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장 갔다가 천안에 돌아온 건 밤 10시, 도저히 서울까지 운전하고 갈 자신이 없어서 근처 여관서 잤다. 물론 그 전에 천안에 사는 마음 맞는 친구와 소주 한병 반을 비웠다.
아침에 눈을 뜬 나는 때가 때이니만큼 춘정에 휩싸였고, 채널을 여기저기 돌린 끝에 에로비디오 채널을 찾아냈다. 내용은 이랬다.
[남녀가 한다(편의상 베타와 알파라 부르자). 옆방에서 모니터를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여인(감마다)이 소스라치듯 놀란다.
“아니 저것들이!”
분을 못이긴 감마는 베란다로 나간다.
청조끼에 청바지를 입은 남자(델타)가 걸어온다.
여자는 남자의 따귀를 때린다.
“똑바로 해요!”
영문을 모르는 남자에게 여자가 모니터를 보여준다.
“저걸 봐!”
남자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아니 저것들이!”
당장 어찌하려는 듯 방을 나가는 남자, 여자가 그를 소리쳐 부른다.
“잠깐만요!”
남자, 멈춘다.
여자, “우리도 해요!”
둘은...한다. 잠시 후, 저쪽 방에서 일을 끝낸 베타가 방문을 열다가 그 광경에 놀란다.
“아니 이것들이!”
베타는 위에 있던 델타의 목을 조르고, 말리는 감마를 밀친다. 감마는 방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 죽었다. 그때 알파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고, 두명이 죽은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어맛!”
베타는 알파를 방바닥에 쓰러뜨리고 베개로 짓누른다. 당연히 사망. 그때, 전화가 온다. 전화를 건 여인-입실론이라 하자-은 무척이나 요염한 자세로 침대에 앉아 전화를 걸고 있다.
“지금 당장 이쪽으로 와주시면 안될까요?”
잠시 후. 베타가 걱정스런 얼굴로 입실론 앞에 서있다.
입실론: 세명이나 죽였는데 이왕이면 저희 남편도 죽여 주시죠.
베타: (화난 표정으로) 당신 미쳤군!
입실론: (요염하게 웃으며) 그 대신 날 가져요. 평소 갖고 싶어 했잖아.
베타가 결국 입실론과 하는 순간, 난 더 이상 못참겠어서 TV를 껐다.]
하는 건 좋다. 되도록 많이 보여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너무 대본이 엉성하지 않는가. 사람이 너무 쉽게 죽는 것도 그렇지만, 세명을 죽이고 어떻게 또 할 수가 있을까? 원래 야한 영화는 맥락이 있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 그런 면에서 온통 살색-이런 말 쓰지 말랬는데...-으로 도배된 이 영화는 약간의 흥분은 가져다 주었을망정 별반 야하지 않았다.
김밥천국에서 오무라이스를 먹으며 에로비디오 대본을 생각해 봤다.
“그때 베타가 감마를 죽이지 말고 우리 이렇게 된 거 파트너 바꾸자 이런 식으로 말을 했으면 어떨까?”
후진 영화는 이렇듯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주는 법,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춘정을 달래주라는 뜻에서 조만간 멋진 대본 하나를 써서 보내야겠다. 필명은 ‘추월색’ 음하핫.
문제. 추월색이란 필명은 어디서 따온 것일까요?
1) 술집 간판
2) 유흥주점에 근무하는 아가씨의 닉네임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