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7월 18일(일)
누구와: 그냥 친구와, 남자다
마신 양: 소주 한병에 맥주 세병, 이상하게 이거 먹고 맛이 갔다. 친구가 나한테 간이 안좋냐고 했다.
최근 읽은 <술>을 보니까 술대결을 하는 건 전 세계적인 특징이었다. 마셔도 안취하는 걸 진짜 남자라고 생각을 한다나? 남자에 진짜와 가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남자들은 참 희한한 종이다. 누가 더 훌륭한 일을 많이 하는지에 관한 경쟁은 안하고 왜 쓸데없이 술대결을 하는 걸까.
주량이 소주 다섯병인 친구를 물리친 일화를 듣고난 친구가 내게 묻는다.
친구: 넌 왜 술대결을 하니?
나: 그건 말야, 강호의 고수와 같은 거야. 예컨대 내가 칼을 잘 쓰는 검객이라고 해봐. 저쪽 동네에 고수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어? 한번 붙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겠어?
친구가 다시 묻는다.
친구: 좋아. 근데 왜 너는 무리하게 소주 다섯병 마시는 애랑 술시합을 하는 거야?
나: 그럼 내가 소주 반병 마시면 쓰러져 자버리는 애랑 술시합을 해야겠니? 인간이란 갈매기와 같아.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고픈 욕망이 있는 거야. 자기 한계를 알면서도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는 아름답고 숭고한 거야.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어. 운명이 내게 해로울지라도,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데 그리스 비극의 숭고함이 있다고.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야, 알았어. 술이나 마시자!”
그날 난 정신을 잃었고, 친구가 태워주는 택시에 실려 집으로 갔다. 술시합은 이런 것이다. 그 친구의 주량은 소주 한병 미만인데, 나같은 대어를 낚을 수도 있는 것. 내 주량이 소주 두병 플러스 알파임에도 소주 다섯병인 친구를 케이오시킨 것처럼, 주량에 따라 승부가 나는 건 아니다.
어느 멋진 분과 술시합을 하기로 했다. <술>이라는 책에 보면 이렇게 씌여져 있다.
“여자는 남자보다 술이 약하다. 술을 흡수하는 데는 그만큼의 수분이 필요한데, 여성은 지방이 많고 수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둘째, 알콜분해효소는 간과 위에 있는데, 여성은 위에 그 효소가 없다..”
그래서 난 시합 전에 미리 술을 마시고 간다고 했다. 많이는 아니고 맥주 천씨씨 정도? 그랬더니 그분이 발끈하셨다.
“왜 나 무시해요? 응?”
그러면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음, 이런 말씀은 안드리려 했는데 저 12병까지 마셔봤거든요. 진로”
전작을 하고 간다는 이상한 계획을 중단하고, 몸 만들어 가기로 했다. 어쩌면 이번 금요일이 내 술일기의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 으음, 12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