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제 글이 존대말로 바뀐 이유를 저도 모르겠어요. 몸이 아프니까 세상에 대해 겸손해지는 건 아닌지요?^^
선풍기에 관한 글을 한겨레에 보내면서 내심 기대를 했습니다. 최근 몇 번 범작들을 보냈기에-그 전에는 졸작^^-이번 건 한겨레에서 ‘많이 읽힌 칼럼’ 순위권에 좀 들었으면 좋겠다는생각을 한 거죠. 내용이 워낙 선정적이라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질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선풍기 죽음이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미신이라고 얘기한 게 제 글의 요지였답니다.
근데 갑자기 제목이 ‘선풍기 틀어놓고 자면 정말 죽을까?’로 바뀌어서 좀 실망을 했습니다. 아니 그런 평이한 제목으로 어떻게 관심을 끌 수가 있답니까? 역시나, 그 다음날 오전 12시가 될 때까지 댓글은 제로였습니다. 엄마를 시켜서 “우리 아들 장하다”는 댓글을 달게 해볼까, 그냥 조직원을 풀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후쯤 제 조직원 중 한명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제 글이 네이버 메인에 떴다는군요. 확인을 해봤습니다. 진짜더군요.
전 이렇게 많은 댓글 세례는 처음 받아 봤습니다. 딴지에서 이상한 글을 써서 욕을 무더기로 먹은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세상에, 댓글 700개가 뭐랍니까. 그냥 무섭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볼 줄 알았다면 좀 논리적으로 잘 쓸 걸 그랬다는 후회까지 들더군요. 그날 밤 집에 가서 삼십분 가량 댓글을 읽었어요.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떤 댓글들에서는 저에 대한 증오심을 느낄 수가 있었지요. 그냥 좋게 해석할 수도 있는데 마음이 비비꼬였는지 이상한 쪽으로 제 글을 몰고가는 게 한둘이 아니더군요. 딴지에서 워낙 훈련을 많이 쌓아서 댓글에 초연하게 된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재탕입니다
하지만 저를 깨우쳐 준 댓글도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건 너무 단정적으로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 글 말입니다. 어떤 분이 이런 글을 썼더라고요. “우리 할머니는 선풍기 때문에 돌아가셨다. 고인을 두 번 죽이지 말라.” 실제 사인이 그게 아닐지라도, 그렇게 믿는 분께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분은 이런 글을 보내 주셨어요. “건강한 사람과 달리 노인과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선풍기 때문에 죽을 수가 있다. 연구도 없이 이런 글을 쓰는 건 위험하다.” 일리 있는 의견입니다. 논문을 찾아봤는데 하나도 연구된 게 없어서 인용할 수가 없었어요. 약간의 항변을 하자면 사실 나이 드신 분들은 매사가 다 위험하지요. 대변보느라 힘주다 뇌혈관 질환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을 테고요 밥을 먹다가 밥알이 기도로 들어가 죽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제 글의 요지는 건강한 사람이 선풍기 때문에 죽는 게 과연 사실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거였답니다.
재미있었던 사연 한가지. 한겨레에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제가 잘 살아 있냐고 묻습니다. 이유인즉슨 제가 칼럼 말미에 스스로 실험을 해보겠다고 했거든요. 선풍기 틀고 창문 닫고 자보겠다고요. 근데 그날 오후에 어떤 아주머니 한분이 전화를 하셨답니다. “(시)아버님이 맨날 선풍기 틀고 주무셔서 걱정인데, 이 글 쓰신 분이 살아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 얘기를 듣고 막 웃었는데요, 전화를 끊고 보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분이 선풍기 틀고 주무시다 돌아가시면 전 어떻게 되는 건지 싶어서요. 그래서 생명에 관한 건 조심해야 한다는 게 아니겠습니까. 참고로 말씀드리면 전 5월부터 9월까지는 늘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을 잡니다. 창문은 여냐고요? 평소엔 열어놓지만 비가 올 땐 닫아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