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대신문에서 시사 문제로 칼럼을 하나 써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 사흘간 시사, 시사, 시사 하면서 살았습니다만, 뭘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이라크 얘기를 썼는데, 왜 이렇게 글이 맘에 안드는지. 원고료가 탐나서 보내긴 하지만, 잘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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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불안하다. 부시의 종전선언 이후 오히려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 이라크 상황은 급기야 한국인들이 테러의 표적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작년에 한국인 한명이 피살된 바 있고, 최근 한국인 두명이 14시간 동안 억류된 데 이어 목사를 비롯한 7명이 피랍되었다 풀려났다. 이라크에 파견된 연합통신 기자는 이라크 사람들로부터 "한국인 행세를 하지 말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추가파병이 이루어지면 한국인이 집중적인 테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미 내려진 파병결정이라 할지라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라디오에 나온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그의 말이다. "추가파병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 아무런 다른 새로운 검토를 한 것이 없다" 이미 파병이 결정된 마당이니, "국제적 신뢰가 중요"하단다. 신뢰보다는 자국민 보호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한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라크 현지에서는 전화마저 끊겨 교민들의 안전 여부를 이메일로 체크하고 있다는데, 뭘 어떻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일까? 그는 말한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국력에 걸맞는 여러 가지 마땅한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고. 3천여명의 병력이 더 간다면, 우리는 미국, 영국에 이어 3번째로 병력을 많이 보낸 나라가 된다. 내가 모르는 새 우리의 국력이 세계 3위로 점프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 우리가 병력을 많이 보낸다고 우리의 신장된 국력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일까? 소설가 방현석이 쓴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는 베트남의 식당에서 TV로 한국의 이라크 파병 소식을 듣는 한국인의 얘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더 이상 TV를 쳐다보지 않았다. 건석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갑작스러운 시선에 당황했다. "왜 한국은 이라크에 가나?"... "한국은 미국이 부르기만 하면 어디나 달려가는 강아지냐?"]
비록 소설이지만, 다른 나라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미국의 성실한 추종자인 영국이 국력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보자. 영국이야 같은 앵글로 색슨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쳐도, 우리나라는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이라크 파병은 애초부터 잘못된 결정이었다. 이라크의 석유를 노린 침략전쟁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미국과 이라크의 전력이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예컨대 미국이 망하기 전의 소련과 한판 붙는다고 해보자. 전쟁의 이유야 어떻든 난 파병에 찬성하겠다. 중국과 싸운다면? 물론 찬성이다. 독일? 당연히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련다. 하지만 이라크는 너무 심하다. 아무리 우리와 비겼다고 해도, FIFA 랭킹 140위권인 몰디브를 격파하기 위해 세계올스타 팀을 내보낼 필요는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파병론자들은 이런저런 정황에는 애써 눈을 감고, 오직 "파병!"만을 소리높여 외칠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파병의 이유들이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6.25 때 은혜를 갚자고 하다가, 전후 이라크 재건시 우리 지분을 확보하는, 즉 국익을 위해 보내야 한다고도 한다. 초창기에는 "이라크는 안전하다"를 앵무새처럼 외치며 한국인이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에 눈을 감더니, 한국인 한명이 피살되니까 이렇게 말을 바꾼다. "위험한 곳이니 더더욱 전투병을 보내야 한다"고. 한국인들이 떼로 납치되는 작금의 상황에선 "병력을 더 늘려야 한다"고 떼를 쓰지 않을까? 파병을 해야 할 이유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이유는, 애시당초 파병을 결정해 놓고 상황에 따라 이유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과 생산적인 토론을 하는 게 불가능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신용불량자를 이라크에 보내자는 망언을 했던 송영선은 어느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한다. "미국을 감동시켜야 한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이경재의 말이다. "이왕 미국을 돕는 거, 화끈하게 도와주자" 이쯤되면 그들이 파병을 하자는 취지가 궁금해진다. 파병론자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의 국익일까, 아니면 미국의 국익일까?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구는, 타워팰리스 여러 채를 가진 부자가 아파트 한 채를 더 갖기 위해 전셋집에 사는 사람에게 전세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 행위다. 정 거절하기 어렵다면 돈이나 주고, 탱크나 몇 대 보내고 말 일이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험하게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돈은 또 벌면 되지만, 국민의 생명은 그렇지가 못하잖는가?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국과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무리한 요구는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렁이만도 못한 나라인가?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다. 이번 사태는 우리가 계속 미국의 종으로 남느냐, 아니면 자주 국가로 거듭나느냐를 결정할 좋은 기회다. 파병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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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4-1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의 국익이나 자주도 문제지만, 그보다 이라크 국민들의 고통을 중심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분도 없이 이라크인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에 동참하면 안됩니다.
어제 이라크 민간단체에서 보내온 메일을 번역했습니다.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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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인들과의 연대를 위한 긴급 호소문
-- 바그다드 'Occupation Watch Center' Eman Ahmed Khammas

보도에 의하면 지난 4월 4일(일요일) 공격이 시작된 이래 팔루자 지역에서만 300명 이상의 이라크인이 죽고 수백명이 부상했습니다. 바그다드의 Sadr, Adaamiya, Shula, Yarmok 지역과, Falluja, Ramadi, Basrah, Nasiriya, Kerbala, Amarah, Kut, Kufa, Najaf, Diwaniya, Balad, and Baquba 등의 도시와 마을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민, 병원, 사원, 부상자를 실어나르는 구급차까지도 연합군의 총과 탱크에 의해 폭격되고 있습니다.
Falluja와 Adaamiya 는 연합군에 의해 봉쇄되어 있는데, 이는 민간인과 지역사회를 포위 공격하는 것을 금지한 제네바 조약을 위배하는 것입니다.
병원들에는 의료 지원, 필수 의약품과 장비, 혈액의 공급이 끊겼습니다. Falluja에서는 군인들이 병원을 포위하고 의사들로 하여금 민가에 야전병원을 차리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헌혈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바그다드와 팔루자 지역의 사원에서 부상자들을 위한 헌혈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일동안 물과 전기 공급이 끊긴 상태입니다.

Sadre City에서 미군 헬리콥터가 주거지에 발포해서 주택을 파괴했습니다. 공식적으로 통행금지령이 내려지지 않았는데도 미군들은 어두워진 후에 거리에 움직이는 자동차를 향해 탱크를 겨냥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화요일 밤에만 이 거리에서 여섯명이 사망했습니다. 미군은 모든 경찰서와 관청들을 장악하고 둘러싸고 있습니다.

지난주 동안 격화된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것은 점령된 이라크에서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사살과 주민에 대한 안전, 전기, 안정적인 의료의 제공을 거부하는 것이 점령군이 이라크에 가져온 '자유'의 특징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국제 사회와 시민 사회, 반전-반 점령 운동체들에게 이 미국에 의한 테러 전쟁에 대항해서 고통에 직면한 이라크 국민들에 대해 눈에 보이는 연대와 지원 활동을 해줄 것을 호소합니다.

거리로 나가 미국에 의한 공격을 중지하도록 요구해 주기 바랍니다.
전 세계의 미국 영사관과 대사관 주위에 시위를 조직해서 다음 사항을 요구해 주십시오.

이 학살을 당장 중지하라.
이라크의 도시와 그 주변 지역에 대한 봉쇄를 당장 풀라.
공격 지역에 사는 이라크인들에 대한 지원을 하고자 하는 인도적, 의료 지원 단체의 활동을 즉각 허용하라.
이라크의 점령을 중단하라.

이미 시위가 조직된 도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Milan, Montreal, Paris, Tokyo, Istanbul, Boston, San Francisco, Los Angeles, Washington D.C. , New York City

마태우스 2004-04-1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님은 참 멋진 분입니다. 님을 알게 되어 정말 기쁘답니다.

가을산 2004-04-1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제가 그만 마태우스님 서재까지 썰렁하게 만든 것 같아요.
게다가 제 서재보다 마태우스님 서재에 글을 굳이 올린 이유 중 하나가 더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 깔려 있있답니다. 어쨌거나 죄송.

마냐 2004-04-1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살과 약탈을 자행하는게 21세기의 유일 강대국이라는 사실, 아무리 그 제국에 빌붙었다 할지라도...엄한 목숨 내걸고, '국익'이라는 말도 안되는 말로 피비린내 나는 범죄에 가담하겠다는 국내 정세, 아..깝깝함다, 깝깝해요. 가을산님. 많이 늦었지만, 시위가 조직된 그 도시의 사람들이 좀더 정신차리고..좀더 치열하게 움직이면 좋겠어요...머, 이거 우리도 마찬가지겠죠?

갈대 2004-04-11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 글을 쓰고 싶은데 쓸 수가 없습니다. 답답하기만 하네요.
 
폭소
권지예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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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이 책에 관한 기사를 봤을 때, 사고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러나 사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배수아 때문일게다. <동물원 킨트>를 읽고, 검증되지 않은 여성작가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된 탓이 아니었을까?

그러다 결국 이 책을 산 것은, 사재기를 하러 교보에 가서다. 맨날 내 책만 여러권 사가다보니 출판사 알바로 오해받지 않을까 지레 겁이 나, 이 책을 맨 위에 사뿐히 올려놓았다. 내 책 7권 위에 <폭소>라, 정말이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책을 산 의도는 매우 불순했지만, 덕분에 좋은 저자를 알게 된 것 같다. 순전히 내 생각인데, 여기 실린 단편들은 폭력적인 사회에 맞서기엔 너무 왜소하기만 한 인간 군상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자폐아 얘기도 그렇고, 합의금을 바라고 누워있는 교통사고 환자들이나,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별다른 탈출구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런 상황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가 뭔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듯하지만, 나의 독해력으로는 그게 뭔지 알 수 없다. 삶에의 욕구?

여성작가의 글답게,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은 대개 부정적이다. <누군가 베어먹은...>에 나오는 아버지는 바람을 열나게 피우다 퇴짜를 맞고 집에 기어들어온 사람이고, <스토커>의 주인공이 사귄 첫남자는 돈을 위해 여자를 이용했다. [여자가 휴일에 남자의 집에서 그의 속옷이나 양말을 빨 때 그는 여자가 빨아놓은 양말이나 다림질한 와이셔츠를 입고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갔다]
<풋고추>의 아버지 역시 무능력하고 큰소리만 치는 남자이며, <행복한 재앙>의 남자 역시 "끊임없는 바람기에" 주인공인 지영을 힘들게 하는 존재다. 남자들이 대충 다 그런 존재인 것은 맞지만, 좀 너무한 것 같다. 남자들 중 2%쯤은 착한데...(물론 난 98%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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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1 0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문학은 인간의 상상력이 마음껏 작동하는 공간이다. 어느 정도 그럴듯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문학에서만큼은 불가능이란 게 없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해리포터>-화석에 포획된 곤충으로부터 공룡을 만든다(주라기공원). 이런 상상력은 실제로 과학기술의 진보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과학에 문외한인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상상력의 발전은 독자의 기대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며, 아무리 충격적인 것도 오래지 않아 식상한 것이 되어 버린다.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어디선가 한번은 본 듯한 생각이 드는 것이 작금의 현실, 누군가가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고 탄식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이 책, <제인에어 납치사건>은 분명 기발한 상상력에 바탕을 둔 스토리다. 책 속에 들어가 주인공을 납치하고, 그럼으로써 책의 내용이 싹 바뀌어 버린다는 아이디어는 분명 기발하다. 하지만 책에 들어가는 것은 내가 어릴 적에 본 <메리 포핀스>와 비슷하고, 원본을 훼손함으로써 내용이 바뀌는 것은 십여년 전에 본 <백투더 퓨처> 생각이 난다. 타임머신을 다룬 모든 영화.소설이 단지 과거를 보고 오는 것에만 만족했다면, 스필버그의 그 영화는 과거가 바뀌면 미래가 바뀐다는, 얼핏 당연해 보이는 결말을 제시했는데, 그 이후 나온 타임머신 관련 영화들은 죄다 스필버그의 결말을 따르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이 그다지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흥미롭게 씌여지지 않았다면 55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그렇게 금방 읽을 수는 없었을게다. 문학 작품이 많이 나열되는 초반부는 다소 지루했고, 그것들 중 내가 읽은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특히 이 책의 제목에도 나오며, 책의 핵심을 이루는 <제인에어>를 읽었었다면 이 책이 훨씬 더 재미있게 읽히지 않았을까 탄식해 본다. 도대체 중고교 때 난 뭘 한 걸까? 과외마저 금지되어 할 일이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말이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압적으로 주입받는 대신, 왜 읽어야 하는지, 책을 많이 읽으면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를 진작 깨달았다면, 내 정신세계는 지금처럼 빈약한 상태에 머물고 있지 않을텐데. 그래서 난 어린애들을 보면 늘 이렇게 말한다.
"책 많이 읽으면 손에 물 안묻히고 살 수 있다"

참고로 술에 취한 채 이 책을 읽다가, 기차에 놓고 내리는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다음날 분실물 센터에 가보니 들어온 책은 없단다. 좌절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오후, 어떤 천사가 나타나 도서상품권을 몇장 줬고, 그걸로 절반쯤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샀다. 그 천사는 혹시  샬럿 브론테가 아니었을까? 좌우지간 술에 취하면 책같은 건 꺼내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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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4-11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리우스(마태우스를 지금부터 테리우스로 부르면)님의 정신세계가 빈약한 상태라면
저의 정신세계는 앙꼬없는 찐빵입네다^^^^^^^^

마태우스 2004-04-1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절더러 권상우 닮았다고 하는 사람은 있었어도, 테리우스로 부르시는 분은 처음이어요!

조선인 2004-04-1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론테 자매의 글은 사춘기 소녀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거 같아요. 이런 책도 있다니 호기심이 생깁니다.

노바리 2004-05-12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식상하단 생각은 안 했는데. 어릴 때 소설 읽다가 소설 속 세계로 들어가고 싶다는 욕망 느끼신 적 없으신가요. 전 소설도 그랬고, 만화나 영화, X파일 같은 거 보며 너무너무 강하게 느끼고 심지어 꿈도 꾸고 그러는데... 근데 그 욕망을 그대로 실현시켜주잖아요, 이 책이. 특히 팬덤문화를 즐기는 사람한테 이 책은 거의... 오르가즘을 그냥 막 던져주는 책이라고나 할까요. 이 책 읽은 게 작년 9월경인데, 그 덕에 그때부터 아직까지 소설삼매경에 빠져있다지요. 흐흐.

아영엄마 2004-06-11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격때문에 몇 달을 벼르다 산 책이에요.. 상당히 두꺼운 분량이고 초반에 저의 문학적 무지를 드러내는 부분이 많긴 했지만 재미있게 읽은 책이에요.. (한 번 더 읽고나서 리뷰 쓴다는 것이 자꾸 미뤄지고 있습니다 ^^)
 

 

 

 

 

 

스포츠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나, 올해 들어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박찬호의 재기 가능성에 대해서 한말씀?"
그때마다 난 이렇게 대답했다. "니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가 없어 미안하다. 올해도 재기는 힘들다"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나 역시 박찬호의 재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2년간 쉬었으니 올해 잘한다, 이런 건 좀 곤란하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박찬호의 최대 무기는 강속구고, 최대 약점은 불안한 제구력이다. 강속구가 타고나는 것처럼, 제구력도 여간해선 나아지기 힘들다. 그런데 박찬호는 최근 2년간 볼스피드가 현저히 떨어졌다. 기자 한명도 "박찬호가 다시 강속구 투수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린 터, 제구력이 극적으로 향상되는 기적이 없이는 재기란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지난 시즌 그렇게 박찬호를 미워하던 텍사스 감독이 박찬호를 제2선발로 올린 걸 보면 뭔가 느끼는 게 있었나보다. 4월 7일, 박찬호는 역사에 길이 남을 빛나는 투구를 함으로써 한국 팬들에게 엄청난 감동을 선사했다. 내가 본 건 5회 한이닝밖에 안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텍사스 포수가 "놀랍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스피드는 91마일 언저리였지만, 공끝의 변화가 TV로도 확연할만큼 심했다. 처음 66개의 공을 던질 때까지 스트라이크가 51개일 정도로 제구력도 일품이었다. 그가 잡은 삼진 8개 중 삼구삼진이 다섯개인가 될 정도.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박찬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얘기를 꺼내면 "짜증난다"는 반응이 나오기 일수였다. 한때 "찬호는 내 아들이다!"고 말했던 나 역시 그런 반응을 보인 사람들 중 하나였지만 말이다. 심지어 탤런트 누구랑 그렇고 그런 관계니 하는 말도 들렸다. 하지만 팬들이란 기본적으로 약삭빠른 존재, 그 한경기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는 다시 우리의 영웅으로 돌아왔다.

그가 올해 몇승을 올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온갖 풍상을 이겨내고 다시금 마운드에 우뚝 선 그 자체만으로도 그는 찬사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했던 수많은 욕들, 그의 재기 여부에 대해 내가 했던 냉소적인 말들을 이자리에서 사과드린다. 하지만 이 사죄는, 제목에서 했던 것처럼 즐거운 사과다. 한창 때 그랬던 것처럼, 닷새마다 그가 기쁜 소식을 전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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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죠-브 2004-04-1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OB 팬 이세요? 먼가 텔레파시가 통한듯한...

갈대 2004-04-1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 투구는 재기를 넘어 아름답기까지 하더군요. ^^

마태우스 2004-04-1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끼똥님/두산 팬 맞는데요, 작년부터 실망해 올해는 관심이 팍 줄었답니다. 심정수, 우즈, 정수근....다 뺏기고 무슨 야구를 한다고...
갈대님/그죠? 내일 잘하면 완전히 재기에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다섯시에 일어나야겠어요.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것으로 알려진 나, 하지만 내가 약속시간보다 늦게 가는 비율은 대략 70%에 달한다. 떠나야 할 시간이 되면 "마구 뛰어가면...역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철이 오면..." 이런 식으로 상상의 날개를 펴면서 십여분을 뭉기적거리고, 결국 그 시간만큼 늦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간을 잘 지키는 인물로 알려져 있는 건 늦어봤자 십분 이내고-그정도는 예의상 늦었다고 이해된다-더 중요한 이유로 약속을 한 상대방이 그보다 더 늦게 오기 때문이다.

언젠가 십분 정도 늦을 거 같아 휴대폰을 걸었다. 조금 늦는다고 말하려 하는데, 그가 먼저 이런다. "어, 미안해! 지금 가고 있어!" 음...그렇구나. 그때부터 난 내가 늦을 것 같으면 무조건 전화를 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안오고 뭐해?" 십중팔구 "어, 거의 다 왔어"라든지, "미, 미안해"라는 답이 돌아온다. 걔중에는 "너도 아직 안왔지?"라고 말하는 예리한 녀석들이 있기도 하고, "무슨 소리야? 난 벌써 왔는데"라고 하는 예의없는 친구도 있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약속 시간보다 늦는다는 것이고, 그 이유는 내가 그런 것처럼, 소요 시간을 불가능하게 책정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여기서 잠깐. 늦는 사람들의 거의 다가, 전화로 독촉을 받았을 때 이런 대답을 한다. "지금 가고 있어!" 아니,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었는데 가고 있지 않으면 그게 인간이냐? 그들은 말한다. "십분 있으면 도착해" 당연한 일이지만 그가 십분 뒤에 도착하는 법은 없다. 십오분이면 양반이고, 대개가 이십분을 넘긴다. 그럼에도 그들이 십분을 주장하는 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함이다. 알고도 하는 거짓말이고, 알고서도 속아주는 거짓말이다.

술을 마시다 전화를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언제 오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은 '금방 간다'고 대답을 하지만, 걱정이 된 친구들이 "가봐야 되는 거 아냐?"라고 물으면 이렇게 큰소리를 친다. "가긴 어딜 가? 오늘 한번 마셔 보자구!"

그런 거짓말은 집에 늦게 왔을 때도 적용된다. 젊은 시절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갔다. 네시를 넘겨서 들어간 것 같은데, 다음날 아버님이 물으신다.
아버지: 너 어제 몇시에 왔냐?
나: 하, 한시쯤...
아버지: 이놈이!
나: 사, 사실은 두시 쫌 넘어서..
아버지: 그래도 이놈이!
나: 세시 정도 온 거 같아요.
아버지; 야 이놈아!! 내가 니 방에서 네시까지 기다렸다!

네시에 온거나 세시에 온거나, 그 뒤에 닥칠 파장은 별 차이가 없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몇십분이라도 단축시키려고 애를 쓴다. 왜 그러는 걸까? 그런 걸 보고 우리 조상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했나보다. 웃기는 건, 그 다음에 애들을 만나면 내가 이렇게 떠벌린다는 거다. "야, 엊그제 나 죽이게 술마셨다. 집에 가니까 세상에 다섯시더라구! 신문이 와있더라니까!"

사람들은 이런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런 거짓말이 애교로 느껴지는 건, 남에게 그다지 피해를 주기 않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이말은 하련다. 십분씩 늦는 건 습관이고, 그 중에서도 나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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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4-1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맨날 10분 전에 도착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 -.- 10분이라는 시간은, 기다리면서 다른 것을 하기에 애매한...정말 <기다리는 행위> 자체에만 진을 빼야 하는 오묘한 시간이기에 나쁘고, 정시에 도착한 친구가 조금 미안해지기 때문에 나쁘죠. 마태우스님을 만나게 되면 꼭! 10분 늦게 나가도록 애써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우리 카운트다운이라도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에너 2004-04-1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에는 저두 5분 10분 먼저나가서 기다리는 쪽이였어요. 그런데 먼저 나와 기다리다 보니까 약속시간에 맞춰 나와야할 친구들이 10분 15분 늦게 나오더라고요. 10분 15분 늦게 나오는게 습관처럼... 혼자서 기다리는 거 하다 이제는 제가 늦게 나가는 쪽으로 변해버렸어요. ^^

연우주 2004-04-1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약속 시간에 좀 늦는 편인데~ 어째 나이 먹으니 그렇게 되더라구요~ 다들 늦으니까 저도 늦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듯.

책읽는나무 2004-04-1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늦는 편인데......헤헤...^^
반면 일찍 나가면 한 삼십분정도 일찍 나가서.....혼자서 멀뚱멀뚱 거리면서 다른곳을 기웃거리다......도로 약속시간에 늦어버리게 되어....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는 형이지요...^^

비로그인 2004-04-1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분이면 벌써 집에 절반정도 도착했을시간입니다. 그 정도로 저흰 약속시간에 목숨거는 스타일이라 최소한 만나기 5분전 도착해야 욕 얻어먹는건 면할수 있는데...음...수도권은 틀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