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사는 친구 덕분에 어제 센트레빌 아파트를 견학했다. 샥스핀을 먹고 나서 “너 샥스핀 먹어봤어?"라고 자랑했던 젊은 시절처럼, 오늘 난 만나는 애들마다 ”너, 센트레빌 가본 적 있어?“라며 자랑을 해댔다. 하지만 내가 먹은 샥스핀이 내 배 속에 온전히 들어있는 것과는 달리, 친구가 사는 센트레빌 아파트는 나와는 무관한, 스쳐 지나가는 곳에 불과했다. 솔직히 부럽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남들이 ”센트레빌, 센트레빌“ 해대니까 나도 덩달아서 흥분했을 뿐.
하지만 이런 건 있었다. 비싼 아파트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서 그런 거겠지만, 단지 안을 거니는 사람들이 좀 달라 보이긴 했다. 옷차림이 허름한 사람은 검소하게, 쫙 빼입은 사람은 “역시!”라고 감탄했다는. 보통 그런 아파트에 갔다오면 “별거 없더라”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지만, 센트레빌 아파트는 참 좋았다. 웅장한 아파트 외관이야 말할 것도 없고, 단지 안에 시냇물이 흐르는 것도-거기 사람들은 청계천을 굳이 가볼 필요가 없을 듯-화려하기 짝이 없는 실내도 그곳이 고급 아파트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친구 아파트의 평수는 53평, 그럼에도 실제보다 더 넓어 보였으며, 시원한 창문으로 보이는 서울 야경은 더 멋들어지게 보였다.
내가 서교동에 살 때, 친구의 말에 의하면 그 당시 서교동에 산다고 하면 다들 “와” 하고 감탄한다던 그 서교동에 살 때, 내 친구는 도곡동의 허름한 아파트에 살았다. 어머니와 딸만 둘이 살았던 아담한 아파트, 나도 한번 가본 적이 있던 그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값이 뛰더니 어느날인가 재건축에 들어갔고, 결국 서울에서 가장 비싼 센트레빌로 거듭났다. 나름의 고생은 있었겠지만, 강남에서 버틴 댓가를 받은 셈이다. 역시 길은 강남 아파트에 있었다.
내 또다른 친구는 몇 년 전에 잠실 아파트 8평짜리를 9천만원에 샀다. 그런 걸 어디다 쓰나 싶었는데, 3년쯤 지나자 그 아파트의 가격은 2억7천이 되어 있었다. 3년에 1억8천을 버는 건 연봉이 1억쯤 되는 사람도 힘든 일, 게다가 그 아파트는 재건축에 들어갔다. 아파트가 완공되었을 때 그 아파트가 어떤 가격에 도달해 있을지 솔직히 무섭다. 친구의 말이다.
“내가 그 아파트 살 때 힘들었었어. 하지만 아파트는 일단 사고 봐야해. 허리띠 졸라매고, 돈 좀 빌리고 이러면 또 살아지거든. 아파트 안사고 그 돈을 썼으면 흐지부지 없어졌겠지만, 사고 좀 고생하니까 아파트가 생기잖아”
무슨 말인지 이해는 잘 안갔지만, 하여간 지르고 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난 술자리에 갈 때마다 카드로 지른다.
그 친구는 한마디 덧붙인다. “내가 그 아파트를 살 때, 강남 아파트는 오를만큼 올라서 더 오를 게 없다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오르지 않더냐. 역시 돈벌려면 강남 아파트 사야 해”
다시 말하지만 길은 강남 아파트다. 위험하게 주식은 왜 하는가. 그래서 난 만나는 애들한테 강남 아파트를 사라고 얘기했다. 다들 이런다.
“누가 그걸 몰라? 돈이 없어서 못사는 거지!”
그들에게 난 다시금 친구의 말을 들려준다. “일단 지르고 보는거야!”
그러면 그들은 날 이상한 사람처럼 본다. 진리를 가르쳐줘도 냉대받는 현실이란.
어제, 강북에만 집 4채를 보유한 친구에게 계속 말을 했다.
“니가 아무리 60평에 살고, 집이 네채고 그러지만, 결국 아무 소용 없잖냐. 그거 다 팔고 강남에 아파트 사라”
하지만 은평구를 개발하겠다던 이명박의 말을 굳게 믿는 그 친구는 허허 웃으며 눈만 깜빡인다.
집이 거주의 터전이 아니라 투기의 원천이 되는 사회, 부동산으로 수억원을 가볍게 버는 게 가능한 사회에서 성실히 일해서 살아갈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은 “부동산만큼은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뭐 그다지 잡은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노무현이 건설경기를 다 죽였다는 아우성만이 귓가에 들려오고 있으니, 뭐가뭔지 모르겠다. 나도 로또 되면 강남에 부동산이나 사야겠다. 거기에 길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