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톰 행크스 지음, 홍지로 옮김 / 리드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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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는데, ‘그렇게는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걸작은 이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모든 것이 합해져서 합동작전을 전개한 다음에 비로소 걸작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그렇게는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소설로서의 걸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처음 시작은 단순하게 시작한다. 다른 곳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독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그렇게 시작한 소설은 한참동안이나 다른 곳을 열심히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다른 주제인가보다고 생각을 돌릴만 할 즈음에 드디어 본래의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그러면?

 

독자들은 뒤늦게 깨닫게 된다. , 저자가 이것을 말하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구나. 그렇게 납득이 되고, 지금까지 읽었던 부분이 하나 하나씩 진행되는 이야기와 맺어지고, 연결이 되면 독자들은 무릎을 치면서, 감탄하며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이거 재미가 있어지는데, 하면서 읽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그 부분은 바로 4번째 장인 <사전 제작>이다. 거기에서 그걸 깨닫게 된다.

<사전 제작>에 등장하는 지역이 바로 론 뷰트이기 때문이다.

거기가 어딘가?

 

캘리포니아 론 뷰트, 23쪽에 등장하는 지명이다.

1946년으로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가, 거기에서 등장하는 한 가족이 있다.

로비 앤더슨의 가족이다, 그 가족을 말하려면,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로비의 어머니인 룰루 앤더슨의 연애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아버지인 어니를 만나, 연애하는 이야기. 그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로비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계속 보여준다.

 

로비의 삼촌인 밥 폴스가 집에 나타났을 때, 그 삼촌은 로비가 그린 그림을 보고 이렇게 평한다.

 

너는 내가 재능이라고 부르는 것을 가지고 있구나. 저건 진짜 같은 걸. (54)

 

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로비, 그는 커서 만화를 그리는 직업을 갖게 된다.

그의 작품이 여기 책속에 소개되고 있다.

<파이어폴의 전설> (113)

작가의 이름은 트레브 보르다. 로비의 다른 이름이다.

 

그 작품은 그렇게 등장했다가, 잠시 독자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잊혀지는 듯하다가 다시 화려하게 등장한다.

 

마구잡이로 작품을 사들일 때 쿨 캐츠 코믹스에서 출간한 작품도 저주 구매했는데, 그 중 하나가 <파이어폴의 전설>이었다. (201)

 

영화 걸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게 영화로 만들어진다.

제목은 <나이트셰이드: 파이어폴의 모루>

 

모루?

그 모루는 이 책의 앞 부분에 언급이 되고 있다. 로비의 삼촌이 로비에게 보낸 편지에 말이다.

 

전쟁 때문에 망가진 우리같은 사람들이 많거든. 하지만 우리라고 늘 그랬던 것은 아니야. 우리도 정상적인 애들처럼 자랐는데 모루에 놓고 어설프게 두들긴 쇳덩이처럼 변해 버린 거지. (106)

 

그 모루를 이번에는 영화감독 빌 존슨이 이어받는다.

 

소년들은 성장한다.... 쇳덩이처럼......모루에 놓고 두들겨서.... 빌이 학교 기초 목공 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147)

 

그리고 드디어 촬영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230)

 

캐스팅

촬영

후반작업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걸작의 주인공이다.

 

여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누구 한 명 빠뜨릴 수가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소설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그렇다는 얘기다.

맨 처음 등장하는 로비부터 시작해서 중간 중간에 서서히 등장하는 인물들, 등장하는 장면마다 재미있다.

 

로비의 삼촌인 밥 폴스는 극적이기까지 하다.

그 인생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는 것도 독자에게는 재미다.

그가 모터 사이클을 타고 로비의 집에 나타났다가 로비를 남의 가게에 맡겨두고 사라지는 광경(67)도 재미있거니와 그후 그가 어떻게 해서 중국인 여자와 결혼하고 골드 드래건이라는 중국음식 식당을 운영하게 되는지를 읽는 것도 재미있다. (105)

 

또한 얼 맥티어는 이 소설의 가장 앞 부분에 등장하는 이름인데, 그녀가 이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차분하게 그녀의 뒤를 따라가보는 것도 독자에게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태워주었던 운전기사 이네스가 어떻게 영화사의 정식 직원으로 들어가게 되는지를 그려내는 230쪽부터 240쪽까지에서는 분명 독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흐믓한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그러니 그러한 것 모두가 하나 하나 모이고 쌓여서 걸작을 만드는 게 아닐까.

 

다시, 이 책은?

 

혹시 이 책에서 영화 한편을 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340쪽부터 시작되는 영화 촬영 장면을 읽어보면 된다. 촬영 첫날부터 시작해서 장면 장면 하나씩 자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지 모른다. 아니 영화도 감독판이라는 게 있는데, 이건 감독판보다도 더한 영화 촬영 전반을 아주 세세하고 소상하게 기록한 것이라고 할까. 감독판보다 더 자세한 기록이 담겨있다.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전 제작은 외교, 촬영은 전쟁, 후반 작업은 점령이다. (524)


이건 빌 감독의 부인인 존슨 박사의 말이다.

 

, 등장인물 중에 존슨 박사의 등장도 극적이라는 것  빼놓을뻔 했다.

빌 존슨과 패트리스 존슨이 원래부터 부부가 아니었다는 것, 그 둘이 비행기에서 만나 알게 되었는데 마침 성이 같았기에 결혼하고서도 여자의 성을 남편의 성으로 고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도, 유머가 먹히는 설정이 아니었을까? 패트리스 존슨은 박사다.

 

그렇게 이 책은 걸작으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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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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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먼저 등장인물부터 정리해보자. 이런 정리, 출판사에서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책 앞장에 등장인물 챙겨 적어주면 좋겠는데..... , 아쉽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야쿠시마루 료이치 : 형사

아내 : 에리코

: 카나 (발레리나, 영국에 유학 예정)

아들 : 쇼타

동료 직원들 : 타니가와 에이키치 (순사부장), 소우마 세이치로(순사부장),

오다기리 마모루 (순사부장), 요시노 사토루 (순사) 후카다 유미 (순사)

, 여기 또 한사람, 아주 중요한 인물이 있다.

바로 료이치의 친구이기도 한 감찰계장 카타세 카츠나리. 그리고 그의 여동생인 카타세 이야카, 그녀 역시 경찰이다.

악의 무리들 : 여기에는 여러 명이 등장하는데, 우선 이야기가 진행하는 순서대로 정리해보자면.... , 이건 굳이 여기 적을 필요 없겠다. 사건의 진행에 따라 여러 사람들이 차례 차례 등장하니까. 그때 그때 정리하도록 하자.

 

이 소설은 독자를.....

 

이 책의 저자는 독자를 힘들게 만드는 데 아주 도사급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독자들을 끌여들여, 바로 휘어 잡는다

그리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끝까지 독자들을 이야기의 속으로, 속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어떻게?

 

어떤 이야기인가?

 

주인공은 형사 료이치다. 그는 지금 한창 연쇄 살인 사건해결에 매달리고 있다.

반사회 집단만을 노린 범행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그런 범죄의 성격을 빗대어 성소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성소자(聖掃者) 거리를 청소하는 성스러운 자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일본어로 청소차와 발음이 같다. (11)

 

그러는 중에 시마다 유키라는 사람이 살해된다. 불법 사채업을 운영하는 자다.

그것을 수사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 사건에는 바로 그의 딸 카나가 개입되어 있다. (, 이래서 소설을 리뷰할 때 어렵다. 줄거리를 어느 정도 말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해야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지, 그 판단이 어렵다)

 

한창 그 사건을 수사하는 그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첫 번째는, 어둠의 자식인 쿠로카와 타모츠,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을 성소자라 밝힌 사람으로부터.

 

그런데 그 두 차례의 전화가 그를 이상한 상황으로 몰고간다.

독자들은 여기에서, 순간 감정의 변화를 주인공보다 더 빨리 경험한다.

이거, 일이 조금은 안심되는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안도의 분위기가 조금 풍기는 것이다, 이게 바로 작가의 실력이다, 독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신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에게 전화를 해서 협박을 한 쿠로사와 타모츠가 살해된 것이다. (151)

그러니 두 전화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어떤 일인지는 직접 확인하기를,


그렇게 사건은, 이야기는 빨리 빨리 진행이 된다.

그래서? 독자들은 순간 순간 눈을 다른 데로 돌릴 수가 없다.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으로 속절없이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이쯤 해서, 이런 것 밝혀두기로 하자.

위에 스포일러가 될까봐 안개속을 헤매는 식으로 언급한 내용, 실은 이렇다.

 

딸이 저지른 범죄를 은폐하고 성소자의 범행으로 위장한 것, 사건의 진상을 눈치챈 쿠로가와 타모츠를 처리해 달라고 성소자에게 의뢰한 것,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료이치가 한 일이다.

그렇게 사건은 진행이 되는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대체 몇 개 팀이?

 

이 소설이 재미있는 것은 성소자가 저지른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갈래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경찰 공식 라인에서 하는 수사.

또 성소자에게 죽임을 당한 어둠의 세력에서 성소자를 잡기 위해서 벌이는 탐문수사. 

또 주인공 류이치가 저지른 사건을 이상하게 생각한 류이치의 친구인 감찰계장과 그의 동생.

, 또 있다. 누나인 카나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동생 쇼타도 궁금해서 드디어 행동을 개시하는데...

 

이렇게 여러 갈래에서 점점 수사(?)는 죄어오는데, 과연 류이치는?

 

다시, 이 책은?

 

딸이 잠깐 순간적인 실수로 살인을 저질렀다. 그 딸의 아빠는 마침 경찰이다. 그래서 곤경에 처한 딸을 구하기 위해, 한걸음 내딛어 시신을 유기하면서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우리의 주인공.

 

독자들은 과연 어떤 입장에 설 것인가?

 

아빠가 말했잖아. 그런 녀석은 죽어도 싸다고, 그러니까 너는 죄책감 느낄 필요없어.”
(71, 203)

 

아무리 딸의 처지가 안타깝다고 할지라도, 경찰인 주인공이 그러면 안되는 것이다.

또는 그래도 딸의 가여운 처지를 보고, 그러지 않는 아빠가 어디 있겠냐, 는 식으로

독자들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다양하게 하도록 만드는 작가, 그래서 이 소설은 뻔하지 않다.

재미있다. 주인공을 몰아붙여서 독자들을 계속 긴장 상태로 몰고가는 소설, 모처럼 심장을 쫄깃 쫄깃하게 하는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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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아시아 - 연대와 공존의 꿈으로 세계사 다시 쓰기
장문석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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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아시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섬세한 최인훈 추적기이다.

저자는 그것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최인훈이 그 해답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히 추적하고자 한다. (37)

 

, 이제 그런 저자의 섬세한 최인훈 추적기를 살펴보기로 하자.

 

최인훈이 어떤 작가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 책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국인에게 최인훈은 광장의 작가로 기억된다. (31)

 

광장, 실로 굉장한 책이다. 굉장하다. 품고 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 이야기의 의미, 그리고 그 소설이 끼친 영향까지 생각한다면 그 단어, ‘굉장하다가 제목인 광장과 운율적으로도, 의미론적으로도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굉장한 광장을 읽으며 우리는 주인공 이명준이 한국을 택하지 않고 다른 곳을 택한 이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거기에서 광장은 우리를 아시아로 인도해간다.

 

그렇게 광장으로 시작한 이 책, 일단 목차를 일별하면서, 이 책의 구조를 살펴보자.

 

1장 최인훈, 아시아를 질문하다

2장 아시아의 공간 - 냉전을 넘어선 평화의 상상력

3장 아시아의 시간 - 비서구 근대의 경험을 통한 보편성의 재인식

4장 아시아의 원리 - 연대와 공존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계사의 원리

5장 최인훈, 아시아를 생각하다/살다

 

그 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광장이 제시한 몇 가지 장면들에 대한 주석이다. 저자는 긴 주석이라 표현한다. (32)

최인훈 문학 창작 배경이 된 20세기의 역사를 살펴본다. , 식민지와 냉전이 이어졌던 동아시아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최인훈이 문학을 통하여 만들어낸 인물들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살펴본다.

또한 최인훈의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엇을 꿈꾸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인훈 문학의 역사적 맥락, 인물의 고민, 그리고 꿈을 살펴보면서 작가 최인훈이 남겨놓은 유산을 살펴보고 있다.

 

이런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저자는 그것을 작품을 하나 하나 분석하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최인훈의 사상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최인훈의 작품을 하나씩 차례 차례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특기할만 하다.

 

광장, 크리스마스 캐럴, 서유기

회색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총독의 소리, 두만강, 태풍, 화두

 

그리고, 작품마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저자는 최인훈의 작품을 살피는데 그 작품이 태어난 시대적 상황을 또한 잊지 않고 살피고 있다. 예컨대 회색인의 경우 그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에 비로소 식민지였다는 것이 한국 문학의 조건이라는 것을 문제화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1950년대에는 전쟁의 상처 때문에 그 문제 식민지였다는 것 을 가시화하지 못했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는 달라진 것이다.

 

그러면 식민지의 문제는 어떻게 작품에 들어있을까?

 

회색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후진성의 문제를 경제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그것을 서구 유럽의 제국주의적 팽창이라는 정치사적 맥락 및 식민지의 문화사적 조건과 병렬로 놓아둔다.

그래서 주인공 독고준 역시 한국인을 식민지인이라 부르며 자신들이 세계사에 등장하였음을 부기한다. (172)

 

이렇게 최인훈의 작품을 읽으면서 해방후 한국의 문학이 어떤 지점을 거쳐왔나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그 앞에 서술된 <한국의 지식인, 통일을 말하다 – 『크리스마스 캐럴서유기> (87쪽 이하) 을 읽어보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화두

 

냉전이 끝난 후에 최인훈은 무엇을 보았으며, 독자에게 무엇을 보여주는가?

화두에 최인훈의 생각이 들어있다. (217쪽 이하)

 

식민지와 냉전은 최인훈의 문학 전체를 통괄하는 화두였는데, 냉전 체제의 종식 이후 최인훈은 화두를 통해 20세기의 세계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냉전이 끝난 후 소련에서 생각한 것. (218)

소련이라는 난제에 균형잡기 모순의 유보와 현실의 무게 (220)

사회주의라는 이념형 탈식민지화와 사회적 연대 (238)

 

이 부분, 읽을 거리가 가득하다. 시대를 따라가며 최인훈의 관점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문학 작품의 힘이란 이러한 철학적 고민을 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10)

 

광장에서, 이명준은 독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인격과 세계관을 드러내며, 세계를 책처럼 독해의 대상으로 삼는다. (160)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992년 혁명의 무대였던 동궁에 다시 선 최인훈에게 동궁의 의미망은 한국의 419 혁명을 거쳐 해방공간 한국의 역사적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이었고 그의 생애사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었다. (239)

 

황국신민 세대의 작가 최인훈에게 식민지는 충분한 거리를 확보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에게 식민지는 자신의 사적 경험과 민족의 공적 기억의 충돌, 그로 인한 억압과의 긴장 속에서 재현 가능한 대상이었다. (291)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

우선 저자의 투철한 연구정신에 놀란다.

그가 최인훈의 작품을 붙들고, 그 안에 들어있는 최인훈의 정신을 오롯이 파내고, 정리하고 분석한 다음에 그것을 다시 독자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연구정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독자들은 최인훈의 사상과 저자의 정신을 같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최인훈의 작품들, 광장뿐 아니라 회색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두만강, 태풍등을 포함한 최인훈의 거의 모든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으니.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최인훈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더하여, 이런 것들 역시 만날 수 있다.

 

최인훈의 작품을 통해 아시아를 만날 수 있다.

아시아라는 시각을 통해 최인훈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다.

 

무엇보다도,

왜 최인훈과 그의 문학을 동아시아와 세계라는 인식의 틀을 통해서 바라봐야 하는가?

최인훈이 문학을 통해 한국이 무엇이며 한국인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질문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최인훈이 찾아낸 것과 저자가 찾아낸 것, 같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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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공화국 -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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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공화국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의 앞표지에 있는 글, 또한 책을 열면 맨 앞장에 나오는 말이 있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이 말이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과연 그런가?

저자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이 책 전편에 걸쳐 논증하고 있다.

해서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2소용돌이 사회가 만든 법조 특권주의

3서울대 법대 정치인은 왜 실패하는가?

4장 왜 전관예우는 사라질 수 없는가?

5장 유사종교적 현상이 된 전관예우

6장 국민적 신뢰도 추락에 둔감한 사법부

맺는말 : ‘개천에서 용 나는모델을 넘어서

 

정말이지 우리 사회가 법조인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을 저자는 하나 하나 짚어가면서, 살펴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실명이 많이 등장한다.

 

좋은 의미, 또는 나쁜 의미로든 실명이 자주 등장한다.

 

김두식, 이름 기억해놓고 읽어보자.

 

김두식은 현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검사로 근무한 바가 있다. 그의 고백에서 의미있는 발언이 있다. 옮겨본다.

 

검사를 그만두고 꽤 시간이 흐른 후에 어머니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기다.

 

네 이모가 그러더라. 두식이가 검사하는 동안 애가 좀 이상해졌나 생각했다고. 젊은 애가 왜 늘 뒷짐을 지고 걷는지, 어른들을 모신 자리에서 왜 늘 중심에 있으려고 하는지. 쟤가 원래는 안 그랬는데 검사가 되더니 아예 영감노릇을 하려나 생각했다고 하더라. (48)

 

문제는 김두식 검사만 그랬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또 문제가 연이어 발생한다.

그런 특권의식에 찌들어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사람들이 정치계로 들어섰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저자는 그 문제에 대하여 <3서울대 법대 정치인은 왜 실패하는가?>에서 살펴보고 있다.

 

서울대 법대 정치인은 왜 실패할까?

 

2010125일에 발표된 칼럼 한 토막 읽어보자.

서울대 법대 교수 김증한의 발언이 소개되고 있다.

법과대학이란 똑똑한 아이를 데려다가 바보 만들어 내보내는 곳이다. (68)

 

컬럼을 쓴 조선일보 주필 김대중은 그 말을 들을 때 그 말이 어떤 의미인줄 몰랐다 한다.

그 컬럼의 후반부에 김주필은 이런 말로 그 의미를 찾아낸다.

 

법을 제대로 해석하고 양심을 제대로 발동하기 위해 법을 다루는 사람은 보다 많은 지식과 깊은 경험과 넓은 상식을 지녀야 하는데 법대생들은 오로지 사전적 지식에 매달리는 사태를 김교수는 걱정한 것이다. 그가 말한 바보는 법을 다룰 자격이 없는 인간적 장애를 의미한 것이었다. (69)

 

서민의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영감대우만 받아본 사람들이 법을 다루고 집행한다. 그러니 법이 일상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다시 정리해보자.

세상의 이치와 삶의 가치, 교양과 상식, 이런 것들을 외면하고 오로지 출세를 향해 매진하는 젊은이, 고등고시를 인생의 유일한 지름길로 여기는 학생들이 결국은 인간적으로 불완전한, 공부만 잘하면 만사가 형통이라는 오류에 빠진 외골수 인간으로 자라는 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69)

 

그런 경계는 어디 법대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다른 전문직종에서 나름 성공했다고 이제는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전문직에서 성공했다고, 거기에서 얻어낸 성공의 법칙이 정치에서 그대로 통용된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렇게 정치판에 들어왔다가 망신만 당하고 사라진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인가?

 

이런 소제목은 그래서 두루두루 통하는 명언이 되는 것이다.

 

법조인들의 확고한 기준에 대한 두려움 (69)

현실, 특히 낮은 곳을 모르는 무지와 무식 (73)

 

이런 지적은 그래서 유효하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의 발언이다.

 

젊은 시절 인문사회과학적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정계, 관계, 재계로 진출해 지도층이 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 전반의 위기다. (85)

 

이 글의 서두에서 실명이 자주 등장한다고 밝혔는데, 그 중에서도 나쁜 의미로 실명이 등장하는 경우, 바로 이런 것이다.

 

무식의 여부와 정도는 출신 학교에 의해 결정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 시간이 흐를수록 윤석열의 무식에 놀란 사람이 많았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울 게다. (87)

 

솔직히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말을 듣는다는 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인하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대통령이 그럴 리가 있나, 라고 항변하고 싶은 정도다.

 

그러나 이런 말을 저자가 하는 것, 거기에 토를 달 수 있을까?

 

202239일 드디어 서울 법대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서울 법대를 위해선 탄생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87)

 

다시, 이 책은?

 

실상 이 책은 바로 그런 법조인 때문에 쓰여진 것이다.

 

법조인 출신이 장악한 한국 정치판 (21)

 

서두부터 법조인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정치판에 들어온 법조인들이 하나같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 아닐까?

 

이 책에서 몇 번이나 읽고 읽어야 할 부분이 있다.

<윤석열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192쪽 이하의 글이다.

 

대다수 국민에겐 청천벽력 같았던 12.3 비상계엄을 저지른 윤석열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걸 따져 묻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193)

 

이제 와서 그걸 물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라는 발언은 하지 마시라. 그런 의문은 불필요하다. 우리 속담에 분명하게 있지 않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그렇게 해서라도 고치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 ! 그런 속담은 법전에는 안 나온다. 혹시 법조인 중에 법전에 없으니 들은 바 없고, 읽은 바 없으니 그런 속담 모른다고 할까봐 노파심에서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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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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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베토벤에 관하여 이런 식으로 분류하고 있으니, 이 분류도 베토벤의 일생을 조감하는데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1부 인간 베토벤

2부 사랑에 빠지다

3부 몰입의 순간

4부 막다른 골목에서

5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6부 인류 전체를 위한 목소리

 

이 책에서 베토벤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다,

베토벤에 관해 알았던 것은 더 깊고 자세하게, 몰랐던 것은 새롭게 알게 되어, 베토벤을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귀한 자료를 만난다.

 

베토벤은 괴테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은 그 둘이 딱 한 번 만나, 잠깐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게 아니라는 것, 다른 정보를 듣게 되었다.

 

1812717일 괴테가 당시 베토벤이 묵고 있던 곳, 테플리체에 찾아왔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베토벤은 그날 찾아온 괴테와 함께 숲으로 산책을 나갔고, 다음날 둘은 온천으로 여행을 갔다.

그렇게 열흘 동안 매일 어울렸다.

 

그후로도 둘은 카를로비바리에서 두 차례 더 만났다. (79)

 

여기서 둘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게 내가 알고 있었던 부분이다.


둘이 어느날 산책을 나갔는데 프란츠 황제와 수행원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괴테는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베토벤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성큼성큼 지나갔다. 일행과 멀어졌을 때에 베토벤은 괴테의 굴종적인 자세를 지적하며 예술가는 결코 권력에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괴테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저자는 말하길, 바로 이런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만남을 카를 뢸링이 그린 그림이 많은 독일인의 거실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 고맙다. 지금까지 둘의 만남이 그렇게 끝난 줄 알고 있었던 나의 지식창고에 정오표를 붙일 수 있게 되었으니,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음악을 다시, 새로 듣는다.

 

이런 베토벤을 만난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이다.


이보다 더 조용하게 시작하는 음악은 없다. 들릴락말락 하는 피아노 소리에 현이 실크처럼 부드럽게 응답한다. 이것은 새로운 음악적 대화다. 이렇게 피아노가 먼저 나서고 오케스트라와 독주자가 다른 조성으로 시작하는 협주곡은 이전에 없었다. (45)

 

이런 베토벤의 작곡 의도를 저자는 이렇게 분석한다.

 

여기서 베토벤은 의향을 드러내고 있다.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상황을 깨부수려고 나선 것이다, (45)

 

이 곡을 들으며 슈만은 이렇게 했다.

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숨을 죽이고 움직이지 않으려 애썼다.”(47)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베토벤도 <터키 행진곡>이 있다.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만 있는 줄 알았는데, 390쪽을 읽다가 베토벤도 <터키 행진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의 한 가운데 베토벤은 작품 번호 76의 피아노 변주곡에 나오는 <터키 행진곡>을 집어넣어 대단한 갈채를 받았다. (390)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테레제에게 슈나벨은 스튜디오의 폭압적인 분위기를 불평했다.

그저 4분 연주할 수 있을 뿐이야. 4분 동안 2000개 건반을 치게 되는데, 그중 두 음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2000개 음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 그 과정에서 처음의 잘못된 음은 고쳐지겠지만 다른 두 음이 문제가 생기고, 그럼 또다시 2000개 음을 연주해야 하지. 이렇게 열 번을 해. 언제 실수할지 몰라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국에는 포기하게 되고 20개 잘못된 음이 남고 말아.” (131)

 

피아니스트가 어떤 일을 하는지, 깨닫게 되는 말이다. 요즘 말로 치면 극한직업인 피아니스트, 그러니 듣는 입장인 우리로서는 그저 그들의 투철한 직업정신이 고맙기만 하다. 

 

다시, 이 책은?

 

띠지에 이런 말이 보인다.

<100가지 장면으로 총망라한 베토벤 안내서>

 

그 말이 맞다. 베토벤을 총망라했다는 말이 맞다.

베토벤의 음악이면 음악, 삶이면 삶, 연애면 연애, 또 먹는 것이면 먹는 것....

하여튼 베토벤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렇게 총망라한 결과, 그의 음악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러니 좋은 책이라고 할 수밖에.

그런 것 다 제쳐두고, 좋은 점 하나만 꼽으라면 이것이다.

<베토벤 작품 찾아보기> (545~548)

 

베토벤의 음악을 총망라한 리스트다. 그러니까 베토벤의 음악, 그 중 어느 곡에 관해 알고 싶다면 

<찾아보기>를 찾아보면 된다. 예컨대, 피아노 소나타 22번이 궁금하다면 이 책의 37(201쪽 이하)을 찾으면 된다. 거기에 피아노 소나타 22번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듬뿍 들어있다.


그렇게 듬뿍, 담뿍 베토벤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이 책으로, 베토벤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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