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저울 - 수평사회, 함께 살아남기 위한 미래의 필연적 선택
김경집 지음 / 더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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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한 한국 사회를 위한 제언

 

 

김경집의 강연을 읽은 적이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강연이었는데,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라는 책으로 출간이 되었다. 그 책을 읽으며 김경집의 강연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그가 쓴 책이라는 걸 알고 읽게 되었다. 그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정말 글을 논리적으로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의 강연 책을 읽으면서도 논리적인 사고가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참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책에서도 그것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짧은 주제가 아닌,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그의 사고를 엿볼 수 있어서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필자의 주장에 많은 공감이 되기도 했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현재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서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었다.

 

필자의 주장에 대해서 동의하지 못한 부분은 먼저 학생들의 교복에 대한 생각이었다. 필자는 교복이 학생들의 개성과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한때 교복이 없어졌다가 다시 부활한 것이 어른들의 고정관념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의 교복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은 가장 먼저 보호 받아야 할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옆에 끼고 살지만, 중·고등학생이 되면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 집을 떠나려고 한다. 이때가 가장 사회적 유혹에 쉽게 휩쓸리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교복은 그런 유혹을 조금은 차단해 주고, 본인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학생들의 개성과 자유를 추구하다가 유명 브랜드의 옷을 사느라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겉에 입는 옷도 비싼 걸 사서 '등골브레이커스'나 옷의 가격에 따라 등급을 매기기도 하면서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처음에 그런 과도기를 거쳐서 자정 작용을 거치면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고는 필자의 생각에 많은 공감이 되었다. 1997년 IMF 사태 이후에 우리 사회의 균형의 추가 점점 기울어지게 되었단다. 특히, 보수가 집권하는 시기에 자살률과 살인사건이 많이 발생한 게 자료 분석으로 나와 있는 사실이라니, 관심을 가져 볼만한 이야기였다. 그는 이러한 '보수'를 정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로서 바라보고 경제 민주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교육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특히, 수시 입학이 소수를 위한 특례를 만들 뿐이라는 날 선 비판은 구구절절 옳은 얘기였다. 또한, 교사가 다양한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나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사학법 파동 문제에 대해 우리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수평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새로운 노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새로운 노인상은 바로 세시봉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손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나도 노년층과 젊은층이 점점 세대 간 갈등이 첨예해 지고 있는 것 같아서 필자의 주장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에필로그에 검찰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는데,,, 속이 시원할 정도로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었다. 권력의 개,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는 검찰이 스스로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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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 멸종 진화 - 생명 탄생의 24가지 결정적 장면
이정모 지음 / 나무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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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생명의 탄생과 소멸의 진화

 

 

우리는 지구에서 어떻게 생명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우주는 작은 먼지 한 톨에서 시작된 빅뱅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그 우주 속의 지구에서 하나의 생명체가 탄생하여 인류가 되는 과정은 정말 하나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지구에서 생명체가 진화되어 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이었다.

 

지구에서는 생명의 탄생이 물 속의 미생물에서 바닷속 생물들이 만들어지고 점차 육상으로 진출하다가 직립보행을 하게 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책의 저자인 이정모는 진화에 초점을 맞춰서 그림을 곁들여서 쉽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전에 몰랐던 내용들이 있어서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진화의 과정을 꼭 동물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눈의 탄생이나 귀의 진화, 나무의 진화나 성의 탄생 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마지막 24번째 얘기일 것이다. 우리 지구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4억 4천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에 전체 생물 종의 85%가 사멸했다. 두 번째는 3억 6천만 년 전 데본기 말에 70%의 생물 종이 멸종했다. 세 번째는 2억 5천만 년 전 페름기 말에 전체 생물 종의 95%, 2억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 때는 생물 종의 80%, 마지막 다섯 번째는 6,6000만 년 전 백악기 말 대멸종 때는 전체 생물 종의 75%가 사라졌다고 한다. 여기서 95% 생물 종의 멸종은 지구에 100종류의 생명이 살고 있었다면 이 가운데 95종류가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고 모조리 사라졌으며 나머지 5종도 몇 개채만 살아남았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바로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이하고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나는 사실 생물 종의 대멸종은 지구에서 화산폭발이나 지진, 전쟁, 운석 충돌 등의 큰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투모로우>를 봐도 기상이변 등으로 한순간에 북반구가 얼어버리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고생물학자들은 세 번째 대멸종이 최소한 100만 년에 걸쳐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당시 살았던 동물들은 자기들이 멸종기에 있는지도 눈치 채지 못했을 거란다. 이게 무슨 말인가? 최소한 100만 년이라니,,,

 

현재 우리 주변에서 동식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멸종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환경 변화 때문이 아니었던가? 이게 어떻게 대멸종 시기라는 것인지,,, 지금까지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많이 놀라고 말았다. 환경오염과 기상이변으로 인해서 동식물의 멸종이 더 앞당겨 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인류가 출현하기 전에는 포유류 한 종이 멸종하는 데는 평균 50만 년이 걸렸는데, 인류가 출현한 후에는 한 달에 한 종 꼴로 멸종하고 있다니,,, 정말 심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대멸종이 중요한 이유는 그 당시 최상위 포식자들은 반드시 멸종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최상위 포식자는 바로 우리 인류이기 때문이다. 학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은 산업혁명 시기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500년 안에 생물 종의 5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한다.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도 길어야 1만 년이 걸릴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세 번째 대멸종보다 100배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다. 바로 우리가 오염시킨 환경 때문에 더욱 더 가속도가 붙는 것이다. 지구의 46억 년 역사에서 인류는 겨우 20만 년을 진화해 왔을 뿐이다.

 

이 내용 외에도 인류라는 생물에도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현재 지구에는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아 개체 수가 71억이 넘는 군집을 이루었다고 한다.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로 그냥 진화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특히,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가 바늘을 발명하여 따뜻한 옷을 만들어 입었다는 점이라는데, 이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네안데르탈인은 바느질을 못해 옷을 겉에 걸치기만 했단다. 그래서 손과 발이 동상에 걸리고 추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멸종하게 되었다니,,, 바늘 하나로 생물 종의 운명이 바뀌어 버린 것이 흥미로웠다.

 

이 외에도 시조새와 새는 다른 생물 종으로 각각의 진화 과정을 겪었다는 것, 상어가 몇 번의 대멸종도 이겨낼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게 진화해 왔다는 것, 고래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진화 과정, 귀의 진화, 눈의 탄생 과정 등이 흥미로운 내용들이었다.

 

처음에 지구에서 바다가 생기고 바이러스가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이 조금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구에서의 탄생, 진화, 멸종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었다. 동물들의 진화가 아니라 진화 과정에 대해 조금 더 세부적으로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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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만난 심리학 - 미술과 문학에 숨은 심리학 코드 읽기
박홍순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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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문학 속의 심리학 분석

 

 

미술 작품만 봐도 기분을 바꿀 수 있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것이 바로 <그림의 힘>이라는 시리즈 책이었다.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기 위한 그림과 심리학의 측면에서 분석하는 미술 작품은 전혀 다르다는 걸 이 책을 보고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심리학의 측면에서 분석하기 좋은 그림들은 보기만 해도 우울하고 감정적인 동요를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대부분의 색깔도 어두침침해서 <그림의 힘>에서 나오는 작품들과는 확연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 대비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 종류의 심리학 책이 아니다. 필자가 저자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마음이나 정신을 수양하는 차원이 아니라 본격적인 심리 분석의 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사람 간의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스트레스 받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은 다른 책을 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심리학 자체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재미있게 읽어 볼 만한 책이었다.

 

그래서 심리학 입문서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심리학 이론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이론들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심리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 그것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분석되는지 알고 싶을 때 읽기에 적절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필자인 박홍순은 미술 작품과 문학 작품을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읽어 내기에는 어느 정도의 심리학이나 인문학적인 수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심리학의 본격적인 학술 서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미술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상을 문학 작품과 철학, 인문서적에서 찾아내어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서 일반인이 읽기에도 무리없이 읽혔다. 단지, 문학 작품과 인문서적 등을 인용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뚝뚝 끊기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 문학 작품과 인문서적을 모두 읽었다면 읽는 데에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책을 읽지 않았다면 조금씩 인용된 부분만 읽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3부에서 심리가 사회적 행동을 조종한다며 다중인격을 권하는 현대사회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현대 시대가 완전한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가상 세계나 네트워크에 어울리기 위해 우리는 점점 더 짧은 토막의 파편으로 변화되는 것 같다. 말도 짧고 간결하게 하려고 하고 아예 이모티콘을 쓰거나 하는 것처럼. 게다가 사이버 세상은 자신의 인격을 새롭게 만들기에도 무척 쉬우니 말이다. 언젠가는 다중인격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사회문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어쨌든 원래 미술 작품을 좋아해서 많이 봐왔고, 심리학에도 관심이 있었던 터라, 이렇게 미술 작품과 심리학을 함께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게다가 미술 작품을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감상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리학의 무의식에서부터 인간의 불안, 우울, 열등감과 우월감 등과, 인간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지배하고 복종하는 관계, 다중인격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는 읽기였다.

 

 

* 네이버 책좋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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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물리학 -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계물리학의 아름다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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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으로 바라본 사회 현상

 

 

이 책은 가끔 TV에서 보던 '강연 100도씨'를 보는 것 같았다. 일반인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물리학 이론을 가지고 사회 현상을 연구한 책이다. 특히, 통계물리학의 세상은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그래프나 이미지를 가지고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과학자들은 우주의 법칙을 알려주는 단순한 수학 공식을 찾기를 염원한다고 한다. 우주처럼 완벽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 세계는 단 하나의 아름다운 수학 공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의 공식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회 현상에 대해 일부러 수학 공식을 적용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이 책의 필자인 김범준은 조금 엉뚱했다. 그의 연구 논문만 봐도 거창하거나 진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며 가끔 궁금해 할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조금 특이하게 생각되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물리학의 세계라기보다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물리학의 세상을 다루고 있어서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수학식이 나오기는 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읽히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다소 엉뚱하게 느껴진 연구 과제는 대체로 이랬다. 프로야구팀 이동거리의 문제,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누가 맞게 될 것인지 우리나라의 성씨 문제, 확률로 본 윷놀이 전략의 문제, 네트워크로 본 이름의 유행 변천사 문제,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 등이었다. 특히, 이상한 나라의 술자리 문화에서 돌아가면서 술을 마시기 위해 술병의 바코드 숫자를 활용하는 장면이 우습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바코드 숫자를 그대로 적용하다가,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의 불만으로 십진법을 이진법으로 바꿔서 계산하기로 했다. 그래도 못 마시는 사람들이 생기자 '0'이 나오면 반대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명, 영일만 게임의 탄생 비화라고 하니,,, 통계물리학자들은 술자리에서도 대단하게 술을 마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보통은 369게임 같은 단순하면서도 헷갈리는 걸로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물리학자의 아내가 혈액형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필자는 자신이 직접 혈액형을 연구해 보려고 했다. 결론은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이지만,,, 더 많은 연구 결과를 분석하다가 B형에 대해서만 조금 특이한 관계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 결과에 대한 결론을 두 가지로 내렸는데, 하나는 진짜 B형만 특이하게 관계가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B형이 하도 대중화 되다보니 스스로 그 특징에 성격을 맞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진짜 B형의 성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년기에는 한번씩 혈액형별 성격을 재미로 볼 만했다. 나중에야 관심도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 엉뚱한 내용들을 연구하다보니, 한 강연에서 관객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연구들이 재밌기는 하다. 그런데 이걸 어디에다 써 먹으면 되겠는가?" 정말 진지한 질문이지 않은가. 김범준이 보기에는 그저 어떤 쓸모에 대한 이론적 배경만 제공하는 것도 괜찮다고 보았다. 이게 대학교에서 연구하는 사람의 자세라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대학교가 너무 상업화가 되다보니, 돈이 되지 않는 학과들을 통폐합 한다고 한다. 경제 논리로만 따지면 세상에 남아 있을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이 씁쓸한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경제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기초과학의 이론적 토대가 튼튼해야 세상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통계물리학자로서 정치적인 입장을 밝힌 부분도 있었다. 지역감정이 30년도 안된 갈등이라는 것이다.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결국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당선되기 위해 이용하는 것 뿐이다. 우리들은 거기에 휘둘릴 뿐이고. 우리나라는 북한 문제와 지역갈등만 내세우면 너무나 쉽게 당선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쨌든 메르스 후진국에 대한 문제, 승자독식 사회의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좋았다.

 

물리학은 세상의 물리적이고 수학적인 법칙만을 다루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물리학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넓은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현상을 물리학으로 재밌게 풀어 쓴 책이다. 일반인들의 과학 교양 도서로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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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던 사이언스 - 무엇이 왜 과학의 무대에서 배제되는가
현재환 지음 / 뜨인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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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과학 지식

 

 

이 책을 처음 읽고 난 후에 느낀 것은 일반 대중을 위한 과학 서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 수준이 높았고 참고 서적의 내용들도 어느 정도의 전문적인 논문을 바탕으로 한 것 같았다. 그래서 과학 지식을 대중적으로 접근하려는 입장을 지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조금은 버거운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책 목차를 보면, 분명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서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었다. 성차별주의자들의 여성호르몬에 대한 인식, 인종주의자들의 열등한 인종과 우월한 민족에 대한 인식, 최근의 구제역이라는 문제, 신자유주의 시대의 건강 불평등, 미국의 광우병과 삼성백혈병 문제, 그리고 후쿠시마의 방사선 음식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문제 등을 다루고 있었다. 이 정도면 우리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회 문제이기 때문에 필자의 생각을 쉽게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을 쉽게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전체적으로 문제를 다루는 자료 인용과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 조금 딱딱하고 학술적인 문체라는 것은 제쳐 놓고 생각해 보면,,, 솔직히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용의자 X의 과학'과 '언던 사이언스'에 대한 개념 정의가 확실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러한 개념 정의가 확실히 되어야지 그 다음에 다루고 있는 사례들도 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을 텐데,,, 읽다 보니 내가 처음에 받아들인 개념 정의와 필자의 주장이 핀트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읽다 보면 필자의 관점이 이해되겠지,,, 하고 계속 읽었는데, 더 난해한 세계 속으로 빠져든 기분이 들었다.

 

'용의자 X'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로 유명한 <용의자 X의 헌신>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그 책을 읽었기 때문에 용의자 X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과학적 지식을 마음대로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책에서도 '용의자 X'가 '기업, 정부, 언론 등 권력기관이나 정치적 음모를 꾸미는 배후세력 같은 용의자 X들이 진실을 은폐하거나 오도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필자는 이러한 '그들의 음모를 폭로하여 과학이라는 진리를 왜곡하는 정치적 술수로부터 해방시키려 노력하고자 한다.'

 

그런데 읽다가 보면, 필자는 이러한 용의자 X에게 이용당한 과학은 '과학 자체를 순수하고 가치중립적이며 확실한 답을 제공해 주는 진리의 집합체'라고 믿게 만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필자는 과학에 대한 이러한 지위를 밑으로 끌어내리고, 과학 또한 사회적·정치적·문화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종류의 지식들이 주로 생산되었고, 그 결과 어떠한 지식들이 무시되고 배제되었다고 보았다. 이러한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언던 사이언스'라는 용어를 빌려 사용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과학'이 누군가에 의해서 이용되고 가치중립적인 지식 체계가 아니라, 과학의 지식 자체도 어느 이익 집단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는 체계라는 입장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과학 논쟁과 과학기술의 논의에서 무엇이 과학적으로 옳고 그른지에 대한 내용보다는, 왜 어떤 것이 과학적으로 옳다고 판단되고 다른 것은 틀렸다고 간주되는 것인지 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어떤 사례에 대한 필자의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과학적 접근과 판단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과학적인 분석과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사례에 대한 필자의 판단이나 평가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어떤 확실한 결론을 원하는 나같은 일반 독자의 경우에는,,, 아무리 내용이 많아도 정작 필요한 내용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학적인 방법론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르는 과정이 전문 용어의 사용과 너무 많은 인용들로 인해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은 필자의 생각에 접근하기가 상당히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고 과학 자체의 분석 방법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한 필자의 생각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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