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주)대우에 다녔다. 그게 나랑은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대우의 전 사원이 일년에 대우차 4대를 팔아야 한다는 명령이 시달된 이후부터, 난 대우차를 사라는 그의 강요에 시달려야 했다. 아버님이 타던 차가 4년이 지났다는 제보를 들은 그날, 밤 10시가 넘어 팜플렛을 들고 우리집을 찾았는데, 그 친구가 간 뒤 어머님은 이러셨다.
"밤늦게 온다기에 난 문병 온 줄 알았다(그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할 때였다)"
현대 차를 팔러 왔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다른 차 다 놔두고 왜 대우차를 타겠는가? 그가 준 카탈로그의 차들 대신 소나타 II를 사고나서, 난 차를 산 사실을 최대한 숨겨야 했다. 그의 아버님은 대우의 고위직, 아버지의 덕으로 출세하고 싶지 않았던 그 친구는 대우 입사를 한동안 거부했었는데, 그럴 줄 알았으면 좀더 강력하게 말릴 걸 그랬다. 참고로 지금 그 친구는 창업을 해 사장 자리에 있는데, 몇 달 안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잘 되야 할텐데....

전에도 말했던 내 남동생, 엘지에서 바닥재를 파는 일을 한다. 바닥재 깔 일이 있으면 덕 좀 보겠구나 싶었는데, 작년부터 019로 바꾸라고 사람을 괴롭힌다. SK쯤 다니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런 걸 강매하는 곳은 대부분 영업이 잘 안되고 품질도 안좋은 곳이라, 주변 사람이 골치가 아프다. 그래도 주변에 다단계를 하는 사람이 없는 게 천만다행이다. 이밖에도 중앙일보에 있는 내 친구는 내게 신문을 봐줄 것을 요구해 일년 반쯤 보다가 끊었고, 무슨무슨 잡지사에 다니는 친구들 덕분에 팔자에 없는 잡지를 여러권 봤었다.

친구 하나는 출판사에 있다. <화첩기행>을 냈던, 그래도 책을 성의있게 만드는 출판사에 몸담고 있던 그 친구는 재작년인가 출판재벌 <xx사>의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두환의 아들이 운영하는, 필시 전씨의 검은 돈이 들어갔을 그 출판사와 거래를 한다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라, 그 출판사의 책을 사는 것도 꺼리곤 했다. 그래서 난 내 원고가 여러 군데서 뺀찌를 맞았을 때조차 그 친구 생각은 한번도 한적이 없는데, 그런 걸 전혀 모르는 그녀는 날 볼 때마다 "우리 출판사서 책 좀 내라"고 권유를 했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끝내 다른 곳에서 나온 내 책을 받아들고는 왜 자기한테는 연락을 안했냐고 하더니만, 기획안을 짤 테니까 같이 일을 하잔다. "너희 출판사에 손해를 끼칠 것 같고, 미리 돈받고 일하는 건 체질에 안맞고.."라며 완곡하게 거절했더니, 화를 낸다.
"남이 성의있게 부탁하면 좀 들을 줄도 알아!"

아, 머리가 아프다.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난 검은돈으로 일어난 출판사는 싫어!-호의로 한 부탁을 계속 거절하기도 뭐하고. 위에서 열거한 친구들의 문제는 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던 데 반해, 이건 신념의 문제라 더더욱 들어주기 어렵다. 다른 좋은 출판사도 많은데, 그녀는 왜 하필 <xx사>에 몸을 담고 있는 걸까? 왜??

* 일단 담주쯤 만나기로 했다. 물론 난 거기랑 일할 생각이 없지만, 그녀가 나의 팬을 자처하는 미녀 편집자를 데리고 나온다는데, 어찌 거절만 하겠는가? 즐겁게 술이나 마시련다. 홀짝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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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4-05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마태우스님의 책 선정 언제 봐도 절묘합니다. ㅋㅋㅋ... 홍대 앞은 좋아하지만 아티누스 볼때마다 속쓰린 매너 올림.

▶◀소굼 2004-04-0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졸업한 선배를 메신저에서 본 일이 있었는데 보험회사에 취직했다며 보험 들 일이 있으면 자기에게 이야기하라고;; 헌데 워낙 아는 사람들과 거래를 해서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한 적이 많아서..저도 물론 아는 사람과는 거래를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다-라는 주의라...뻘쭘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네요.

갈대 2004-04-06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하필이면 네요. 다른 출판사였다면 좋았을텐데요

플라시보 2004-04-0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스럽게도 제 주변 인간들은 지가 뭘 하건 말건 나에게 도움이 될것이 아니면 권하질 않습니다. (이를테면 SK다니는 내 친구는 우리 아빠가 쓰는 011번호로 내 이름 찍어서 멤버쉽 카드 발급 해 준다던가 사용법도 모르는 아빠한테 컬러링 레터링 등등을 마구 보내준다던가. 또 잡지사 다니는 친구들은 비록 오래 못 붙어 있을 망정 지가 기자질을 하는 동안에는 나한테 원고청탁을 싸게 후려칠 망정 한다던가) 저 역시 제 친구들에게 뭘 해달라는 부탁은 한 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일부러 피하거나 그러지 않는건 아닌데 제 주변 인간들이 다 착해서 그런가봅니다.(전 진짜 부탁할 일들이 잘 없습니다.) 님의 글을 읽고 나니 인복이라는 단어가 떠 오르네요. 이것도 인복이람 인복이겠죠?

비로그인 2004-04-0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보증서달라는 친군 없지 않습니까?? 글를 읽고나니 님의 심지가 흔들릴까봐 걱정이 되긴 됩니다. 너무 착하시잖아요.

호랑녀 2004-04-06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냄으로써, 아버지의 죄를 씻게 한다... 뭐 그렇게 생각하믄 안될라나요?
제가 거기 관계자는 아니구요, 그냥 혹시 마태우스님이 미녀 편집자의 유혹에 넘어가시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요...

다연엉가 2004-04-06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제부가 대우에 근무하는데 대우차를 팔아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저희는 대우차 대신 현대차 마르~를 사고 한동안 동생집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정말 왜 그러는지... 진급을 해도 그 대우차는 왜 자꾸 팔라고 하는지...

지금 김종~이가 뉴스에 나오는 K가 아주 신경질적인 인간이 되는군요.
(머리에 안좋은 기생충이 살고 있나? 왜 그래요?)

2004-04-06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죠-브 2004-04-0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님. 제가 알고 있는 그 '마태우스' 맞죠? 그죠?
제 생각이 맞다면 정말 세상 좁다는 생각이..하하
너무 반갑네요. 두번 째 책은 펴내셨나요? ^^ 결혼도 물론 하셨겠지요?
사실 알라딘 잘 이용안하는데,우연히 이벤트 당첨됐다는 메일이 와서..힛
근데, 준다는 상품이 별로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서 좀 뚱한 기분으로 여기저기
마구 클릭했는데 '마태우스' 이름이 번쩍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닙니까!!
저 모르시겠지요? 이러니 꼭 스토커 같긴한데..ㅡㅡ^
아무튼 '메모홀더'보다는 '마태우스'님을 다시 만났다는 기쁨이^^
그럼 가끔씩 들를게요~
절 기억해 주시면 너무 좋구요. 아니라도..

그럼 또 뵈요.

마태우스 2004-04-10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다시 만나서 님이 기쁘시다니, 저도 기쁩니다. 또 뵈요!!!

다이죠-브 2004-04-1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팬이 많으신가 봐요? 딱 한줄을 읽고 느낀 소감이
너 또한 나의 팬이란 말인가, 조금 귀찮군->요런 느낌이 바로 스쳤는데..
정말로 섭섭합니다.ㅠ.ㅠ
나중에 음..별로 기억 안 날거라고 확신하지만,
제가 님으로 인해 받은 영향..이라고 설명해야 하나
암튼 그러한 것들을 장황하게 설명할 날이 오겠죠.

그럼 그날까지 죽지 마시고 건강히 살아계십시오!


 

 

 

 

 

 

테니스를 치고 온 게 10시 조금 넘었었는데, 그때부터 샤워도 안한 채 자기 시작해 다섯시까지 자버렸다. 7시간 정도 잤으면 '낮잠'이라고 하기에 쑥스러울 정도. 내가 이렇게 많이 잔 건 일주간의 피로가 쌓인 탓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12시쯤 걸려온 한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그 전화-오기로 한 사람이 아직 안왔다. 어떡하냐는 내용으로, 나와는 하등 관계가 없었다-는 내 단잠을 깨웠고, 그 바람에 오후 1시경 일어날 수 있었던 나는 다섯시까지 내리 자버린 거다. 중간에 한번 깨면 그간의 잠이 무효가 되는 현상은 흔히 관찰할 수 있는데, 새벽에 한번 깼다 또자면 하루종일 피곤한 게 바로 그런 경우다. 3시에 깬 뒤 7시에 일어나면, 그 전에 아무리 많이 잤다한들 우리 몸은 네시간 잔 걸로 카운트를 하는 것. 그래서, 맘먹고 잘 때는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놓고 자는 게 좋다.

잠은 저축이 안된다. 하루 종일 잤다고 한 사흘쯤 잠이 안오고 그러는 건 아니니까. 낮잠을 잤다고 새벽 4시까지 안자다 두시간쯤 자고 출근을 하면, 무지하게 피곤하다. 낮잠을 예찬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낮잠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생활 리듬을 깨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생활이 좋다는 것은 어릴 적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온 얘기, 그러니 아무리 잠이 안온다 해도 일부러라도 잠을 청하는 게 좋다.

박카스가 아무리 좋다해도, 피로회복의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잠이다. 일주일간 고된 나날을 보낸 사람이라면, 일요일 하루쯤은 늦게까지 잠을 자야 한다. 지금은 맨날 농땡이만 피우지만, 조교 시절의 나는 그래도 힘든 생활을 했다. 아침 7시에 출근을 했고, 밤 9시가 넘어 퇴근을 했으며, 토요일에도 6시 경까지 일을 해야 했다. 젊은 나이였지만 일요일 하루는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우리 아버님은 일요일 일곱시만 되면 날 깨웠다. 밥을 먹고 다시 자라는 게 아버님의 철학. 난 지금도 아버님의 그 철학을 이해할 수 없는데, 거기에 더해 아버님은 집요하기까지 하셨다. 대개의 경우 일어나라고 하면 알았다고 한 뒤 몇십분을 더 자곤 하지만, 아버님은 내가 일어날 때까지 날 지켜서 있었다. 일주에 하루, 일요일만 늦게까지 자겠다고 아무리 말해도 아버님은 완고하셨다. 그때의 기억이 있어서 난 일요일 오전에 친구들에게 전화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잠은 적당히 자는 게 좋다. 잠이 많은 사람이 있긴 하지만, 누구나 맘만 먹으면,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하루종일 누워있을 수 있다. 하루 스무시간을 잔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지만, 그게 또 그런 게 아니어서, 많이 자면 외려 더 피곤한 경우가 많다. 고교 때 우리 선생님 한분은 그런 현상을 이렇게 설명하셨다. "잠을 많이 자면 잠이 잠을 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오래 자면 허리도 아프고, 더 졸린 게 사실이다. 그러니 아무리 피곤해도 아홉시간 내외 정도를 자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 이 글의 이미지에는 <3시간 수면법>이 떠 있는데, 같은 책인지 모르지만 고교 때 역시 일본사람이 쓴 <4시간 수면법>을 읽었던 적이 있다. 일단 4시간씩 자다보면 그렇게 된다는 내용이어서, 읽고나서 무지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의 사이비과학 책은 왜 다 그모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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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4-05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잠이 잠을 잔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또한 잠을 많이 자면 더 피곤해지더군요.
어릴적 저의 아버님도 일요일조차 새벽6시에는 꼭 깨우셨답니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 밥 먹고 나서 다시 자거라..... 밥이 그리 중요한지 그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밥 먹는다고 일어나면 눈이 말똥말똥한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의 뜻을 조금 알것 같기도 하고.....

파란여우 2004-04-05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아버지들은 자식들이 휴일 하루 늦잠 자는 일도 쉽게 허용하려 들지 않는건지..원..9시간 수면법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될 듯... 잠좀 잡시다!!

비로그인 2004-04-05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을 이리저리 많이 자봤는데요, 한 7시간에서 8시간 사이가 가장 적당한거 같습니다. ^^

마태우스 2004-04-0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그건 아마도, 아버님 세대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 중요성을 절감한 탓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런. 책울타리님이 벌써 하신 얘기군요.
앤티크님/8시간이 적당한데요, 현대인은 점점 잠을 줄이고 있지요. 저도 따져보면 6시간 정도밖에 못자는 듯...

갈대 2004-04-0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t시간이 딱 좋은 듯. 안 깨우면 10시간..-_-;;

*^^*에너 2004-04-0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4시간도 잘수있는데....ㅎㅎ

플라시보 2004-04-06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12시가 되면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20분내로 잠이 듭니다. 그리고 8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도시락싸고 10시까지 회사에 출근을 합니다. (과거 머리카락이 짧았을때는 9시에 일어났으나 지금은 머리가 상당히 길어버려서 선풍기로 말리려면 시간 좀 걸립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한 세시간 정도는 가뱝게 잠을 청해줍니다. 그게 10시부터 12시까지 일때도 있고 3시부터 6시 혹은 4시부터 7시까지 퍼잔다음 곧바로 퇴근할때도 있죠.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나란 인간이 대체 이 회사에 와서 하는일이 뭔지 모르겠군요. (그래놓구서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시꺼. 난 전문직이야'라고 합니다.)

마냐 2004-04-0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꺼, 난 전문직이야~~ 플라시보님, 멋져요. ^^ 에헴. 제가 한 10년간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했걸랑요. 비자발적 '아침형 인간'으로 알람 없이 적어도 오전 6시에는 눈이 반짝 하는 단계. 일상적 수면부족을 호소했는데...요즘은 오전 10시까지 출근합니다. 대신 퇴근이 많이 늦어졌지만 잠도 늘고, 몸도 한결 개운...^^;;; 내년에는 아마 다시 '아침형 인간' 되야 할텐데..걱정이여유...쩝.
 

 

 

 

 

 

사랑은 두 인격체간의 만남이건만, 그걸 소유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애인이 변심을 했다고 집에 불을 지르는 사람도 그렇고, 노라가 집을 나간 이유도 자신을 인형 취급하는 남편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까 몇시에 전화를 했는데 왜 안받았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그런 기질이 있는 거라는 게 내 생각인데, 엊그제 읽은 책에도 그런 사람이 나온다.

-결혼 후 4년 동안, 난 매시간 그녀를 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네...
-그녀는...단 한번도 다른 남자나 여자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지. 왜냐하면...내가 질투를 했을 테니까.
-그녀가 길거리에서 어린아이를 쓰다듬어도 그 애정이 원래 내것이라는 생각에 질투가 날 정도였지. 그녀는 날 이해해주었고 괜찮다고 했어.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누구나 질투하기 마련이라고.
-난 그녀에게 모든 걸 주고 싶었어.

그녀는 결국 그런 생활을 참지 못하고 도망을 가버린다. 그런 강박적인 사람과 산다는 게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한가지 의문은 결혼 전에 그런 걸 몰랐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전조는 있었으리라. 만날 때마다 선물을 한가지씩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자기만의 의식을 강박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은 그런 기미가 조금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그런 낌새가 발견되면, 혹시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미련없이 그만두는 게 몸에 좋다.

내 주변에 그런 남편은 없는 것 같다. 사람이란 한 분야에만 강박적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강박적인 사람은 나같이 헐렁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내 고교 동창으로 수업이 시작하기 전마다 손을 씻고, 휴지로 책상을 엄청나게 닦던 신모씨만 해도 나의 무계획적인 생활을 얼마나 싫어했던가. 그러고 보니, 주변에 그런 사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몸담았던 모 단체와 관계된 일인데, 그 단체에서 나보다 두 살 많은 누나가 있었다. 맨날 밤늦게까지 놀고, "오늘 망가지자!"를 부르짖을 정도로 술도 잘 마셨다. 난 그 누나를 매우 좋아해-물론 팬으로-학교로 편지도 자주 쓰고, 생일 때마다 선물을 배달하고 그랬는데, 내가 워낙 누나들을 좋아했고, 그 누나에게만 그러는 것도 아니라, 그 단체에서 우리 관계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졸업 후 자연스럽게 소식이 뜸해졌는데, 그 누나의 동생의 친구로부터 그 누나가 결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난 당연히 결혼식에 참석을 했는데, 그때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날 밤, 그 누나의 어머니-물론 나랑 잘 안다-를 통해 안 전화로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뭐 잘 지내냐, 결혼 하니까 어떠냐, 넌 사귀는 사람이 있느냐, 등등의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며칠 후, 직장으로 전화가 왔다. 그 누나의 남편이라기에 그러냐고 인사를 했더니, 대뜸 이런다.
"그때 결혼식에 오셨었죠? 어떻게 알고 왔어요?"
그다음 질문이 얼마 전에 자기 부인한테 전화하지 않았느냐, 그때 무슨 얘기를 했느냐 하는 거였고, 그다음으로 모 단체에 있을 때 둘이 어떤 관계였냐는 거였다. 그제서야 이 남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 나는 "전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 선후배 사이를 그런 식으로 얘기하시니 불쾌하다"고 했다. 그 남자, 마구 화를 낸다. "남의 마누라한테 전화를 해가지고 가정을 풍비박산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이 그따위 소리를 하는 게 말이 되냐"며 "불쾌해야 할 사람은 나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오해할 소지가 분명 있었다. 그렇다 해도, 그가 보인 반응은 상식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는 건 확실하다. 어찌되었건 미안하다고 한 뒤 전화를 끊고 나자, 나 때문에 누나 집에서 봉변이라도 당하지 않았는가 걱정이 되었다. 그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마침 누나 아버님이 받으신다 (어머니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님은 내 이름을 듣더니 이렇게 소리를 치셨다.
"이 개놈의 새끼야! 왜 남의 집에 전화하고 지x이야!"

나중에, 그 누나에게서도 전화가 걸려왔다. 미안하다고, 전화 하지 말라고. 그때 난 매우 시니컬하게 전화를 받았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좋은 사람이랑 결혼을 해야 함에도, 왜 그런 사람과 결혼했느냐는 힐난이었을거다. 물론 그 뒤에 누나와 통화한 적도, 만난 적도 없지만, 자유롭고 멋진 삶을 살던 그 누나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는 짐작이 간다. 철이 든 지금은 그때 내가 미안했다고 말할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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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4-04-0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사람 많이 봤습니다... 끔찍합니다...

비로그인 2004-04-0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충격적인 이야기인데,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군요...너무 안타까워요.

연우주 2004-04-0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과 소유의 경계를 제대로 세울 줄 알아야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 텐데. 어렵지요...? ^^

다연엉가 2004-04-04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남자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과 소유인것 같네요. 그 누나 지금도 걱정되네요.
난 말태우스님 K에게 자주 하는데(어제 소주한잔 하면서도 했는데 ) 만약 나도 그런 사람 만났다면 아유 끔`````````````찍.

비로그인 2004-04-04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착.....제 남자친구들 중 한 명이 유난히 그랬습니다.
남자친구는 물론이고 여자친구들이랑 있는 것도 질투하고, 학과 아이들이랑 밤늦게까지 과제 하는 것도 무지하게 싫어하고,,,새벽 6시 되면 데리러 오고, 10시 되기 전에 집에는 무조건 들여보내고 친구랑 술이라도 마시는 날엔 10분에 한번씩 보고를 해야했죠. 저 같은 자유 신봉자가 그런 상황을 오래 참아 낼 리 없고 ....그 뒤 몇몇 남자친구들도 역시 그에 비해 약하긴 하지만 집착의 기미들을 보였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는 거지만...상대에게 집착하고 싶어 집착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 상대가 일부러 또는 자기도 모르게 집착을 하게 만든다는 것도 아니구요. 단지....집착하기 쉬운 성격이나 기질 그리고 자라난 환경 즉 그 사람의 역사가 그 사람을 집착하기 쉬운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사랑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거리 조정이 아닌가 합니다. 상대적인 것이고 그 힘의 흐름은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 사람을 잘 사랑해 주고 더더욱 많은 것을 주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잘 알고 이해해야하겠죠. 그 사람의 지난 시간들을 잘 이해해야지 그 사람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자기의 지난 모든 연애역사(?)를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것에 반대합니다. 물론 전부를 알게 할 수는 없죠 . 사랑에는 많은 지혜가 필요하죠....

2004-04-05 0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4-05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찔린다.

플라시보 2004-04-0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착은 상대방을 내것이냐 아니냐로 보는 문제인것 같습니다. 내 여자, 내 남자 이런식으로 앞에 내 자를 붙이다 보면 그게 마치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양 착각을 하게 되는거죠. 우리라는 문화가 유달리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내 라는 글자가 가지는 의미가 특히나 더 큰것 같습니다. 사랑하긴 하지만. 그래서 서로 옆에서 그 수많은 삶의 시간 중에서 잠깐 머무를 특권이 주어진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좋겠습니다. 나로 인해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건 달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 저로써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입니다.

비로그인 2004-04-05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그쵸 ? 내꺼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더 많은 사랑과 자유를 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 그걸 오해하거나 이용해 먹으려 드는 사람을 만나게 될 때....안타까움과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 온몸 부르르 떨립니다~!!!

sooninara 2004-04-0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런사람과...남여사이는 모르는일이죠..
저도 결혼초에는 괜히 남편을 구속하고..늦게 들어오면 신경쓰고 했는데..지금은 늦게오면 편하고..밤새면 술마시고 찜질방 갔나보다 생각하고..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아이도 생기고...서로 믿음도 생기고..결혼 몇년 지나면 서로 편한 단계로 가나보더군요..대체로..하지만 그중 더 집착하는 부부들은 남편이나 부인이 뭔가 꼬리가 걸린적이 있어서인 경우가 많아요^^
제남편왈 본인은 완벽하게 속인다고하니..저는 앞으로도 맘편하게 살려구요..
모르고 사는게 맘편하잖아요

다연엉가 2004-04-05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옳소(!!!!!!!!!!!!)

마태우스 2004-04-05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근데 우리나라 남자들은 좀 의심을 해야지 않습니까? 하도 나쁜 행동을 많이 해서요... 제가 이간질하는 것 같네요^^

sooninara 2004-04-05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글처럼 남편이 완벽하게 속인다면..저야 그냥 모른척 살아줘야겠죠..
결혼한지 10년에 가까워지면 편한게 최고랍니다..
친구하고 이야기하는것..."우리들 남편이 바람 필것 같지는 않고..혹시라도 하룻밤 실수 한다면 그냥 모른척 넘어가주자..지도 사람인데 술 취해서 실수하면 어쩌냐? 울 남편들 생긴걸로봐서는 맘잡고 바람 필 위인들이 아니다"라구요..물론 외모가 아니고요..심성이 그렇다구요..
바람 핀다고 두눈 부릅뜨고 감시해도 못 말릴테고..편하게 살자구요..^^
(아직까지는 우리남편은 저에게 의심 살 만한 꼬리를 잡힌적이 없습니다..완전범죄인가요??^^)

다이죠-브 2004-04-1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우울하네. 보통 여자관계에서 추잡했던 인간들이 상대(그녀)를 바라볼 때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해서 같은 지저분한 레벨로 만들죠. 넘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 같지만, 이게 사실인 걸.
그 누나라는 분이 불쌍합니다. 여자들은 왜 그리 남자보는 눈이 없는지..원,
개인적으로 괜찮은 여자가 이상한 남자만나서 인생망가지는 게 젤 안타깝네요.

 

 

 

 

 

 

3월 31일, 모든 게 원상복구되었다. 지갑을 잃어버린 게 2월 20일경이니, 한달하고도 십일이 걸린 셈이다. 더 단축시킬 수는 있었지만 나의 게으름이 열흘을 더 걸리게 만들었다.

1) 주민등록증
의외의 복병이었다. 남들은 "그자리에서 바로 발급해줘"라는 얘기를 했지만, 동사무소에 신고를 하고나니 20일 후에 찾으러 오라고 했고, 실제로 걸린 기간은 무려 23일이었다. 그 기간 동안 난 내 신분 증명을 임시로 발급해준 종이 쪼가리에 의존해야 했다. 내가 나라는데, 왜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 원 참.

2) 신용카드
평소엔 카드 많이 쓴다고 감사하다고 그러더니, 발급은 무진장 늦게 해준다. 약 보름 가량이 걸렸는데, 집근처 은행에 갈 시간이 없다보니 대략 한달만에 카드를 찾았다. 그 기간 동안 100%로 현금결제로 술을 마셨으니, 얼마나 맘 고생이 심했겠는가. 화장실에 가서 돈을 세면서 "셋, 넷, 다섯...휴우, 딱 된다.."

3) 은행카드
은행카드도 하나 만들어야 했다. 2천원을 내니 바로 되었다.

4) 운전면허증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운전을 전혀 안한 것은 아니었다. 운전할 때 면허증이 없으니 더더욱 조심해서 다녔다. 주민증이 나온 후 면허시험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3월 31일날 갔다. 한참 전에 분실했을 때는 신청 후 보름 있다 찾으러 오라고 했는데, 몇 년 전에 갔을 때는 몇시간으로 단축되었다. 이번에는? 놀랍게도 20여분 있으니 이쁜 면허증이 발급된다. 옛날 면허증에 붙은 사진은 내가 죽고싶었던 상황에서 찍은 거라, 면도도 안하고 머리도 덥수룩해, 마치 수배된 사람 같았는데, 이번 사진은 99년에 찍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니 잘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5) 교통카드
포기했다. 새로만든 BC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이 있어서, 그걸 그냥 쓰기로...

6) 로또번호
꿈에 나온 숫자로 매주 로또를 샀는데, 번호째 잃어버렸다. 지갑 줏은 사람이 그걸로 1등을 먹었을까 불안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열흘쯤 전에 새로 꿈을 꿨고, 지금은 그 번호로 사고 있다.

7) KFC, 파파이스 카드
그냥 안만들고 있다가, 단골집에 가서 달라니까 순순히 준다. 진작 말할걸. 파파이스는 참고로 600원씩 할인을 해준다.

잃어버린 게 뭐가 또 없나 싶지만, 이젠 소용없는 일, 어차피 낡은 지갑이었으니 잘됐다, 이렇게 생각하련다. 지갑에 돈도 좀 있었으니 돈만 빼가고 나머진 돌려줬으면 좋으련만, 왜 안돌려주는 걸까? 하나하나 다 만들려니 정말 힘들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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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4-0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갑 한번 잃어버리고 나면 여간 골때리는 것이 아니죠. 신분증에 신용카드에 기타등등의 많은 카드들을 다시 발급받을 생각을 하면 상상만으로도 충분하게 그 괴로움이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저는 좀처럼 지갑을 잃어버리질 않는데 지갑 자체를 아예 안들고 다닙니다. 필요한 돈은 그냥 가방 적당한 곳에 구겨넣고 다니고 신분증이랑 은행카드 정도만 납작한 카드 지갑에 넣고 다니지요. 갑자기 돈 쓸 일이 생기면 은행에서 찾으면 되고 그도저도 안되면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되니까 뭐. 그나저나 화장실에서 돈 헤아리는 님의 모습이 막 상상이 됩니다.(퍽 귀여우시군요. 우훗^^)

비로그인 2004-04-03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돈만 꺼내가고 지갑은 돌려주면 좋으련만. 가끔 학교에서 분실사고 일어났을때, 돈은 사라지고 지갑이 화장실 휴지통에 버려졌다 발견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좀 찝찝하기는 해도, 가끔 현금보단 지갑이나 각종 신분증등이 더 소중한때가 있으니, 그거라도 얼마나 고마운지. ^^ 앞으론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비로그인 2004-04-03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현금카드를 잃어버리고선 아직 만들지 않았다. 왜냐니 발급비 천 원을 내라나'
'은행카드도 하나 만들어야 했다. 2천원을 내니 바로 되었다'
마태우스님이 좋아하는 서재(물론 저도 좋아하는 서재이죠)에서 푼겁니다. 몬소리가 하고 싶냐구요?? 기냥요.

연우주 2004-04-03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민증 바꾸고 싶은데 게을러 못하고 있지요.
지갑 잃어버리면 정말 여러가지로 불편하지요... 고생하셨네요~~~
 

 

 

 

 

 

성격분석 같은 걸 전적으로 믿지 않더라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한번쯤 들어가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혈액형이나 생년월일이 한 사람의 일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사실 내가 의대로 가게 된 것도, 고1 때 적성검사에서 의예과가 나왔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그전까지는 문과로 가려고...하핫).

연보라빛우주님의 서재에서 알게 된, http://www.minidoll.net/star/star_view.php 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혈액형과 생년월일, 성별을 넣고 분석을 눌렀다. 그랬더니...

"성격: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고 바늘조차 들어가지 않는 스타일"
으악. 내, 내가 그렇다고? 너무하다. 그 이유란 게, 내가 태어난 날이 일년 중 가장 추운 때라나? "보복심이 강해 한번 자기를 배반하거나 업신여긴 자는 백배 천배의 보복을 자행한다. 김정일 같은 인간형이다"
보복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백배, 천배까지? 게다가 김정일같은 인간형? 이 글을 읽는 분들이여, 제게 잘하시라. 백배, 천배라지 않는가. '소극적, 편협하게 보이기 쉬우나 아니다'라고도 되어 있지만, 실제로 난 소극적이고 편협하다. '성격'에는 과히 동의하고 싶지가 않다.

그렇다고 좌절만 할 일은 아니다. 장점을 보면 이렇게 나와있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고 따뜻해서 자선을 베풀고 산다. 따라서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며 따른다. 또한 투쟁하기보다는 화해하는 태도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인격적으로 상대를 대하기 때문에 모음을 이끌어가는 리더로 적합하다. 타고난 추리력과 예민한 관찰력, 유창한 웅변술로 반대편의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기도 한다"
웅변술이 전혀 없고, 리더쉽은 쥐꼬리만큼도 없으니 틀린 분석이지만, 남에게 팍팍 쓰는 건 맞다. 사람들이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녀들이 따르는 건 맞다. 그런데 "화해하는 태도로.." 어쩌고 하는 건 보복심이 강하고,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온다는 성격분석과 배치되지 않나? 그다음에 단점.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고 늘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괴짜라는 소리를 듣는다"
옛날이면 모르겠지만 이게 무슨 단점인가? 후후, 이건 대충 맞는 것 같다. 어찌된 게 난 '성격'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이다. 다음으로 유대관계.

[자신의 성격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살수만은 없으므로 때로는 자신의 특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더욱 살기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물병자리에 태어난 사람들의 성격인만큼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도 생각해야 한다]
뭘 어떻게 하라는지 전혀 모르겠다. 연애, 결혼은 어떤지 보자.

[...여성관이 특이하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상대방의 조건이 정해져 있어 그 조건만 맞으면 만족하게 마련인데 물병자리 태생은 그렇지 못하며 아름다운 점 하나 하나를 모두 소유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식탁 위에 여러 가지 반찬을 잔뜩 올려놓고 이것저것 골고루 집어 먹으면서 각 음식의 색다른 맛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 사람은 한 사람의 상대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다시 새로운 여성을 찾아 방황하는 바람둥이가 될 우려가 있다. 홍등가에 가서도 한 여성만 상대해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최소한 두세 명은 기웃거려야 바지 지퍼를 올린다. 말하자면 어떤 특정한 여성을 원하는 게 아니므로 아무리 좋은 여성을 만나도 그에 만족할 수가 없어 다른 좋은 여성이 발견되면 그를 맞이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다. 문어발 경영의 대표적인 사람이다]
이거야말로 말도 안된다. 바지 지퍼가 뭐 어쨌다고? 전혀 사실이 아니며, 내 별명이 '민들레'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난 어딜 가든지 일편단심을 지킨다.
 
[그리고 이 주인공은 정신적, 인간적, 미적(美的)인 면보다는 육체적인 면에 비중을 더 둠으로써 정신적으로는 맞지 않더라도 성적인 유혹에 매료되어 사귀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 역시 플라토닉 러브를 즐겨하는 내게 맞지않는 음해일 뿐.

[...질투심이 매우 강하지만 상대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질투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하여 자신의 자존심을 관리하기 위해 관용을 베푼다. 하여간 물병자리는 카사노바의 기질이 다분하다. 그 자신도 이 바람기가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가정 생활에서는 아내를 폭 넓게 이해하고, 동정하며, 따뜻하게 감싸주어 그 아내는 불행을 느끼지 못한다]
질투심이 없는 척 한다는 건데, 잘 모르겠다. 없어서 그러는건지, 있는데 없는척하는건지. 그리고 카사노바 얘기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맞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건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날 시샘하기 위한 공작이며,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공작은 이제 그만하라고 외치련다.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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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랑 똑같은 결과가 나오셨네요~ "물병자리 남성은..."으로 시작하길래 제대로 안읽어 봤었는데, 오옷~저런 내용들까지!! ^^ 마태우스님도 그렇지만, 저도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 인간'같지는 않은데. ㅎㅎ

비로그인 2004-04-03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거의 맞는듯 하네요. 저도 한번 해봐야겠어요.

가을산 2004-04-03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저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

연우주 2004-04-03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 아주 잘 맞는 것 같군요. 갑자기 별자리 운에 대한 신빙성까지 생긴다는!

마태우스 2004-04-04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만 제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진/우맘 2004-04-0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온다....장금이가 찔렀나보죠? -.-
그나저나, 바람둥이가 맞았군, 그랬어...... 음흐흐흐흐...(피곤해서 제 정신이 아님-.-)

연우주 2004-04-06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드는 생각인데 남자들은 나이를 먹으면 더 여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상타, 이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