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요일 밤, 둘째 조카한테서 전화가 왔다.
“삼촌, 내일 나 졸업하는데 삼촌 오면 안돼?”
잠시 생각을 했다. 그 다음날 나는 좀 높은 사람과 약속이 있었다.
“어, 나 내일 회의 있는데. 그 대신 좋은 선물 사주면 안되겠니?”
“난 삼촌 오는 게 더 좋은데.”
다시 생각을 했다. 조카는 날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참석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졸업식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 알았어. 꼭 갈게.”
그 높은 분께 전화로 얘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대신 난 7시 15분 버스를 타고 천안에 갔고, 높은 분을 만나 참석을 못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난 9시 15분, 다시 서울행 버스를 탔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시절엔 우는 아이들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졸업식에선 더 이상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상을 하나씩 탔다. 내가 졸업할 때, 이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었는데.
“너는 상도 하나 못받았냐?”
한시간 이십분 가량 진행된 졸업식이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갈 무렵, 교문 밖에 있던 사람이 뭔가를 나누어 준다. YBM이라는 영어 학원의 홍보물이다. 그는 맨 앞에 가던 둘째조카에게 “축하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전단지를 줬다. 그 다음에 가던 중학교 2학년인 큰조카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매형에게도. 근데 그 사람은, 갑자기 내게 전단지를 내밀며 “축하합니다.”라고 말한다. 점심을 먹으면서 매형과 함께 그 사실에 대해 얘기를 했다.
매형: 널 초등학교 졸업생으로 봤나봐.
나: 설마요. 제가 해피엔드 볼 때 미성년자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은 있지만, 이건 좀 심한데요.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돌아가는 길에 조카가 말한다.
“오늘 학원 가기 싫다.”
난 놀랐다. 졸업식 하는 날에 무슨 학원이람? 난 조카의 바람대로 누나에게 얘기를 해 학원을 안가도록 해줬다. 그리고는 조카와 더불어 축구를 하고 놀았다. 들어와 보니 학원에서 조카가 왜 안왔냐고 전화를 두 번이나 했단다. 학원이 일상이 되버린 아이들, 비록 큰조카가 남녀공학 중학교를 다니고, 둘째조카 역시 그 학교로 진학이 결정되었지만, 난 그네들이 가엾다.
* 신기한 일 하나 더. 내가 서울에 갈 때 탄 버스는 천안 올 때 타고 왔던 바로 그 버스였는데, 더 놀라운 것은 좌석도 같았다는 것. 내가 그 사실을 안 것은 의자에 떨어져 있던 빵또아 껍질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