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마감을 대략 5일쯤 남기고 글을 보내준다. 그만큼 자리가 잡혔다는 뜻이겠지. 이번에는 누워 자다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한시간 반쯤 끄적거린 끝에 완성을 했고, 금요일날 보냈다. “이제 한 3주는 발 뻗고 잘 수 있는 건가?” 생각했는데, 어젯밤 놀다가 들어와보니 메일이 한통 와있다. 특정인을 지지하는 글은 실을 수가 없다나. 마감은 사흘 남았고, 소재는 없다. 생각하려니 더더욱 머리속이 비는 느낌이다. 위기다. 젠장. 내가 썼다 반송당한 원고다. 너무 잘썼다고 혼자서 좋아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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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냥 강금실 찍을래요
“서울시장 누구 찍을 거야?”
남자 넷이 모이면 언제나 정치 얘기가 나온다. 난 대답했다.
“글쎄. 생각해 봐야겠지만, 그래도 내가 x당을 찍을 수야 없겠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 친구가 맞받는다.
“강금실 찍을 거구나? 그 사람, 처신이 너무 가볍지 않니?”
나머지 친구들이 맞장구를 친다.
“그래. 그런 면이 있지.”
난 강금실이 서울시장감으로 적당한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법무장관 직을 무난히 수행해 낸 건 평가할 일이지만, 지금 그가 누리는 인기는 상당부분 이미지에 근거한 것일 뿐 그의 실체는 아니리라. 그가 과연 어떠한 비전을 갖고 있는지, 그가 만들고자 하는 서울이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인지는 나중에 따져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강금실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면, 그건 그가 여성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불도저처럼 서울 곳곳을 파헤치는 남성 시장을 겪고 나니 여성 시장이 그리워져 버린 거다. 그리고 지금 서울시장에 출마 선언을 한 예비 후보 중 여성은 강금실뿐이다.
대선 때 2번을 찍었던 내 친구는 강금실을 반대하는 이유로 그의 처신이 가볍다는 걸 들었다. 과연 그의 처신이 가벼운가.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강금실이 거론된 건 2월 18일 전당대회 즈음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는 언제나 그의 몫이었음에도, 그래서 열린우리당이 강금실 카드에 애처롭게 목을 매도, 강금실은 좀처럼 출마선언을 하지 않고 장고를 거듭했다. 그가 출마선언을 한 것은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4월 5일 식목일이었다. 민주노동당으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장고를 거듭했던 그에게 내 친구는 왜 처신이 가볍다는 것일까? 그리고 왜 다른 친구들은 맞장구를 쳤을까? 친구에게 물어봤다. “여러 가지가 있지.”라고 하면서 한 가지도 말을 못하는 걸 보니 그가 여성이라는 게 요즘 유행하는 말로 ‘비호감’의 이유인가보다.
‘주말에만’ 공짜 테니스를 즐기는 현 서울시장은 강금실을 가리켜 “춤추고 놀기 좋아해 공무원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내 지인 하나는 “총리도 여성인데 서울시장까지 여자면 말이 되냐.”고 한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이런 댓글을 읽기도 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양가 부모형제 친척 친지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서약한 혼인 서약을 깬 사람은 공직에 앉히면 안됩니다. 악질 중에 최고 악질 사기꾼들이 바로 이혼한 자들입니다.”
그밖에도 ‘강금실은 안된다’는 이유란 것들이 “그 눈빛부터 바꿔라. 뭔가 섬뜩하다.” “헤어스타일이 촌스럽다.” “귀걸이가 징그럽다.”는 게 대부분, 아니 강금실에게 그렇게 흠이 없단 말인가.
결국 난 강금실에게 투표하기로 결정해 버렸다. 그가 어떤 서울을 만들려는지 모르지만, 그가 여성이고, 춤추고 놀 줄 알고, 이혼 경력이 있고, 나처럼 헤어스타일이 촌스럽고, 징그러운 귀걸이를 꽂고 다니므로 난 그에게 투표할 거다. 게다가 그에겐 서슬 푸르던 독재시절 판사로서 시국사범을 풀어줬던 용기가 있고, 첫 여성 법무장관으로 사법개혁을 무난하게 이끌어낸 능력까지 있지 않는가. 한명숙 총리에 강금실 서울시장, 써놓고 보니 정말 환상적인 조합 같다. 그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야겠다. “나 그냥 강금실 찍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