 저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지내니까 행복합니다. 오늘처럼 음악도 좋아하고 얘기도 나눌 수 있는 분이 오면 더 행복하지요.”

사내의 배웅을 받으며 花樣年華를 나섰다. 다시 쌀쌀한 전염병의 밤거리에 들어섰다. 음악처럼 우리 마음을 쉽고 편하게 달래주는 예술이 있을까. 영혼까지 쉬 다가오는 음악들. 사내의 花樣年華 카페는, 쌀쌀한 밤거리 같은 세상에서 따듯한 영혼을 고수(固守)하는 곳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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