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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물리학 -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계물리학의 아름다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9월
평점 :
물리학으로 바라본 사회 현상
이 책은 가끔 TV에서 보던 '강연 100도씨'를 보는 것 같았다. 일반인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물리학 이론을 가지고 사회 현상을 연구한 책이다. 특히, 통계물리학의 세상은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그래프나 이미지를 가지고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과학자들은 우주의 법칙을 알려주는 단순한 수학 공식을 찾기를 염원한다고 한다. 우주처럼 완벽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 세계는 단 하나의 아름다운 수학 공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의 공식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회 현상에 대해 일부러 수학 공식을 적용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이 책의 필자인 김범준은 조금 엉뚱했다. 그의 연구 논문만 봐도 거창하거나 진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며 가끔 궁금해 할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조금 특이하게 생각되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물리학의 세계라기보다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물리학의 세상을 다루고 있어서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수학식이 나오기는 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읽히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다소 엉뚱하게 느껴진 연구 과제는 대체로 이랬다. 프로야구팀 이동거리의 문제,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누가 맞게 될 것인지 우리나라의 성씨 문제, 확률로 본 윷놀이 전략의 문제, 네트워크로 본 이름의 유행 변천사 문제,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 등이었다. 특히, 이상한 나라의 술자리 문화에서 돌아가면서 술을 마시기 위해 술병의 바코드 숫자를 활용하는 장면이 우습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바코드 숫자를 그대로 적용하다가,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의 불만으로 십진법을 이진법으로 바꿔서 계산하기로 했다. 그래도 못 마시는 사람들이 생기자 '0'이 나오면 반대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명, 영일만 게임의 탄생 비화라고 하니,,, 통계물리학자들은 술자리에서도 대단하게 술을 마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보통은 369게임 같은 단순하면서도 헷갈리는 걸로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물리학자의 아내가 혈액형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필자는 자신이 직접 혈액형을 연구해 보려고 했다. 결론은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이지만,,, 더 많은 연구 결과를 분석하다가 B형에 대해서만 조금 특이한 관계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 결과에 대한 결론을 두 가지로 내렸는데, 하나는 진짜 B형만 특이하게 관계가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B형이 하도 대중화 되다보니 스스로 그 특징에 성격을 맞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진짜 B형의 성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년기에는 한번씩 혈액형별 성격을 재미로 볼 만했다. 나중에야 관심도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 엉뚱한 내용들을 연구하다보니, 한 강연에서 관객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연구들이 재밌기는 하다. 그런데 이걸 어디에다 써 먹으면 되겠는가?" 정말 진지한 질문이지 않은가. 김범준이 보기에는 그저 어떤 쓸모에 대한 이론적 배경만 제공하는 것도 괜찮다고 보았다. 이게 대학교에서 연구하는 사람의 자세라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대학교가 너무 상업화가 되다보니, 돈이 되지 않는 학과들을 통폐합 한다고 한다. 경제 논리로만 따지면 세상에 남아 있을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이 씁쓸한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경제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기초과학의 이론적 토대가 튼튼해야 세상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통계물리학자로서 정치적인 입장을 밝힌 부분도 있었다. 지역감정이 30년도 안된 갈등이라는 것이다.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결국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당선되기 위해 이용하는 것 뿐이다. 우리들은 거기에 휘둘릴 뿐이고. 우리나라는 북한 문제와 지역갈등만 내세우면 너무나 쉽게 당선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어쨌든 메르스 후진국에 대한 문제, 승자독식 사회의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좋았다.
물리학은 세상의 물리적이고 수학적인 법칙만을 다루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물리학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넓은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현상을 물리학으로 재밌게 풀어 쓴 책이다. 일반인들의 과학 교양 도서로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