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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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연대기

 

이 책은?

 

이 책 결혼의 연대기는 소설이다. 장편소설.

 

저자는 기에르 굴릭센 (Geir Gulliksen), 노르웨이 문학가이자 편집자이다.

<시인, 소설가, 극작가, 아동문학가, 에세이스트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여자는 수동적이고 남자는 능동적인 고지식하고 불평등한 과거의 남녀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며 이들의 관계와 사랑을 주제 삼아 여러 작품을 써왔으며, 도발적이면서도 우아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강력한 러브스토리를 만들어 현대문학의 새로운 기준을 써 내려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이 책의 내용은?

 

주인공은 남편인 존과 그의 아내 티미다.

그런데 그들의 만남이 평범한 결혼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아내와 딸아이가 있던 존은, 의대생으로 의사가 되기 전 진료소에서 실습중이었던 티미를 우연히 딸아이를 데리고 진료를 받으러 간 게 계기가 되어 만나게 된 것이다.(62)

그러다가 같은 강좌를 수강하게 되었고(67) 결국은 둘이 결혼을 하게 된다.

 

처음 나를 만났을 때만 해도 아내는 스물다섯이었고, 나는 그보다 겨우 몇 살 더 많았다.(13)

 

그렇게 서로 사랑하고 결혼한 그들, 아이 둘을 낳고 살고 있었는데, 그만 헤어지게 된다.

이런 둘의 대화, 들어보자.

그들의 과거를 다음 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에 대해서 이야기해봐.

우리?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 한 때 열렬히 사랑했던 사이지.

그리고?

결혼해서 정식으로 부부가 됐고.

그리고 나서?

엄마 아빠가 됐지. 함께 아이를 낳았으니까.

(……)

그런데 어느 날....

무슨 소리야? 나더러 그 이야기를 하라는 거야?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고 싶어서 그래.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사실은 나도 모르겠어.

그래도 어려울 것 같아. 아니, 별로 하고 싶지 않아. 내입으로는 못하겠어.

그럼 내가 대신 말해 볼까? 내가 당신인 듯 말야. (7-8)

 

그 다음부터 남편인 존의 입으로, 아내인 티미의 이야기가, 부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니 이 소설은 화자의 시점이 독특하다.

남편인 존이 아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남편이 아내인 것처럼,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화자인 의 입으로 펼쳐지는 세계는 여러 시점이 드러난다. 새겨가면서 읽어야 한다. .

 

한때 그녀의 남편이었던 내가, 바로 이 집 그리고 우리가 함께 했던 방에 앉아서 집안을 걸어 다니는 아내의 모습을 여전히 눈으로 좇고 있었다. 하지만 티미는 이제 우연히 나와 마주칠 때가 아니면 더는 나의 얼굴을 기억하지도, 머릿속에 떠올리지도 않는다.(34)

 

티미는 이제 우리가 함께 일구어온 세상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막 옮겨가려던 중이었으니까.

티미는 그렇게 한순간에 모든 걸 내팽개치고 떠나버렸다. (37)

 

그렇게 완전히 과거를 회상하는 미래 시점이 나타나기고 하고

때로는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그 시점에서 말을 하기도 한다.

 

위에 인용한 부부의 대화에서 등장한 이런 말.

<그런데 어느 날....>

 

어느 날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것이다.

아내인 티미에게 어떤 남자가 다가온다. 그 남자를 아내는 받아들이고, 그것을 남편에게 모두다 말해주면서, 점점 그 남자에게 이끌려간다. 장갑맨.

조깅하고, 승마를 같이 하고, 스키를 같이 하며, 드디어.....

 

밖에서 그 남자를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고, 점점 그쪽으로 쏠리는 아내의 모습을 화자인 는 아주 냉정하게 그녀의 입장이 되어 서술해 나간다.

 

다시. 이 책은?

 

드디어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 사이가 어떻게 될 것 같아? 어떻게 끝날지 생각이나 해봤어?(205)

 

점점 아내의 마음속에서 희미해지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 가는 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금의 나는 예전에 티미가 알던 남자가 아니었다. 지금 내 목소리 역시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269)

 

부부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한 차원 다른 부부의 세계를 보는 느낌, 별세계의 사랑은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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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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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

 

이 책은?

 

이 책 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는 소설이다. 장편소설.

 

저자는 후루이치 노리토시,

<소설가이자 사회학자로 게이오기주쿠 대학교 SFC 연구소 방문 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관심사는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다. 그는 복잡한 이론 연구를 지양하고, 실제로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진짜 사회속에서 각종 사회 문제들과 정면 대결한다. 이 젊고 도발적인 사회학자가 장차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일본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지금 그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이후에 드러날 일본 사회의 어두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소설의 주인공은 쇼타, 대학을 졸업한 사회인이다.

직업은 유리창을 닦는 일이다. 도쿄의 고층 빌딩에 올라 밖의 창문을 닦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곤돌라에 올라 고층 빌딩의 유리창을 닦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같이 작업을 하는 파트너는 미사키, 여성이다.

그렇게 유리를 닦고 있던 중, 어떤 노부인이 살고 있는 집을 쳐다보게 되는데, 그 여인은 창문에 3706이란 숫자를 써놓는다.

 

그런데 창문에 뭔가 묻어있는 게 보였다. 얼굴을 가까지 가져가 보니 그것은 오염 물질이 묻어있는 게 아니다. “3706” 창문 안쪽에서 립스틱인지 뭔지로 쓴 것이다. 그 뒤로는 그냥 검은 색 커튼 뒤에 노부인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방도는 없다. (29)

 

그런 숫자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 쇼타, 드디어 그 부인의 집을 찾아가게 되고, 그 부인은 쇼타에게 위험하지만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하는데.....

 

반전이란 이런 것이다.

 

, 그런데 이 소설 반전의 재미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맨 처음 장면에서 고층빌딩에서 작업을 하던 중에, 의외의 사건이 발생한다.

같이 작업을 하고 있던 미사키가 뜻밖의 작업(?)을 걸어온 것이다.

그래서 하늘 가까이 있는 그 곳에서 뜻밖의 작업이 벌어진다.

그 작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독자들이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그래서 순간, 이런 착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이 그렇고 그런 소설 아닌가?

그래서 쇼타가 3706호를 찾아갈 때에, 묘한 긴장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거, 그 집에 가면 어떤 일이, 어떤 새로운 작업(?)이 펼쳐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아닌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기야, 그게 소설가의 능력이다. 소설의 기법, 독자로 하여금 페이지를 기대감으로 충만하게 해서 넘기게 하는 능력, 작가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확실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그 노부인은 쇼타에게 이런 부탁을 한다.

부탁이 뭐냐 하면 사진을 찍어 와 달라는 거예요.” (54)

 

, 노부인은 쇼타에게 빌딩 유리를 닦으면서 밖에서 안에 있는 집들의 모습을 찍어오라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어가면서 역시 그렇군,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이렇게 진행이 되는군하고 생각했다면? 작가의 작업에 놀아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되는 이야기라면, 굳이 소설가이자 사회학자인 저자가 나설 리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독자들은 반전에 반전, 그리고 인간의 실존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는 상황과 만나게 된다. 그 내용,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자.

 

저자는 소설가이며 사회학자다.

사회학자로서 인간의 실존에 대한 심각한 문제 하나를 소설로 녹여내 보여 주고 있다는 점만, 말해둔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베르사이유 궁전에 관한 새로운 사실.

베르사유궁전에 가본 적 있어요? 내가 가장 감명을 받은 건, 호화찬란한 샹들리에나 한껏 꾸며놓은 거울의 방이 아니라 입구에 틀어놓은 비디오였어요. 그걸 보니까 궁전을 너무나도 넓게 만들어놓은 바람에 왕은 거처하는 동안 거듭해서 방을 작게 만드는 개축을 했다는 거예요. 웃기는 이야기지요? (118)

 

그래서 침대 위에 설치하는 캐노피도 개발된 이유가 그런데 있을 것이라는 것. (119)

 

다시, 이 책은?

 

빌딩 숲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어마어마한 액수의 가치를 지닌 빌딩, 그 안에서 온갖 편의시설을 갖추고 살아간다.

 

그런데,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그들은 행복할까? 행복은 차치하고 당장에 맞닥뜨리는 고독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쇼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노부인의 말, 들어보자.

 

고층 맨션이라는 곳은 밖은 얼마든지 보이지만 안은 전혀 보이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에도, 위에도 아래에도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사람은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의 모습은커녕 인기척 같은 것조차 느낄 수 없지요. 정말로 도쿄의 빌딩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 어때요, 안 될까요? (55)

 

그런 질문, 의문, 그 노부인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것,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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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전태일! - 그가 떠난 50년을 기리며
안재성 외 지음 / 목선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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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

 

이 책은?

 

이 책 , 전태일!은 전태일, <그가 떠난 50년을 기리며>, 그의 행적과 그의 의미를 분석해 놓은 책이다.

 

이 책을 쓰는데 안재성, 이병훈, 맹문재, 박광수, 윤중목, 모두 5명이 참여했다.

 

이 책의 내용은?

 

19701113일 오후 1.

서울 평화시장 구름다리 밑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경비원들과 형사들에 정복 경찰까지 모여 시위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인 130, 온몸에 휘발유를 뿌린 채로 뛰어 나온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성냥불을 자기 몸에 가져다 대었다,

그의 몸을 타고 불꽃이 확 피어올랐다.

전태일, 22세의 청년 전태일은 그렇게 자기 몸을 불살라 우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 책은 그가 죽은지 50, 그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그의 의미와 그가 가져다 준 우리나라의 변화를 다각도로 분석해 놓았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 전태일 약전略傳 - 전태일, 사랑의 생애 / 안재성

2부 전태일과 한국사회 - 한국사회의 진보를 추동한 불꽃, 전태일 / 이병훈

3부 전태일과 한국문학 - ‘전태일문학의 계보 혹은 지형도 / 맹문재

4부 전태일과 한국영화 - 대담 : 다시 보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박광수윤중목

 

그러니, 그의 생애를 되돌아보고, 그가 남긴 우리나라의 변화를 사회 경제적인 면에서 살펴본 다음에 그를 기리는 모습을 문학과 영화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은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에 희생되어 온 노동자 삶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노동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함으로써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널리 불러일으켰다. (121)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통해 노동문제가 사회운동의 핵심적 저항의제로 자리매김되었을뿐만 아니라 학생운동을 포함한 당시의 사회운동이 한국 자본주의의 계급적 모순과 부당한 민생문제에 대항하기 위해 민중 연대에 적극 나섬으로써 질적인 성격 전환을 보여주었다. (134)

 

전태일 열사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잊혀지기보다는 다양한 계기와 방식 및 매체를 통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기억의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149) 

    

전태일 문학상과 노회찬 전의원

 

문학작품에서 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어떤 존재인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탐구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239)

 

전태일 문학상은 1988년 제정되어 202028회에 이르고 있는데, “노동운동을 그 핵심으로 하는 우리의 민족민주운동과 문학운동에 새로운 활력과 힘찬 응원가로 자리잡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222)라는 제정 취지가 무색하지 않게 의미있는 작품들을 배출하고 있다

 

수상작은 제 1회 정인화의 불매가』, 2회 수상작인 안재성의 파업을 비롯하여 의미 있는 수상작들이 많은데, 이 책을 읽다가 뜻밖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바로 노회찬 전의원이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 수상작은 힘내라 진달래,

17대 총선 기간인 200415일부터 331일까지 민주노동당 중앙선거 대책본부장을 맡고 운동하면서 기록한 일기이다.

17대 총선에서 노동자, 농민의 정치세력화의 결실인 민주노동당은 44년 만에 국회에 진출하였다. 이 일기를 첫 원내 진출의 경과 보고서로 전태일의 영전에 바친다.” (228)고 노회찬 전의원은 그 작품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를 기리는 아름다운영화

 

그를 기리는 영화가 1995년에 제작되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주연은 문성근과 홍경인.

이에 대한 비화, 일화가 있다.

영화를 촬영할 당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했는데, 촬영현장에 기자들은 거의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중에 영화가 개봉된 뒤에, 언론사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황당하다.

굉장히 래디컬한 영화로 예상해서 기사화를 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249)

이 영화가 촬영될 시기가 1995년인데도, 노동운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그러했다는 것,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이 영화를 제작한 감독 박광수와 영화 평론가 윤중목의 대담이 펼쳐진다.

영화 제작에 얽힌 비화, 영화 그 뒤의 이야기들이 흥미를 자아낸다.

이 대담에서 영화를 둘러싼 정치 사회, 문화적 분위기를 알 수 있어,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심층적으로 알게 된다는 가외의 소득도 얻을 수 있다.

 

다시. 이 책은? - 전태일의 의미

 

한국사회에서 전태일은 노동운동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그런데 그의 의미가 단순히 노동운동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그의 분신으로 노동문제를 단순히 노동자의 문제로 국한해서 생각하던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 그게 가장 큰 의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노동문제가 이제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더 나아가 정치의 큰 화두가 되었다는 것, 우리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전태일의 행적을 살펴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습을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역사적, 정치 경제, 사회적인 면도 살펴보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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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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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이 책은?

 

이 책 파국은 소설이다.

저자는 도노 하루카, <1991년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나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다. 2019개량 (改良)으로 제56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2020년 이 작품 파국 (破局)으로 제163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의 내용은?

 

소설 제목을 파국이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파국이란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 알고 있을 것이니, 그 파국이 언제 나올지 기대(?)를 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소설을 읽으며 이게 혹시, 아니면 다음 장면에서 파국? 이런 식으로 말이다.

 

등장인물은

 

요스케 : 대학생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이다. 학교 럭비부의 코치를 맡고 있다

사사키 : 학교 럭비부 고문

히자 : 요스케의 친구.

마이코 : 요스케의 여자 친구

아카리 :요스케의 후배, 여자 친구

 

등장인물은 단출하다. 그만큼 이야기 줄거리도 단순하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주인공 요스케가 여자 친구인 마이코와 육체적 사랑을 나누고, 헤어지고, 다시 후배인 아카리와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가 파국을 맞는다는 것.

 

문제는 요스케라는 주인공의 성격이다.

그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평범한 대학교 4학년이다. 럭비부에서 코치를 맡고 있으며 근육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며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그의 행동과 감정 다스림이 재미있게 설정이 되어 있다.

 

행동은 기준이 공무원이라는 데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나는 그 여자에게 일부러 다가가 다리를 갖다 대려했다. 그렇지만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그만두었다.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그런 비열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의자의 위치를 신중하게 조절하는 체하며 그녀의 다리를 훔쳐보았다. (33)

 

또한 감정조차도 명확한 근거와 논리를 찾으려고 하는 인물이다. 나름대로의 규칙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에서 가장 재밌는 장면이 바로, 그가 자기 감정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모습, 즉 눈물의 원인을 분석하는 대목이다.

 

나는 아카리에게 음료를 사주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그러자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와 멈추지 않았다.

어쩐지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자 친구에게 음료를 사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성인남자가 울음을 터뜨리는 건 이상하다. 나는 자판기 앞에서 영문도 모른 채 계속 눈물을 흘리다, 이윽고 하나의 가설에 도달했다. 그건 어쩌면 내가,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전부터 슬펐던 건 아닐까 하는 가설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답이 아닌 것 같았다. 내게는 아카리가 있었다. (……) 게다가 나는 내가 벌지도 않은 돈으로 좋은 사립대학에 다녔고, 근육 갑옷으로 둘러싸인 건강한 육체를 지니고 있다. 슬퍼할 이유가 없었다.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건 즉, 나는 슬픈 게 아니라는 뜻이다. (152-153)

 

얼마나 냉철한 분석인가?

그러나 이런 설정 -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이 그렇게 반듯하게 정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 이 바로 뒤에 따라올 파국을 향한 포석이라는 것, 독자들은 이미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파국의 의미 - 우리 내면의 불안

 

그렇게 냉철한 주인공, 파국은 어떤 모습으로 맞이할까?

일차 원인은 섹스 상대인 아카리가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결별을 선언하고 주인공의 팔을 뿌리치며 가는 아카리를 잡으려고 달리다가.......그는 파국을 맞는다.

 

그렇게 너무 쉽게 파국을 맞게 되는 현실, 그것을 그린 것이 이 작품이다.

속으로는 어떤지 모르나, 겉으로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주인공 요스케, 그는 이제 취업의 문을 통과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출발하려는 시점에 서 있다.

몸도 건실하고, 좋은 사립대학을 나왔으니 소위 스펙도 겉보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그런 그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습, 그게 저자가 그리려고 한 인간상이 아닐까?

 

해서 이 소설은 현대 사회 -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이다 -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해 놓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내면에 숨어있는 파국을 예감하는 불안, 그런 불안을 안고 사는 게 주인공뿐만 아닐 것이다. 이 이야기 누구 한두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전체의 불안이라 한다면, 너무 과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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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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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

 

이 책은

 

이 책 한 남자는 소설이다. 장편소설  

저자는 히라노 게이치로.

 

이 책의 내용은?

 

맨 처음은 이게 뭐지? 뭐 이렇게 시시하지라는 말 저절로 나온다. 시작이 그렇다.

언뜻 보면 아주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정확히 44쪽부터 이야기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읽는 독자의 뇌는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 이거 누구예요?

어떤 사진 말씀이시지요? , 그 쪽은 아버지와 제 아들이에요.

아들? 아니, 그쪽이 아니라 이쪽 말이에요. 다이스케 사진은 없어요?

.....그 사진인데요.

이건 다이스케가 아니에요.

......?

 

다이스케와 결혼한 리에는 다이스케가 죽은 후 그의 형이 찾아오자 죽은 동생 영정사진이 있는 불단 앞으로 형을 안내한다. 불단 앞에 선 형, 영정 사진을 보고 리에와 나눈 대화다.

죽었다는 동생 다이스케의 사진이 자기가 알고 있는 동생 다이스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 동생 다이스케 이름을 빌려, 다이스케 행세를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모르고 다이스케라 알고 결혼까지 한 리에, 그때부터 혼란에 빠져든다.

 

이 소설은 그래서 나란 누구인가?’란 주제가 묵직하게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호적상으로는 다니구치 다이스케라는 사람이 죽은 것이었다. 하지만 다니구치 다이스케의 죽음은 오로지 그 본인밖에는 죽을 수 없다. 그는 대체 누구였을까, 라고 리에는 죽은 남편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은 결국 그가 누구의 죽음을 죽은 것인가, 라는 질문이었다. (101)

 

딱히 현실에 절망한 게 아니더라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은 것은 단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운명을 짊어진 인간이 흔히 품을 수 있는 바람이 아닐까. 막상 결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는 무모함이 없어서 그것은 단지 꿈꾸는 단계에 머물 뿐이다. (234 )

 

그런 질문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할 때, 과연 그 사람의 무엇을 사랑하는 걸까요. 처음 만나서 현재의 그 사람에게 호감을 갖고, 그다음에는 과거까지 포함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죠. 근데 그 과거가 생판 타인의 것이라는 걸 알았다면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은……? (323)

 

이에 대한 대답은 이렇다.

알게 된 그 지점에서부터 다시 사랑하는 거 아닐까요? 한 번 사랑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몇 번이고 다시 사랑하잖아요. 여러 가지 일을 함께 겪으니까.” (323)

 

이런 질문과 대답을 다른 형식으로 읽어보자.

 

나하고 나의 가짜가 있다면 진짜, 나 알아볼 수 있어?

그야 알지, 아빠 아들인데.

어떻게 알아?

딱 보면 알아. 목소리도 알고.

근데 얼굴도 목소리도 완전히 똑 같으면?

그러면....., 추억을 물어봐야겠다. 작년 여름에 함께 갔던 가족 여행은 어디였지? (205)

 

아들과 기도 아키라의 대화다.

이런 질문을 독자들도 해 보면 어떨까? 나는 어떤 것으로 타인과 구별될 수 있을까?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가 참고자료로 사용된다.

 

저자는 기도 아키라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꺼집어낸다.

나르키소스 신화에서 나르키소스가 왜 수선화로 변했는지를 묻는 아들의 질문에 화자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읽게 되는 것이다.

 

변신 이야기에는 그리스 신화 중 온갖 변신담이 담겨 있다.

나르키소스를 비롯해, 파에톤의 죽음을 슬퍼하다 눈물의 보석 호박이 된 파에톤의 누이들, 사슴으로 변해 죽음을 맞이한 악타이온 등 많은 변신 이야기가 등장한다. (352)

저자가 변신 이야기를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변신 이야기를 통해, X의 변신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살인자의 아들인 X 가 신분 세탁을 통해 다니구치 다이스케로 변신한 사건을 변신 이야기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특징 하나 - 주석

 

이 책은 소설이다. 그러니 굳이 책에 주석까지는 필요없다.

책을 읽는 독자의 층은 다양하니까, 각각 자기 양에 맡게 읽고 받아들일 것이다.

해서 어떤 소설은 그야말로 참고자료를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읽기도 한 적이 있고, 또 어떤 책은 그저 후루룩 읽어간 것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책 말미에 주석을 달아 놓았다, 역자가 만든 주석이다.

주석을 읽어보니, 이게 없었다면 아마 그냥 모르고 넘어간 것 많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역자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책이다.

한 남자, 그 남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듯, 옷깃을 여미며 읽게 된다.

 

이런 것도 이 책을 읽고 얻게 된다.

 

인간은 다면적인 존재인데, 어떤 한 면만 보고 사람을 판단한 적은?

스티그마 얘기다. (162)

사람들은 사람을 어떤 특징 하나로 규정해버리는 잘못을 범한다.

아이덴티티를 하나의 뭔가로 묶어놓고 그걸 타인이 쥐어 잡고 흔든다는 건 정말 못견딜 일이다. (163)

 

인간에 대한 생각, 통찰력, 얻게 되는 소설이다. 일본 소설 중 많이 읽히는 추리소설 류와는 색깔이 다른 이 책, 정말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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