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禁止를 금지하라 -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
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1월
평점 :
"당시에 가족을 피신시켰고, 본인도 집에 못들어가고 다른 데서 출퇴근을 했어요. 얘가 두달 정도 어린이집에도 못나가고, 결국 이사했어요. 한 PD가 지금 어디에 사는지는 극비사항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한PD는 황우석 연구의 실체를 알린 바로 그 인물, 피디수첩의 취프 프로듀셔였던 최승호 피디가 했다는 말을 읽으며 씁쓸했다. 언론의 사명은 진실 보도라고 알고 있으면서 그 진실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저렇듯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 하다니. 인터뷰의 대가 지승호의 열번째 책 <금지를 금지하라>는 그의 그전 책들이 그랬듯 날 씁쓸하게 했다. 책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인터뷰이들의 입을 통해 알게 되는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는 거다. 예컨대 X파일을 취재함으로써 권력과 언론의 잘못된 유착을 밝힌 이상호 기자를 보자.
"검찰은 이건희 회장, 이학수 본부장, 홍석현 주미대사의 고발 등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했고, 뇌물공여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다. 반면... 이 사건 내용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는...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런 글귀를 보면서 어찌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빙긋이 웃을 수 있었던 건 이 책의 백미라 할 저자의 '셀프 인터뷰'였다. 그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평소에 하고픈 말을 원없이 한다. 자신의 장점에 대한 대답을 보시라.
"마감 전날 인터뷰 섭외가 되서...그 다음날 새벽에 원고지 100매 이상 채워서 보낼 수 있는 사람을 현재로서는 구하기 힘들 겁니다. 그런 사람이 늘 스탠바이하고 있는 셈이니 편집자는 좋아할 수밖에 없겠죠. 게다가 엄청 저렴하니까요.(358쪽)"
스스로를 '열등감으로 가득 찬 나르시스트'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분야에서 책 내서 먹고 살기는 힘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한다.
"책 달라고 하는 사람이랑, 책 냈으니 술 사라는 사람이 제일 싫습니다(340쪽)."
세상에 안 어려운 직업은 없지만, 그래도 각 분야의 최고는 잘 먹고 잘 사는 게 자본주의다. 인터뷰 업계의 최고수로, 인터뷰이에게 "무슨 얘기를 해도 될 것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지승호가 먹고 살기 어렵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술집에서 술을 시킬 때도 벨이 없으면 쳐다볼 때까지 손을 들고 있다"는 소심한 저자, 그분의 책을 읽으며 한국 사회에 대해 씁쓸함을 느껴보자. 우리가 느끼는 씁쓸함이 커질수록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