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치고 온 게 10시 조금 넘었었는데, 그때부터 샤워도 안한 채 자기 시작해 다섯시까지 자버렸다. 7시간 정도 잤으면 '낮잠'이라고 하기에 쑥스러울 정도. 내가 이렇게 많이 잔 건 일주간의 피로가 쌓인 탓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12시쯤 걸려온 한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그 전화-오기로 한 사람이 아직 안왔다. 어떡하냐는 내용으로, 나와는 하등 관계가 없었다-는 내 단잠을 깨웠고, 그 바람에 오후 1시경 일어날 수 있었던 나는 다섯시까지 내리 자버린 거다. 중간에 한번 깨면 그간의 잠이 무효가 되는 현상은 흔히 관찰할 수 있는데, 새벽에 한번 깼다 또자면 하루종일 피곤한 게 바로 그런 경우다. 3시에 깬 뒤 7시에 일어나면, 그 전에 아무리 많이 잤다한들 우리 몸은 네시간 잔 걸로 카운트를 하는 것. 그래서, 맘먹고 잘 때는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놓고 자는 게 좋다.

잠은 저축이 안된다. 하루 종일 잤다고 한 사흘쯤 잠이 안오고 그러는 건 아니니까. 낮잠을 잤다고 새벽 4시까지 안자다 두시간쯤 자고 출근을 하면, 무지하게 피곤하다. 낮잠을 예찬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낮잠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생활 리듬을 깨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생활이 좋다는 것은 어릴 적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온 얘기, 그러니 아무리 잠이 안온다 해도 일부러라도 잠을 청하는 게 좋다.

박카스가 아무리 좋다해도, 피로회복의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잠이다. 일주일간 고된 나날을 보낸 사람이라면, 일요일 하루쯤은 늦게까지 잠을 자야 한다. 지금은 맨날 농땡이만 피우지만, 조교 시절의 나는 그래도 힘든 생활을 했다. 아침 7시에 출근을 했고, 밤 9시가 넘어 퇴근을 했으며, 토요일에도 6시 경까지 일을 해야 했다. 젊은 나이였지만 일요일 하루는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우리 아버님은 일요일 일곱시만 되면 날 깨웠다. 밥을 먹고 다시 자라는 게 아버님의 철학. 난 지금도 아버님의 그 철학을 이해할 수 없는데, 거기에 더해 아버님은 집요하기까지 하셨다. 대개의 경우 일어나라고 하면 알았다고 한 뒤 몇십분을 더 자곤 하지만, 아버님은 내가 일어날 때까지 날 지켜서 있었다. 일주에 하루, 일요일만 늦게까지 자겠다고 아무리 말해도 아버님은 완고하셨다. 그때의 기억이 있어서 난 일요일 오전에 친구들에게 전화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잠은 적당히 자는 게 좋다. 잠이 많은 사람이 있긴 하지만, 누구나 맘만 먹으면,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하루종일 누워있을 수 있다. 하루 스무시간을 잔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지만, 그게 또 그런 게 아니어서, 많이 자면 외려 더 피곤한 경우가 많다. 고교 때 우리 선생님 한분은 그런 현상을 이렇게 설명하셨다. "잠을 많이 자면 잠이 잠을 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오래 자면 허리도 아프고, 더 졸린 게 사실이다. 그러니 아무리 피곤해도 아홉시간 내외 정도를 자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 이 글의 이미지에는 <3시간 수면법>이 떠 있는데, 같은 책인지 모르지만 고교 때 역시 일본사람이 쓴 <4시간 수면법>을 읽었던 적이 있다. 일단 4시간씩 자다보면 그렇게 된다는 내용이어서, 읽고나서 무지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의 사이비과학 책은 왜 다 그모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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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4-05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잠이 잠을 잔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또한 잠을 많이 자면 더 피곤해지더군요.
어릴적 저의 아버님도 일요일조차 새벽6시에는 꼭 깨우셨답니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 밥 먹고 나서 다시 자거라..... 밥이 그리 중요한지 그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밥 먹는다고 일어나면 눈이 말똥말똥한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의 뜻을 조금 알것 같기도 하고.....

파란여우 2004-04-05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아버지들은 자식들이 휴일 하루 늦잠 자는 일도 쉽게 허용하려 들지 않는건지..원..9시간 수면법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될 듯... 잠좀 잡시다!!

비로그인 2004-04-05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을 이리저리 많이 자봤는데요, 한 7시간에서 8시간 사이가 가장 적당한거 같습니다. ^^

마태우스 2004-04-0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그건 아마도, 아버님 세대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 중요성을 절감한 탓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런. 책울타리님이 벌써 하신 얘기군요.
앤티크님/8시간이 적당한데요, 현대인은 점점 잠을 줄이고 있지요. 저도 따져보면 6시간 정도밖에 못자는 듯...

갈대 2004-04-0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t시간이 딱 좋은 듯. 안 깨우면 10시간..-_-;;

*^^*에너 2004-04-0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4시간도 잘수있는데....ㅎㅎ

플라시보 2004-04-06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12시가 되면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20분내로 잠이 듭니다. 그리고 8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도시락싸고 10시까지 회사에 출근을 합니다. (과거 머리카락이 짧았을때는 9시에 일어났으나 지금은 머리가 상당히 길어버려서 선풍기로 말리려면 시간 좀 걸립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한 세시간 정도는 가뱝게 잠을 청해줍니다. 그게 10시부터 12시까지 일때도 있고 3시부터 6시 혹은 4시부터 7시까지 퍼잔다음 곧바로 퇴근할때도 있죠.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나란 인간이 대체 이 회사에 와서 하는일이 뭔지 모르겠군요. (그래놓구서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시꺼. 난 전문직이야'라고 합니다.)

마냐 2004-04-0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꺼, 난 전문직이야~~ 플라시보님, 멋져요. ^^ 에헴. 제가 한 10년간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했걸랑요. 비자발적 '아침형 인간'으로 알람 없이 적어도 오전 6시에는 눈이 반짝 하는 단계. 일상적 수면부족을 호소했는데...요즘은 오전 10시까지 출근합니다. 대신 퇴근이 많이 늦어졌지만 잠도 늘고, 몸도 한결 개운...^^;;; 내년에는 아마 다시 '아침형 인간' 되야 할텐데..걱정이여유...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