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그래피 매거진 5 최재천 - 최재천 편 -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하는 즐거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한 호에 한 인물을 다루는 격월간지이다. 잡지 전체에서 명사의 삶과 철학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책이다. 흥미로운 인물의 이야기와 함께 깔끔한 디자인이 읽기 쉽게 느껴졌다. 최재천 이전에는 이어령, 김부겸, 심재명, 이문열을 다루었다고 한다. 이어령이야 한국의 대표적인 석학으로 유명한 분이고, 김부겸은 지역갈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전 국회의원이고, 심재명은 1세대 여성 프로듀서로서 <접속>과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만든 명필름 대표라고 한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잘 몰랐던 잡지인데, 최재천이라는 이름만으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전체적으로 양장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보통의 잡지와는 다르게 고급스럽게 느껴졌는데, 분량은 생각보다 적게 느껴졌다. 그 사람의 삶과 생각을 담은 잡지이기는 한데, 자서전이나 잡다한 내용이 담긴 잡지라고 하기에는 다소 내용이 부족해 보였다. 어쨌든 잡지는 깔끔하고 여백의 미도 많이 살려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쉬면서 읽기에 딱 알맞은 분량이었다. 그런데 글자가 다소 작게 느껴졌는데,,, 그렇게 넓은 공간을 두고 글씨를 작게 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더 깔끔해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최재천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생물학자이다. 생물학을 조금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보는 몇 되지 않은 국내 학자로서 동물을 연구해 보고 싶은 많은 제자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최재천을 보면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는 걸 절실하게 알 수 있었다.

최재천은 어렸을 때부터 강릉의 물가에서 노는 걸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방학 때마다 강릉으로 놀러가기를 원했고 나중에는 혼자 찾아가서 놀고 싶어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시를 쓰거나 미술도 배우지만 결국 두 번의 재수 끝에 서울대학교 동물학과에 진학한다. 다른 진로를 찾아보다가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 있던 김계중 교수와의 인연으로 조지 에드먼즈 교수의 조수가 되어 일주일 간 전국의 개울을 돌며 하루살이를 잡았다. 그것을 계기로 최재천은 유학을 결심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리고 하버드대학교 전임 강사, 미시간대학교 조교수, 서울대학교 교수를 거쳐서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의 석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그는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이 된다. 그는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국내에 소개하여 '통섭'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현재에도 책을 읽고, 연구하고, 환경 운동을 하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최재천이 부인과 떨어져 지내면서 아들을 돌봤다는 내용이었다. 아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서 될 수 있으면 따로 저녁 약속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대 교수들 중에서는 함께 회식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럴려면 집에서 애나 보라면서 말이다. 우리나라의 회식 문화가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로의 생각이나 이론 등을 나누는 자리도 아닌데 무슨 친목을 다지겠다고 그렇게 매일 모여 회식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술을 마시고 노는 것 뿐인데 말이다. 최재천은 그것을 모두 물리치고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지켰다. 그 결과 최재천은 오히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무의미한 회식보다는 이런 활동들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최재천은 천상 자연을 벗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정글 속에 들어가 동물들을 관찰하고 싶은 게 꿈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정글 속에 첫 발을 디뎠을 때는 설레여서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불편한 생활을 감수한 그에게는 정글 속이 오성급 호텔보다 더 멋진 곳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박사학위 주제인 민벌레를 보러 가다가 개미나 거미, 나비 등에 정신을 팔리기 일쑤였다. 그가 얼마나 정글을 즐겼는지 정말 행복한 감정이 읽는 것만으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역시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는 정글이 악몽같은 곳일지라도 최재천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인 것이다. 나 같으면 얼마 못 버틸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인터뷰 속에서 최재천의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안 되더라도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 에너지 넘치는 파이팅을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통섭,,, 모든 것은 하나이다. 서로의 특성이 사라진 융합이 아니라 서로의 특성을 유지하며 발전적인 결합을 이루는 방식인 것이다. '통섭'의 제목을 붙이기 위해 1년을 고민했다고 하니, 그 제목의 의미가 더 무겁게 다가왔다. 어떤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조금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자연을 지켜 나가는 '호모 심비우스', 즉, 공생하는 인간으로 우리가 거듭나기를 바란다.

 

 

* 네이버 책좋사 스리체어스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중근 의사 자서전 범우 사르비아 총서 107
안중근 지음 / 범우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나라의 광복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4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역사를 되돌아 보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꺼내 든 안중근 의사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한숨이 나오며 부끄럽고도 한심스러운 사회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광복은 끝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은 광복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친일파들이 아직도 그 재산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불합리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우리나라에 전쟁 등의 어려운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누가 자신의 모든 재산을 들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고 할까? 결국 나라를 팔아먹고 같은 민족을 죽인 자들이 더 득세하는 세상이 되었는데 말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나라를 위해 돈을 모으고 군대를 가라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웃기는 소리다. 자신들은 갖은 핑계를 대어 군대가 면제되면서 말이다. 그리고 세금도 내지 않고 나라의 권리만 찾는 고위층들이 너무나 많다. 안중근은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인 지배층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나라가 없으면 우리 민족도 없다고 말했다. 내가 볼 때는 제대로 된 국민이 없으면 나라도 바로 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안중근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인들에 의해 더 숭배되고 떠받들어지는 것 같다. 천주교의 세례를 받았던 안중근은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몸소 실천했다. 한일합방 전에 일본군과 각개전투를 벌이면서 일본군 포로를 잡게 되면 죽이지 않고 풀어주고는 했다. 자신이 일본군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이토 히로부미 등과 같은 권력자라고 하면서 말이다. 일본인 개인의 죄가 아니라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소수 몇 명의 문제로 국한 시킨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제국주의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 버린 후라서 그 흐름을 몇 명의 힘만으로는 거스를 수 없었다는 한계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안중근은 명연설가였다. 자신의 굳은 의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인들도 감동을 받아 그를 숭배했던 것이다. 안중근은 자신의 생각과 말과 함께 행동을 일치시킨 사람이었다. 말만 번드르르 하게 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개화가 시작되고 서구 열강들이 판을 치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집어 삼키려는 혼란한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안중근...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나라를 위해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일본에 빌붙어 살아남을 것인가? 내가 그 곳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현재의 상황을 알고 나서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을까? 그 당시 독립을 위해 행동한 사람들은 아마 후회할 것이다. 어리석은 자신을, 나라를 믿었던 자신들을 말이다. 그래도 이런 분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일본이나 미국 등의 속국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일본이나 미국 등의 국민이 되지 못했다고 아쉬워 하고 있을까?

 

안중근은 명분가의 자손으로 나라를 위해 사비를 털어 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을 하였다.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였고 뜻이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염원했다. 우리나라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며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재산을 가진 일부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고 행동하고 싶지도 않다며 안중근을 피하기도 했다. 그때 안중근이 겪은 좌절이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힘차게 일어나 나라의 원수인 이토를 죽이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댓가로 안중근은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인 것은 개인이 아닌 한 나라의 군인으로서 필요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나라의 국모인 명성황후를 죽인 자들은 석방되면서 적군으로서 행한 일은 사형이 선고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라 잃은 설움인 것이다.

 

안중근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내 가슴을 찔렀다.

 

"나는 과연 큰 죄인이다. 다른 죄가 아니라, 내가 어질고 약한 한국 인민 된 죄로다."

 

그렇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부끄럽고 한심스러운 여러 감정들은 모두 한국인이기 때문에 겪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도, 안중근의 준엄한 꾸짖음을 읽고도,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 사람은 한국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나라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감정'이라도 느꼇으면 좋겠다. 그래서 국민이 뭔가를 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한 나라를 구성하는 정부로서 해야 할 일을 했으면 좋겠다... 안중근의 유해라도 고국을 찾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년간의 수요일 -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외치는 당당한 희망
윤미향 지음 / 웅진주니어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20년 동안, 아니, 2015년 현재 25년 동안 매주 수요일에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열린다. 그들은 누구에게 무엇을 그리도 외치고 있는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최장기 집회로서 기네스북에 오른 집회가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꾸준하게 열리고 있다. 2015년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기념할 만한 해이다. 그래서 중국 백두산에 가는 특별 전세기가 운행되고 있기도 하고 또한, 올해는 특별히 광복절 전 날인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기념할 만한 날에 우리는 얼마만큼 과거사를 청산하고 있는지 돌이켜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어른보다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청소년들이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 이해하고 왜 오늘날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일본이 박정희 정권과 협상을 벌여서 보상을 해줬다고 하지만 그것은 국가적인 보상이었을 뿐, 위안부로 인해서 피해를 당한 당사자 개인의 보상 청구권이 소멸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로 피해를 당한 분들이 모두 돌아가시더라도 지금 진행하고 있는 집회가 끝나지 않고 그 후대에도 잊히지 않고 전달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전달해 주었다.

 

 

 

세상의 불합리함으로 피해를 당한 순간을 사람들은 평생 잊을 수 없다. 가해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잊어 버리더라도 피해자는 그 고통의 기억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어 힘들어 한다. 우리는 외친다. 보상 기금의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라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해달라고. 하지만 가해자인 일본은 교묘한 말로 일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만 하다. 일본군 '위안부'는 민간 차원에서 이뤄졌고 개인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이라고 말이다. 약한 자를 더 괴롭히고 죽이려고 드는 일본 문화의 '이지메'를 생각나게 하는 비겁한 변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지메를 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더 잘못이 있다고 도리어 큰 소리를 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어서 자신들이 겪은 고통스런 기억을 고백했다. 수많은 군인들에게 짓밟힌 기억을 힘들게 떠올려 얘기하기 싫은 일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까발렸다. 그것도 가정을 이루고 잘 살고 있는 분들도 크나큰 용기를 내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다시는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지금도 전쟁이나 기아, 불합리한 문화 속에서 여성은 수많은 형태의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왜 약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피해를 당해야 하는 걸까?

 

먼저, 나는 일본 정부가 민간 업자에게 일을 맡기고 책임을 회피할 정도로 그렇게 무능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 천황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가미가제 전술로 바칠 정도로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출중한 민족성을 내보이는 국가가, 군인들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전쟁 곳곳에 배치한 일본군 '위안부'를 민간업자들이 자기들 판단으로만 설치하게 뒀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군인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주도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가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알면서도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런 논리를 펴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군인들도 베트남 전쟁에서 벌인 민간인 학살과 현지 여성들을 폭행하고 죽인 만행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전쟁은 어떠한 이유나 논리를 앞세우더라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위에서 지시하는 사람들은 편하게 구경만 하고 군인이나 민간인들이 아무런 죄도 없이 무수히 죽어나가고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총을 들고 앞장 서서 나가보라고 하면 전쟁을 일으킬까 싶다.

 

어쨌든 얼마 전에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에게 과거사 청산에 대한 사죄나 보상 등을 언급하는 게 부당하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게 정말 본인이 한 말인지 의심스럽다.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한 말인 걸까? 이런 대통령 인식 아래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싶다. 친일파가 득세하여 모든 권력을 가지고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를 제대로 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사능력인증시험이나 한국사를 필수로 선택하고 있는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 어차피 민감한 역사적 사실은 외면해 버리는데 말이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자!! 일본인들 중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사죄하고 집회에 함께 참여하여 일본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보다 더 넓은 차원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깨닫고 있다. 많은 곳에서 아직도 약자들이 받는 피해를 없애기 위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가지고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가고 있다. 조금씩이라도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꿈꿔 본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세상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를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게 합니다. 편견과 독선을 버리고 서로의 아픈 곳을 보듬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겠지요. 할머니들을 위로하러 왔다가 자신이 위로를 받고 돌아간다는 학생의 말처럼 우리의 역사 수업은 어쩌면 위로와 격려를 반복하며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 역사 이야기 영어리딩훈련 중세 1 (읽기용 원문 + 해설 + 오리지널 음원) 처음 만나는 인문학 영어 수업
수잔 와이즈 바우어.지소철.심금숙 지음 / 윌북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로 배우는 로마 역사 이야기

 

 

최근에 영어 원서를 읽으며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청소년 시기의 획일화된 영어 문법 공부가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 하는 영어 공부인 셈이다. 여기에 영어 조기 교육을 시키는 엄마들 사이에 미국의 영어 교과서나 영어 동화를 읽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점차 영어 공부 방법이 다양해지는 것 같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영어 원서를 의무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기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이러한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 홈스쿨링 교재로 유명하다고 하는 '영어리딩훈련', '세계 역사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먼저 이 책의 저자의 약력이 눈에 띄었다. 저자인 수잔 와이즈 바우어는 1968년 버지니아에서 태어나 초, 중, 고 과정을 홈스쿨링으로 마치고 난 후 17세에 문학과 언어 부문에서 미국 최고의 대학인 윌리엄 앤 메리 대학교에 대통령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옥스퍼드대 교환학생으로 20세기 신학을 공부하기도 했고, 미국으로 돌아와 수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영문학과 미국 종교사 전공에서 석사, 미국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다가 라탄어, 히브루어, 그리스어, 아랍어, 프랑스어,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고 하니,,, 저자가 어떻게 해서 이런 화력한 스펙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홈스쿨링을 했길래 이렇게 학문적으로 성공하게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그 비결을 조금이라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홈스쿨링이 인정되지 않고 대안학교 교육을 통해서 정규 교육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고 있는데,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이 책으로 공부를 한다면, 영어와 로마 역사에 대한 인문학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원서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는 정도라면 이 책 읽기에 도전해 봐도 좋을 듯 했다. 그다지 난해하고 어려운 단어가 쓰이지 않고 대체로 쉬운 영어가 쓰인 듯 했다. 그리고 역사를 딱딱하게 서술하고 있기 보다는 그 당시 로마의 생활 모습 등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할머니가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씌여 있어서 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의 구성은 소개할 역사 부분의 간략한 요약과 함께 중요 단어를 강조 표시하면서 글이 씌여 있다. 그리고 뒤에는 중요한 영어 단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어의 뜻을 단답식으로 쓰고 있는 게 아니라 단어의 의미 활용형과 함께 라틴어의 단어 유래까지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그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채텁를 배우면서 할 수 있는 질문과 함께 로마 역사나 문화 생활 등을 함께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간 중간에는 로마인들과 역사 주인공, 지도, 생활 모습 등과 관련된 삽화가 그려져 있어서 글의 재미를 높이고 있었다.

 

사실 중요 단어에 대한 설명이 있다고 해도 내용 전부가 한글로 번역 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 역사를 얼마나 받아들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문장 하나 하나를 분석하지 못하고 원래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대충 넘긴 곳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중요한 문장은 다시 설명해 주고 있는 부분도 있으니 그걸 활용해도 좋을 듯 싶었다.

 

그래도 얼마 전에 읽은 <로마의 일인자>와 함께 이 책을 읽으니, 로마에 대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로마의 역사 이야기와 공화정에서 제정 시기로 넘어가는 시기의 소설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하여튼 책을 녹음한 CD 파일도 함께 있기 때문에 인문학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흥미있을 책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 네이버 책좋사 윌북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야모토 소위, 명성황후를 찌르다 - 120년 만에 밝혀지는 일본 군부 개입의 진상
이종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슬픈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발걸음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를 뒤져봐도 왕비가, 그 나라의 궁궐에서, 다른 나라의 사람에게, 무참하게 살해되어, 불에 태워진 경우는 그 유래가 없을 것이다. 그런 슬픈 역사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는데,,, 그에 대한 조사는 아직도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저 문학과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슬픔을 되새기게 만들지만, 정작 그 사건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게 몇 가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가 위정척사와 개방 정책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는 정도. 그리고 명성황후를 죽인 건 일본인 낭도, 폭력배 무리들이었다는 것, 그 이후 을미의병이 일어났고 고종은 아관파천을 단행했다는 것 정도였다.

 

이 책은 작가가 재일교포 사학자 김문자 선생의 <조선왕비살해와 일본인>(2009)이란 책을 통해 우치다 영사가 하라 외무 차관에게 보낸 비밀사신의 존재를 알고 난 후, 2012년 일본에서 귀국한 후에 집필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 책을 집필하며 관련 자료를 모으고 해독하기 위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나카스카 아키라 나라여자대학 명예교수에게 미야모토와 관련한 몇 가지 정보를 얻기도 했는데, 일본인 사학자의 입장에서 중요한 점을 지적해 준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며 정작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명성황후를 미야모토 소위가 베었다는 게 아니었다. 명성황후를 죽인 관련자들이 모두 무죄 석방되었다는 것도 아니었다. 바로 일본인 무리들이 명성황후를 죽이기 위해 궁궐에 침입하였을 때, 그 옆에 함께 들어와 이러한 슬픈 역사의 당위성, 명분을 만들어 준 것이 바로 흥선대원군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 일본인 군인이 관련되었다는 흔적을 지우려고 했다. 그것은 다른 외국 세력의 항의와 개입을 막으려는 노력의 하나였다. 그만큼 조선 궁궐에서 명성황후를 죽인 사건은 외교적으로 큰 사건으로 비화될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흥선대원군이라니? 흥선대원군의 존재로 인해서 일본은 자연스럽게 면죄부를 갖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식민지화는 가속화되었다.

 

그 당시 흥선대원군은 민비와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공덕리 별장에 있었다. 흥선대원군은 민비를 없애주겠다는 일본인들의 회유에 넘어가 자신은 정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청일전쟁 직전 일본군이 경복궁을 기습점거했을 때처럼 또 다시 일본인들에게 이용당하고 말았다. 정말 무슨 권력을 갖고 영화를 보겠다고 외국 세력을 끌어들여 한 나라의 국모를 죽이도록 도울 수 있었는지 나라를 생각한다는 흥선대원군의 논리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민비에게 빼앗긴 자신의 권력을 되찾고 싶은 마음뿐이었겠지만, 그러한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나라 전체가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통을 겪게 되었는지 알면 조금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까 모르겠다. 그 고통은 남북으로 갈라져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 더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민비의 죽음을 알고 흥선대원군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고, 궁궐에서 길안내를 도운 훈련대 제2대대장 우범선은 자신이 죽였다고 자랑하면서 그 당시 칼을 일본 신사에 맡기기도 했다는데,,,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 책을 집필한 이종각은 다양한 증거를 들어 명성황후를 죽인 범인이 미야모토 소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사건이 벌어지고 일본인들끼리 말을 마추기 전에 우치다 영사가 일본의 하라 차관에게 보낸 극비사신을 보면 '살해당한 부녀 중 한 명은 왕비라고 하는 바, 이를 살해한 자는 우리 수비대의 어느 육군소위로서...'(95쪽)라는 말이 나온다. 원래는 편지 말미에 일람하고 난 후에 태워달라고 부탁하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하라 차관은 그것을 잘 보관하였고 그의 사후에 다른 문서들과 함께 책으로 묶여 세상에 공개 되었다.

 

우치다 영사는 명성황후 살해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사건 직후, 관련자들의 증언을 듣고 일본으로 돌려 보내 재판을 받게 하고 다른 나라의 외교관들을 만나 사건을 해결하는 등 뒷수습을 담당하였다. 그리고 가장 많은 자료와 증거들을 정리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여 지금까지 명성황후 살해 사건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자료를 남겨 놓은 사람이었다. 그 보고서에는 결국 일본인의 입장이 담겨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손해가 갈 내용은 감춰졌을 것을 염두하고 보고서를 읽을 필요가 있다. 어쨌든 우치다 영사는 이 문서 이후에는 계속 누가 직접적으로 명성황후를 죽였는지 모른다고 말하면서 낭인들이나 군인들이 곁에 있었다는 식으로 애매하게만 답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사건 수습 전에 급하게 전한 이 문서 내용이 어느 정도 신빈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미야모토 소위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는데, 이것은 일본인 역사학자도 눈여겨 봐야한다고 지적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이웃나라 왕비를 살해한 자를 야스쿠니 신사가 다른 전사자와 합사해 천황 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으로 모시는 사실이 후일 밝혀질 경우, 국내외적으로 큰 물의를 빚을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으로 추정'(180쪽)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명성황후 살해 사건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지만 그만큼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왕에 의한 정치를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나라의 강제적인 힘에 의해 왕권이 몰락하는 건 민족의 자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걸 또 같은 민족, 친인척 세력이 도와줬다니,,, 동학농민전쟁으로 많은 민중들이 일본인들에 의해 죽었는데도 이런 권력 싸움으로 그들에게 힘을 실어줬으니,,, 나라를 빼앗긴 것은 자기들 잇속만 챙겼던 친일파 세력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의 과거사 정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한국 정부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책좋사 메디치미디어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