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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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독일 사람은 말이야.” 요한이 말했다. “명언을 인용할 때 그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실은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 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이라고 덧붙여 둬.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거든.” (23)

 

"괴테가 말하길이라는 말이 권위를 가질만도 하다. 괴테가 누구인가.

그만큼 괴테가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마치 공자 말씀하시길,,,,,,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그런데 과연 괴테가 어떤 말을 했는지, 괴테의 책을 전부 읽지 못했기에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괴테의 말, 다른 말보다도 더 강조해서 읽어야 할 말이 과연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알고 싶었다.

 

이 책은 무슨 장르인가?

 

읽기 시작하자, 문득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 책은 어떤 장르에 해당하는가?

 

소설? 에세이?

결론은 소설이다. 그런데 소설이 아닌 것처럼 써내려간 저자의 내공 덕분에 마치 에세이, 또는 한 학자의 연구 과정을 기록한 것처럼 읽혀진다.

해서 읽는 도중, 다시 이 책의 장르를 확인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의 앞날개에 이런 말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한 탓이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자 첫 장편소설이다.

 

소설이라면, 줄거리가 있을 것 아닌가?

 

줄거리? 있다.

실제로 저자의 부모님 결혼기념일 식사중 홍차 티백에 적힌 명언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했다,는 책 앞날개의 소개를 참고하자.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저명한 괴테 연구가 도이치는 홍차 티백에서 출처 불명의 괴테 명언을 발견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 Goethe (19)

 

그 문장의 출처를 찾는 작업이 시작된다. 평생 괴테를 연구한 그에게 선뜻 바로 떠오르지 않는 그 말, 그 말을 찾아 수소문하고, 책을 펼쳐가면서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괴테의 말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이 소설,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소설이니까 등장인물들이 얽히고설켜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먼저 화자가 있다. ‘’ : 괴테 전문가인 히로바 도이치 교수의 사위다.

장인 : 히로바 도이치 (대학 교수)

장모 : 히로바 아키코

아내 : 히로바 노리카 (이야기 당시에는 학생)

 

이 책은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첫째, 음악

 

괴테 전문가인 주인공 도이치 교수의 행적에 음악이 많이 등장한다.

해서 클래식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많은 클래식 곡을 만날 수 있다.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46)

거실에서는 굴드가 13번 변주곡을 끝내려는 참이었다. (47)

 

디즈니의 <판타지아> (99)

내용은 한마디로 말해 클래식 대백과다. 총 여덟 개의 명곡을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수놓은 최고급 주크박스 뮤지컬. (99)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트리오> (105)

장려한 바흐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107)

 

차안의 배경 음악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이었다. (220)

 

이런 용어도 클래식에서 등장하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그 문장이 내 인생의 시도동기였네. (8)

 

시도동기?

[주요동기(Leitmotiv)는 비예술적인 컨텐츠와 결합되어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예술적 수단이다. 음악, 회화, 건축 또는 문학같은 예술에서 다양한 동기를 도입하고 구현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색상, 분위기, 상징, 사람, 음열, 문장 및 기타 많은 것을 주요동기로 사용할 수 있다. 그들은 그 작품 내에서 오직 그 의미를 가지고만 사용된다. 그 단어는 또한 영어로도 사용되었으며, 대개 "Leitmotif"라고 쓰여진다.] (인터넷에서)


둘째, 괴테

 

이건 당연하다. 소설은 괴테의 그 말을 찾아가는 여정에 많은 괴테 저작을 인용하기도 하고, 괴테를 둘러싼 서양 고전들을 예로 들어가면서 지적 탐험을 펼치고 있다.

해서 서양 문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이런 것도 만나게 된다.

 

마그리트의 <헤겔의 휴일> (42)

 

얼마전 그림 공부를 하다가 마그리트의 이 그림을 만났다.

<헤겔의 휴일>이란 특이한 제목을 가진 그림. 이런 그림이 대체 헤겔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는 그림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만나니 반갑다.



 

이 책은 발표 당시 단순한 학술서를 뛰어넘어 현대적 세계에 대한 이해의 관점을 제시하는 획기적인 인문서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 표지로 선택한 마그리트의 <헤겔의 휴일>이라는 그림도 그 인기에 한몫했을 터다. (42)

 

나는 헤겔이 두 가지 상반되는 작용을 하는 이 물건들에 아주 민감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물을 허용하지 않는(물리치는) 동시에 물을 허용한다(품는다). 나는 그가 (휴가 때처럼) 즐거워하거나 재미있어 했으리라는 생각에서 이 그림을 헤겔의 휴일이라고 부른다.”

마그리트의 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 중 이 그림을 사용한 책도 있다.

밀란 쿤데라 전집 중 <웃음과 망각의 책>




이 책에서는 도이치의 잼적 세계샐러드적 세계를 두 가지 상반되는 물건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림에 대한 또다른 구절도 등장한다.

 

신이 빛이 있으라하고 명령 한마디를 했더니, 거기서부터 빨강, 파랑, 노랑 등 색깔이 하나하나 불려 나왔다. 그리하여 화가는 비로소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거야. (140)

 

도이치 교수의 장인인 마나부 교수의 발언이다.

 

그림에 관하여 더 적어둘 게 있다.

 

방송용 원고로 만든 책은 꽤 잘 팔리는 모양이었다. 들라크루아의 석판화를 콜라주한 표지는 서점 진열대에서도 돋보였다. (231)

 

다시, 이 책은?

 

도이치 교수의 딸 노리카의 남자친구 쓰즈키가 등장한다.

이 사람이 바로 소설 속의 가 되는 사람인데. 그가 노리카와 사귀게 된 계기도 무척 이채롭다.

 

노리카가 학교 독서 모임에서 발표를 마치고 난 후, 그가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한다.

그렇게 인용만 하지 말고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게 어때?’

노리카는 열을 받아, 언어 시스템 자체가 인용이라고 쏘아주었다는 것, 그래서 둘은 사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꽤 재미있는 만남이다.

어쨌든 이 소설 재미있다. 지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고, 잰체 하지 않는 도이치 교수의 명언 찾기 노력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명언이 등장한다. 명언은 이렇게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요약형, 전승형, 위작형.

 

유형이 어느 것인지 모르겠으나, 가장 멋진 명언은 이게 아닐까.

말해야 할 것은 이미 말해졌다.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말해야 한다.”

앙드레 지드의 말이라 한다. (195)

 

거기에 더하여, 이런 것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본디 인문학에서 오리지널이란 무엇인가라는 공부 모임도 있다는 것(233)

소설 속에서 존재하는 모임일지라도 한번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은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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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
이누준 지음, 이은혜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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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들었던 생각

 

<그림 뒤라는 말이 되죠. 그림 뒤를 봤더니 다음 문제가 적힌 봉투가 있었어요.>

우와~~ 이런 추리도 들어있는 정감있는 소설이라니!

그래서 일단 읽고 싶었다.

게다가 기차 종착역, 무언가 아우라가 느껴지기까지 하다.

이 소설에는 풍성한 이야기와 더불어 감성을 이끌어내는 그 무엇인가 있을 듯 하다.

이런 가을에 읽으면, 좋은 책이 아닐까.

 

이 책은?

 

소설이다. 단편이 연이어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진다.

앞에 등장한 배경을 그대로 이어받아,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모두 네 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

 

첫 번째 이야기 | 이번 역은 종착역인 가케가와역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 이별 선언

세 번째 이야기 | 종착역의 전설

네 번째 이야기 | 명탐정에게 보내는 도전장

 

그러면 종착역은?

가케가와역이다. 거기에 가면 신비한 일이 일어난다. 이른바 추억 여행.


그 역에 가기 전에 거기에 이르는 역이름을 알아두자.

덴류하마나코 철도, 노선도가 맨 앞에 자리잡고 있다.

해서 각 편의 이야기를 읽을 때, 그 철도의 노선을 따라 참고하면서 읽으면 된다.

그 철도의 종착역은 가케가와 역이다. (철도 노선도의 오른쪽 끝에 위치한 역이다.)

 

그 역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간절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개표구를 나서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줄 알았던 그 사람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문제는 있다.

두 사람 모두다 서로를 보고 싶어해야만 만날 수 있다. ( 116)

또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죽음을 앞둔 사람이어야 한다. (126,129)

 

그러면 이런 법칙(?)은 깰 수 없는 것일까?

깰 수 없다면, 그래서 모든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서만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그런 법칙은 바로 깨진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호사키 마모루 (33)이다.

그의 연인 미치히 사호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지만, 마모루의 사랑이 그 죽음을 이겨내게 한다.

그게 이 소설이 갖는 또다른 의미가 아닐까.

 

등장인물 및 만나야 할 사람

 

시노다 미쿠 (14) - 할머니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끝내 찾아가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손녀, 중학생이다. ,

 

호사키 마모루 (33) - 미치히 사호

아무런 이유 없이 사라져 버린 약혼자를 찾아나선 남자, 

 

이와노 아키 (21) - 자기를 버린 어머니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과연 만나야 하는 것인가.,

 

후지사와 가즈미 (49) - 병상에 누운 남편

사랑하는 남편과 마지막 만남을 시도하는 아내

 

각 편은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예컨대 이런 식이다.

두 번째 소설인 <이별 선언>에서는 주인공인 호사키 마모루(33)와 같이 일하는 직원인 마사키가 그 전설을 언급한다.

 

사촌중에 미쿠라는 여고생이 있는데, 올봄에 할머니 장례식에서 만났다. 그 때 그 아이가 그 전설을 진지한 얼굴로 말해주었다. (109)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부부가 기차로 여행을 가는데 마침 그 앞자리에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자매가 타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남편에게 그 전설을 말해준다. (208)

 

그러니, 각 편마다 서로 어떤 식으로 연결이 되는지 살펴가면서 읽어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우리도 그런 여행 떠나보자.

 

추억 열차를 타고 떠나보자.

설령 그런 전설이 없는 이 시대라 할지라도, 호사키 마모루가 치료받기 위해 갔던 치과의 원장이 말한 것처럼, 가끔은 열차를 타고 느긋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 (116)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저자 이누준은 아예 작정을 했다.

독자들을 울리기로 작정하고 글을 쓴 게 분명하다.

각 편마다 끝에쯤 가면 어김없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그럴 때, 울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 먹지만 어디 그게 맘대로 되나? 안된다.

해서 눈물을 흘리고, 또 다음 편으로 넘어간다.

이번에는 절대로 울지 말아야지, 작정하지만, 역시 또다시 눈물 흘리게 되는.....

 

가을이다. 가을이니 그간 메말랐던 마음을 눈물로 좀 적셔도 좋지 않을까.

그렇다고 책장마다 눈물 방울이 남아서는 안 되니, 조심 조심 읽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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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 우리 괴물 1 - 신과 인간의 이야기, 신화 우리 신, 우리 괴물 1
김혜정 지음 / 페이퍼타이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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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 우리 괴물 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들었던 생각

 

그리스 신화, 북구 신화, 인도 신화에는 관심이 많이 가졌지만 정작 우리 신화에는 관심없었던 나의 시야를 넓힐 아주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우리 신화는 다른 신화와 어떤 차원에서 같으며 다른지 공부할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먼저 이 부분부터 읽고 시작하자.

 

우리 신화도 분명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단군 신화 정도만 알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 우리 신화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 네 단계의 접근법을 마련해 놓았다.

이 책의 뒷부분에 실린 <칼럼 5 한국 신화, 어디서부터 공부해야 할까요?>이다.

 

첫째, 개념부터 잡고 시작하자.

둘째, 용어를 알아야 서사가 보인다.

셋째, 디테일은 원전에서 나온다.

넷째, 해석은 하나가 아니다.

 

그런 4단계를 숙지하면서 이 책을 읽어가면, 막연하기만 한 우리 신화의 얼개를 잡아볼 수 있다.

 

우리 신화, 비단 단군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창조신, 건국신, 시조신, 자연신, 가신, 마을신

 

일단 이렇게 신들은 분류할 수 있다.

이 책은 서술하는 순서를 천지신명과 자연신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서양 신화 체계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위의 순서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컨대 창조신은 세상을 빚고 질서를 세우는 신인데, 마고할미, 설문대할망이 있다.

그러고 보면 단군은 창조신과는 거리가 있다.


또 건국신과 시조신도 한 나라의 권력과 혈통의 뿌리가 되는 신이다. 주몽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스 신화와 몇 가지 닮은 이야기들

 

그리스 신화를 먼저 알고 있는 탓인지, 우리 신화를 읽으면서도 그리스 신화가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신화를 공부하는 가운데 몇 가지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것들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외눈박이 거인이 등장한다. (51)

외눈박이는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괴물이다.

 

어부들은 방심한 순간 배가 외눈박이섬으로 빨려 들어간다. 영등할망이 탈출을 도운 덕분에 어부들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신들의 흥망성쇠 부분도 유사하다,

제우스가 신중의 왕으로 올라가기 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그런 그리스 신들의 흥망을 이 책의 다음 부분을 읽어보면, 확실하게 이해가 된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말은 신에게도 적용됩니다. 사람들의 생활환경이 바뀌고 원하는 바가 달라지면 자연스레 다른 신을 찾게 되죠. 숭고하게 여겼던 옛 신은 어느새 관심 밖의 존재, 심하게는 퇴출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이는 새로운 신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영역을 차지하며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동시에 뜰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55)

 

다나에도 등장한다. (95)

동해용왕따님애기가 나오는데, 그녀는 불효를 일삼다가 결국은 쫓겨나게 된다.

그녀는 무쇠 석갑에 갇혀 바다에 던져진다.

그런데 자식이 없던 임박사가 그녀가 들어있는 석갑을 발견해 구해준다. 

이 부분이 그리스 신화의 다나에와 유사하다.


이 지역에서 만나는 마고

 

창조신으로 분류되는 마고할미는 전국에 이야기가 퍼져있다. 이런 것을 보면 마고할미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국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사실 마고(麻姑)라는 이름에는 그녀의 능력을 유추할 수 있는 힌트가 담겨 있습니다. ()는 삼베를 뜻하는 글자이지만 여러 문헌에서 홍역이라는 뜻으로 혼용되기도 했는데요. 정약용(1762-1836)이 편찬한 마과회통에서는 홍역을 마진(痲疹)으로, 이 질병을 앓고 난 후 얼굴이 얽은 사람을 마자(麻子)로 지칭합니다. (130)

 

그 사례로, 인근에 있는 전주 모악산에 가보면 마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전주 모악산 도립 미술관 뒤편에 마고암이 있다.

명칭의 유래를 살펴보니 원래는 마고암이 아니었는데 후에 이름을 바꿔 마고암이 되었다

 

1950년대 복호사 창건(현 마고암) , 복호사를 문수사로 개칭(조광레 스님)

2010년 문수암을 마고암으로 개칭(이승헌 대선사)

 

더 자세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지만, 아마도 마고할미의 전설이 절이름을 바꾸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다시, 이 책은?

 

우리나라 신화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것은 단군신화만 생각난다.

호랑이와 곰이 마늘 먹고, 하는 이야기말이다.

 

그런 신화가 북방에서 내려온 외래 민족이 그 지역에 살고 있던 토착민들과 융합하는 과정에서 호랑이와 곰을 토템으로 삼고 있는 민족과의 충돌 내지 융화를 상징하는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럼, 과연 다른 신화는 없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답하여. 우리 신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창조신, 건국신, 시조신, 자연신, 가신, 마을신.

 

그리스 신화에서 만났던 것들을 우리 신화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니. 정말 이 세상 모든 나라와 민족들이 원래 하나가 아니었을까.


이제 이 책을 읽고나니, 신화라는 개념 자체가 달리 보인다.

그런 신화가 언젠가 역사를 다르게 기록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올지도?

마치 우리 단군신화가 역사를 상징을 통해 전승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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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 박지훈 독서 에세이
박지훈 지음 / 생각의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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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책을 읽어가는 것은 구도의 길이라 생각한다.

해서 끝없이 되짚어 보고 성찰해야 하는 것인데 이 책은 그런 독서를 다시금 돌아보는데

아주 좋은 스승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나를 살펴보고, 또한 독서를 살펴보는 아주 좋은 책들을 담고 있으니 그런데 아주 적격이다

이 가을 나의 독서가 어디쯤 있는가 헤아려 볼 수 있는 귀한 책, 읽고 싶어진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내가 이 책을 몇 번이고 읽었으면서, 서평을 쓰려고 손대지 못하는 것보니 분명 좋은 책이다.

그냥, 그저 이 책의 모든 문장을, 그 속에 들어있는 글자들을 조용히 씹어서, 먹어서, 누군가에게 건네주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전해 주고 싶다.

해서 정말 좋은 책이다.

 

왜 그런가, 왜 좋은 책인가?

 

여기 저자가 읽고 그 책에 관해 쓴 책들이 거의 모두 내가 읽지 않은 책이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을 만나게 해주니. 그것만으로 좋은 책이라 불러도 된다.

, 딱 한 권 내가 읽은 책이 있기는 하다. 이 책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물론 그것도 읽은지가 오래되었으니, 이 책으로 떠올릴 수 있으니, 그것도 좋다.

 

그 다음, 좋은 책인가 하면?

이 책 속에 책이 있고, 소개되는 책 속에 또 책이 있다, 그 연결이 끊이질 않는다.

마치 끝말 잇기 게임처럼 책은 연속해서 등장한다.

그러니 독자들을 책 속으로, 또 책 속으로 끌려들어가게 하니, 이게 좋은 책이 아니면 어떤 책이 좋은 책?

 

, 이런 글에 이런 생각이 나오는구나!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143)

 

저자가 인용한 백석의 시 일부다.

저자는 이 시를 해설한 안도현의 말을 인용한다.

 

내가 너를 사랑해서 이 우주에 눈이 내린다니라고 감탄한 뒤 이런 말을 적어 놓았다.

(144)

 

나는 그 뒤의 이런 말보다 따옴표 안에 들어있는 말이 더 좋다,

내가 너를, 그러니까 누군가를 사랑해서 눈이 내린다니!

 

이 말을 굳이 눈에 한정한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순간 낙엽되어 지구 위로 내려앉는 은행나무 잎도 되겠다. . 내가 누군가를 사랑해서 이 도시가 온통 단풍천지구나.

 

그런 마음, 들게 하는 게 바로 시다. 백석의 시.

그렇게 백석은 단풍들어 지구에 내려앉은 낙엽처럼 내 마음에 내려앉는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쾌락은 일회적이고 행복은 반복이다. (21)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가 만들어낸 지적인 세계, 그러니까 한 사람의 세계와 통째로 만나는 것이다. (21)

 

수많은 죽음을 보았지만 돌아가신 부모를 안고 우는 자식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부모는 다르다. 그들은 반드시 자식을 품에 안고 눈물을 쏟는다. (93)

 

부모의 사랑을 깨닫는 건 누군가의 부모가 될 때다. (93)

 

(물이) 흐르는 자리는 마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음악이라는 단어에 곧잘 흐르다라는 동사가 따라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128)

 

이런 경험 있는가?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별을 보며 라이터를 켰다끄곤 했다. 그렇게 수취인 불명의 메시지를 하늘로 쏘아 올리면서 눅눅한 외로움을 달랬고, 가슴 뜀을 느끼며 달콤한 고독을 즐겼다. (23)

 

이 글을 읽고 저 먼 과거 기억을 떠올린다. 군대에서 야간 보초를 서다가 하늘을 본 적 있다. 남성 독자들은 그런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에 라이터를 켰다끌 수 없는 일이지만, 마음 속에 감추어둔 등불을 들어 저 먼 하늘로 쏘아보낸,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임마누엘 칸트가 밤은 숭고하고 낮은 아름답다, 고 말한 것인가. (25)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중,

나는 별이 총총한 밤을 꼭 그리고 싶다. 강렬한 보라색과 푸른색 초록색으로 물든 낮의 색깔보다 밤의 색깔이 훨씬 더 풍부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나는 지금 종교에 대한 강한 욕구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 별을 그릴 거야. (27)

 

우주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쉬우나 사실 크게 출렁이면서 빠르게 움직인다. (30)

 

이런 글마다, 문장마다 나를 잠시 멈추고 생각에 빠진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올 것이다.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을 보여주며, 그런 좋은 책을 여태껏 읽지 못한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하고, 어디 그뿐인가?


문장 하나 읽고, 추억 한 개 떠올리고, 그리고 다시 그 문장을 음미해보면, 그 문장은 이제 책에서 활자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에 어디 한켠에 옮겨와 살아있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은 책을 살아 있게 하는 책이며, 독자를 살아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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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 22000km
윤영선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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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 22000km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시베리아를 지나면서 달리는 기분도 그렇지만

그 길을 따라, 우리 민족의 애환이 깃든 곳이 나오니 가보고 싶다.

또한 그 길이 세계사의 중요 포인트이기도 하니 역사의 현장으로 느껴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거기에 튀르키에 까지 이르는 길목마다 세계사가 녹아져 있으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꼭 가보고 싶은 소원을 이 책으로 먼저 경험해보고 싶었다.

 

이 책은?

 

이 책 유라시아 횡단, 22000km모하비자동차 3대로 팀을 이루어 우리나라 동해를 출발하여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몽골을 거처 중국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중앙아시아, 튀르키예의 이스탄불까지 차를 이용하여 무려 22000km를 두 달 동안에 걸쳐 여행한 여행기다.

 

이 책 읽기 전에 먼저 지도를 보면서 머릿속에 여행 경로를 저장해두자.

이제부터 독자들이 저자를 따라서 가야할 곳이다.



어디 어디?

 

그래서 이 지도를 책 읽는 내내 책 맨 앞에 꺼내놓고 보면서 읽었다.

그리고 책 중에 장이 바뀔 때마다 저자는 해당 지역의 지도를 확대해 놓아, 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에서 동해를 거쳐 러시아,.....그리고 넘어서 이스탄불까지

그리고 다시 인천공항으로 귀국. 그 대장정의 기록이 담겨있다.

 

이런 음악도 들어가면서 이 책 읽자.

 

<evening bell> 이 러시아 민요인 줄 처음 알았다. (102)

 

이 음악을 틀어놓고 이 책을 읽으면 평안함을 느낀다.

책 내용중 조금 험난한 대목이 나오더라도 책에 말한대로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곡, 볼가강의 뱃노래 (406)

합창단의 우렁찬 목소리가 군가와 비슷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유튜브를 찾아 들어보니, 정말 그렇다.

이 노래 들으면서, 흥겹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러시아 가곡 'Crane(백학,두루미)'도 들어보자. (408)

이 곡은 체첸 유목민 전사들의 영광된 죽음을 찬미하는 감자토프의 음유시에 러시아 가수가 곡을 붙인 것이다.

 

이런 기록, 의미있다.

 

바이칼호와 춘원의 유정(116)

 

춘원의 소설 유정』 에 바이칼 호수가 무대로 등장하는데, 여기서 그 기록을 만난다.

그 소설의 주인공인 최석과 남정임.

추억의 배우 남정임은 <유정>이라는 영화로 데뷔했는데, 맡은 역이 남정임 역이라 그 이름을 따서 예명으로 한 것이다.

 

달라이 라마

달라이는 바다의 뜻, 달라이 라마는 지혜의 바다, 전세계의 스승이라는 의미다. (145)

 

토인비는 인류 역사를 두 가지 특징으로 표현했다.

유목민과 정주민의 전쟁.

자기가 믿는 신이 최고라는 종교와 종교의 전쟁. (153)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심재 (心齋)

공자는 마음을 비우는 방법으로

첫째, 귀로 듣는 것을 마음으로 듣는 것으로 바꾼다. 그다음 마음으로 듣는 것을 기()로 듣는다. (99)

 

한 번이라도 자랑스러운 위대한 역사가 있는 국민은 자부심이 크다. 우리나라도 세계에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139)

 

위대한 영웅도 후세가 업적을 제대로 평가해 줘야 영웅이 된다. (140)

 

저자의 문재(文才)가 드러나는 대목, 읽어보자.

 

조지아에서, 식당 주인이 구글에 한글로 댓글을 달아주면 커피를 공짜로 주겠다고 제안한다.


저자는 이런 댓글을 달았다.

이곳은 푸시킨이 다녀간 식당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이 식당은 그대를 실망시키지 아니할지니라는 댓글을 쓰고 커피를 후식으로 마셨다. (428)

 

다시, 이 책은?

 

저자가 글을 이끌어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게다가 여행지의 요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군더더기 없는 여행지 소개를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포인트를 잘 잡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1년 동안 신문에 연재한 글들이라, 한번에 읽을 수 있는 분량도 알맞게 조절되어 있어, 중간 중간 가는 곳의 상황을 여유있게 읽어갈 수 있다.

 

특히 저자가 오랜 공직 경험을 해서인지, 우리 역사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잘 짚어주고 있다. 해서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한 분들의 이야기와 러시아 치하에서 설움 받았던 우리 민족의 애환도 잘 정리해 볼 수 있다.

 

저자가 거친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닌지라, 독자들은 저자의 차에 동승하여 동해부터 이스탄불까지 신나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저자가 많은 고생을 한 덕분(?)에 독자들은 그런 고생을 하면서 남겨준 교훈들, 정보들을 그런 고생 없이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또하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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