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이다. 나는 농막 안에 엎드려서 밖을 내다보았다.

아직은 농막의 문을 열어놓고서 지낼 만한 날씨다.

작은 멧새 한 마리가 땅바닥의 무슨 먹이를 쪼아 먹고 있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멧새는 먹이를 쪼아 먹으면서 연실 주위를 살핀다. 잠시도 편하게 먹는 모습이 못 된다. 저리 먹다가 음식에 목이 메일까봐 걱정이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모든 짐승들은 먹이를 먹는 순간 주위를 살피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럴 만했다. 먹이를 먹는 순간이 아주 위험한 순간이었다.

사나운 상위(上位) 짐승이 한 발 한 발 숨죽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순간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먹이 자체가 자신을 포획하는 미끼일 수도 있다.

땅바닥의 작은 벌레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에는 멧새의 처지는 너무 불안정했다.

 

우리 인간도 그렇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잠시라도 마음 편할 수 있을까? 음식이 혀를 델 만큼 뜨겁지 않은지 살펴야 하고, 음식을 먹다가 지인(知人)이 나타나면 인사하는 일을 놓쳐서도 안된다. 옆 자리의 손님이 뭐라고 외치면 귀 기울여야 한다. “여기 부탄가스가 새요!”하고 외치는 수도 있으니.

그렇다. 농막 앞의 작은 멧새나 농막 안에 엎드려서 쉬는 나나 음식을 먹을 때 온 신경을 음식에 기울이기 어려웠다. 멧새는 목숨을 거는 일이고 나는 그 정도는 아닌 수준의 차이만 있었다.

그 수준을 우리 인간은 문명(文明)’이라 이름붙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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