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 돌봄 소설집 꿈꾸는돌 41
강석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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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_서로에게 다가가는 마음



이 책은 '돌봄'에 대한 청소년 앤솔로지이다. 여러 작가들이 '돌봄'이라는 주제 아래서 작품을 쓰고 모았다. 표지의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돌봄은 서로에게 어깨를 기대며 의지하는 행위이다. 최근에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돌봄의 문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 젊은 청년층은 사라지고, 그에 비해 더 많아지는 노년층은, 이제 세대간의 심각한 갈등 문제가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올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지켜 보는 청소년들의 마음은 어떨까? 더 나아가서 청소년들에게 돌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돌봄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게 바로 이 책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다녀서 이동이 불편한 이모를 바라보는 청소년 조카를 그리는 <녹색 광선>, 악어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 빠진 <낙원>,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 알러지가 있어서 조심해야 하는 아이와 사귀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샤인 머스캣의 시절>, 몸에 찍힌 바코드를 찍어 커플 가능성을 확인하는 미래 사회를 그리는 <바코드 데이>, 갑자기 오른발이 작아진 청소년 아이를 그리는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버려진 고물 로봇과 친해지는 과정을 그린 <귀여워지기로 했다>, 시골에서 치매 할머니와 잠깐 지내게 된 청소년을 그리는 <가방처럼>이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약간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돌봄에 대해서 단순히 장애나 그 불편함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만 하고 있지 않아서 좋았다. 청소년들이 자기와는 조금 다른 또래 친구와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도 있었고, 은유적으로 형상화한 이야기도 있었다. 특히, 미래 사회에서 있을 법한 로봇과의 우정으 그리는 이야기도 제법 흥미로웠다.


'돌봄'이란 말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돌봄을 받는 사람도, 돌봄을 하는 사람도, 둘 다 힘들지 않은 관계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자유 시장 경제에만 맡긴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한계점이 드러나 보이는 일이다. 자유 시장 경제 속에서는 돈이 있는 사람만 돌봄을 받고, 돈이 없으면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잊어버리고는 한다. 우리는 하나의 사회 속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나도 불편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무조건적인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우선 나와 너,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요즘 왜 이런 생각들이 떠오를까? 2024년 한 해가 가고 새해 맞이하는 시점인데도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내년에는 조금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 정말로...



*출판사 서평 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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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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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_각자의 아픔을 극복하는 이야기



오랜만에 리뷰를 적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참 빨리 갔다. 뒤돌아볼 정신도 없이. 지금은 이럴 정신도 없는 거 아닌가 싶지만 말이다. 그동안 책은 많이 읽기는 했지만,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리뷰를 적기는 힘든 시대였던 것 같다. 그건 지금 이순간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가제본 이벤트가 있어서 오랜만에 신청해서 읽어 보았다. 가제본 이벤트는 SNS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것도 하나의 수집품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책이니 말이다.


이 책은 옛이야기를 기반으로 <귀서각>이나 <안개 초등학교 > 시리즈 등을 낸 작가인 보린이다. 창비교육에서 성장소설 시리즈로 나온 책이다. 이 책은 "당신은 채집되었습니다."라는 꽤 흥미로운 문구로 시작한다. 어떤 상황에? 누구에게 채집되는 것일까?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책의 시작 부분도 주인공 연우가 체육 시간에 교실 책상에 엎어져 있다가 투명한 큐브에 갇힌 상태를 경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처음 부분은 약간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큐브에서 현실로 돌아가는데, 1년이 지난 상태이다. 그게 알고보니, 미래를 체험하는 것이었지만...


여기서 '큐브'는 많은 상징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외계인의 실험 상태이든, SF적인 실험 상태이든, 그게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우가 공황장애처럼 불안한 상태일 경우에 큐브가 자신을 보호해 주는 것처럼 베리어를 쳐준다. 그 공간에서는 덥지도 춥지도 않고, 물을 튕겨내면서 연우를 보호해준다. 연우는 그곳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다.


누구든 어떤 상처를 받게 되고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 세상의 위험에서 피해 가장 안전한 곳에 있고 싶지 않을까? 누구나 그런 공간을 꿈꾸지 않을까 싶었다. 히어로의 특별한 능력처럼 다가올 정도로 큐브는 아주 특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힘들 때마다 그런 공간으로 피해 있을 수만은 없다. 진정한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공간에서 나와 상대방과 관계를 맺는 것이 진정한 상처를 치료하는 길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연우는 불안한 마음을 낮추기 위해 바나나나 바나나우유를 찾아 먹기도 한다. 해고니와의 관계를 위해서. 해고니를 다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삶의 아픔에 대해 "보정"이 끝나고 다시 진짜 현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 시작이다!



*창비교육으로부터 도서(가제본)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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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여행 중 창비아동문고 309
김우주 지음, 신은정 그림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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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여행 중>_다양한 동화의 모습



초등 고학년을 대상을 한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책이다. 동화에서 형식이나 내용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본 글들이 많았다.

<누구>에서는 반 학생들을 숫자로 나타내면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었다. <직진 말고 유턴>에서는 왜 여자가 우는지 모르는 미스터리한 상황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은 여행 중>에서는 주인공을 라고 2인칭으로 불렀다. <어느 날 누군가가>에서는 시간을 여행하는 SF 소재를 다루었다.

이런 부분들이 글에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책을 많이 읽지 않은 학생들이라면 흥미를 가질 소재에 다양한 형식적 실험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용 전개와 마지막 결말이 예상 가능해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직진 말고 유턴>은 반려견도 한 가족이라는 것과 <어느 날 누군가가>에서 갑자기 나타난 인물이 아들이라는 설정은 시간 여행자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고전적인 틀이었다.

그리고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에서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슈퍼맨을 믿어>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슈퍼맨이 세상에 혼자 남아 어떻게 슈퍼를 지키며 살아 나갈까, <엄마를 만나는 방법>에서는 공무원이 퇴직하고 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과연 인수할까 의문이 들었다.

특히, <슈퍼맨을 믿어>에서는 어른이 도와주지 않으면 주인공이 슈퍼맨을 도울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느껴졌다. 어린이가 봤을 때는 그런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 아예 걱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시도해 본 것에서 이 동화책의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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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방 속 하트 창비아동문고 311
주미경 지음, 애슝 그림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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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마음 속의 다양한 감정을 가볍게



어린이들의 풋풋한 사랑에 대한 감정이 여러 형태로 펼쳐진 글이다전체적으로 확실한 결말이 아니라 그 뒤를 상상하며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점이 좋았다

결말이 예상 가능한 단편들이지만 어린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춤과 체육, 사랑 이야기가 나와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가방 속 하트>에서 피구를 잘하는 주인공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과 <춤 신의 운동화>에서 짝사랑하는 주인공이 춤을 잘 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어린이들이 흥미를 보일 지점이라 생각했다.


몇 편의 단편에는 환상적인 세계가 나오는 점도 돋보였다. <오빠의 두 번째 방>에서 오빠의 방문을 열면 나오는 들판의 한가로운 풍경과 <보랏빛 후드 티>에서 사고로 죽은 언니의 옷을 입자 생기는 일 등이 좋았다.


<드래곤을 타고 기타를 치자>에서 주인공이 좋아하는 소나무를 빼앗아간 할아버지와 다투다가 우정을 쌓아 나가는 것과 <밥밥띠라라>에서 주인공을 갑작스레 맡게 된 삼촌과의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잘 풀어내었다.


<보랏빛 후드 티>는 특히 장편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를 잃은 가족이 슬픔을 이겨내는 모습과 언니가 생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더 보고 싶었다.


하지만 <용남매 복수 작전>은 조금 의문이 드는 점이 많았고 결말도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 의아했다. 조금 더 주인공의 상황과 엄마에 대한 설명이 더 나와야 할 듯싶었다.


전체적으로 다른 동화에 비해 설명과 묘사가 많이 적었다. 그만큼 간결하고 깔끔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 점이 있어서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한 번에 쉽게 동화에 나오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주인공들이 가끔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이들이 발랄하게 그려져서 재밌게 읽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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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소녀 사계절 아동문고 86
송미경 지음, 김세진 그림 / 사계절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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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치유하는 아이의 이야기

 

 

예전에 어떤 마을에 개나 고양이들이 죽기 시작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 죽었기 때문에 그 사건은 주목받지 못한 뉴스가 되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졌다. 미국의 유명한 연쇄살인마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공격성을 드러내었다고 한다. 연쇄살인마를 잡고 그의 삶을 역추적하였더니, 어렸을 때 마을에서 개나 고양이들이 갑자기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개나 고양이가 죽었다고 해서 크지 않은 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연쇄살인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먼 나라의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공격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나 고양이가 상처를 받듯이,,, 우리도 서로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은지 모르겠다. 육체적인 상처는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상처를 받은 날에는 생각한다. 누군가 나의 상처를 치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 동화책 속에서는 그런 꿈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 날, 수지는 자신이 기르던 강아지인 구름이가 사라졌다. 구름이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데, 이제 거의 쇠락해 가고 있던 반달 공원에서 구름이와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를 찾게 된다. 구름이와 비슷하지만 네 다리가 정상적으로 붙어서 뛰어다니는 강아지라 구름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수지는 자신이 만들어준 목걸이를 보고 구름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구름이는 한 다리를 못 썼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수지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반달 공원으로 찾아간다. 그 곳에는 바느질을 하는 거지 소녀가 있었다. 수지의 마을에는 최근에 개와 고양이의 꼬리가 잘린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꼬리가 잘린 개와 고양이가 모두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것이 바느질 소녀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송미경의 단편 동화집인 <돌 씹어 먹는 아이>를 재미있게 읽어서, 이 동화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요즘 아이들의 소재와는 관게가 먼 듯한 '바느질'을 가지고 어떤 동화의 세계를 만들어 낼까 싶었다. 그런데 <돌 씹어 먹는 아이>에서의 독특한 이야기 세계를 찾아 보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아픈 동물들을 바느질을 해서 고쳐줄 수 있다니? 게다가 인간까지? 정신적인 문제까지? 하나님 만큼의 무한한 능력을 지닌 '거지 소녀'는 대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그런데 바느질을 해서 여러 동물들과 사람을 고쳐준다는 생각은 조금은 위험한 사고일 것 같았다. 바느질을 해서 고쳐준다는 것 자체가 '부족하거나 모자란 것'을 고쳐서 '완전한 것'으로 바꾼다는 사고방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것이 '정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것'은 고쳐야 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냥 '그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어느 누구든 완벽한 사람은, 아니 완벽한 동물은 있을 수 없다. 하나님도 인간을 만들 때 똑같이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똑같이 복제한다는 것은 생명이 없은 로봇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복제도 완전하고 완벽하게 똑같게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자라나는 환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쌍둥이도 서로 똑같을 수 없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 누구나 조금씩은 부족한 게 당연하다. 그 부족한 것을 다른 누군가를 만나서 메우기도 하고, 그런 관계가 더 잘맞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닌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화를 읽으면서 조금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 누구나 하나님 같은 존재가 나타나 아픈 곳을 싹 다 고쳐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이다. 내가 비현실적인 사건으로 불편함을 느낀 이유는 바느질 소녀의 그 행위 자체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선과 악이 분명한 세계이다. 그 세계 속에서 아이들은 꿈을 꾼다. 슈퍼맨과 같은 바느질 소녀를 말이다.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기 자신이 직접 행동하여 상황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나는 아이들이 직접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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