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30위 안에 드는 당당한 서재인이 됩시다! 라고 썼다가 어느 분의 지적을 받고 고칩니다.
30위 안에 집착하지 않는 당당한 서재인이 됩시다!
부산 사하구 괴정1동. 오즈마는 맨홀 뚜껑을 열고 하수도로 들어갔다. 후레시 불빛을 비추며 뭔가를 찾던 오즈마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여기 있군!”
오즈마는 주머니에서 뻰찌를 꺼냈다. 그때였다. 맨홀 뚜껑이 열리면서 후레쉬 몇 개가 오즈마를 향했다.
“거기서 뭐하는 거지?”
다음날 아침, 별 생각없이 뉴스를 보던 밀키웨이는 낯익은 얼굴이 TV에 나온 걸 보고 씹던 껌을 삼켜 버렸다. 완벽하지 않은 모자이크 속에 보이는 사람은 틀림없이 오즈마였다.
[...오즈마(26. 주식회사 헤이리 직원)는 주간서재 30위에 들기 위해 경쟁자인 멍든사과의 인터넷 전용선을 끊으려다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오즈마: 돈 5천원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주간서재의 달인’은 제 자존심이라구요!..]
오즈마는 결국 구류 10일이 선언되어 유배지인 파주로 가야 했다.
갈대가 이 소식을 알리자 순식간에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물장구치는금붕어: 아아 불쌍한 오즈마님! 우리 모두 파주로 면회가요!
매너리스트: 으음, 전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사필귀정!
마냐: 30위 안에 꼭 들어야 하나요? 전 그런 거 관심 없어요.
평범한여대생: 매너리스트님,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오즈마님은 지나친 과당경쟁의 피해자라구요!
매너리스트: 죄송합니다. 전 사필귀정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썼습니다.
이파리: 30등이라.. 그게 인간의 등수냐?
바람구두: 그래도 범죄를 저지른 건 나쁘지 않나요?
kimji: 오즈마님의 적은 다 나의 적이야! 다 덤벼!
바람구두님: 허걱!
안갈 것 같던 열흘이 지나갔다. 유치장에서 나온 오즈마는 눈물을 뿌리며 호랑녀가 건네준 두부를 먹었다. 오즈마가 말했다.
“두고봐! 난 다시 도전할 거야!”
두부 파편이 호랑녀의 얼굴로 산산히 흩어졌다.
토요일 아침, 주간서재의 달인 순위를 보던 마냐는 깜짝 놀랐다.
‘아니 내가 29위라니!’
조금만 노력하면 30위 안 진입도 가능할 듯 싶었다.
‘어디 보자. 28위가 평범한여대생이고 29위는 나, 30위가 실론티.... 31위는 로드무비, 32위 스위트매직, 33위 마태우스, 34위 토깽이탐정...’
주말이면 글을 왕창 몰아써 ‘새러데이 매직’이라고 불리는 스위트매직이야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할 터였다. 오늘 평범한 여대생이 쓴 리뷰 둘과 페이퍼 세 개는 내일 아침이면 점수에 반영되어 마냐와의 격차를 벌릴 터였다. 마냐는 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위험하다!’
로드무비까지 페이퍼 4개를 썼으니, 마냐의 30위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어!”
마냐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먹 안에 있던 호두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깨어졌다.
다음날 아침, 마냐는 평소 알고지내던 털짱을 불러 봉투를 건냈다.
“평범한 여대생에게 전화를 걸어 술을 사겠다고 하라. 안나오겠다고 하면 도서관 앞에서 난동을 부려라. 필경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술을 잔뜩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들면 큰 공을 세우는 것이다”
털짱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마냐가 등을 밀어 내쳤다. 털짱이 투덜거렸다.
“아니 2만원 가지고 무슨 술을 먹여? 나 혼자 먹어도 부족하겠구만”
마냐는 On your mark를 불렀다.
“넌 내 차를 몰고 실론티에게 가라. 피부에 좋은 약초를 알아뒀다고 가자고 꼬시면 틀림없이 응할 것이다. 실론티를 태운 뒤 용인에 있는 정남산에 실론티를 내려놓고 잽싸게 돌아오라. 그러기만 하면 니 공로를 인정하리라”
마냐는 하얀마녀를 불렀다.
“넌 로드무비를 만나서 예전에 괴롭혔던 시인을 혼내주러 가자고 해라. 시인이 부산에 산다고 한 뒤 남포동 대우아파트 211동 1304호를 찾아가라. 거긴 내 친정어머님 댁인데, 미리 입을 맞춰뒀으니 ‘외국에 출장갔다’고 대답할 것이다. 왔다갔다 열세시간을 붙잡아둔다면 일은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다”
마냐는 다시 chika를 불러서 이렇게 지시했다.
“넌 토깽이탐정에게 산 속에서 토끼를 잃어버렸다고 울며 고하라. 그리고는 인왕산 전체를 샅샅이 훑고 다녀라. 내가 오후 다섯시쯤 *^^*에너를 시켜 100년 묵은 소나무 앞에 토끼를 놔둘테니 무조건 그 토끼라고 우겨라. 해가 진 후 집에 와도 피곤해서 페이퍼를 쓰기 힘들 것이다”
마냐는 리스트를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한놈 남았다.....”
그때였다. 심복인 따우가 연락을 취해왔다.
“마태우스가 몸이 안좋아 끙끙 앓고 있답니다”
마냐는 껄껄 웃었다. “드디어 대업이 이루어지는구나!”
옆에 있던 단비가 간한다.
“마태우스란 놈은 원래 간사하기 이를 데 없는 자입니다. 저번에도 아프다고 해놓고선 페이퍼 11개를 쓴 적이 있는데, 마냐님은 어찌하여 그에게 속으려 하십니까?”
황망히 깨달은 마냐는 정원에서 선인장 가시를 다듬던 수니나라를 불렀다.
“내가 너에게 쌕쌕 오렌지 쥬스를 줄테니 마태우스의 집에 가서 문병을 왔다고 한 뒤 그의 상태가 어떤지 자세히 알아보라”
수니나라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마냐가 등을 밀어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
“우쒸, 쌕쌕오렌지 한캔 가지고 어떻게 문병을 가냐고요!”
문을 지키던 파란여로부터 수니나라가 왔다는 말을 들은 마태우스는 껄껄 웃었다. 곁에 있던 스텔라가 궁금해서 물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는 필시 마냐의 사주를 받고 내가 정말 병이 났는지 알아보러 온 것이오. 이번 일의 성패는 그대들에게 달려있소”
수니나라가 들어가보니 마태우스는 머리에 수건을 얹은 채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누워 있었는데, 얼굴에 땀이 비오듯한다. 수니나라는 마태우스의 침상에 다가와 절하며 말한다.
“오랫동안 마태님을 뵙지 못했는데 이렇듯 병이 위중하신 줄 몰랐습니다. 마냐님께서 마태님을 뵙고 이 쌕쌕오렌지를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마태우스는 희미하게 웃으며 엉뚱한 말을 했다.
“내가 섹시하다고?”
수니나라가 고쳐 말한다. “쌕쌕 오렌지 쥬스라구요!”
“그대가 섹시하다고?”
“쌕쌕오렌지 쥬스라니깐요!”
마태우스가 머리를 끄덕이며 크게 웃는다.
“오오라, 스텔라가 섹시하다고!”
곁에 있던 스텔라가 얼굴을 붉히는데, 수니나라는 답답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흑표범같던 마태우스가 어쩌다가 이렇듯 아픈가?”
그때 초인종이 울리더니 웬 미녀가 들어온다.
“별다방에서 온 스타리에요. 커피 배달 왔어요”
마태우스는 떨리는 손으로 커피를 받아들더니 질질 흘리며 마셨다. 커피는 입술을 타고 이불을 흥건히 적셨다. 마태우스가 짐짓 목멘 소리로 다시 입을 연다.
“내 너무 몸이 안좋아 이번주 서재달인은 포기한 상태네. 마냐님이라도 대신 30위 안에 들어 달라고 전해주게나”
말을 마친 마태우스는 기침을 몇 번 하다가 그대로 침상에 쓰러져 버린다. 수니나라는 마태우스의 집을 나와 마냐에게 본대로 상세히 고했다. 마냐는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마태우스만 글을 안쓰면 30위 진입에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
마냐는 페이퍼 두 개만 달랑 쓴 채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세시간이 채 못되어 마냐의 혀가 꼬부라졌고, 네시간이 지났을 때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한편 마태우스는 수니나라가 나가자마자 침상에서 일어나 무스탕을 벗었다.
“어휴, 더워 죽는 줄 알았네”
내복 상하의까지 벗고 반바지에 티셔츠로 갈아입은 마태우스는 컴 앞에 앉았다. 스텔라가 간한다.
“지금 글을 쓰면 마냐가 알아챌 수 있사옵니다. 한글로 저장했다가 오늘 자정을 기해 와장창 올리심이 좋을 듯 합니다”
마태우스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경의 생각이 내 뜻과 같소!”
한편 로드무비를 태우고 서울로 오던 하얀마녀는 고속도로에 앉아 울고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피부가 좋은 여인이니 태우고 갑시다”
차에 타자마자 여인은 울음을 터뜨렸다. “흐흑, 전 실론티라고 하는데요...엉엉....”
다음날 아침, 겨우 일어난 마냐는 잽싸게 컴퓨터를 켰다. 서재의 달인 리스트를 클릭한 마냐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 내가 술이 덜깼나? 다, 다시 세어보자. 하나, 둘, 셋....이십구, 삼십, 삼십일. 잉? 내가 왜 31위지?”
도대체 누가 날 역전한 걸까? 마냐는 순간 깨달았다. 33위이던 마태우스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갔나 했지만 그의 이름은 없었다.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호, 혹시?’
마냐는 떨리는 손으로 리스트 위를 향해 마우스를 움직였다.
“진우/맘, 지족초5년박예진, 꼬마요정, 물만두, 아영엄마...”
순간 마냐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마태우스의 이름이 5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냐는 떨리는 손으로 마태우스의 서재로 가봤다.
“8월 29일... 페이퍼 17편, 리뷰 11편, 리스트 4개....아, 가, 가슴이....여봐라, 누구 없느냐?”
아영엄마가 달려왔다. “아니 마냐님 무슨 일이십니까?”
“누, 눕고 싶구나...”
아영엄마는 마냐를 부축해 자리에 눕혔다. 마냐가 말했다.
“마태우스, 그 더벅머리놈이 감히 내게.....꼭 복수할 거야!”
한편 모 여대 도서관에서는 작은 소란이 일고 있었다.
“쟤 벌써 몇시간째 자냐? 세상에, 침까지 흘리네”
“술냄새도 나지 않냐?”
“그러게. 나까지 취하겠어. 이름이 뭐야? 평.범.한 여대생? 직원한테 얘기해서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