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다정함 - 김연수의 문장들 푸른사상 교양총서 21
민정호 지음 / 푸른사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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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다정함 : 김연수의 문장들

 

김연수, 소설가다.

물론 그의 작품을 많이는 읽지 못했지만 그가 어떤 작가인지는 안다.

대단한 작가라는 것, 안다.

 

예스 24의 작가 소개에는 이렇다.

<1994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등단한 이후 총 13권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오직 쓴다라는 동사로만 존재해온 작가,>

 

쓴다라는 동사로만 존재한다니 대단한, 이라는 말이 맞는 것이다.

그건 바로 이 책으로 증명이 된다.

이 책의 저자 민정호는 그런 작가 김연수의 책을 읽고 감동받아, 그의 글에서 길어온 문장을 토대로 또 다른 글을 길어온다. 더 맛있는 글이다. 그러니 글이 글을 낳고 낳는 셈이다.

 

그런 글, 여기 모두 46개의 글이 실려있다.

 

먼저, 이런 글, 김연수의 이런 글 읽을만 하다,

 

이 책의 저자가 쓴 글을 읽기 전에 저자가 인용해 놓은 김연수의 글을 차분하게 읽어보았다.

어떤 글이, 어떤 점이 저자로 하여금 그 글을 읽고, 다시 글을 쓰게 만들었는지. 김연수의 글 안에 분명 끌리는 무엇이 있었을 게다. 그러니 독자들은 먼저 김연수의 글을 음미하면서, 저자의 글도 읽어보는 게 어떨까? 다음은 김연수의 글이다.

 

제아무리 인생을 깊이 들여다본다고 해도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불가항력적인 우연의 연속이다. (136)

 

사물에 담긴 추억으로 우리는 같은 인생을 여러 번 살아갈 수 있습니다. (166)

 

모험의 정신이란 비록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뿐이라고 하더라도 세상에 굴하지 않고 그 길을 가는 사람의 정신일 것이다. (171)

 

저자의 이런 글, 밑줄 긋고 새겨본다.

 

이번에는 저자가 김연수의 글을 읽고, 그 글을 기반으로 쓴 글중, 새겨보고 싶은 글을 적어둔다. 김연수의 글로부터 내려온 그 어떤 힘이 저자의 글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간 MBTI에 심드렁했던 이유는 이와 같은 피할 수 없는 영역까지도 분류, 유형화를 해놓은 부분 때문이었다. (48)

 

김연수는 소설가의 재능에 대해 말하면서 체력을 이야기했다. 생경한 지적인데, 재능이란 처음 등단할 때 한 두권의 책을 쓰면서 모두 소진된다고 말하며.

그런데 이게 작가에게만 통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 모든 일이 다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누구나 시작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가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51)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저장된 기억들이 제한된 언어로 표현되는 순간, 여기에는 반드시 틈이 발생하고 이 틈은 어떤 언어로도 결국 채워질 수 없게 된다. (75)

 

전이에 대하여,

그러니까 해결되지 않은 감정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주변에 영향을 끼친다. (164쪽)

 

생각하고, 새겨볼 문장

 

우리가 경험하는 직접 체험만이 우리 자신을 바꿀 수 있다.(25)

 

저자가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발췌 소개한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그간 경험했던 간접 경험이 얼마나 효용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니, 과연 그랬다. 남에게 건네 들었던 간접 경험은 아무래도 직접 경험보다는 못했다.

그걸 이 책에서 확실하게 해둔다. 직접 경험의 중요성을.

 

사람들과의 유대가 없으면 그 장소는 그 어떤 의미도 없다. (35)

 

저자가 이푸 투안의 책 공간과 장소에서 발췌 인용한 글이다.

장소와의 유대는 먼저 사람들과의 유대에 의해서 정해진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알게 된 영화, 음악, 그림 등

 

애니메이션 <모아나>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바다 너머로 모험을 떠나는 모아나의 삶이 그려진다. 나는 이 삶이 참으로 진실하다고 말하고 싶다. (21)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 (115)

그의 곡 < I’ll never know>

 

고흐는 한때 생활고로 심한 고통을 받아 용병부대에 입대하려고 했다.

그 사실은 고흐와 동생이 주고 받은 편지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152)

 

다시, 이 책은?

 

저자의 글은 김연수의 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김연수의 그 작품을 읽지 않고 그냥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다소 있다. 해서 김연수의 모든 책을 옆에 두고 같이 읽어가면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런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이 책은 김연수와 그의 글을 읽으며 이유 없는 다정함을 발견한 저자의 글을 함께 읽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저자자 몇 번이나 강조한 이유 없는 다정함이 그리워지는 세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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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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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인간이 된다는 것, 여기서 인간이라 함은 문명 속의 인간을 말한다.

 

이 책은 인간이 문명 속에서 다른 동물들과 달리 그 모습을 어떻게 갖춰가게 되었는가를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인간의 행태와 그 행태가 어떻게 역사를 진행, 퇴보시켰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하여

 

최재천 교수는 <추천의 말>에서 이 책을 이렇게 읽기를 권하고 있다.

 

머리말과 제 1장을 읽은 다음 7-9장을 먼저 읽고, 그 다음 2-6, 마지막으로 끝맺는 말 순서로 읽기를 추천한다.

 

그러면 이런 순서가 된다. 최재천 교수의 추천대로 목차를 새로 구성해 본다.


머리말

1_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

7_ 코딩 오류

8_ 인지 편향

2_ 가족

3_ 감염병

4_ 유행병

5_ 인구

6_ 마음을 변화시키는 물질

끝맺는 말

 

그렇게 읽으면 <인간이 된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먼저 <코딩 오류>에서 저자가 살펴보고 있는 항목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생물학에서는 유전 부호에 일어난 돌연변이 하나가 단백질의 구성 요소 중 하나를 변화시켜 단백질의 기능을 감소시키거나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 (296)

 

그 사례로 저자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게 일어난 돌연변이를 언급한다. (297-312)

그 논의의 결론은, 100년후 러시아에 라스푸틴 사건이 일어나는데, 저자는 만약에 100년전에 빅토리아 여왕에게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었더라면, 러시아의 라스푸틴도 없었을 것이라 한다.

 

빅토리아 여왕은 자녀를 9명 두었고, 모두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았고 손주도 40명이었다. 그런데 여왕은 유럽의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방법으로 왕족간 근친 결혼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세기 말 조지 5세가 되는 손자는 유럽의 모든 왕가와 혈연관계로 연결되었다. 즉 빅토리아 여왕의 유전자가 유럽의 모든 왕가로 퍼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빅토리아 여왕 후손의 유전자에 돌연변이 때문에 혈우병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결과 위에 말한 것처럼 러시아에까지 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 의미있다.

 

<8_ 인지 편향>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아메리카에 도착했음에도 그곳이 인도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콜럼버스의 이런 행태를 확증편향이란 개념을 사용해서 분석한다. (347-349)

 

그 밖에도 많은 인지 편향을 거론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앵커링 효과 (351)

후광 효과 (351)

편향 맹점 (352)

지식의 저주 (357)

손실회피 편향 (375)

 

그렇게 7장과 8, 9장을 읽고 다시 앞으로 와, 2-6, 마지막으로 <끝맺는 말>:을 읽어본다.

 

2, 가족에서 이런 사건(?)이 등장한다.

가족의 혈통을 지키기 위한 문제적 행동이 낳은 사건이다.

왕가들의 결혼 형태, 특히 합스부르크 왕가의 불행 (99-107)

 

다른 왕조와의 결혼은 처음에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막대한 정치권력의 분산을 막고 제국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하여 합스부르크 가문은 가까운 친척끼리 결혼을 반복했는데, 특히 왕의 계통에서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났다.

이러한 혈족간 결혼은 정치권력을 강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근친 결혼은 가족 내에 결함 유전자가 확고히 뿌리를 내리는 결과를 낳았다.

 

카를로스 2세가 죽고나서 몇 달 지나지 않아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이 유럽 대륙 전체를 집어삼켰다.

결국 근친결혼의 폐해는 한 왕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유럽으로 확대된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류의 역사

 

인류의 역사는 종으로서 우리가 지닌 기능과 결함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펼쳐졌다. (385)

 

우리 인간이 가진 결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문명의 향방을 가른 감염병과 유행병,

전쟁을 일으킨 물질 중독’,

범선 시대에 해상 패권을 결정한 유전자 돌연변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인지 편향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러한 결함을 이겨낼 수 있는 인간의 기능은?

상호이타성, 우정, 가족 제도,

 

두발 보행이 가져다 준 진보 :

인간의 지능이 발전되었다. 두개골 용적이 증가한 사실에서 그걸 알 수 있다.

 

그런 결과 인간이 되어가는데, 그 모습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다음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종으로서 우리가 지닌 기능과 결함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펼쳐졌다. 하지만 우리는 타고난 생물학적 조건의 무력한 노예가 아니다. 인류가 이룬 기술 진보는 우리가 자신의 자연적 능력을 높이고 증대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많은 생물학적 약점을 보완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펼친 노력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385)

 

다시. 이 책은?

 

현재의 인류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참으로 수많은 역경을 거쳐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 역경을 거쳐 다다른 현재의 모습은?

 

일단 긍정적인 모습이 보인다. <끝맺는 말>에서 찾아낸 모습들이다.

 

인간은 서로 유익한 행동과 관행을 배우고 그것을 개인 간에 전달할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까지 전달한다. 문화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인류가 많은 제약을 극복하게 해준 아주 강력한 힘이다. (386)

 

우리는 문화적 환경에 생물학적으로 더 잘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문명이 탄생한 이래 문화적 변화의 속도는 크게 가속돼왔다.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하고 수준높은 기술을 발전시켰다.

이 모든 혁신을 통해 우리는 자연적 능력을 증대시키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앞으로 다가올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저자는 <끝맺음말>의 뒷부분을 부정적인 현상을 다시 강조하고, 또한 우려 섞인 전망으로 채워놓고 있다.

 

특히 마지막 문장에 다시 인지 편향을 거론하고 있다. 인지 편향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지 편향은 우리의 생물학과 우리가 진화해온 과거의 많은 측면과 함께 인류의 역사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 미래에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394)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쳐놓은 저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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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 지친 나에게 권하는 애니메이션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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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애니메이션, 그 재미에 빠진지 이미 오래다. 

그처럼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은 혹시 놓치고 넘어갔을 미묘한 재미를 찾게 해주는, 해서 즐거움을 더 한층 맛보게 해주는 책이다.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본 적이 있다.

 

이 책에서 그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중요한 대사를 한글 번역과 원어를 병기하여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훌륭한 음식은 맛볼 수 있는 음악, 맡을 수 있는 색채와 같아.

네 주변에는 훌륭한 것들이 많단다.

네가 할 것은 그저 알아차리고 멈춰서 음미하는 것이야.

 

Good food is like music you can taste, color you can smell.

There is excellence all around you.

All you have to is notice and stop and savour. (113)

 

한글 번역과 원문을 같이 실어놓았기에 영어 공부도 할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라따뚜이>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기로 했다. 보았다.


그런데 바로 위에 소개한 장면이.....

한글 자막이 이랬다.

 

좋은 요리는 맛과 향이 있는 음악과 같습니다.

멋진 요리는 많습니다.

그걸 느낄 줄 아는 게 중요하죠.

 

. 비교해보자. 그 영화의 원래 대사와 우리말 자막을 비교해보면, 무언가 많이 빠져있다.

원래의 의미를 찾아볼 수 없게 번역이 된 것이다.

 

(한글 자막) 그걸 느낄 줄 아는 게 중요하죠.

(원래 대사) 네가 할 것은 그저 알아차리고 멈춰서 음미하는 것이야.

 

우리말로 두루뭉술하게 번역해 놓아 원래 그 말의 깊은 의미를 놓쳐버린 것이다.

알아차리다. 멈추다. 음미하다. 그 세 가지 느끼는 방법을 원래 애니메이션에서는 요구하는데 비하여, 우리말 번역에서는 그게 송두리째 빠져버린 것이다.


요리를 즐기려면? 어떻게

알아차려라, 그리고 멈춰라. 그리고 음미하라!

그것을 이 책을 통해서 찾아낸 것이다. 

 

<라따뚜이>가 어떤 애니메이션인가? 무엇이 주제인가?

요리가 주제이니. 당연히 요리를 즐기는 방법론에서 그런 게 빠져서는 안되는 것, 그것을 이 책에서 찾았다. 고마운 일이다.

 

이름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이름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유바바는 치히로가 아니라 센이라는 이름으로 일할 것을 요구한다. 치히로는 이름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다. 이 세계에서는 이름을 잃어버리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 133)

 

이름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부르고 불리는 이름들. 거기에는 분명 의미가 깃들어있을 것인데. 그것이 궁금했었다. 이 책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그 단초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럼 그 의미는 무엇일까?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기에 이름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것일까?

 

물질만능주의가 도래한 지금, 우리가 이름, 즉 정체성을 잊지 않도록 조언하는 것이다. 치히로는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한다. 이는 니체의 초인 사상처럼 고난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144)

 

그러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가 단순하게 얘들 보고 즐기는 만화영화가 아닌 것이다. 그안에 엄청난 상상력과 깊은 통찰력, 그리고 그것을 충분하게 느낄 수 있도록 아름다운 음악과 이미지가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명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이름과 관련하여 이런 글도 읽은 적이 있어, 소개한다.

 

이름이란 이를 가진 사람의 본질을 나타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름은 특별한 힘을 지녔기에 귀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이유에서 금기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의 숙적 볼드모트는 등장 인물들에게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사람으로 불린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신화에서 시작되었다, 115)

 

다시, 이 책은?

 

만화영화라고 부르면 뭔가 부족하게 여겨질 것같아 애니메이션이라 부른다

그 두 가지 용어가 실상은 같은 것이지만, 애니메이션, 하면 어쩐지 한 단계 더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애니메이션, 여기 소개되고 있는 것들은 작품이라 부를 수 있다. 마치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있는 미술품들은 그림이라고만  부르면 이상하듯이 여기 실린 애니메이션, 모두 작품들이다


그런 작품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분명 독자, 시청자의 몫이겠지만, 이런 책의 도움으로 그 속에 들어있는 감독의 상상력과 깊은 통찰력을 찾아내는 여행을 해보는 것도,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또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여행에 훌륭한 가이드가 되고 있다. 

이 책의 독자들은 그래서 더한층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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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4호
한승훈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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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2024 여름호

 

<서울리뷰오브북스>, 책 리뷰를 모아놓은 잡지다.

, 여름, 가을, 겨울로 나오는 계간지다.

이번 호는 <믿음, 주술, 애니미즘>을 특집으로 해서 꾸몄다.

해서 이 책에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평의 유용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서평, 책 리뷰는 왜 필요할까, 리뷰는 왜 쓰는 것일까, 에 대한 대답을 충분히 들을 수 있다.

 

이번 호에 소개된 책 리뷰중 이런 게 있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에 대한 서평을 성균관대 교수인 권석준 교수가 리뷰를 썼다.

 

제목은 <패턴의 자동 완성이 주는 편안함과 쏠림>이다. (26-40)

 

그러니까 그 책에서 두 가지 면을 읽었다는 것이다. 하나는 편안함과 또 다른 하나 쏠림.

무엇이 그렇다는 말인가?

패턴의 자동 완성이 그렇다는 말인데, 그 책에서 그런 점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필자는 먼저 작곡가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을 언급하면서, 이 동굴은 육각 기둥 형태의 현무암 주상절리로 가득해 방문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이는 고대인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주어 북유럽 원주민들은 이 동굴을 전설 속의 거인이 만들었다고 믿었다고 한다, 고 전한다. (27)

 

필자는 왜 멘델스존의 곡을 소개하면서, 그 동굴에 관한 고대인들의 믿음을 소개하는가?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패턴의 완성이라는 능력을 소개하려고 그런 것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흘러가는 구름의 형상을 보고 구름 이름 짓기라든가,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면서 별자리 이름을 짓는 것들이 바로 패턴의 완성 능력이다.

 

필자가 리뷰하고 있는 책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는 과학적 회의주의자이자 스켑틱(Skeptic)의 발행인인 마이클 셔머가 1997년에 발간했고, 한글 번역본 내가 읽은 것- 은 초판 1쇄가 20071112일이다.

그러니까 거의 20년 전에 나온 책이다. 그런 책을 지금 리뷰할 필요가 있을까?

 

패턴의 완성 기능이 미친 영향을 살펴보면, 그 대답이 나온다.

그게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런 패턴의 완성 능력은 일단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제한된 정보에서 최대한 예측가능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편안함을 가져다 주는 패턴의 완성이 비과학적으로 결론이 지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의외로 그런 사례가 많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그 책에서 그런 사례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다.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는 보고들.

마녀 광풍.

과학적 창조론.

홀로코스트가 없었다는 주장들.

 

그런 사례들을 그 책의 저자 마이클 셔머는 일일이 거론하면서 논박을 하고 있는데,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 책 리뷰의 필자 권석준의 주장이다.

 

그 책에서 저자 마이클 셔머가 사례로 들었던 여러 사례에 대하여는 이제 많은 검토가 이루어졌지만, 그런 잘 못된 사례는 지금도 형태만 바꿔가며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겨우 네 개의 유형으로 성격을 나눌 수 있다고 하는 혈액형 성격론.

그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간이 넘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MBTI로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분류법이 거의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간단하고 단순하게만 생각해도 그것의 잘못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새로운 선진기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스컴에서조차 중계하고 있으니, 실로 패턴 완성의 그 불편한 쏠림은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돌림병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그 책의 리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에 대한 옷바꿔입고 나타나는 부정적인 패턴 완성을 추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리뷰는 꼭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필자는 환단고기에 대하여는

사이비 역사문제로 분류하여, 홀로코스트 부정론을 대입하여 해설하고 있다. (39)

 

참고로, 환단고기를 둘러싼 논란은 이 책에 또 등장하고 있다. 그 리뷰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좋은 역사가가 베스트셀러를 쓸 수 있을까? · 상나라 정벌>에서 단국대학교 사학과 심재훈 교수가 글의 첫머리에 짚어 놓고 있다.

 

다시, 이 책은?

 

그밖에도 리뷰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대목들은 많이 있다.

 

<애니미즘은 세상을 구원할까? ·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이 글은 과학기술학자 홍성욱이 쓴 글인데, 이런 글로 그 책의 일반화를 경계하고 있다.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의 저자는 도시 생활을 접고 귀향해서 농촌과 어촌에서 다양한 동물과 식물과 교감하면서 애니미즘의 철학적 힘을 확신한 듯하다. (.......)

그런데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다 죽는 사람들은 어디서 이런 교감을 형성할 것인가?

(92)

 

그 책만 읽으면 정말 그럴 것 같은데, 막상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한다면, 과연 그럴까, 가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게 책을 리뷰하는 이유와 필요가 아닐까? 책 속으로 푸욱 빠져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자의 말빨에 설득되기 쉬운데, 그럴 때 잠깐 한 박자 쉬고, 또는 발을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서울리뷰오브북스는 바로 그러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 대한 서평, 꼭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을 읽은 바, 내 리뷰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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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책 60 - 7년의 기록! 인문학 칼럼니스트가 꼽은 60권의 통찰
박종선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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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책 60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아는 방법은 무얼까?

물론 세상 돌아가는 것을 발빠르게 보도하는 미디어를 통하여 아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서 뉴스 하나 하나를 다 체크하고 분석하며 그것을 내 것으로 흡수하는 방법, 그게 아주 좋은 방법이다,


또 하나 있다. 책을 통하여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서 돌아가는 세상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데 첫째 방법도, 둘째 방법도 바쁘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참,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다. 내 앞의 일 처리하기도 바쁘고 고단한데, 어느 세월에 그 많은 뉴스들을, 그 많은 책들을 듣고 읽어 내 것으로 정리해 낼 수 있단 말인가?

 

해서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 알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지, 하면서 떠먹여주는 책, 이 책으로 세상만사를 잘 알 수 있다.

 

머릿말의 타이틀이 나의 기대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 이 책으로 7년간 읽어온 세상>

 

이 책에서 저자 박종선은 시대적 고뇌가 담긴문제작들을 고르고 골라서 소개하고 있다.

 

그렇게 고른 책은 우리에게 어떤 통찰을 전해주고 있을까?


저자가 알베르 카뮈의 책 페스트를 읽고 쓴 글이다.

 

먼저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를 괴롭혔던 코로나 19에 대한 느낌, 각각 어떠했는지?

나름대로 소회는 다르겠지만, 이런 평가는 누구나 공감을 할 것이다.

 

소설 속 누군가의 말을 저자가 인용해 놓은 글이다.

 

페스트 환자가 되는 일은 피곤한 일이지만,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은 더욱 피곤한 일이에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피곤해 보이는 거예요. 오늘날에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페스트 환자예요. (277)

 

그래서 우리는 피곤했다. 환자여서 피곤했고, 환자가 될까봐 피곤했다.

그리고 소설 페스트에서 우리는 지난 몇 년간 고통받았던 코로나 19 시절에 뉴스를 통해 보았던 그 모든 것들이 고스란이 들어있다는 것, 깨닫게 된다. 카뮈는 그런 것을 어떻게 미리 알 수 있었단 말인가. 그러고 보면 책들이,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 이런 책은 어떨까? 

 

위험 구간마이클 베클리 외

 

중국은 과거 영토를 되찾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자신의 앞바다로 만들려고 한다. 이를 통해 지역 패권을 장악하고, 세계 패권국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대만 병합은 필수적이다. 더구나 쇠락을 모면하려는 중국은 대담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또 반드시 그래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2020년대는 악몽같은 10년이 될지 모른다. (47)

 

미국의 가장 큰 시험대는 대만이다. 대만을 지키고 현재의 질서를 고수하느냐, 아니면 대만을 내주고 중국의 패권화를 용인하느냐. 만약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군사 대결이 벌어지면 한국 일본도 끌려들어가게 된다. 우리는 이런 운명적 역할을 피하기 어렵다. (49)

 

이미 시작된 전쟁이철

 

중국은 한국이 일관된 전략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미 일 입장에 편승해서 수동적으로 전쟁에 끌려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53)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외교 안보는 초당적이다. 일본은 자민당 1당 체제다. 중국 러시아 북한은 독재 국가다. 주변국들은 각자 나름대로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나 안보가 냉온탕을 오간다. 국민 여론도 분열되어 있다. 실제로 주변국에서는 우리를 전략이 없는 나라로 간주한다. 아무 전략 없이 전쟁에 휘말리면 승패와 상관없이 희생만 떠안게 된다. (55)

 

우리가 중립을 지키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일관된 국가 전략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동시에 다자 외교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에게 최악은 극심한 정쟁 속에서 무전략으로 양안전쟁에 휘말리는 것이다. (55)

 

다시, 이 책은?

 

저자가 말한 것 중 우리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책의 저자들이 분석해 놓은 현재 시점의 동북아를 포함한 세계 정세를 언급하고 있는데, 저자는 거기에 덧붙여 우리의 입장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볼 때, 세상에! 우리를 전략이 없는 나라로 간주하고 있다니, 듣기만 해도 울화통이 터질만 하지 않는가?

 

울화통은 울화통이고, 그런 평가에 핏대 세울 일이 아니다. 그런 소리 듣지 않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이고 더하여 우리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간의 다툼 사이에서 어떤 전략적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내야 한다. 생각해 내야만 우리가 살 수 있다.


그런 평가에 무턱대고 귀막고, 아니라고만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현실이 매우 절박하다는 점이다. (55)

 

우물안 개구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데 정신 팔려 있다면, 그게 바로 우물안 개구리다.

 

이 책, 그래서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한다.

꼭 읽어야 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 알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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