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31일, 모든 게 원상복구되었다. 지갑을 잃어버린 게 2월 20일경이니, 한달하고도 십일이 걸린 셈이다. 더 단축시킬 수는 있었지만 나의 게으름이 열흘을 더 걸리게 만들었다.
1) 주민등록증
의외의 복병이었다. 남들은 "그자리에서 바로 발급해줘"라는 얘기를 했지만, 동사무소에 신고를 하고나니 20일 후에 찾으러 오라고 했고, 실제로 걸린 기간은 무려 23일이었다. 그 기간 동안 난 내 신분 증명을 임시로 발급해준 종이 쪼가리에 의존해야 했다. 내가 나라는데, 왜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 원 참.
2) 신용카드
평소엔 카드 많이 쓴다고 감사하다고 그러더니, 발급은 무진장 늦게 해준다. 약 보름 가량이 걸렸는데, 집근처 은행에 갈 시간이 없다보니 대략 한달만에 카드를 찾았다. 그 기간 동안 100%로 현금결제로 술을 마셨으니, 얼마나 맘 고생이 심했겠는가. 화장실에 가서 돈을 세면서 "셋, 넷, 다섯...휴우, 딱 된다.."
3) 은행카드
은행카드도 하나 만들어야 했다. 2천원을 내니 바로 되었다.
4) 운전면허증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운전을 전혀 안한 것은 아니었다. 운전할 때 면허증이 없으니 더더욱 조심해서 다녔다. 주민증이 나온 후 면허시험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3월 31일날 갔다. 한참 전에 분실했을 때는 신청 후 보름 있다 찾으러 오라고 했는데, 몇 년 전에 갔을 때는 몇시간으로 단축되었다. 이번에는? 놀랍게도 20여분 있으니 이쁜 면허증이 발급된다. 옛날 면허증에 붙은 사진은 내가 죽고싶었던 상황에서 찍은 거라, 면도도 안하고 머리도 덥수룩해, 마치 수배된 사람 같았는데, 이번 사진은 99년에 찍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니 잘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5) 교통카드
포기했다. 새로만든 BC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이 있어서, 그걸 그냥 쓰기로...
6) 로또번호
꿈에 나온 숫자로 매주 로또를 샀는데, 번호째 잃어버렸다. 지갑 줏은 사람이 그걸로 1등을 먹었을까 불안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열흘쯤 전에 새로 꿈을 꿨고, 지금은 그 번호로 사고 있다.
7) KFC, 파파이스 카드
그냥 안만들고 있다가, 단골집에 가서 달라니까 순순히 준다. 진작 말할걸. 파파이스는 참고로 600원씩 할인을 해준다.
잃어버린 게 뭐가 또 없나 싶지만, 이젠 소용없는 일, 어차피 낡은 지갑이었으니 잘됐다, 이렇게 생각하련다. 지갑에 돈도 좀 있었으니 돈만 빼가고 나머진 돌려줬으면 좋으련만, 왜 안돌려주는 걸까? 하나하나 다 만들려니 정말 힘들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