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혼

 

 

이 소설, 작품이다.

 

, 내가 언젠가 얘기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클래식을 요즘 듣고 있다는 것 말이야. 기억나지? 안 난다고? , 어쨌든, 거기 클래식에서는 곡을 뭐라고 하냐면 op(opus)라고 해, ‘작품이라고 하는 거지.

왜 그런 말을 하냐고? 이 책을 읽다가 문득 그 생각이 났지. 이건 작품이다. 마치 작곡가가 무척이나 공들여 만들어 발표한 회심의 역작, 그러니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지. 이 소설이 그래. 도처에 작가가 공을 들인 흔적이 보여. 진짜 공을 무척 들였더라니까.

 

이 책, 배명훈이라는 작가가 쓴 것인데, 그 작가에 대해선 잘 몰라. 그저 예전 예전에 타워라는 소설을 읽은 적은 있어. 그때도 아, 이 사람 뭔가 있구나, 하긴 했지. 이 책을 읽으니까 그때의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분명해.

 

그 책에서 이런 것, 읽으면서 무릎을 친 적이 있지.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실험자의 실험 행위가 실험 대상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거야.” (타워, 10)

 

굳이 그 책 상황 설명 안 할게. 얘기가 쓸데없이 길어지니까. 하여튼 그 문장이 나중에 보니까, 바로 양자 역학의 전제가 되는 말이더라고. 그러니 SF 작가의 발언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다 다 과학적인 거야. 그 책도 좋아, 한 번 읽어봐.

 

이 책, 아니 이 작품에 대해서 몇 가지만 말해줄게.

 

우주, 하늘을 날아보자.

 

이 책은 이럴 때 읽어야 해.

세상살이가 빡빡할 때, 하는 일이 무언가에 막혀서 신경질이 나려는 그때, 읽어봐. 그런 복잡한 세상일, 잠시 제쳐두고 하늘을 날다 오는 거지. 우주공간에 머물다 오는 방법중 가장 싸게 드는 방법이 바로 SF라는 것, 공감할 거야.

 

이 작품에서는 그런 우주가 무대지. 거기에다가 차원도 존재하고, ‘시간도 존재하고, 또하나 특이한 것은 SF에 로맨스가 들어있는 거야. 생각해봐. 멋지지 않아? 우주공간에 서로 떨어져 있는 남녀의 로맨스, 벌써 제목부터가 그걸 드러낸다니까. 청혼, proposal이야.

 

로맨스, 달달하고 촉촉하게

 

세상살이가 복잡하고, 그래서 마음이 아주 드라이해지면, 뭐가 좋을까? 바로 로맨스지. 그런 촉촉한 감정이 우주공간을 흘러간다? 어때? 죽이지?

 

이 작품 서두에서 그런 감정을 팍팍 드러내지, 이렇게 말이지.

휴가를 받으면 한 번 놀러 와. 지난달에 새 휴양선이 취항했는데 거기라면 너도 분명 마음에 들 거야.”(7)

 

어때? 이런 말 들으면 너도 한번 가고 싶어질 거 같은데. 우주공간을 가로질러 애인이 있는 휴양선으로 간다. 물론 바다에 있는 게 아니라 우주에 있는 우주선이지. 그런 곳에 가서 며칠 있다보면 없던 연애 감정도 생길 것 같은데. 해서 이 책은 썸타는 사람들이 마음을 담아 선물하면 좋을 거 같아. 하여튼. 이 작품에는 그런 촉촉한 감정을 담은 행동이 들어 있어. 그런데 결국 그런 감정이 화자(話者)를 죽음에서 건져내지.

 

화자, 이 친구가 말야. 드디어 청혼할 작정으로 반지를 하나 주문하지. 그런데 그게 소문이 그가 일하는 참모부에, 그리고 함대에 쫘악 난 거야. 그 소식을 들은 그의 상관인 사령관이 뜻밖에 그 친구를 기함에서 호위함으로 옮겨 타게 하지. 여기가 무언가 느껴지지 않아? 갑자기 사령관이 총애하는 그 친구를 다른 곳으로 옯겨가게 한다? 마치 좌천이라도 시키는 것처럼 말이야.

 

그게 아니라, 청혼한다는 말에 사령관이 이 친구를 살려주려고 한 거지. 사령관은 죽음을 각오하고 전투를 치를 결심이었거든. 로맨스가 그렇게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도 해. 나중에 진짜 사령관이 탔던 기함이 그렇게 되거든. 적과의 전투 중에 장렬하게 기함이 사라졌지.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기함과의 교신이 끊어졌어.”(146)

 

하늘에 지도를 그려보자.

 

이 작품에서 참으로 배울 것이 많아.

 

책을 읽으면서 일단 공간 감각이 아마 모르긴 몰라도 100퍼센트 더 향상된 것 같아.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내 집도 잘 찾아오지 못하는 내가, 세상에, 우주 지도를 그리고 있더라니까. 우주 공간에는 중력이 통하지 않으니까. 위 아래가 없는 거지. 그러니 방향감각은 도대체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그걸 생각하게 되더라니까. 그런 생각하다보니 점점 내 안에 공간 감각이 켜켜이 쌓여가는 기분? 물론 이건 그저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실생활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되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 작품 읽으면서 하늘을 나는 기분으로 잠시 우주에 갔다오면, 내려 앉아 딛고 다니는 세상이 달리 보여. 분명해. 그러니 세상일에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일할 수 있는 거지. 안 그래?

 

과학 지식, 쌓고 또 첨가

 

또 있어, 여기에서 그간 닦아놓은(?) 과학지식을 써먹을 수 있었어. SF 소설을 읽으려면, 그래도 필요한 게 바로 과학지식인데. 내가 그런 지식이 있다는 것을 알겠더라고, 그런 것들이 몇 개 눈에 띄는 거야. 이런 것 말이지.

 

인공 중력 (10)

천상계의 운동 (83) 이건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으면서 얻어들은 것이고,

질량이 있는 물체는 자기가 놓여있는 공간을 일그려뜨린다. (108)

이건 아인슈타인을 읽으면서 들었던 것 같아.

 

그런데, 세상에 이 친구 말이야, 중력장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사심을 드러내는 거야.

중력장이 로맨스에 활용될 줄이야, 진짜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거기에 너의 중력장이 남아 있었어. 다른 사람에게는 작용하지 않는, 내 눈에만 보이는 중력장이. (115)

 

나는 네가 남긴 중력장이 싫진 않아. 내가 머물다간 자리에 남아있는 그 커다란 공백을 더듬어서 내가 내 안에 남아있는 공간을 복원하는 순간, 그런 식으로 다시 네 존재의 실루엣을 되살려낸 순간, 내가 그걸 얼마나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돼. (116)

 

얼마 전에 그 친구 애인이 처음에 말한 휴양선에 왔다갔거든. 애인이 왔는데도 이 친구 작전 때문에 별로 만나지도 못했지. 작전에 분주하게 임하다 보니, 애인이 그만 돌아가버린 거지. 가보니 사라진 애인. 그 자리에서 이 친구 과학적으로 애인을 그리워하는 것, 멋지지 않아? 안 그렇다고?

 

책 말미에 <작가의 말>이 있어. 그 중에 이런 말을 하더라고.

이 책을 보고 과학 지식을 습득하지는 말기 바란다.” (161)

 

맞아, SF 소설을 읽으면서 과학 지식을 습득한다? 그건 아니지.

그런데 말이지. SF소설의 성패는 작가가 과학적 지식을 썰(?)푸는데 어느만큼 사실 같게 하느냐에 달려 있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어느 정도 과학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진행하다가 .....그냥 상상의 세계로 끌고가는데, 아주 과학적처럼 해야 그소설이 성공하는 것이거든. 이 작품이 바로 그래. 그거야. 그래서 잘 쓴 SF라고.

 

, 참 이런 것도 있다. 이건 사실인지 아닌지? 아마 사실일거야.

 

사람은 지구 중력에 적응하도록 진화되어 있어서 무중력 환경에서 오래 살다보면 아래쪽으로 가야 할 체액이 상체 쪽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길어져서 다들 얼굴이 부어보인데. (73)

 

그래서 말인데, 혹시 우주에 갈 기회가 생기더라도 며칠만 다녀와, 뭐 한 달 살기 정도는 괜찮겠지. 오래 있다가는 예쁜 얼굴이 부어보일테니까. 안그래?

 

Holst-Planets Suite-Jupiter

 

그런데, 이건 진짜 과학이야.

목성, 그리고 섭동현상. (129)

 

그래서 이 작품에서 목성을 만난 김에 얼마전 들었던 홀스트의 작품 하나를 들었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 작품을 들었지. 진짜 내가 우주를 갔다온 기분이야.

 

Holst-Planets Suite-Jupiter. 작품번호가 몇 번이더라?

 

하여튼, 배명훈의 청혼, 정말 작품이야. 우주여행, 아니 비행기 타고 여행 갈 때 꼭 가지고 가. 읽으면서 비행기 창문을 통해서 하늘을 보기도 하면, 정말 좋을 거야.

 

이 작품의 마지막, 이런 말로 끝나는데, 정말 멋지다. 읽어 줄게, 잘 들어봐.

 

이제 나도 고향이 생겼어, 네가 있는 그곳에.

고마워, 그리고 안녕.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

 

그나저나, 걱정이야. 배명훈의 이 작품, 맛을 알았으니 배영훈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야하는데. 어쩌지? 같이 읽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592 진주성 - 전라도로 가는 마지막 관문
정용연 그림, 권숯돌 글 / 레드리버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592 진주성

 

1592,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였다. 1592, 그때 조선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가?

일본이 조선을 침공한 임진왜란이 일어나, 조선 천지가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역사적 사실이다. 조선 강토가 백성들의 비명소리로, 또한 그들이 흘린 피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조선의 임금을 비롯한 조정에서는 그런 전란에 대비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피난길에 나서, 자기들의 목숨 부지하기에만 바뻤다. 백성들의 목숨은 그들에겐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 모든 일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한 역사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여기 이 책은 그런 기억을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그림으로 그 시절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기록은 기억이다. 1952년 조선의 한 곳, 진주성에 어떤 일이 일어났던가?

 

이 책 제목은 1952년 진주성이다

표지에 같이 기록된 설명을 살펴보자.

 

전라도로 가는 마지막 관문.

 

진주성의 지리적 중요성이 그렇다는 말이다. 전라도로 가기 위해 거쳐가야 하는 길목이 바로 진주성이라는 것인데. 따라서 그곳에서 왜군을 막지 못하면 전라도로 파죽지세로 왜군들이 처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곳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 진주성, 먼저 결말을 알아보자. 어떻게 되었을까?

 

진주성 전투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이 된다. 1. 2차 진주성 전투다.

 

첫 번째 전투에서는 진주성을 사수해낸다.

첫 번째 전투는 195211월에 일어났는데. 정확한 기록에 의하면, 1592117~ 1113(음력 104~ 1010) 사이 있었던 전투다.

이 만화 작품에서는 음력으로 날짜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진주성을 사수한다. 김시민과 그의 부하 병사들, 진주성 백성들이 같이 진주성을 사수해낸, 임진왜란의 결정적인 전투다. 이는 왜군의 패배로 이어졌지만 안타깝게도 진주성 수성을 진두지휘한 김시민은 왜군이 쏜 총탄을 맞아 쓰러진다.

진주성을 지켜내고 승리를 거둘 이 전투를 진주 대첩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행주 대첩과 한산도 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이라고 한다.

 

그런데 두 번째 전투에서는?

1593719~ 27(음력 621~ 29)

안타깝게도 패해 진주성이 함락되고 말았다.

 

진주성 수성 과정을 한자 성어로 정리해 본다.

 

이 작품은 어떻게 진주성 사수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내는가?

저자가 각 장의 타이틀을 한자 사자 성어로 해 놓아, 수성 과정을 그려나간다.

또한 덕분에 이런 한자 성어를 알게 된다.

 

1화 강구연월 (康衢煙月) : 사람이 많은 번화가에서 상점마다 피어오르는 연기에 달빛이 은은히 비추는 평화로운 풍경을 나타낸 말로, 태평하고 풍요로운 시절의 모습을 뜻하는 말이다.


2화 마부작침 (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의미.


3화 누란지세 (累卵之勢) : ()을 쌓아놓은() 듯 위태롭다()는 뜻


4화 초미지급 (焦眉之急) : 초미(焦眉)는 눈썹을 태운다는 뜻이다. 눈썹이 타고 곧 얼굴이 타게 될 그런 위험한 일이라는 뜻이다. , 발등에 떨어진 불보다도 더 위급한 표현이다.


5화 연진천리 (煙塵千里) : 연기와 먼지가 천리에 이른다는 뜻으로, 군마(軍馬)의 발굽에서 일어나는 흙먼지가 천리까지 끊이지 않는 것처럼 온 세상이 전란으로 어지러움을 비유한 말.


6화 무중생유(無中生有) :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라는 뜻인데 여기서 말하는 "창조"란 허상(虛像)을 의미한다. , 아군이 없어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작전을 말한다.


7화 풍림화산 (風林火山) :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묵직하게'라는 뜻으로, 병법에서 상황에 따라 군사를 적절하게 운용하여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8화 호각지세 (互角之勢) : 양쪽의 역량이 비슷해서 서로 낫고 못함이 없이 맞선 기세를 뜻한다.


9화 호마의북풍 (胡馬依北風) : 몹시 고향을 그리워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10화 만천과해 瞞天過海) :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다라는 뜻. 삼십육계 중 제1계이다. 준비가 주도면밀하게 갖추어지면 오히려 방심이 발생해 항상 보는 일상적인 것에 의심을 가지지 않게 되며, 이것을 이용하여 적을 속이는 것이다.


11화 당비당거 (螳臂當車) : 사마귀의 팔뚝이 수레를 당()하다라는 뜻으로, 용감(勇敢) 무쌍(無雙)한 것을 뜻함.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각 장의 타이틀을 먼저 한자성어로 음미하면서 그 내용을 읽어보면, 진주성 사수 과정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이 되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이런 형태로 그 과정을 해석해서 보여주는 그 창의적인 발상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 미술관 - 우리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읽는 그림'에 대하여
이창용 지음 / 웨일북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 미술관

 

이런 구분 의미있다.

그림의 사조를 고전주의와 현대미술로 구분, 각각의 감상 방법을 달리 하는 것이다.

고전주의 그림은 읽는 그림이라서 작품을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한 반면, 현대 미술은 보는 그림으로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해서 작품이 어떤 시대에 그려진 것인가에 따라 보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책은 20명의 화가와 그들이 남긴 작품을 보여준다. 저자는 각각의 화가와 그림에 아주 적절한 소개문을 덧붙여서 독자들로 하여금 그림 읽고, 보는 법을 알게 해준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 느낀 점들을 몇 가지 적어둔다.

 

고야의 그림 <거인>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해방시킨다는 명목으로 침공했을 때에 스페인의 많은 지식인들은 프랑스군의 진출을 오히려 반겼다. 구체제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고야 역시 그런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 (65)

 

하지만 그런 기대는 꿈에 불과했다. 스페인에 들어온 프랑스 군대는 곧 마각을 드러낸다.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되자. 고야는 <거인>을 그려냈고, 나중에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에는 <180852>을 그려 민중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한다.

 

뭉크에게 총을 쏜 연인이 있다. 툴라 라르센이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뭉크에게 결혼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뭉크는 계속해서 결혼을 거부한다. 결국 그녀는 결혼해주지 않으면 총으로 자살하겠다고 소동을 벌였고 이를 막으려던 뭉크를 향해 총을 잘 못 쏘고 말았다. 오발탄에 뭉크의 손가락이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84)

 

클림트는 <키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몇 사람이 자기 자신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하지만 누구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155)

 

피카소의 그림 중 라이트 페인팅이라는 게 있다. (178)

카메라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속도를 늦춰서 빛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런 작품 중 첫 번째가 <켄타우로스>이다.

 

역사를 공부한다.

 

영국 역사를 공부한다 했지만 거기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이라는 그림을 통해서 그 빠진 부분을 채우게 된다.

 

폴 들라로슈가 그린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은 에드워드 6세와 메리 여왕 사이 중간에서 단 9일 동안 왕위에 있었던 비운의 여인이 처형당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202쪽 이하)

 

제인 그레이는 당시 실세이던 노섬벌랜드 공작인 존 더들리의 며느리였다.

존 더들리는 에드워드 6세를 설득하여, 왕세자를 낳지 못하고 세상을 뜬다면 왕위를 누나인 메리 1세가 아닌 5촌인 제인 그레이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을 남기도록 했다. 결국 에드워드 6세가 후사없이 죽자 그녀가 왕위를 잇게 된다.

그런데 제인 그레이는 왕위에 오르기를 거부한다. 분명 왕가의 혈통이기는 했지만 서열상 1위는 메리 1세였고 심지어 둘째 딸 엘리자베스까지 있었으니, 자신이 왕위에 오른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권력욕에 눈이 먼 제인 그레이의 부모와 가족들은 그녀를 독방에 가두고 결국은 강제로 왕위에 오르게 한다.

그런데 가만 있을 메리가 아니었으니, 메리는 군대를 이끌고 런던으로 진격해와 왕권을 되찾는다. 그래서 제인 그레이는 단 9일동안 왕좌에 있다가 처형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런 역사, 헨리 8세의 아들과 딸들 사이에 제인 그레이의 슬픈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게 된다.

 

그리스 신화를 만나다

 

클림트의 그림 <키스>에서 황금비가 보인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황금비로 변신해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의 딸 다나에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상징하고 있다. (149쪽)

따라서 이 그림을 볼 때 그런 신화 이야기를 알고 본다면 그림 속에 있는 의미를 더 확실하게 알고 보는 셈이 된다

 

바쿠스의 여신도를 그린 <암피사의 여인들>, 로렌스 알마 타데마가 그린 작품이다.

작품에는 수많은 여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 몇 여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으로 볼 때 간밤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한데, 과연 어떤 일일까?

 

화가가 배치한 몇 개의 상징을 바탕으로 그림을 읽어보면, 그 여인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바쿠스 (디오니소스)의 추종자인 바칸테스(마이나데스) 이다. 그녀들은 밤새 바쿠스를 찬양하는 축제를 열고 술과 음악에 취해 이제야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데, 그것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 속 화가의 얼굴을 보게 된다.

 

카라바조의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109)

이 그림에서 다윗이 자랑스럽게 들고 있는 골리앗의 얼굴, 그게 바로 이 그림을 그린 카라바조 본인의 얼굴이다.

 

로렌스 알마 타데마가 그린 <암피사의 여인들> 말고도 이 책에는 다른 그림 하나가 더 소개되고 있는데, 그게 <헬리오가발루스의 장미> . (221)

이 그림은 로마의 폭군 헬리오가발루스를 그린 것인데, 그 황제는 평소 꽃을 좋아했는데 이런 궁금증이 일었다. 과연 사람이 얼마나 많은 꽃더미 안에 들어가야 목숨을 잃을 수 있을까?

해서 그는 파티장 천장에 꽃을 잔뜩 쌓아놓고 사람들 머리 위로 꽃을 쏟아붓게 한다.

바로 그 장면을 그린 작품이 <헬리오가발루스의 장미>인데, 그 그림 속에 그림을 그린 화가가 등장한다. 오른 쪽 하단에 이 엽기적인 파티 장면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바로 화가 로렌스 알마 타데마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 폴 고갱 (27)

 

영감은 가만히 기다리면 오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고 있는 도중에 오는 것이다. - 앙리 마티스 (49)

 

다시, 이 책은?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제목이 왜 이야기 미술관인줄 알게 된다.

저자가 소개한 미술관에는 참으로 이야기가 많다. 풍성하다. 20명의 화가를 소개하고 있는데도 이야기는 넘쳐나고 있다.

 

그런 이야기 미술관, 읽다보면 어느덧 그림 속으로, 또한 그림에 얽힌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자를 판 사나이

 

이 책,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품이다.

소설인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고 흥미를 자아내지만, 이 책 후반에 실려있는 역자의 해제 또한 읽을만 하고 의미있다.

 

먼저, 이 소설은 환상적 노벨레라고 분류할 수 있다.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림자를 팔 수 있다는 설정이 벌써 환상에 속한다.

 

노벨레는 단편소설보다는 길고 일반적인 장편소설보다는 짧은 형식의 독일식 소설이며, 시작과 결말의 일관적인 흐름 속에서 일회적인 사건을 담아내는 문학적 양식을 말한다. (145)

 

해서 이 작품에는 그림자를 판 사건, 하나만이 등장하여 소설 전체를 일관하고 있다.

 

주인공 페터 슐레밀은 어느날 회색 옷 입은 남자를 만나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된다.

금화가 무진장 나오는 자루를 줄테니 그림자를 팔라는 것,

아무런 생각없이 그 제안에 응한 그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는 악수를 하고서 지체없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는 그가 놀라운 솜씨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 그림자를 풀밭에서 살짝 거둬들여 둘둘 말아 접어 몸 속에 집어넣는 것을 보았다. (29)

 

그렇게 그림자를 팔고 나니, 태양이나 빛을 등지고 있으면 당연히 그림자가 생겨야 하는데, 그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느님 맙소사! 저 불쌍한 인간에겐 그림자가 없네.!

그런 말을 사람들에게 듣게 된 주인공, 그 다음부터는 태양 아래 걸어다니는 것을 조심스럽게 피했다. 그러나 태양을 받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그러니 어딘들 제대로 다닐 수 있겠는가?

 

주인공에게 일어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그림자가 없으니 세상을 제대로 살 수가 없는 것이다.

 

그후 주인공에게 많은 일이 일어나고, 팔았던 그림자를 다시 얻기 위해 아무리 애를 써도 그림자를 사간 회색옷 입은 사나이는 그림자를 되팔 생각은커녕 오히려 그림자를 가지려면 이번에는 영혼을 넘기라고 한다.

 

이 작품의 결말은?

 

그림자를 팔고 난 후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보여주는 이 작품,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 책에서 그림자를 판 순간부터 독자들은 궁금해할 것이다. 과연 주인공은 그림자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림자를 되찾아 다시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을 평범한 독자인 나로서는 뜻밖의 결말이다.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그림자를 다시 샀다는 결말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뜻밖의 결말이 된다

대신 다른 일이 생긴다. 그 일은 무엇일까?

 

독자가 생각하는 결론, 그림자를 다시 회수하여 그림자 있는 삶을 살아가는 대신에 더 의미있는 인생으로 살아간다. 그런 결론 때문에 이 책은 여러 해석을 낳게 되었다. 그게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뻔한 결말 대신 여러 가지로 해석하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그만큼 의미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대인의 세계관 - 유대인은 세계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극복하고 만들어가는가
홍익희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대인의 세계관

 

이스라엘의 유대인은 세계를 어떤 관점으로 보고 살아가고 있을까?

다시 말하면 세계역사 속에 박해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민족으로 여겨지는 유대인들, 그런 박해를 어떻게 견디면서 지금까지 버텨왔을까, 버텨도 그냥 목숨만 겨우 부지하는 상태가 아니라, 세계 역사를 쥐락펴락하는 민족이 되었을까?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다음 몇 가지 항목으로 풀어낸다.

 

1[종교관] 하느님 자녀로서의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2[경제관] 하느님의 자녀로서 축복은 부의 축적이다

3[자녀교육관] 하느님의 자녀로서 각자 다른 달란트를 받았다

4[개척관] 하느님의 자녀로서 받은 가능성에 최선을 다해 산다

5[국가관] 하느님의 자녀로서 약속받은 땅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저자는 유대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을 종교, 경제, 자녀교육, 개척관, 그리고 국가관의 5가지로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첫째, 유대인이 살아온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1<종교관>에서는 그들이 그들의 종교를 지키기 위하여 겪어온 고난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그들에게 종교, 즉 유대교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생명줄이나 다름이 없다, 해서 그들은 진짜 목숨을 걸고 종교를 지켜낸다. 그런 역사가 곧 그들의 민족의 역사다.

흥미로는 역사적 사실로, 유대인은 유일신 신앙을 지키기 위해 반란을 일으킨 역사도 있다. (64쪽 이하)

 

둘째, 그들의 삶은 신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들의 삶은 성경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그들에게 삶의 지침이 되는 경전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성경을 열심히 읽다보면 그안에서 돈 되는 것들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 의하면 토비아 러스킨이란 유대인은 성경과 과학 지식을 활용해서 유전 탐사에 성공했다. (143쪽 이하)

그는 구약 성경의 <신명기>를 읽다가 유전을 암시하는 듯한 구절을 읽게 되었고, 그것에 기초하여 유전 탐사 시추를 시작한다. 그 결과 탐사를 시작한지 10년만에 경제성 있는 유전을 발견하게 된다.

 

셋째, 국가관을 살펴보자.

그들의 국가관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신앙이다. 그들은 이렇게 믿고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약속 받은 땅으로 돌아간다. 바로 시오니즘이다.

 

그런 시오니즘에 토대를 둔 그들의 국가관은 오랜 박해와 유랑의 시대를 마치고 드디어 땅을 가진 나라를 만들게 된다. 그게 지금의 이스라엘이다.

이 책은 그렇게 땅을 가진 나라를 만들어내기까지의 역사를 상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넷째, 흥미로운 인물을 많이 만나게 된다.

 

예를 들면 음악가 멘델스존의 아버지, 아브라함 멘델스존이다. (111쪽 이하)

그 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저명한 아버지의 아들이었지만 이제는 저명한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의 저명한 아들은 곧 유명한 음악가인 페릭스 멘델스존이고, 그의 저명한 아버지는 계몽주의 철학자로 유명한 모제스 멘델스존이다.

 

이 책을 통하여 그간 알고 있던 펠릭스 멘델스존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역시 저명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이 책에는 수많은 유대인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모두가 저명하고 유명한 인물들이다. 그래서 유대인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의 특징 하나 [더 읽을거리]

 

이 책에서 특징 하나를 더 말하자면, [더 읽을거리]라는 항목을 만들어 유대인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더 읽을거리] <십계명도 유대교와 기독교와 가톨릭이 약간 다르다>

 

여기에 보면 기독교에 교리 중에 십계명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그게 유대교, 그리고 기독교와 가톨릭에서 믿고 있는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성경을 믿고 있으니 그 안에서 나온 십게명은 당연히 같아야 할 터인데, 어떻게 해서 서로 다른 것일까?

그 내용을 살펴보니, 서로 다르게 믿고 있는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그런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듣게 된다.

 

[더 읽을거리] <왕성한 호기심과 탐구욕으로 100세까지 장수하다>

 

다시, 이 책은?

 

유대인, 이스라엘 땅에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는 민족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어찌된 일인지 이스라엘 땅에 살지 못하고 다른 나라 이방 땅에 뿔뿔히 흩어져 살았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런 와중에 다른 모든 나라들의 공공의 적이 된 민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엄청난 박해를 받은 민족이기도 하다. 가까운 예로 히틀러에 의해 무지막지한 박해를 받고 수백만명이 희생당한 일도 있지 않은가?

 

그런 민족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아냈는지를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그들의 세계관이 곧 오늘날의 유대민족을 만들었으며, 이스라엘을 만들고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배울 것이 많은 민족이다. 유대인에게서 배워야 하는데, 이 책은 아주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