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주만에 글을 쓰네요.
시간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닌데,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 봅니다.
오늘은 아내의 생일입니다.
뭔가 작은 이벤트를 해주려고 잠깐 생각을 한 뒤에 아내한테 실을 좀 달라고 했습니다.
"풍선 이벤트 하게?"
아내의 말에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에이, 내가 그런 뻔한 이벤트를 하겠어?"
제가 생각한 건 우리 가족들, 그러니까 저랑 우리 두 아이들이
아내한테 편지를 쓰는 거였습니다.
편지에 구멍을 뚫은 뒤 실로 끈을 만들어 목에 걸고
하나씩 하나씩 아내한테 가는 거죠.
굉장히 그럴듯하단 생각이 들어 혼자 뿌듯해했습니다.
오늘 점심을 빵으로 떼우며 열심히 세통의 편지를 작성했습니다.
"엄마, 난 뽀삐야. 내가 살쪘다고 나 몰래 예삐만 맛있는 거 주고,
내가 제일 예쁘다더니 예삐만 안고 다니고 해서 서운해.
그래도 엄마를 만나서 행복해. 어쩌고 저쩌고..."
"전 예삐예요. 제가 눈 다쳤을 때마다 엄마가 헌신적으로 간병해 줘서
늘 고마워요. 그리고 제가 양다리를 걸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빠보다 엄마가 훨씬 좋아요.
근데 아빠를 더 좋아하는 척하는 건, 아빠 속이 밴댕이기 때문이어요...."
이벤트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아내는 편지를 읽으며 즐거워했고,
진짜로 우리 애들이 편지를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첫째 녀석의 모습. 편지는 신경도 안쓰고 먹을 것만 탐하는 중이다.

끈이 짧아서 그런지 둘째는 편지지를 매단 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셋이서 편지를 목에 건 장면. 둘째(왼쪽)는 편지지가 싫어 몸부림을 쳤다
그러더니 결국 편지지를 물어뜯고, 실을 끊어버리는 데 성공했다.
케이크와 편지, 그리고 작은 선물까지.
아내는 이렇게 한살을 더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