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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본색 - 가려진 진실, 드러난 욕망
양상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6월
평점 :
언론본색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본색이라는 말은 대개 부정적으로 쓰인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냈다’는 식으로 쓰여 부정적인 의미를 보인다.
언론 본색은 어떤가?
마찬가지다. 부정적이다.
저자는 우리 언론이 자유와 방종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음을 간파하고 그 본색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앞 표지에 부제처럼 쓰여있는 말들이 그것을 보여준다.
가려진 진실, 드러난 욕망
자유와 방종의 두 얼굴
먼저 이런 말, 새겨두고 싶다.
“언론인들은 ‘언론이 전하는 진실’에 관해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
“사람들이 말로는 언론을 향해 ‘진실’을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내 생각과 같은 뉴스’를 기대하는 것이고 언론은 이를 의식하며 뉴스를 내놓는다”
그런 언론,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론은 왜 나아지지 않는가?
저자는 그런 우리 언론의 민낯을 소개하며 언론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기억해야 할 자료들
객관주의 저널리즘과 〈라쇼몽〉의 현실 뉴스의 본질은 ‘왜곡’? (39쪽 이하)
원작인 소설을 영화화한 <라쇼몽>에서 같은 사건을 보고 난 후 사건 당사자와 증언의 증인이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통하여 객관적인 진실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모두가 속은 〈모니퇴르〉의 거짓 일화 (161쪽 이하)
<모니퇴르>라고 하니까 무언지 잘 모를 것 같지만. 나폴레옹이 엘바를 탈출하여 파리도 돌아오는데 그 과정을 보도하는 신문 중 <모니퇴르>지가 나폴레옹에 대한 호칭을 시각에 따라 달리 했다는 전설적(?)인 내용이다.
이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니, 이런 기사가 나온다.(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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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식인귀(anthropophage)', 소굴에서 탈출
3월 10일 "코르시카 산(産) 오우거(Corsican Ogre)", 주앙(Juan) 만(灣)에 상륙
3월 11일 호랑이(tiger), 카르프에 나타나다
3월 12일 괴물(monster), 그레노블에 야영
3월 13일 폭군(tyrant), 벌써 리옹에 진입
3월 18일 찬탈자(usurper), 수도 100km 지점에 출현
3월 19일 보나파르트(Bonaparte) , 북으로 진격 중! 파리 입성은 절대 불가
3월 20일 나폴레옹(Napoleon)[16], 내일 파리 도착 예정
3월 21일 나폴레옹 황제(Emperor Napoleon), 퐁텐블로 궁에 도착하시다
3월 22일 어제 폐하(his majesty)께옵서 충성스러운 신하들을 대동하시고 튈르리 궁전에 납시었다.
이후 모니퇴르는 프랑스 정부의 공식적인 기관지가 되었다가 후에 관보로 흡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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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연을 기록한 다음, 이에 대해 이렇게 코멘트하고 있다.
[유명한 이야기지만 어디까지나 도시전설이다. 해외에서도 유명한 도시전설이라 실제로 당시 신문을 찾아봤는데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황제라는 표현이 꺼려지고 위험한 찬탈자처럼 다뤄진 부분은 많지만 저렇게 극적인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다고 하며 리옹을 목전에 둔 이제르(Isère)주의 주도 그르노블(Grenoble)에 도착하면서부터 그는 최소한 대공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 이제야 알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이 책 161쪽 이하를 읽어보시라.
그런데 <모니퇴르>가 했다는 기막힌 호칭의 변화, 그건 분명 사실이 아니지만, 그런 행동을 한 곳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언론이다.
전두환의 등장을 보도한 우리나라의 많은 언론들이 바로 그런 경우다.
1980년 전두환이 등장했을 때의 언론 보도와 2021년 전두환의 사망을 보도한 언론을 비교해보면, 언론의 얼굴이 두 개인 것이 확실하다.
다음 사진은 1980년 8월 23일자 조선일보.

날조된 <모니퇴르>의 일화는 비록 없는 사실이지만, 그런 행태는 현실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는 것, 그게 문제다.
우리가 그런 내막을 알 리가 있나?
이 책을 읽다보니, 일반인들은 참 순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밝혀 놓은 것들 중, 내막은 그런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여지껏 그런 것들 관심이 없었으니 보일 리 없었다. 해서 이 책으로 이제야 그런 내막을 알게 된다.
기자실의 폐쇄 여부 (176쪽)
노골적 당파성, 기울어진 운동장 (221쪽)
정치인과의 노골적 유착 (239쪽)
이밖에도 다양하고, 많은 것들이 내막, 흑막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런 게 가짜 뉴스였다니!
‘방관자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를 만들어낸 사건
뉴욕 타임스 편집장인 로젠탈은 이런 보도를 한 적이 있다.
1964년 30여 명이 살인 사건의 현장을 목격했지만 경찰에 신고하거나 피해자를 도운 이가 한 명도 없었다는 보도를 주도했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심리학에서 방관자 효과라는 개념이 나오기도 했다. (204쪽)
사례를 실제 검색해보니, 이런 자료가 나오고 있다.
[키티 제노비스 사건
1964년,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가 뉴욕 시의 자기 집 근처에서 오전 3시 30분 강도에게 살해당했다. 그녀가 격렬하게 저항을 했기에 강도와의 사투는 30분 이상 계속되었는데 주변의 40가구에서 그 소리를 들었으나, 어느 누구도 그녀를 구하려고 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그녀는 그대로 강도에게 살해당했다.-라고 타임지에 기사가 실렸고, 사람들은 키티 제노비스 사건을 방관자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범인이 처음 키티 제노비스를 덮쳤을 때 주변에서 그 소리를 듣고 그녀를 내버려두라고 했고, 범인은 그 소리에 놀라 도망쳤다. 경찰에 신고한 사람도 있다. 키티 제노비스는 일어나 아파트 주민들이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들어갔고, 돌아온 범인이 그때 그녀를 덮쳐 죽였다.] (위키백과)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언론의 신뢰를 잃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181쪽)
모든 진실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183쪽)
다시, 이 책은?
언론이 욕을 먹는다.
요즘 자주 듣는 말이다. 언론이 욕을 먹고 있다니.....
그 이유가 무언가 궁금했는데, 이 책을 살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이 책은 한겨레 신문사의 대표이사를 두 번 역임한 저자가 쓴
언론을 위한 고언이다. 쓴 약일수록 약효가 있으니,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누가?
일반 시민들도 언론 뉴스의 수용자라는 자격에서 읽어야 하지만, 더 확실하게 읽고 새겨할 사람들은 뉴스 제공자들이다. 다른 말로 언론!
저자는 그런 언론의 본색을 밝히고, 언론이 욕먹지 않을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