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
내가 어릴 적, <call me>라는 팝송이 있었다. “콜미 온 더 라인~” 어쩌고 하는 노래인데, 팝송을 혐오했던 나도 가끔씩 그 구절을 흥얼거릴만큼 좋은 곡이었다. 이 노래는 그룹 블론디가 불렀는데, 보컬을 맡은 데보라 해리라는 여자가 매우 섹시했던 기억이 난다.
둘.
지금의 가수들은 탤런트들 저리가라 할 정도로 예쁘지만, 80년대만 해도 정수라나 이선희처럼 얼굴이 예쁘지 않아도 가수를 할 수 있었다. 이문세나 변진섭처럼 그때 가수들은 좋은 노래를 내놓는 걸 가수의 사명으로 알았었다. 그런 와중에 섹시함을 앞세운 가수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노래 하나로 단숨에 가요계를 정복한 그 가수는 김혜림이었고, 그녀가 부른 노래는 <DDD>였다. “디디디~ 가슴만 태우는 그대여...”
셋.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의 현장에서 섹시함을 내세운 도발적인 의상으로 눈길을 끈 여성이 있었다. 언론에 의해 ‘미스 월드컵’으로 불리워지게 된 그녀는 결국 가수가 되어 음반을 냈는데, 그 사건은 ‘노래를 잘불러서 가수가 되는 시대’는 오래 전에 갔고, 우리가 ‘섹시하면 가수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녀의 데뷔곡은 ‘전화받아’였으며, 가사는 이랬다. “전화받아 왜안받아 제발 전화 좀 받아!”
넷.
그저 그런 미모를 가진 탤런트가 오랜 기간 성형수술을 거친 끝에 최고의 섹시가수가 되어 우리 곁에 돌아왔다. 그녀의 이름은 유니. 음반을 준비하는 동안 자신에게 작업을 건 연예인이 대여섯은 된다고 밝혔던 그녀는 ‘call call call'이라는 음반을 들고 나와 활발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그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그녀의 옷이 흘러내리는 바람에 가슴이 “보였다 안보였다”로 화제가 되었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정작 그 노래를 들은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이상의 예에서 보듯 섹시함을 무기로 내세운 가수들은 ‘전화’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대중에게 어필하려 한다. 편지도 있고 헤드폰도 있는데 왜 하필 전화일까. 정신과 전문의 x모씨는 이렇게 말한다.
“섹시한 여자가 전화를 걸어라. 난 개방되어 있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남성들의 환상을 자극한다. 노래를 들어보라. 괜히 전화걸고 싶지 않는가?”
말을 듣고보니 그럴 듯하다. 갑자기 유니가 판을 많이 팔 수 있는 비결이 생각난다. 판을 사는 사람에 한해서 자기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다면, 많이들 사지 않을까? 수많은 전화를 어떻게 다 받느냐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전화번호를 안다고 모두 전화를 거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휴대폰 회사와 계약을 해서 그 전화로 인한 수익의 일부를 챙기는 걸로 계약을 할 수도 있다. 이상한 사람이 전화를 하면 어떡하냐고? 글쎄다. 전화 거는 사람은 대부분 순수한 사람들 아닐까? 그런 사람들인지라 대화도 오래 못할거다. 예를 들어보자.
남자: 저 유니 씨 정말 좋아해요
유니: 네 감사합니다.
남자: ....
유니: 그럼 홍보 많이 해주세요. 안녕.
여자: 언니 너무 예뻐요!
유니; 뭘요 고친 건데요.
여자; 저도 고쳐서라도 그렇게 되었음 좋겠어요.
유니: 제가 간 성형외과 가르쳐 드릴께요(이런 식으로 성형외과에서 얻는 수익도 일부 챙길 수 있다).
말로만 “콜 콜 콜” 하지말고 진짜로 전화를 받아라. 모르긴 해도 꽤 팔릴거다. 전화번호도 안가르쳐 주면서 전화하라고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