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던 사이언스 - 무엇이 왜 과학의 무대에서 배제되는가
현재환 지음 / 뜨인돌 / 2015년 8월
평점 :
사회 문제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과학 지식
이 책을 처음 읽고 난 후에 느낀 것은 일반 대중을 위한 과학 서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 수준이 높았고 참고 서적의 내용들도 어느 정도의 전문적인 논문을 바탕으로 한 것 같았다. 그래서 과학 지식을 대중적으로 접근하려는 입장을 지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조금은 버거운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책 목차를 보면, 분명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서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었다. 성차별주의자들의 여성호르몬에 대한 인식, 인종주의자들의 열등한 인종과 우월한 민족에 대한 인식, 최근의 구제역이라는 문제, 신자유주의 시대의 건강 불평등, 미국의 광우병과 삼성백혈병 문제, 그리고 후쿠시마의 방사선 음식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문제 등을 다루고 있었다. 이 정도면 우리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회 문제이기 때문에 필자의 생각을 쉽게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을 쉽게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전체적으로 문제를 다루는 자료 인용과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 조금 딱딱하고 학술적인 문체라는 것은 제쳐 놓고 생각해 보면,,, 솔직히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용의자 X의 과학'과 '언던 사이언스'에 대한 개념 정의가 확실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러한 개념 정의가 확실히 되어야지 그 다음에 다루고 있는 사례들도 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을 텐데,,, 읽다 보니 내가 처음에 받아들인 개념 정의와 필자의 주장이 핀트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읽다 보면 필자의 관점이 이해되겠지,,, 하고 계속 읽었는데, 더 난해한 세계 속으로 빠져든 기분이 들었다.
'용의자 X'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로 유명한 <용의자 X의 헌신>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그 책을 읽었기 때문에 용의자 X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과학적 지식을 마음대로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책에서도 '용의자 X'가 '기업, 정부, 언론 등 권력기관이나 정치적 음모를 꾸미는 배후세력 같은 용의자 X들이 진실을 은폐하거나 오도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필자는 이러한 '그들의 음모를 폭로하여 과학이라는 진리를 왜곡하는 정치적 술수로부터 해방시키려 노력하고자 한다.'
그런데 읽다가 보면, 필자는 이러한 용의자 X에게 이용당한 과학은 '과학 자체를 순수하고 가치중립적이며 확실한 답을 제공해 주는 진리의 집합체'라고 믿게 만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필자는 과학에 대한 이러한 지위를 밑으로 끌어내리고, 과학 또한 사회적·정치적·문화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종류의 지식들이 주로 생산되었고, 그 결과 어떠한 지식들이 무시되고 배제되었다고 보았다. 이러한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언던 사이언스'라는 용어를 빌려 사용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과학'이 누군가에 의해서 이용되고 가치중립적인 지식 체계가 아니라, 과학의 지식 자체도 어느 이익 집단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는 체계라는 입장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과학 논쟁과 과학기술의 논의에서 무엇이 과학적으로 옳고 그른지에 대한 내용보다는, 왜 어떤 것이 과학적으로 옳다고 판단되고 다른 것은 틀렸다고 간주되는 것인지 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어떤 사례에 대한 필자의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과학적 접근과 판단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과학적인 분석과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사례에 대한 필자의 판단이나 평가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어떤 확실한 결론을 원하는 나같은 일반 독자의 경우에는,,, 아무리 내용이 많아도 정작 필요한 내용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학적인 방법론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르는 과정이 전문 용어의 사용과 너무 많은 인용들로 인해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은 필자의 생각에 접근하기가 상당히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고 과학 자체의 분석 방법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한 필자의 생각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