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공단에서 안내문을 받았다.
“귀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까지 읽고 쓰잘데기 없는 내용인 것 같아 버리려 했는데, 그 다음 구절에서 숨이 탁 막혔다.
“귀하께서는...건강검진 결과 ‘비만대상자’로 판명되어 생활습관 개선 및 적절한 운동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내용은 이렇다. 나한테 연락하기 위해 전화도 하고 방문도 여러차례 했지만 도무지 연락이 안된다, 그러니 이걸 받으면 제발 전화 좀 해달라,는 것. 전화를 걸어서 용건을 얘기했다. 담당자가 지금 자리에 없다고, 조금 있다가 전화를 달란다. 그래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고, 알아서 살 빼겠다.”고 했다.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일일이 이런 친절을 베푸는 게 고마워야 정상이겠지만,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에겐 채찍질을 안하는 법이라고 어느 유명한 사람이 말한 적이 있다. 난 내가 비만인 걸 알며, 살을 빼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이란 게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하던 원시시대에 맞게 자연선택된, 쉽게 말해 수백만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거라 살을 뺀다는 게 너무도 어렵다. 조금 빠진 듯해서 체중을 재보면 오히려 늘어 있어 아연해진다. 충격을 받고 체중계에 안 올라가기로 결심한 지 한달, 정확한 체중은 모르지만,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날더러 “내가 알던 니가 아니다. 왜 이리 살쪘냐?”고 할 정도로 내 몸매는 심각하다. 한때 갸름해졌던 얼굴은 다시 타이슨이 돼 버렸고, 바지는 점점 죄어 온다. 문제는 내가 거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거다. 테니스 주 2회에 러닝머신 주 3회(6킬로 이상),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어제 점심도 굶으려고 하다가 동료 선생이 꼬드기는 바람에 물냉면을 먹었지 않는가. 이런 나에게 ‘넌 비만이야!’라는 통지서는 잔인하기 그지없다. 혹시 내게 그 어떤 질병이 있는 건 아닐까.
요즘 나오는 CF를 따라 말해 보련다.
“내 나이 40에 화려한 하마가 되었다. 보험공단에서 비만이라고 통지서를 보내고, 만나는 사람들은 다 살 좀 빼라고 한마디씩 한다.”
결심한다. 내 체중이 내 학번을 넘는 순간 난 속세를 떠나 칩거하리라. 쑥과 마늘만 먹으면서 인간이 되기를 기다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