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페스 네페세
아이셰 쿨린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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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페스 네페세

 

먼저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지도를 두 장 옆에 두면 좋겠다,

튀르키예의 지도와 유럽 지도.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이 소설은 튀르키예와 유럽 전역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니 지도를 펴놓고, 등장인물들의 행선지를 따라가며 읽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이 소설의 의미와 가치

 

2차 대전 즈음하여 유럽은 한바탕 나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많은 사람이 참혹한 고통을 당했다. 말로,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나게 참혹한 고통 당한 사람들. 그 수는 얼마나 될까?

 

특히 유대인들은 그 고통의 한복판에 있던 사람들이다.

물론 히틀러 나치 이전에도 유대인은 고통받았지만 히틀러한테는 더더욱 그랬다.

무슨 철천지 원수라도 되는지, 히틀러는 아예 작정하고 유대인들을 잡아 죽이려들었던 게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 유대인들, 이 책에 등장한다.


등장인물


바야흐로 나치가 유럽을 쓸고 다닐 때의 일이다.

유대인은 유럽 어느 곳이 있든지, 고통이었다. 

그러한 시절이다. 그런 곤고한 시절에 유대인 근처에만 있어도 날벼락을 맞기 십상인데, 그들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터키, 튀르키예 사람들이다.

 

마짓 데브레스 : 남편, 외무부 관리

사비하 : 아내

휼랴 : 딸 

셀바 : 사비하의 여동생

라파엘 알판다리 : 셀바의 남편

파즐 : 셀바와 라파엘의 아들

베누아 : 라파엘의 동업자

 

파즐 레삿 (장군) : 사비하, 셀바의 아버지

타륵 아르자 : 외무부 관리, 주 파리 대사관 2등 서기관.

 

그리고 그밖의 많은 사람들

 

유대인과 관련하여, 이런 역사적 사건 기록해두고 싶다.

 

튀르키예와 관련된 유대인의 이주 역사, 이 책에서 비로소 알게 된다.


스페인은 유대인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던 곳이어서.... (181)

 

14923월 스페인 국광 돈 페르디난드와 여왕 도나 이사벨라가 공동으로 서명한 칙령에 따라 나쁜 기독교인 즉, 스페인 내에 살고 있던 유대인은 자신의 재산을 7월까지 처분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조건으로 스페인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매각한 재산, 토지 대금, 소지하고 있던 금은보석과 현금은 가지고 갈 수 없었고, 7월까지 스페인을 떠나지 않거나 다시 돌아온 자는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처형당할 운명이었다. (173)

 

같은 해 오스만제국의 제 8대 술탕 베야지드 2세는 칙령으로 스페인에서 추방된 25만명의 유대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대인은 소유한 모든 것을 두고 스페인 항구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낡은 배에 실려 고통스러운 항해를 한 뒤, 유일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터키인의 나라에 도착했다.

 

유대인을 자신의 제국으로 받아들인 황제 베야지드 2세는 이렇게 말했다.

페르디난드가 현명한 왕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실은 유대인을 버림으로써 자신의 나라를 가난하게 만들었고 내 제국은 부유해졌다는 것이다. ”(174)

 

1492년 스페인의 국왕 페르디난드 2세가 재산과 돈을 빼앗은 뒤 추방한 유대인을 당시 오스만제국의 술탄은 자신의 영토로 받아들였죠. 그 유대인의 종교, 언어, 경제 활동에 자유를 부여하고 정착할 수 있는 마을을 제공했어요. (268)

 

총명하고 통찰력이 있는 술탄이기 때문이죠. 수 세기 동안 유대인은 오스만제국의 가장 충성스럽고 성실한 국민이었거든요. 오스만제국이 패망해 갈 때도 다른 소수 민족처럼 등 뒤에서 칼을 꽂는 짓은 하지 않았어요. (268)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그런 고통의 현장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생각이 깊어진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옮겨놓고 있다.

사람들은 긴박한 상황에서 도리어 사람다운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 여기에서 배운다.

    

하지만 종교가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지 않을까. (106)

 

죽음이 멀리 있을 때에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죽음을 바로 눈앞에서 마주하면 당장 달아나야 하는 냉혹한 적이 되어버렸다. (180)

 

사랑도 대리인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부모는 남편을 대신할 수 없고, 남편은 부모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228)

 

여기에는 음악도 흐른다.

 

저자는 이 책 도처에 음악이 흐르게 하고 있다.

어찌보면 음악이 가당키나 할까 싶을 정도의 상황인데, 저자는 그럴수록 있어야 할 게 음악이 아니냐는 듯, 도처에 음악을 흐르게 한다.

 

엄마가 뭘 하는지 보자꾸나. 우리가 부탁하면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해줄지도 모르잖니. (192)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이 있습니다. 들으시겠습니까? (244)

 

들어보세요. 다 다아 다 다다 다아아 다.... 정말 멋진 협주곡이에요. (248)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도 있나요? (249)

 

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브람스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서, 읽어본다면?

 

다시, 이 책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서스펜스. 스릴러?

숨막히는 긴장감이 페이지 도처에서 출몰한다.

이 책의 제목조차 그렇다. 이 책의 제목 네페스 네페세의 뜻은 숨 막히는’, ‘긴박한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각오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숨을 참고, 마치 제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시간여행을 한다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

 

그러니 위에 적어놓은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해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읽어보면 어떨까?


저자가 글을 끌어가는 솜씨가 독자들을 힘들게 한다. 왜 그리 글을 잘 끌어가는지.

읽는 내내 마치 내가 다 그 기차 속에 있었던 기분, 바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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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5 : 안녕 기차역 특서 청소년문학 4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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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5 안녕 기차역

 

이 책은 소설이다.

<구미호 식당> 시리즈로 이제 다섯 권째가 된다.

제목은 <안녕 기차역>

 

등장인물은?

 

강시연 :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다.

시연이를 비롯하여 여러 명의 학생이 등장한다.

한이온, 미리, 나유재, 미리, 동주

 

그리고 기차역과 관련하여 몇 명 더 등장하는데, 이 소설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소개할 필요가 없겠다.

이 책에서 <안녕 기차역>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만 쓰이는 장치에 불과하다. 실제 이야기는 강시연을 둘러싼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이들, 학생들에게 세상은?

 

학생들에게 학교는 어떤 것일까?

아마 학생들에게 학교는 세상 그 자체일 것이다.

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고, 또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대개는 학교에서 만나는 인물들이니 말이다.

 

이 소설에서 이온이라는 학생에게 세상은 학교다.

그래서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 즉 교사와 친구들인 학생들이 이온에게는 이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온은 그들과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게 문제다.

가족관계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갈등을 야기하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자신의 상처를 해소하려고 한다.

 

이 소설의 기본 줄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온이 가지고 있는 상처,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아이들이 있다.

 

이온은 어떤 아이일까? 이런 말이 이온을 설명해주는 말이다.

 

이온이 배신을 되게 많이 당해본 아이 같아. 유재한테도 배신당할까 봐 지레 겁을 먹고 자기가 먼저 선수를 치는 거 같아. 차이는 것보다는 차겠다는 마음인 거지. (220)

 

그런 이온, 자신이 입은 상처를 애꿎은 사람에게 풀어버리기 위해 악랄한 짓을 한다.

이온으로 인해 애꿎은 강시연이라는 학생이 덤터기를 쓰고 어려움을 당한다.

그리고 또 있다. 음악 선생님. 이온으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 사람이다.

 

소설이지만, 너무한다. 안타까움을 넘어 어찌 인간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을까?

 

읽으면서 착각한 것!

 

동주라는 학생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는 꽤나 비중있는 역할이다.

강시연이 이온 때문에 고통을 겪는 과정에서 휩쓸려 한 잘못이 있는데, 그 잘못이 드러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니 비중이 있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동주와 관련하여 내가 착각한 게 있다.

난 그 학생이 남학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여학생이었다. 소설 읽는 내내 남학생으로 알고 있었는데 끝에 가서 이런 대목이 나와 여학생인 걸 알았다.

 

동주야, 너 너무 멋진 거 아니냐? 어쩌자고 그렇게 멋있냐? 내가 너의 알바였던 게 참 자랑스러울 정도다.”

미리가 두 손을 모아 쥐고 감동 먹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냐? 모범생이 되기 위해 죽어라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그리고 착한 딸이 되기 위해서도 죽어라고 노력하고 있다고. (........)”

동주는 시큰둥하니 말했다. (233)

 

착한 딸이 되기 위해서라니!

갑자기 딸이라니,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내가 책을 읽어도 한참을 잘 못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주의 행동과 관련하여 이런 글을 읽었고, 그래서 남학생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동주 펀치가 턱으로 훅 들어왔다. 판치는 강력했다.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동주는 한 번 친 턱을 더 강력하게 쳤다. (160)

 

주먹을 날리는 여학생을 상상할 수 없어 동주는 당연히 남학생이거니 생각했는데, 나중에 가서 여학생이라는 것이 밝혀지니, 마치 한 대 펀치를 맞은 기분이다. 저자한테.

 

다시, 이 책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학생들, 비록 소설 속의 인물들이지만 그게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현실 어딘가에 이런 학생들이 존재할 것이다.

자신이 입은 상처를 다른 애꿎은 사람에게 풀어버리는 그런 사람 있을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 듣게 되는 소식들, 가끔 학교에서 아이들간에 일어나는 온갖 나쁜 사건들, 그래서 심지어 자살까지 하게 되는 일들이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저자는 <창작노트>에서 선택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런 선택의 문제와는 별개로 소설 속에서 피해자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가슴 아팠다.


이온이라는 학생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음악 선생님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을까?

그 부분이 너무 간략하게 취급되고 있어 아쉽다.

읽으면서 마음이 그저 막막한 소설이다. 그런 게 사실일 것이니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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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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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리커버 에디션 

 

그림은 그림만 본다고 다 보는 게 아니다. 그림 속의 그림을 보아야 제대로 보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그림 속의 그림을 보기 위해, 화가의 인생을 들여다 본다. (5)

 

몰랐던 화가, 베르나르 뷔페 (245쪽 이하)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쁜 일은 그간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알지 못했던 지식이라든지, 혹은 인물이라든지, 그렇게 새롭게 아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런 기쁨을 이 책에서 얻는다. 바로 베르나르 뷔페라는 화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 모두 11명인데, 그 중 10명은 작은 지식이나마 어떻게 해서든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직 한 사람 베르나르 뷔페만 모르고 있었다.

 

베르나르 뷔페, 그에 관하여 특히 기록해 둘 것이 있다.

 

1980년 후반에 그가 그린 그림 소재들이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문학작품들을 그림으로 옮기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이 책 덕분에 그의 그림, 물론 이 책에 소개되지 않은 것들도 찾아 볼 기회가 되었다.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모딜리아니가 연인의 눈동자를 그려넣지 않은 이유

 

다음 그림 두 점을 살펴보자. 무엇이 다른가?



왼쪽 그림의 인물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오른쪽 그림은 눈동자가 선명하다.

이 그림의 모델은 모딜리아니의 연인 잔 에뷔테른이다.

그는 왜 연인의 얼굴을 그렇게 다르게 그렸을까?

왼쪽 그림을 보고 잔이 모딜리아니에게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는지 물었다.


답변은 이렇다.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그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리겠다.” (78)

 

나중에 그는 잔의 눈동자를 그린다. 오른쪽 그림이다.

그때 이 작품을 보고 잔은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한다.

이 그림 앞에서 모딜리아니는 잔에게 천국에서도 자신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잔은 기꺼이 받아들인다.

 

나치에 피해 받은 화가들

 

1940년에 샤갈의 시민권 박탈 (33)


나치가 프랑스마저 점령하면서 샤갈은 어렵게 취득한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머물고 있던 프랑스의 비시에는 친독 프랑스 정부가 세워진다. 비시 정부에 속한 프랑스인들은 독일에 잘 보이기 위해 유대인들을 잡아넘기기 시작한다.

이에 샤갈은 다시 짐을 싸서 미국을 향한다.

 

무하, 나치의 고문받고 죽게 된다. (111)


나치는 무하의 작품을 불태우려한다. 이를 그의 자녀들이 지켜낸다.

그러자 나치는 무하를 납치해 고문한다. 당시 무하의 나이 79, 게다가 그는 당시 폐렴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나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문한다. 무하는 간신히 목숨을 유지한 채 풀려나지만 고문의 후유증과 폐렴 악화로 집에 돌아온지 며칠 되지 않아 숨을 거둔다.

 

케테 콜비츠


나치는 콜비츠가 프로이센 예술 아카데미에서 탈퇴하도록 강요한다. 또한 그는 독일 내에서 작품을 전시할 권리,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마저 박탈당한다.

콜비츠는 아들과 손자를 전쟁으로 잃게 된다.

전쟁을 막기 위해 평생 예술로 소리를 냈던 콜비츠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보지 못하고 전쟁이 끝나기 2주 전인 1945422, 눈을 감는다. (208)

 

화가의 음악가들

 

무하가 그린 그림, <체코음악의 판테온>을 살펴보자.

이 그림에는 유명한 체코의 음악가들이 등장한다.



 

수염을 기른 사람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옆에 종이와 펜을 들고 있는 사람은 안토니오 드보르작이다. (111)

 

또한 그의 인생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보인다.


무하의 인생 전체를 알지 못하고 파리에서 활동했던 시기만 안다면 그를 단순히 성공한 상업 작가로만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하는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을 모두 사랑한 작가였어요. 상업예술을 통해서는 가난한 사람들도 거리에서 예술의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있게 했고, 순수예술을 통해서는 억눌렸던 민족의 자긍심을 표출해 많은 자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죠. (113)

 

맞다.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무하에 관한 지식은 겨우 파리에서의 행적뿐이었다. 그가 민족의 영웅으로 거듭난 것, 그리고 그의 작품이 체코의 국보가 되었다는 사실, 이 책으로 알게 된다.

 

다시, 이 책은?

 

저자가 화가들의 삶을 들여다본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예술가라고, 천재라고, 거장이라고 추앙받는 화가들의 인생을 공부하면서 제 나름대로 찾은 그들의 공통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그들은 삶에 버거운 고통이 찾아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갔습니다. 그 덕분에 거장이라는 반열에 오를 수 있었죠. 그들에게 어떤 아픔이 있었고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공부할수록, 때로는 공감이 됐고 때로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화가들의 그림이 제 마음속에 쑥 들어와 있었습니다.” (6)

 

그래서 독자인 나는 화가들이 어떤 고난을 겪었으며, 그런 고난을 겼으면서도 남기고자 했던 그 무엇을 찾아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친절한 해설 덕분에 그들의 인생과 그들이 남기고 간 그림을 한 점 한  점, 의미있고, 재미있게 보았다. 재미와 의미를 찾아냈으니 더더욱 가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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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대에 10대가 꼭 알아야 할 삼국지 2 : 적벽대전 온고지신 시리즈
양승욱 지음 / 주니어미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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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대에 10대가 꼭 알아야 할 삼국지2-적벽대전

 

<삼국지>에서 제갈량의 등장, 그리고 활약부터는 뭔가 디르다.

<삼국지> 전체에서 질이 달라지는 기분, 그래서 아연 화색이 돈다고 할까.

제갈량이 활약하는 장면에서는 그래서 독자들은 숨을 죽이며 그의 활약을 지켜보게 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책에서 보여주는 적벽대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의 중반 그리고 후반부에는 그 유명한 적벽대전이 등장한다.

적벽대전 (赤壁大戰) - 208, 건안(建安) 12년 겨울인 11.

조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상대편에는 손권과 유비가 있다.

천하통일을 목표로 남하하는 조조에 대항하기 위해 손권과 유비가 손을 잡고 양자강 적벽에서

전투를 벌이게 된다.

 

그 적벽대전에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우선 그 범위를 좁혀보자.


조조측에서는 채모, 장윤, 장간

유비 측에서는 제갈량이 있고, 손권 측에는 , 주유, 노숙, 황개가 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방통과 서서도 등장한다.

 

적벽대전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몇 가지 사항이 선결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이런 미션이 있었다.

 

mission 1 : 적의 수군장 채윤과 장윤을 제거하라. - 주유

mission 2 : 화살 10 만개를 사흘 동안에 준비하라 - 제갈량

mission 3 : 적을 한꺼번에 섬멸할 수 있는 방안은? - 주유와 제갈량 : 화공계(火攻計)

mission 4 : 내가 보낸 사람을 적이 믿도록 만들기 : 황개 - 고육계(苦肉計), 사항계 (詐降計)

mission 5 : 적의 배를 한꺼번에 묶어놓도록 만들어라. - 방통


그런 미션들이 깨끗하게 수행이 되는 과정, 과정들이 박진감 넘치게 진행이 된다.

 

그런 미션이 수행되기 이전에 손권측에서는 조조측에 항복하자는 장수들과 싸우자는 장수들이

설전을 벌였는데, 그때 주유는 조조를 오히려 이 기회에 무찔러야 한다며 항복하자는 측의 의견을 

반박하고,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로 인해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256)

 

1. 지상전 중심인 조조군은 수전에 약하나 오나라는 수전에 익숙하다.

2. 북쪽에는 아직 마초, 한수 같은 배후의 세력이 남아있다.

3. 지금은 겨울이라 말에게 먹일 것이 없다.

4. 중원의 사람들이 이 먼 곳까지 왔으니 반드시 질병이 돌 것이다.

 

그런 논리정연한 설득에 손권을 조조와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을 결심한다.

 

mission 1 : 적의 수군장 채윤과 장윤을 제거하라. - 주유 (279 -271)

 

이 부분은 그간 삼국지에서 별 관심이 없었던 부분인데, 제갈량과의 한판 머리싸움으로

눈여겨 보게 된다. 주유 역시 용장에 지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사람이다.

 

mission 2 : 화살 10 만개를 사흘 동안에 준비하라 제갈량 (273-278)

 

조조측으로부터 화살을 받아내는 기기묘묘한 공명의 계책, 역시 공명이라는 이름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여기에서 알게 된다.

 

기록해 둘 것은 이것이다.

무릇 장수란 천문과 지리에 밝지 못하면 참다운 장수라 할 수 없소, 나는 사흘 전에 이미

오늘 안개가 낄 것을 알았고, 그래서 기한을 사흘로 잡았소. (278)

 

mission 3 : 적을 한꺼번에 섬멸할 수 있는 방안은? - 주유와 제갈량 : 화공계(火攻計)

주유와 제갈량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각자 자기의 계책을 손바닥 안에 쓴 뒤 한꺼번에 펴보면 어떻습니까?

, 이제는 가까이 오시오. 손바닥에 쓰인 글자를 나와 맞추어 봅시다.

서로의 손바닥에 쓰인 글자를 본 주유와 공명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주유와 공명의 손바닥에는 똑같이 불 화()자가 써있었던 것이다.

(삼국지, 이문열, 6, 38)

 

여기 이 책에서도 같은 내용이 279쪽에 펼쳐진다. 이 부분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전략에 대한 두 사람의 안목이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ission 4 : 내가 보낸 사람을 적이 믿도록 만들기

황개 - 고육계(苦肉計), 사항계 (詐降計)

 

고육계 (苦肉計) : 병법 삼십육계의 제34.

 

일반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계책을 말하며

고육지계(苦肉之計)라고도 한다. 황개가 거짓으로 항복하자고 주유에게 진언하는 척 하면서 자기 몸을 고육계의 제물로 삼은 게 바로 이것이다.

사항계 (詐降計거짓으로 상대편에 항복하여 적을 교란시키는 계책이다.

그렇게 해서 황개는 고육계(苦肉計)와 사항계(詐降計)를 사용하여, 조조를 안심시킨다.


mission 5 : 적의 배를 한꺼번에 묶어놓도록 만들어라. - 방통 : (294-296)

 

방통을 거짓으로 조조 측으로 보내, 조조 군의 배들을 한꺼번에 연결하도록 하는 조언을

하게 한다. 그 결과 한 배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모든 배로 옮겨붙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제갈량과 주유의 계책, 화공계는 성공하게 된다.

 

다시, 이 책은?

 

역시 <삼국지>는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읽으면 읽을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와 통찰력이 생긴다는 것, 역시 변함없는 진리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번역본  <삼국지>는 보통 10권이 넘는다. 그 양이 방대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삼국지>에 비하면, 이 책은 일단 양적인 면에서 읽어볼 만하다.

<삼국지> 그 모든 이야기를 끝내는데 앞으로 많아보아야 2권 정도가 필요할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삼국지>의 어떤 것도 누락되지 않는 완전한 <삼국지>이니, 이 책으로 <삼국지>

읽어도 좋을 것이다. <삼국지>는 누구나 꼭, 읽어야하는 책이니, 이 책으로 <삼국지>를 

끝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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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 대한민국을 뒤흔든 10·26, 12·12 현장 기록
이재천 지음 / 인사이드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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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이건 역사다. 역사책이다.

<조선왕조실록>만 역사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책이야말로 역사다.


이 책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큰 흔적을 남긴, 두 가지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기록자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니, 남에게 들어 현장을 기록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 역사에 가장 큰 사건, 게다가 불행한 사건이라면?

바로 10.2612.12 사건이다. 숫자로만 기억하면 결코 안 되는 사건이다.

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이에 대하여 수많은 기록들이 이미 있지만, 그래도 더 구체적인 진실 알고 싶은 게 우리나라 국민의 마음일 것이다.

 

그 현장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지금까지 그 사건에 대하여 알려진 것은 신문에 의해 전해진 것뿐일 것이다.

그렇다면 신문 기사는 정확한 사실을 전하고 있을까?

그 실체적 진실은 어떤 것일까?

 

그런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다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을 모두 들어봐야 할 것이다.

현장에 있었던 모든 사람의 모든 증언을 청취한 다음에 그 증언을 교차 검증하여 서로 어긋나는 사항에 대하여는 다시 심층적으로 캐묻고 다시 검증하고 다시 캐묻고....

그런 과정을 거치고 거친 다음에야 겨우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인데...

 

그런 작업은 가능할 것인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 안타까움이 있는데, 마침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여기서 수행이란 수행(遂行)이 아니고 수행(隨行)이다.

[정승화 장군의 전속 부관으로 보직된 뒤에는 근접 수행하면서 그 기록을 남겼다. (8)

19778월 모교인 육군사관학교로 돌아와 학교장 정승화 장군의 전속부관 임무를 수행하였다. (9)]

 

저자는 우리나라 현대사를 뒤흔든 세 번의 사건을 언급했는데, 그 중 두 가지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정승화 장군을 근접 수행한다. 수행(隨行)을 한 것이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사건 중, 나라를 뒤흔들었던 사건이란 무엇일까?

 

바로 19791026일 벌어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과

19791212일 신군부가 일으킨 12.12 사태다.

 

그 사건이 일어날 때, 저자는 어떤 일을 했을까?

저자는 일기 형식으로 그 사건들을 기록해놓고 있다.

 

나는 일기장에 유신 권력이 정지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승화 총장이 총 한 발 쏘지 않고 법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한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였다. (9)

 

이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히 옮겨본다.

 

사건 이후 신군부는 정승화 총장의 탁월한 위기 조치를 왜곡하였는데, 이에 대해 대부분 법적 판결로 규명되어 불명예를 회복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니 10.26 사건과 12.12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총장을 수행했던 전속 부관으로서 사실에 근거하여 다음 세 가지를 밝히고자 한다.

 

그렇게 세 가지를 말하고 있는데 간략하게 소개한다. (10-11)

 

첫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내란 목적으로 박 대통령을 시해하기 위해 정승화 총장을 초대하지 않았다.

둘째, 김재규 부장은 박 대통령 시해후 어떠한 무력 행위도 하지 않았다.

셋째, 1212일 신군부는 정승화 계엄 사령관을 연행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선제 사격하였다.

 

공관에서 유일하게 실탄이 장전되지 않은 권총을 차고 있었던 나와 김인선 경호 장교는 선제 사격할 수 없었음을 그날의 일기가 말하고 있다. (12)

 

이런 기록, 의미있다.

 

- 저자가 피격되는 순간을 기록한 내용이다.

 

나는 다이얼식 전화기를 들고 손가락으로 국방부 장관 공관의 전화번호 5026 5, 0 숫자를 돌렸다. 내 등 뒤에서 탕! ! ! 하는 총소리와 함께 복부에 통증과 중압감이 몰려온 동시에 무거운 물체가 뒤통수를 내리쳤다. 나는 책상 좌측과 소파 사이로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 세 명 중 한 명이 나에게 총을 쏘는 동안 나머지 두 명은 권총으로 김인선 대위의 머리를 내리친 후 허벅지 등에 권총을 수 발 쏘았다. (286)

 

저자가 기록한 19791212() 일기중 일부이다.

저자는 그날 벌어진 일들을 시간 별로, 시간 순으로 기록해 놓았다.

 

그중 19:10 ~ 20:00 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

 

1. 두 명의 대령, 총장님에게 직접 인사 요청

2. 총장님, 응접실로 들어가다.

3. 총장님의 호출 벨소리를 듣고 응접실로 뛰어가다.

4. 총장님이 국방부장관과의 전화 연결을 지시하다.

5. 국방부 장관 공관으로 전화를 돌리는 순간, 피격되다.

6. 피격후 정신을 차려 전화기를 들다.

7. 응접실 바로 피신, 육본 상황실로 최초 신고하다.

8. 육본 참모차장에게 총장님 납치를 알리다.

 

위의 8개 사항중 5번째로 자신이 피격된 사항을 적어 놓은 것이 바로 위에 인용한 부분이다.

그러니 이처럼 구체적이고 생생한 역사 기록이 어디 있겠는가?

 

저자는 그렇게 12·12 사태가 일어난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에서 피격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저자는 반성한다.

 

그런 사건을 거친 다음에 모진 고통의 시간을 겪은 저자, 이런 발언 들어보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19778월부터 19791212일까지 30여 개월 동안 육사 교장, 1군사령관, 육군 참모총장을 모셨던 내 임무를 돌이켜 보면서 반성하였다. 육군 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의 전속부관으로서 상관을 잘 모시지 못하였다는 생각이 들어 극심한 자괴감에 빠졌다. 전속부관 임무의 핵심은 공인인 장군의 신변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함이다. 특히 야간은 전적으로 전속부관인 나의 판단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이유로 전속부관 방은 공관 입구에 배치되어 공간 출입과 경계 임무를 통제하고 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다. 결국 1212일 저녁 출입자 통제는 0점이었다. (306)

 

저자가 보안사 서빙고 대공분실에 갇혀 있으면서, 들었던 소회를 기록한 것이다.

날짜는 1980110()의 일이다.

 

이런 기록, 과연 지금은?

 

적어도 내가 본 10월 유신은 뿌리 깊은 가난을 퇴치하기 위한 국력의 조직화에 있는 것 같았다. (75)

 

정치 권력을 장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유신헌법이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먹고사는 데 급급한 사람에게는 잘살아 보자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강력하게 실천해 나가는 위정자가 사사건건 반대하는 사람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91)

 

각각 19721125, 1975213일자 일기에 적은 내용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의미있는 부분은?

 

바로 그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에서 10.26 사건과 12.12 현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날짜별, 시간별로 기록해놓고 있으니, 이 부분은 우리 현대사의 귀중한 사료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의미있는 기록이다.

 

510·26 사건 현장에서

부산 · 마산지역 비상계엄령 발령

10 · 26 사건이 발생한 궁정동 현장

대통령 유고 상황을 수습하다

 

6장 유신 권력 이양과 12·12 현장

유신 권력 이양 현장 수행

12 · 12 사태, 한남동 참모총장 공관 현장

국군수도통합병원 입원 생활

보안사 서빙고 대공분실 수감 생활

 

역사는 기록의 산물이다. 기록해야 역사가 된다. 기록하지 않으면 역사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기록이 의미있는 것이다.

저자가 기록해 놓은 일기장에는 말 그대로 역사가 담겨있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한 부분을 가감없이 기록해 놓은, 사료로 평가할 수 있는 귀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의미를 지닌,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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