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일 때문에 보건원에 갈 일이 있었다. 천안에 안가는 김에 테니스를 치러 이촌동에 갔다. 한게임만 치고 가려는데, 회장이 우리(나와 내 친구)를 부른다.
“이번주 일요일날 야유회 가려는데, 두 사람도 갈거지?”
놀라서 회장을 바라보는데 친구가 대답한다.
“가야죠!”
놀라서 친구를 바라보는데 회장이 말한다.
“실미도 쪽으로 갈 거거든. 7시에 모여 한게임 치고 갈 거니까 그때 와”
친구에게 따졌다.
“야, 너 갈 수 있어?”
“간다고 대답하고 안가면 되잖아”
난 안다. 그 친구가 안갈 거라는 걸. 겁나게 가정적인 그 친구는 휴일은 언제나 가족과 보내는 걸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그는 꼭 이런 식으로 간다고 대답하고 안가는 나쁜 습성이 있다. 문제는 난 그렇게 못한다는 것. 웬만하면 난 그러겠다고 하면 지킨다. 안지키면 내가 스스로 괴로워서.
오면서 스케줄을 보니 심난했다. 살아오면서 숱한 고비를 넘겨 왔지만, 이번주만큼 큰 고비는 없는 것 같아서. 난 원래 술을 억지로 마시는 스타일은 아니다. 달력이 비면 비었구나 하고 좋아하는 그런 사람인데, 이번주 스케줄이 이게 뭐람?
월요일: 영화 사이트 친구들과 어제 마셨다. 소주 한병 반
화요일: 부산에서 대학 다니는 친구-만학이다-랑 크게 한번 마시기로 했다.
수요일: 내 이빨을 치료해준 후배에게 거하게 쏘기로 한 날이다. 참고로 후배 주량은 소주 다섯병이다.
목요일: “xx랑 셋이서 한번 봐요”라는 미녀의 말에 “그럽시다!”라고 했다. 두 미녀가 합치면 소주 다섯병은 마실 듯.
금요일: 이날은 원래 쉬어가는 날이었지만, 어제 “xx이가 한잔 산데. 날 좀 잡아라”라는 문자 메시지에 “금요일. 그날 빼곤 안돼!”라고 답을 했던 터였다. 다음 주로 미룰 걸.
토요일: 사촌 형 둘과 매제, 남동생 이렇게 다섯이서 마시는 날이다. 주량으로 따지면 내가 4등, 매제가 5등이니 다들 얼마나 잘마시는지 상상이 갈거다. 새벽 2시 전에는 안끝날 것 같은데...
그런데 일요일까지 야유회를 가야 하다니. 그것도 50, 60, 심지어 70대 아저씨들이랑!! 원래는 아침에 테니스를 치고, 집에 와서 늘어지게 잠을 잔 뒤 저녁에 선을 봤던 여자랑 식사나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놈의 야유회 때문에 다 망했다. 야유회가 끝난 일요일 저녁, 그때 난 살아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