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인훈의 아시아 - 연대와 공존의 꿈으로 세계사 다시 쓰기
장문석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4월
평점 :
최인훈의 아시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섬세한 최인훈 추적기’이다.
저자는 그것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최인훈이 그 해답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히 추적하고자 한다. (37쪽)
자, 이제 그런 저자의 ‘섬세한 최인훈 추적기’를 살펴보기로 하자.
최인훈이 어떤 작가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 책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국인에게 최인훈은 『광장』의 작가로 기억된다. (31쪽)
『광장』, 실로 굉장한 책이다. 굉장하다. 품고 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 이야기의 의미, 그리고 그 소설이 끼친 영향까지 생각한다면 그 단어, ‘굉장하다’가 제목인 ‘광장’과 운율적으로도, 의미론적으로도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굉장한 『광장』을 읽으며 우리는 주인공 이명준이 한국을 택하지 않고 다른 곳을 택한 이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거기에서 『광장』은 우리를 아시아로 인도해간다.
그렇게 『광장』으로 시작한 이 책, 일단 목차를 일별하면서, 이 책의 구조를 살펴보자.
1장 최인훈, 아시아를 질문하다
2장 아시아의 공간 - 냉전을 넘어선 평화의 상상력
3장 아시아의 시간 - 비서구 근대의 경험을 통한 보편성의 재인식
4장 아시아의 원리 - 연대와 공존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계사의 원리
5장 최인훈, 아시아를 생각하다/살다
그 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광장』이 제시한 몇 가지 장면들에 대한 주석이다. 저자는 긴 주석이라 표현한다. (32쪽)
최인훈 문학 창작 배경이 된 20세기의 역사를 살펴본다. 즉, 식민지와 냉전이 이어졌던 동아시아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최인훈이 문학을 통하여 만들어낸 인물들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살펴본다.
또한 최인훈의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엇을 꿈꾸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인훈 문학의 역사적 맥락, 인물의 고민, 그리고 꿈을 살펴보면서 작가 최인훈이 남겨놓은 유산을 살펴보고 있다.
이런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저자는 그것을 작품을 하나 하나 분석하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최인훈의 사상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최인훈의 작품을 하나씩 차례 차례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특기할만 하다.
『광장』, 『크리스마스 캐럴』, 『서유기』
『회색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총독의 소리』, 『두만강』, 『태풍』, 『화두』
그리고, 작품마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저자는 최인훈의 작품을 살피는데 그 작품이 태어난 시대적 상황을 또한 잊지 않고 살피고 있다. 예컨대 『회색인』의 경우 그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에 비로소 식민지였다는 것이 한국 문학의 조건이라는 것을 문제화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1950년대에는 전쟁의 상처 때문에 그 문제 – 식민지였다는 것 –을 가시화하지 못했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는 달라진 것이다.
그러면 식민지의 문제는 어떻게 작품에 들어있을까?
『회색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후진성의 문제를 경제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그것을 서구 유럽의 제국주의적 팽창이라는 정치사적 맥락 및 식민지의 문화사적 조건과 병렬로 놓아둔다.
그래서 주인공 독고준 역시 한국인을 식민지인이라 부르며 자신들이 세계사에 등장하였음을 부기한다. (172쪽)
이렇게 최인훈의 작품을 읽으면서 해방후 한국의 문학이 어떤 지점을 거쳐왔나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그 앞에 서술된 <한국의 지식인, 통일을 말하다 – 『크리스마스 캐럴』과 『서유기』> 편 (87쪽 이하) 을 읽어보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화두』
냉전이 끝난 후에 최인훈은 무엇을 보았으며, 독자에게 무엇을 보여주는가?
『화두』에 최인훈의 생각이 들어있다. (217쪽 이하)
식민지와 냉전은 최인훈의 문학 전체를 통괄하는 화두였는데, 냉전 체제의 종식 이후 최인훈은 『화두』를 통해 20세기의 세계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냉전이 끝난 후 소련에서 생각한 것. (218쪽)
소련이라는 난제에 균형잡기 – 모순의 유보와 현실의 무게 (220쪽)
사회주의라는 이념형 – 탈식민지화와 사회적 연대 (238쪽)
이 부분, 읽을 거리가 가득하다. 시대를 따라가며 최인훈의 관점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문학 작품의 힘이란 이러한 철학적 고민을 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10쪽)
『광장』에서, 이명준은 독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인격과 세계관을 드러내며, 세계를 책처럼 독해의 대상으로 삼는다. (160쪽)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992년 혁명의 무대였던 동궁에 다시 선 최인훈에게 동궁의 의미망은 한국의 419 혁명을 거쳐 해방공간 한국의 역사적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이었고 그의 생애사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었다. (239쪽)
황국신민 세대의 작가 최인훈에게 식민지는 충분한 거리를 확보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에게 식민지는 자신의 사적 경험과 민족의 공적 기억의 충돌, 그로 인한 억압과의 긴장 속에서 재현 가능한 대상이었다. (291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왜?
우선 저자의 투철한 연구정신에 놀란다.
그가 최인훈의 작품을 붙들고, 그 안에 들어있는 최인훈의 정신을 오롯이 파내고, 정리하고 분석한 다음에 그것을 다시 독자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연구정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독자들은 최인훈의 사상과 저자의 정신을 같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최인훈의 작품들, 『광장』뿐 아니라 『회색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두만강』, 『태풍』 등을 포함한 최인훈의 거의 모든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으니.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최인훈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더하여, 이런 것들 역시 만날 수 있다.
최인훈의 작품을 통해 아시아를 만날 수 있다.
아시아라는 시각을 통해 최인훈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다.
무엇보다도,
왜 최인훈과 그의 문학을 동아시아와 세계라는 인식의 틀을 통해서 바라봐야 하는가?
최인훈이 문학을 통해 한국이 무엇이며 한국인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질문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최인훈이 찾아낸 것과 저자가 찾아낸 것, 같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