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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평점 :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독일 사람은 말이야.” 요한이 말했다. “명언을 인용할 때 그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실은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 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이라고 덧붙여 둬.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거든.” (23쪽)
"괴테가 말하길―”이라는 말이 권위를 가질만도 하다. 괴테가 누구인가.
그만큼 괴테가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마치 공자 말씀하시길,,,,,,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그런데 과연 괴테가 어떤 말을 했는지, 괴테의 책을 전부 읽지 못했기에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괴테의 말, 다른 말보다도 더 강조해서 읽어야 할 말이 과연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알고 싶었다.
이 책은 무슨 장르인가?
읽기 시작하자, 문득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 책은 어떤 장르에 해당하는가?
소설? 에세이?
결론은 소설이다. 그런데 소설이 아닌 것처럼 써내려간 저자의 내공 덕분에 마치 에세이, 또는 한 학자의 연구 과정을 기록한 것처럼 읽혀진다.
해서 읽는 도중, 다시 이 책의 장르를 확인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의 앞날개에 이런 말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한 탓이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는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자 첫 장편소설이다.
소설이라면, 줄거리가 있을 것 아닌가?
줄거리? 있다.
실제로 저자의 부모님 결혼기념일 식사중 홍차 티백에 적힌 명언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했다,는 책 앞날개의 소개를 참고하자.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저명한 괴테 연구가 도이치는 홍차 티백에서 출처 불명의 괴테 명언을 발견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 Goethe (19쪽)
그 문장의 출처를 찾는 작업이 시작된다. 평생 괴테를 연구한 그에게 선뜻 바로 떠오르지 않는 그 말, 그 말을 찾아 수소문하고, 책을 펼쳐가면서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괴테의 말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이 소설,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소설이니까 등장인물들이 얽히고설켜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먼저 화자가 있다. ‘나’ : 괴테 전문가인 히로바 도이치 교수의 사위다.
장인 : 히로바 도이치 (대학 교수)
장모 : 히로바 아키코
아내 : 히로바 노리카 (이야기 당시에는 학생)
이 책은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첫째, 음악
괴테 전문가인 주인공 도이치 교수의 행적에 음악이 많이 등장한다.
해서 클래식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많은 클래식 곡을 만날 수 있다.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46쪽)
거실에서는 굴드가 13번 변주곡을 끝내려는 참이었다. (47쪽)
디즈니의 <판타지아> (99쪽)
내용은 한마디로 말해 클래식 대백과다. 총 여덟 개의 명곡을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수놓은 최고급 주크박스 뮤지컬. (99쪽)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트리오> (105쪽)
장려한 바흐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107쪽)
차안의 배경 음악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이었다. (220쪽)
이런 용어도 클래식에서 등장하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그 문장이 내 인생의 시도동기였네. (8쪽)
시도동기?
[주요동기(Leitmotiv)는 비예술적인 컨텐츠와 결합되어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예술적 수단이다. 음악, 회화, 건축 또는 문학같은 예술에서 다양한 동기를 도입하고 구현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색상, 분위기, 상징, 사람, 음열, 문장 및 기타 많은 것을 주요동기로 사용할 수 있다. 그들은 그 작품 내에서 오직 그 의미를 가지고만 사용된다. 그 단어는 또한 영어로도 사용되었으며, 대개 "Leitmotif"라고 쓰여진다.] (인터넷에서)
둘째, 괴테
이건 당연하다. 소설은 괴테의 그 말을 찾아가는 여정에 많은 괴테 저작을 인용하기도 하고, 괴테를 둘러싼 서양 고전들을 예로 들어가면서 지적 탐험을 펼치고 있다.
해서 서양 문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이런 것도 만나게 된다.
마그리트의 <헤겔의 휴일> (42쪽)
얼마전 그림 공부를 하다가 마그리트의 이 그림을 만났다.
<헤겔의 휴일>이란 특이한 제목을 가진 그림. 이런 그림이 대체 헤겔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는 그림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만나니 반갑다.

이 책은 발표 당시 단순한 학술서를 뛰어넘어 현대적 세계에 대한 이해의 관점을 제시하는 획기적인 인문서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 표지로 선택한 마그리트의 <헤겔의 휴일>이라는 그림도 그 인기에 한몫했을 터다. (42쪽)
“나는 헤겔이 두 가지 상반되는 작용을 하는 이 물건들에 아주 민감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물을 허용하지 않는(물리치는) 동시에 물을 허용한다(품는다). 나는 그가 (휴가 때처럼) 즐거워하거나 재미있어 했으리라는 생각에서 이 그림을 ‘헤겔의 휴일’이라고 부른다.”
마그리트의 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 중 이 그림을 사용한 책도 있다.
밀란 쿤데라 전집 중 <웃음과 망각의 책>

이 책에서는 도이치의 ‘잼적 세계’와 ‘샐러드적 세계’를 두 가지 상반되는 물건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림에 대한 또다른 구절도 등장한다.
신이 ‘빛이 있으라’하고 명령 한마디를 했더니, 거기서부터 빨강, 파랑, 노랑 등 색깔이 하나하나 불려 나왔다. 그리하여 화가는 비로소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거야. (140쪽)
도이치 교수의 장인인 마나부 교수의 발언이다.
그림에 관하여 더 적어둘 게 있다.
방송용 원고로 만든 책은 꽤 잘 팔리는 모양이었다. 들라크루아의 석판화를 콜라주한 표지는 서점 진열대에서도 돋보였다. (231쪽)
다시, 이 책은?
도이치 교수의 딸 노리카의 남자친구 쓰즈키가 등장한다.
이 사람이 바로 소설 속의 ‘나’가 되는 사람인데. 그가 노리카와 사귀게 된 계기도 무척 이채롭다.
노리카가 학교 독서 모임에서 발표를 마치고 난 후, 그가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한다.
‘그렇게 인용만 하지 말고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게 어때?’
노리카는 열을 받아, 언어 시스템 자체가 인용이라고 쏘아주었다는 것, 그래서 둘은 사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꽤 재미있는 만남이다.
어쨌든 이 소설 재미있다. 지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고, 잰체 하지 않는 도이치 교수의 명언 찾기 노력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명언이 등장한다. 명언은 이렇게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요약형, 전승형, 위작형.
유형이 어느 것인지 모르겠으나, 가장 멋진 명언은 이게 아닐까.
“말해야 할 것은 이미 말해졌다.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말해야 한다.”
앙드레 지드의 말이라 한다. (195쪽)
거기에 더하여, 이런 것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본디 인문학에서 오리지널이란 무엇인가’라는 공부 모임도 있다는 것(233쪽)
소설 속에서 존재하는 모임일지라도 한번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은 모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